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만 알려주는 사장님들의 경영 비법!
흔한 사장님이 알려주는 흔하지 않은 경영 철학과 노하우

2편. 신촌 호밀밭 편
-빙수 가게 사장님에게 수빙수를 아는지 묻다.

Chapter 1. 사장님의 비즈니스


어쩌다 가게를 차리게 되었나요?

  사실 저는 ‘호밀밭’의 세 번째 사장이에요. 이 가게를 창업한 사람은 제가 아니라, 저와 가장 친한 친구였습니다. 이후 친구의 아내이자 제 대학 후배가 2대 사장으로 가게를 운영했고, 전 2022년부터 호밀밭을 인수해 사장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가게를 차린 이유라… 해당 질문에 대해서는 제 친구가 왜 창업을 하게 되었고 어떤 과정으로 제가 이 가게를 인수하게 되었는지를 설명드리는 게 맞을 것 같아요. 
  호밀밭의 창업자인 제 친구는 과거 호밀밭 위치에서 5펜스라는 돈가스·롤가스 전문점을 운영했었습니다. 돈가스라는 메뉴가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보니 직원을 10명 정도 채용했었으나, 경영 환경이 변화하고 매출이 줄면서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했습니다. 부부 2인이 소규모로 창업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다가 시작한 것이 팥빙수였고요. 호밀밭은 설빙이 생기기 이전에 월 매출이 1억 이상을 찍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습니다. 옛날엔 줄이 한 50m 정도로 생기고 그랬으니까요.
  그러다가 설빙이라는 대형 빙수 프랜차이즈가 등장하면서 매출도 많이 줄고, 친구도 계속되는 자영업에 ‘현타’라고 하죠? 하하. 현타가 와서 가게를 아내에게 넘기게 됩니다. 워낙 친구와 친구의 아내가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스타일이라 기계 다루기도 굉장히 힘들고 다른 사람을 고용하려고 해도 레시피 자체가 기밀이었기에 주인 혼자서 많은 수요를 감당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2대 사장의 손목에 문제가 생겨 2022년에 제가 인수를 하게 된 것이죠.
  저는 한국외대 중국어학과를 졸업하고 유학을 가려다가 상황이 안 되어서 취업을 했습니다. 삼성전기 해외 영업팀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 AIG, 에이스아메리칸, BNP파리바 등 여러 회사를 다니며 다양한 업무 경험을 쌓아 왔습니다. 그러다 BNP파리바가 2021년 신한 금융에 인수되면서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호밀밭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가게를 운영하면서 느낀 영업의 비결은 무엇인가요?


✔️ 일본식 경영의 문제점

  호밀밭의 창업자는 상당히 고집스러운 구석이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일본식 경영, 즉 장인 경영을 추구했기에 자신의 레시피를 어디에도 공유하지 않고 모든 작업을 혼자 하는 방식으로 가게를 운영했습니다. 얼음을 가는 작업부터 시작해서 팥을 삶는 것까지, 빙수가 손님 테이블에 올라가기까지의 거의 모든 과정을 사장 혼자 감당해야 했기에 사장 한 명에 주어진 책임이 과도하게 많았습니다. 심지어는 케이크도 직접 만들어 판매했습니다. 그 당시 롯데백화점 측에서 호밀밭을 입점시키고자 제안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빙수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친구 한 명뿐이었기에 또 다른 지점을 운영할 사람이 없어 좋은 기회를 놓치기도 했습니다.


✔️지속 가능성과 시스템 경영

  25년 이상 직장 생활을 한 저는 sustainability, 즉 지속 운영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일을 혼자 하던 친구의 경우, 워라밸은 꿈도 꿀 수 없었고 가게를 이어받은 친구의 아내는 심각한 수준으로 손목 건강이 나빠졌으니 사실상 호밀밭은 지속 운영이 어려웠던 것이죠. 일반적으로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회사들은 시스템 경영 체계를 도입하고 있기에, 한 명의 직원이 퇴사를 한다고 해도 그의 공백으로 회사가 안 돌아가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아무리 작은 가게라고 해도 이런 시스템 경영이 반영되지 않는다면 결국엔 지속 가능성을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돈을 얼마나 벌었느냐'가 아니라 '이 자리에서 얼마나 오랜 시간 운영하느냐' 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호밀밭의 지속 운영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들을 해왔습니다.

