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채용은 '명분'에 불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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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도 흔들릴까
경향신문 뉴스레터
2023.06.15. 목요일
독자님, 안녕하세요. 요즘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날이 많아 우산을 늘 챙겨야겠어요. 저는 이번 주 큐레이터 허남설 기자입니다. 딱 잘라 말하기 애매한 지점을 파고든 기사를 좋아해요.

요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뉴스에 부쩍 자주 등장합니다. 선관위가 채용한 경력직원 중 현 선관위 사무총장 등 고위직 간부 4명의 자녀가 있다고 해요. '특혜 채용' 의혹이 충분히 일만 한 상황이죠. 선관위 역시 특혜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인정했어요.

물론 채용 비리는 뿌리 뽑아야 하는 범죄입니다. 하지만, 정작 여당의 관심은 '잿밥'에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 관련 뉴스를 볼 때마다 기분이 영 찜찜합니다. 여당에서는 "지난 정권에서 선관위가 얼마나 편파적으로 선거관리를 했는지 국민들은 기억한다"며, 특혜 채용 의혹과 크게 상관 없어 보이는 발언도 나오거든요.

총선을 10개월 앞두고 불거진 선관위의 채용 비리 의혹, 이를 단죄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여당. 이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선관위 자문위원인 이중근 기자가 관련 칼럼을 썼습니다. 기사는 3분 분량이에요.
☑️ 이중근 경향신문 논설고문은 선관위를 약 30년 동안 취재하면서 이번과 같은 상황은 보지 못했다고 한다.

☑️ 해킹 경고에 대한 미적지근한 대응, 특혜 채용 의심을 받을 만한 경력직 채용 등은 질타해야 마땅하다.

☑️ 선관위가 감사를 수용했으니, 여당도 이제 신중해야 한다. 선관위 구성까지 손대면 더 큰 혼란이 올 수 있다.
선관위를 지켜라
2023. 06. 14. 이중근 논설고문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직원들 너머로 '엄정중립 공정관리' 현판이 보인다. 이준헌 기자


선관위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다. 1995년 지방선거 때 출입기자로 등록한 이래 중앙선관위 자문위원으로 있는 지금까지 30년 가까이 선관위를 취재하면서 이런 일은 보지 못했다. 더구나 이번엔 선관위 내부 문제를 계기로 여권이 손을 보겠다며 벼르고 나선 터라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선관위를 둘러싼 이번 논란을 보고 “결국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고 생각했다. 지난 수년간 선관위는 변화되는 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사전투표·해외투표 등 새로운 제도에 기민하게 적응하던 과거와 어딘지 달랐다. 보완을 요구하는 외부 경고에도 그다지 귀 기울이지 않는 듯했다. 도리어 선거관리에 대한 강박에 빠져 과도한 단속에 나서는 모습도 종종 보였다. 시민들에겐 무서운 권력기관으로 비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가 결국 국가정보원의 해킹 경고에 대한 대응 실패로 이어졌다. 선관위로서는 국정원의 개입이 달갑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했는데 해킹 공동 점검에 미적거리다 불필요한 의심과 논란에 휘말렸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에 유연한 대처에 실패한 것이다.


선관위 고위 간부들 자녀들의 선관위 이직도 마찬가지다. 최근 지방직 공직자들 사이에서는 선관위가 비교적 눈치를 덜 보면서 일할 수 있고, 고위직 진급도 유리한 기관으로 인식됐다. 그러던 터에 최근 선관위에서는 육아휴직자 등이 급격히 늘어나 선거를 앞두고 그 빈자리를 채워야 했다. 이 와중에 투개표 관리를 지원할 교사와 지방직 공무원들이 선관위 업무 보조를 기피하는 현상까지 겹쳤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고위 간부 자녀 몇명이 선관위로 이직하는 경우가 벌어졌다는 게 선관위의 설명이다. 새로 공직자를 선발하는 게 아니라 이미 다른 기관에서 일하는 공직자를 이직시키는 일이라 하더라도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전체 인원이 고작 3000명인 기관에서 면접관들이 지원자 부모들과 알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투명하고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옳았다. 경쟁률이 높지 않다거나 지원자를 물색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말로 해명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모든 점을 감안해도 지금 선관위를 향한 여권의 비판은 상궤를 벗어났다. 특히 일부 보수언론의 바람잡이 기사는 최소한의 합리성과 형평성을 결여했다. 그 바탕에는 선관위가 민주당 편에 서 선거부정을 획책하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깔려 있다. 하지만 여당이 일부 오해할 만한 선거법령 해석이 있기는 했어도 선관위가 민주당 편을 든 적이 없다.


