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아이디가 인상 깊어요. 성현 프로님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말 같네요.

유도 과몰입 자연인. 본업은 따로 있지만, 유도를 시작한 뒤로는 거의 모든 스케줄을 유도에 맞추고 있습니다. 가끔 유도를 본업처럼 느끼기도 해요. (웃음) 하지만 유도로 돈을 벌지는 않기에 과몰입과 자연인이라는 말을 붙였습니다.  

한 방이 있는 단어들의 조합이네요. 유도를 3년째 하고 계시는데, 많은 운동 중에 왜 유도였나요?

특별한 계기는 없어요. 어릴 때 운동을 좋아하긴 했지만 따로 배운 적은 더더욱 없고요. 20대에 몸이 안 좋았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회복을 위해 운동이나 해볼까, 해서 시작하게 됐죠. 재밌어 보이는 운동을 하나 골랐는데 그게 유도였어요. 그리곤 근처 아무 유도장에 무작정 찾아갔습니다. 다시 생각해봐도 특별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네요.

무작정이요? 제가 느끼기에 유도는 여자들에게 진입장벽이 있는 운동인 것 같아요. 체육관 성비부터 신경 쓰이죠.

유도장에 여자보다 남자가 많은 건 사실이에요. 유도를 하려면 상대와 신체를 접촉해야 하는 것도 맞고요. 저도 처음엔 무작정 시작했으나 곧 체급 차이에서 위기를 맞았습니다. 그땐 지금 보다 체중이 가벼웠고, 유도장엔 저보다 체급이 큰 남자부원들이 대부분이었죠. 유도는 비슷한 체급끼리 대련을 하는 운동이에요. 저와 체급이 맞지 않는 남자부원을 상대하는 게 무척 힘들었어요.

학생 때 운동장에서 느꼈던 소외감이 불현듯 떠오르네요.

제한된 공간에 특정 성별이 많으면 소사이어티가 구축되죠. 아직까지 유도가 ‘남초’ 운동이다 보니 유도장에서는 그게 주로 남자였고요. 저는 그 안에 들어가지 않았고 들어가고 싶지도 않았으니, 운동할 때 혼자라는 느낌을 받곤 했어요.         

아직도 유도장에는 남자들이 많죠?

제가 다니는 유도장에는 최근 여자부원이 꽤 늘었고, 인터넷에서도 유도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많아지고 있어요. 몇 년 전,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로 입문한 여성들도 꽤 있네요.

어떤 글인가요?

어떤 여성이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데 유도장을 가도 되냐는 질문에 달린 답글이었습니다. 결국 사회가 강요하는 아름다운 몸에 갇히지 말고, 자신의 체급과 몸에 맞는 운동을 찾으라는 말이었어요. 그게 유도면 더 좋고요.

유도를 하면서 변화한 점이 있다면요? 가능하면 몸 따로, 마음 따로.

몸이 건강해지는 것은 당연하고 삶에 적용해보자면, 어두운 밤길을 혼자 지날 때 느끼는 두려움을 유도 기술을 생각하며 떨쳐 버린다는 점? 유도를 배우기 전에는 밤에 혼자 걸을 때 괴한이 나타나 습격하면 어쩌나 하며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며 불안해하기만 했다면, 이젠 어제 배운 이 기술을 써보고 그게 아니라면 저 기술을.. 이런 생각을 하며 걸어요. 물론 실생활에서 유도 기술을 사용하면 안 되죠. 그래도 유도 후에는 삶에서 느끼는 불안감을 줄일 수 있었어요. 조금 용감해졌달까.

일상 속 불안감을 줄였다니. 여성에게는 큰 변화네요. 프로님께서 생각하시는 유도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사람에 따라 이 점이 좋을 수도 있고 싫을 수도 있는데요. 유도는 혼자서 할 수는 없고, 상대가 반드시 있어야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에요. 서로 몸을 부딪혀 가며 각자가 성장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생각보다 많이 뿌듯합니다.

지금까지 유도를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있을까요?

재미와 즐거움 그리고 나와 함께하는 여성 유도인들. 지금 제가 다니는 유도장에서 제가 가장 오래된 여성 부원인데요. 제가 유도장에 없다면, 안 그래도 많지 않은 여성 유도인들이 대련해줄 사람이 없어 운동을 못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요. 물론 저도 아직 배워야 할 것들이 많지만, 이런 생각들이 유도를 조금 더 오래 하도록 만들지 않았을까 합니다. 지금은 든든한 여성 유도 선배 같은 역할을 하고 싶은 마음이고요.

마지막으로, 지금도 유도를 주저하는 여성들에게 격려 한마디 해주신다면?

유도는 일단 해봐야 그 매력을 압니다. 유도를 시작한다면 집에 앉아 있는 것 대신에 도장에 가서 조금이라도 움직였을 거고, 앞구르기나 팔굽혀펴기를 하나라도 더 할 수 있겠죠? 일단 해봐서 손해볼 건 없다는 말입니다. 해보고 안 맞으면 그만두면 돼요. 유도장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내가 좋아하는 운동 스타일을 찾게 될 수도 있고요. 일단 유도장에 오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