<동물원 좋아하세요..?>

🦘: 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보셨나요? 시리즈 최고 흥행을 보이며 올해 개봉작 중 최단 시간 많은 관객 수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영화의 인기가 뜨거워질수록, 동물실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번 레터에서는 지구 곳곳에서 침해받고 있는 ‘동물권’을 주제로 ‘동물실험’과 ‘동물원’에 대해 고루 다뤄보았습니다.

즐거움만이 가득할 것 같은 동물원에는 이상행동을 보이는 동물들이 있습니다. 제자리를 맴돌거나 깃털 등을 뽑아내고, 종일 자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데 이를 정형행동*이라 부르죠. 원래 생활하던 곳에서 벗어나 습성에 따른 행동을 하지 못한 채 우리 안에 갇혀 있어 발생하는 것인데요. 특히 체험형 실내 동물원의 경우 더 큰 문제를 가집니다. 야행성 동물이 낮에도 환한 빛에 노출돼 있고, 먹이 주기 체험을 위해 굶주린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동물 학대 행위로 볼 수 있습니다. 2021년에는 동물원을 방치한 대구의 한 동물원 운영자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기도 했는데요. 종양이 생긴 낙타를 수의사 출장비가 많이 든다는 등의 이유로 방치하고, 낙타의 사체를 토막 내 다른 동물에게 먹이로 제공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정형행동: 목적 없는 반복적 이상 행동 

⚖️ 동물원수족관법이 시행되면 달라질까

위 사건이 널리 알려지면서 동물보호단체들은 동물원을 등록제가 아닌 허가제로 운영해야 한다며 법 개정을 촉구했습니다. 작년 11월 24일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동물원수족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기존 동물원·수족관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하고 허가요건 충족 시 동물원·수족관을 설립할 수 있도록 기준이 강화되었죠. 또 허가의 취소 및 영업정지 관련 규정을 신설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동물원수족관법은 올해 12월 14일부터 시행될 예정인데요. 2020년 1월에 발간된 공영동물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0곳에서 동물에게 필요한 최소 공간을 갖추지 않는 등 부적합한 사육 환경이 확인되었죠.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이형주 대표는 “법이 시행되면 동물시설 사육환경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였습니다.

😔 외로운 ‘세로’는 동물원 곳곳에 있다

지난 3월, 서울어린이대공원 동물원에서 탈출한 후 도심을 누벼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얼룩말 ‘세로’ 기억하시나요? 세로는 부모를 연이어 잃고는 사육사의 말을 잘 듣지 않고 이웃집 캥거루와 싸우기도 했다는데요. 이처럼 전국의 많은 동물원에는 외로운 동물들이 존재하지만, 높은 밀집도는 동물들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무작정 개체수를 늘릴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지난 15일 서울시설공단은 세로가 곧 여자친구를 만난다며 세로의 근황과 함께 ‘코코’의 사진을 최초로 공개하기도 했죠. 그러나 얼룩말처럼 집단생활을 하는 동물이라면 최소 몇 마리가 무리 지어 지내야 하는지, 어느 정도의 공간이 필요한지 등에 관해 정해진 기준이 없어 이것만으로 충분한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해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이형주 대표는 이런 경우 “동물원이 해당 종을 기르지 않아야 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 🐋세상에서 가장 외로웠던 범고래 ‘키스카’(영상)

🔇 존폐를 떠나 매뉴얼부터 지켜야 할 때

세로의 사연이 널리 알려진 후로 동물원 환경을 비판하며 동물원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요. 동물원의 존재 자체가 동물권을 보호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입니다. 반면에 멸종 위기종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동물원 존립에 찬성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전문가와 동물단체들도 당장 모든 동물원을 폐쇄하고 동물들을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육 및 안전 기준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는데요.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환경부가 매뉴얼로 정해 놓은 울타리 높이 기준을 지키고 있는 동물원은 10곳 중 1곳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현실에 안전시설이나 사육에 필요한 환경을 충분히 갖추지 않고도 동물원을 운영할 수 있는 제도적인 허점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67호에서는 ‘로드킬’을 키워드로, 이번에는 ‘동물원’을 키워드로 레터를 작성하며 동물들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확고해진 생각은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려 노력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인데요.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없을지라도 꾸준히 동물권에 관심을 가지고 사고를 바꾸어 가다 보면 세상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요? 노력하는 사람들이 제 주변에도, 여러분의 주변에도 점차 늘어나길 바라봅니다. 🔮

by. 🦦호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