그렇다면 여권이 노리는 것은 선관위의 무장해제다. 특히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위해 선관위를 장악하겠다는 뜻이 보인다. 여야가 합의한 국정조사도 여당은 거부하고, 선관위 전 업무를 대상으로 감사원 감사를 받으라고 압박했다. 보수 세력은 그동안 기회가 생길 때마다 선관위를 압박해왔다. 2003년에는 정치관계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선관위의 현장 단속권 축소를 시도했다. 이명박 정권은 우익 편향의 교수를 상임위원으로 박아놓고 선관위를 주무르려 했다. 과천 중앙선관위 청사 앞에는 지금도 지난 총선 때 투개표 부정이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농성하는 극우파들이 있다.


선관위 쇄신은 필요하다. 하지만 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여서는 안 된다. 최근 대통령실은 김명수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 지명에 앞서 두 명을 콕 집어 반대 의사를 밝혔다. 명백한 삼권분립 정신 위반인데, 김 대법원장은 그에 굴복했다. 이런 여권이 선관위 문제를 그냥 지나칠 것 같지 않다. 여권은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에 대해 사임을 요구했다. 보수언론들이 그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다.


노 위원장 사퇴 요구는 김 대법원장에 대한 공격과 맞닿아 있다. 대법원의 구성을 바꿔나가는 한편 대법관이 위원장을 겸하는 중앙선관위까지 손에 넣겠다는 것이다. 선관위가 ‘아빠 찬스’ 의혹에 대해 국민권익위 조사를 받기로 한 데 이어 감사원 감사도 수용한다고 했다. 거기서 멈춰야 한다. 선관위가 사무처를 총괄할 사무총장을 외부에서 뽑기로 했다. 중립적인 법관 출신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선관위에는 이미 대통령이 임명한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이 있다. 노 위원장은 사무총장과 차장 선임에서 여권의 압박에 굴복하면 안 된다. 노 위원장 자신에 대한 사퇴 요구는 더더욱 수용해선 안 된다. 여권도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이렇게 선관위 팔을 비틀어 내년 선거에서 이기면 시민이 승복할까? 그 이후는 상상하기조차 두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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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과 여당은 선관위원장이 조직을 확실하게 장악하지 못해 사무총장 등 고위직의 자녀가 경력직에 채용되는 사달이 났다고 봅니다.

현재는 대법관이 선관위원장을 '겸임'하는데, 휘하 사무총장 등 간부진은 선관위에서 오래 일한 전·현직 직원들이거든요. '외부인'인 위원장이 조직을 속속들이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퇴직한 법관이 선관위원장을 '전임'으로 맡는 대안까지 언급했다고 해요.

조직 내부의 채용 의혹 제기→조직의 고질적 문제 지적→조직 쇄신이라는 처방. 모두 순리대로 가는 듯 보이지만, 석연치 않은 느낌이 드는 건 아무래도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선관위를 흔들었던 전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① 2019년 1~2월에는 조해주 선관위원 임명을 놓고 당시 여야가 충돌했었어요. 조 위원이 문재인 대통령 대선 캠프 출신이라는 이유로, 야당(미래통합당)은 약 1년 뒤인 2020년 4월 총선 관리 중립성을 의심했습니다.

② 2020년 7~8월에는 야당(미래통합당)이 당시 권순일 선관위원장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2020년 7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갑작스럽게 사망해 2021년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었죠. 역시 선거를 의식한 흔들기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③ 2021년 11월에는 야당(국민의힘)이 문상부 전 선관위 사무총장을 선관위원으로 추천했는데, 그는 국민의힘에 입당한 적이 있는 인물이었어요. 사례 ①에서 문제가 된 조해주 위원과 다른 게 뭘까요? 이번엔 당시 여당(민주당)이 반대했습니다.

