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잘하게 지구용사 노릇(!)을 하기란 꽤 불편한 일이에요. 다회용기 시스템이 잘 갖춰지지 않아서 용기를 챙겨다니든지, 그냥 일회용품을 쓰든지 양자택일 뿐이죠. 야채나 과일을 사면 플라스틱 포장재가 덤으로 따라와요. 비수도권 지역은 교통편이 불편해서 운전하기 싫어도 자차를 끌고 다녀야 하고요. 자전거를 타자니 자전거 도로가 너무 부족한 것...  

하지만 애초에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도록 처음부터 도시 환경이 갖춰져 있다면? 얼마 전 그린피스가 시작한 '저탄소 도시생활 프로젝트'에 마음이 확 끌린 이유에요. 이번에 시민과 함께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저탄소 도시생활 프로젝트: 경기편’ 첫 번째 행사를 진행했는데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소개해 볼게요. 

👆🏻‘저탄소 도시생활 프로젝트: 경기편’ 참가자들의 밝은 얼굴. /그린피스   

8월 17일에 열린  ‘저탄소 도시생활 프로젝트: 경기편’ 첫 번째 행사는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강연과 체험 행사 등으로 구성됐어요. 특히 교통의 문제가 부각됐는데요. 홍혜란 그린피스 캠페이너님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중 수송부문이 3위(전체 배출량 중 15%)"라고 설명해 주셨어요. 자동차 때문에 배출되는 온실가스만 줄여도 엄청난 탄소 감축이 가능하다는 거죠. 

교통·철학 연구자로 ‘납치된 도시에서 길찾기’라는 책 쓰신 전현우 작가님은 애초에 자동차가 이렇게 많은 세상이 이상하지 않냐는 물음을 던지셨어요. 자동차가 석유의 상당 부분(휘발유는 100%, 경유는 3분의 2)를 연료로 태워 써버리는, 그리고 자동차가 너무 많아서 오히려 '이동의 위기'가 발생하는 게 이상하다고요. 작가님은 "도시와 마을을 둘러싼 자동차들이 우리의 삶을 납치했다"고 표현하시더라고요. 대부분의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차도 덜 막히고, 교통비 지출도 줄고, 기후위기에도 대응할 수 있는 데 거꾸로 모두가 자차를 이용하면서 불편해하고 있는 거죠.  

이런 대세를 바꿀 방법은 김병권 경제학자·작가님이 제시해 주셨어요. 예를 들어 프랑스 파리가 열심히 추진 중인 '15분 도시' 계획. 15분 내로 자전거를 타고 학교, 시장, 직장에 갈 수 있는 도시라는 의미예요. 파리를 15분 도시로 만들기 위해 자전거 전용 도로와 공공 자전거 대여를 확대했고, 파리 시장도 자전거로 출근하면서 모범을 보인대요. 도심의 자동차 주차장을 없애서 차는 막았고요. 덕분에 파리 시민들이 출근할 때 자전거를 사용하는 비율은 2023년 기준 11%를 기록, 처음으로 자동차 출근(4%)를 제쳤대요. 

👆🏻스페인의 수퍼블록. /사진=바르셀로나 시청  

자차를 타던 사람들까지 기꺼이 대중교통을 선택하게 하려면 그만큼 저렴하고 편리해야겠죠. 지역 간 고속열차를 제외한 모든 교통을 월 1만3000원 가량으로 무제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독일의 9유로 티켓이 대표적. 독일은 9유로 티켓 덕분에 탄소 180만톤을 감축했대요. 도심을 벗어난 지역에서 환승에 500년씩 걸리지 않도록 배차 간격, 발차 시간 등도 바꿨고요. 이러한 흐름은 스페인(2022년부터 국영철도 무료화,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는 대중교통 월 이용권 반값), 뉴질랜드(대중교통 요금 반값 정책) 등으로 확산되고 있고요. 기후대응 정책인 동시에 서민과 청년,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이기도 해요. 

마지막으로, 저탄소 도시를 위해선 더 많은 재생에너지가 필요해요. 그런데 전력망이라는 게 생각보다 정말 섬세해서 송전량이 많아도 적어도 문제. 적절한 양이 아니면 송전망에 과부하가 일어나서 대정전(블랙아웃)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열심히 태양광·풍력 발전기를 돌려도 전력량이 남으면 차단해버려요. 

그래서 김종규 식스티헤르츠 대표님은 '가상발전소'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전국의 재생에너지 발전소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 배터리까지 활용해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예측하고, 발전량에 따라 저장하거나 뽑아쓰거나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개념. 기술적으로는 전부 갖춰져 있는데 우리나라의 전력 거래 시스템, 관련 제도 등이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인 게 문제지만요. 

평소 상상하지 못했던 이런 대안들을 듣는 자리는 정말 소중한 것 같아요. 그린피스는 앞으로 저탄소 도시생활 프로젝트:경기편의 2차 현장 체험 활동, 3차 정책 제안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 이런 활동이 정책에 꼬옥, 빠르게 반영되면 좋겠어요.   

✈️탄소배출 80% 줄인 항공유? 
지속가능항공유(SAF)라고, 폐식용유랑 옥수수에서 뽑은 바이오에탄올 등으로 만든 항공유가 있는데요. 원래 쓰던 비행기 연료보다 탄소 배출량을 80%까지 줄여주는 연료예요. 최근 SAF를 섞은 혼합 연료를 급유한 국제선 항공기가 국내 첫 운항을 시작했는데, 전 세계로는 20번째라고. 근데 2027년까지 의무화한다는 SAF 혼합 비중이 1%에 불과하기도 하고, 항공유로 투입할 만큼의 폐식용유나 바이오에탄올이 없단 현실적인 문제도 있어요. 과도기적 대안인 셈. 
  

🏰레고의 도전 
레고가 2032년까지 모든 블록 제품을 재생 플라스틱 등 친환경 플라스틱으로 만들 계획이래요. 비용은 늘겠지만 가격 인상은 없을 거라고. 예전에도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블록을 개발하다 포기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 왔는데 이번에는 순조롭게 계획을 달성할 수 있길요.

🌭추석 연휴에 음쓰 줄이면 1만원 상금! 
한국환경공단이 추석 연휴에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면 모바일 상품권 1만원을 증정하는 챌린지 진행 중. RFID 종량기 후불제를 쓰는 세대만 참여할 수 있고, 9월 11∼23일 음식물 쓰레기를 평소보다 감량한 세대 중 500세대를 추첨해 1만원 상당의 모바일 상품권을 증정한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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