이렇게 여야는 선관위에 '자기 사람'을 심거나, 걸핏하면 공정성 시비를 제기했습니다. 일부 극단세력이 아직도 2020년 총선이 부정선거였다고 주장하는데, 정치권의 '선관위 흔들기'는 여기에 아무 책임이 없을까요? 이중근 논설고문은 예전 칼럼에서 이렇게 지적한 바 있습니다.

"지금 선관위의 중립성을 제고하려면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이 있다. 상임위원이 여권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고 의심받는 것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대신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임명하는 것도 대안이다. 실제 5공화국 이전에는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상임위원을 뽑아 보냈다. 선관위 사무총장이 바로 상임위원으로 가는 관행도 개선해야 한다. 사무총장이 상임위원으로 가려고 선관위 조직을 이용해 정치권에 봉사할 가능성을 미리 차단할 필요가 있다."

이왕 선관위 조직을 손봐야겠다면, 이런 방안까지 폭넓게 논의하면 좋겠습니다. 선거 제도의 신뢰가 달린 문제입니다.

*선관위원은 모두 9명입니다. 대통령이 지명한 3명, 국회에서 선출한 3명, 대법원장이 추천한 3명으로 구성됩니다. 이 중 한 명을 상임위원으로 선출해야 하는데, 관례적으로 대통령이 지명한 위원이 맡았습니다. 9명 위원 중 상임위원만 선관위에 상근하며 사무를 관장하기 때문에 다른 위원보다 선관위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해석이 있습니다.

지금 미국에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조카가 이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민주당 지지자의 20%가 그를 지지합니다. 미국 주류 언론은 '조카 케네디'가 "5G는 국민을 통제하는 수단" 같은 극단적 발언으로 일시적 인기를 모은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 배경에 깔린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간과할 수 없습니다.

민주주의 위기는 자본주의 문제를 제쳐놓고 논할 수 없습니다. WTO에 맞서 싸우는 교수이자 자본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한 <저렴한 것들의 세계사> 저자 라즈 파텔은 이 시대가 파시즘과 같은 극단의 시대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합니다. 현실 민주주의를 "코카콜라냐 펩시콜라냐"라고 비판한 대목이 흥미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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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 도시는 편리하고 단순한 삶 속이 아니라 불편하고 복잡한 삶들 속에 잠재해있다'라는 말이 아프게 들립니다. 불편하고 다른 누군가를 배제함으로써 나의 입지를 공고히 하려는 욕망은 비단 주거공간에만 국한되지 않고 나타나는 일이니까요. 기사를 읽으며 여러 시에서 '성다수자'의 권익을 운운하며 성소수자에게서 광장을 빼앗은 일이나 '진짜 여성'을 지키겠다며 대학에서 트랜스젠더를 거부한 일, 그 밖에 난민을 반대하고 길고양이를 내쫓은 일화들이 복잡하게 떠올랐습니다.

이 수많은 반대의 논리에는 이질적 타자가 미치는 '해악'이 설명되곤 합니다. 가끔은 그 해악의 일부가 진실일 때도 있고요. 어쩌면 순수하고 무해한 타자에 대한 욕망이 잘못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불편하고 불안하고 두려운 감정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그 방식은 나와 다른 누군가를 내쫓는 게 아니라 아주 구체적인 다름의 얼굴들을 마주하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그 자리를 마련하고 설득하고 경계를 늦추는 건 제도가 끈질기게 수행해야 할 일이겠지만요.

덧붙여, '평등하지 않은 세상'을 꿈꾸는 아파트가 부럽다기보단 외로워 보이는 건 저만일까요?(물론 조금은 부럽기도 ㅎ;;) 굳이 높은 요새를 짓지 않아도 이미 평등하지 않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조금은 덜 외로웠으면 합니다. 오늘도 잘 읽었습니다."(혜림님)

📝 "지난 6월 13일 점선면Lite <400억 아파트 광고가 일깨운 것>편에 보내주신 이야기예요. 만약 레터를 쓰기 전에 혜림님의 글을 봤다면 "나와 다른 누군가를 내쫓는 게 아니라 아주 구체적인 다름의 얼굴들을 마주하는 것"이라는 문구를 정말 훔쳐오고 싶었을 것 같아요. 많은 독자님과 함께 읽고 싶어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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