  우리는 시공의 한계 속에서 살아갑니다. 시간과 공간이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고, 그 시간과 공간을 사기 위해 어마어마한 자원을 투입합니다. ‘서울 내의 집’이라는 공간에 거주하면서 얻게 되는 이동 시간에서의 여유, 커뮤니티로의 접근성를 차지하기 위해선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호밀밭이라는 가게도 공간이 제한되어 있고, 가게 운영에 투입할 수 있는 시간에도 제한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시간과 공간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프로세스 이노베이션의 궁극적인 목표인 것이죠. 저는 인수를 한 후로 여러 기계 장비들을 구비하고 한 명에게 몰려 있던 작업들을 직원들에게 분배함으로써 시간과 공간을 최소한으로 투자하고 최대의 효율을 내어 지속 운영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확장 가능성

  이제는 어느 정도 지속 가능성을 높였기에 확장 가능성을 추구할 시점이라고 생각됩니다. 시간과 공간을 최소화하고 분업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었기에 2호점, 3호점은 물론이고 백화점 입점도 가능한 상태인 것이죠. 만약 확장을 한다면 신촌과 비슷한 환경인 대학교 주변 지역에 2호점을 낼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모교인 한국외대 부근에 2호점을 내면, 경희대와 시립대에서의 접근성도 좋으니까요. 여러 가지 것들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하하.

어떤 경영 철학을 가지고 가게를 운영하셨나요?


✔️근시안적 사고와 경로 의존성으로부터의 회피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오늘 당장의 이윤이 얼마인지', '얼마나 잃고 있는지'에 집중하다 보면 근시안적 시각을 갖게 되고, 유기체로 성장해야 할 조직이 무너져 폐업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더하여 이전의 경영 방식에 익숙해져 상황의 변화를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원래의 방식을 고수하는 경로 의존성이 높은 경영인일수록 성공적인 경영을 할 가능성은 낮아지죠. 그런데 사실 회사라는 곳은 근시안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이 모여 있는 집단이고, 그 집단을 경영 체제와 시스템을 통해서 통제해야 하는 곳입니다. 이러한 회사에서의 균형은 사실, 조직원 개개인이 자신의 이득과 회사의 이득 사이에서 조화를 이루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바탕으로 두고 각자의 욕심이 양쪽 끝에 위치하면서 맞춰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바로 조직 생활이고요.


✔️인간의 욕심을 합리적으로 이용하는 방법

  이러한 조직에서 오래 일해 온 저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만나 볼 수 있었고, 동시에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에서 비롯되는 비합리적 의사 결정을 캐치하고 컨트롤하는 최고 의사 결정권자의 역할에 대해서도 그 중요성을 느껴왔습니다. 저는 호밀밭의 최고 의사 결정권자로서, 직원을 고용할 때도 ‘내가 잘해주니까 너도 잘해주겠지’와 같은 나이브한 생각은 지양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사람도 그 사람 자체의 욕심과 이기심이 있고 우리 가게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존재하기에, 그것들을 어떻게 짜서 이 조직 내에 넣느냐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렇게 조직 내 개인들의 욕심을 적절하게 충족시켜주고 통제함으로써 의사 결정의 오류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직원들의 개인적인 욕심을 컨트롤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충분히 써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하프 근무하는 날은 한 끼, 풀타임 근무하는 날은 두 끼를 모두 먹고 싶은 음식으로 시켜주는 것부터 명절에 보너스를 주는 것까지, 직원들의 욕심을 어느 정도 충족할 수 있을 만큼 챙겨줍니다.


✔️ 회사는 사교모임이 아니다.

  그러면 직원은 두 가지 반응을 할 수 있겠죠. ‘개꿀이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감사하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전 그런 개인의 감정을 믿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 사람이 감사하다고 표현한 것을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 되고, 안일하게 이익만 챙기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 나의 의심을 믿어서도 안 되는 것이죠. 그저 제가 직원들에게 주는 혜택들을 통해서 내가 요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모든 건 기브앤테이크죠. 가게, 직장이 사교 모임은 아니거든요. 나는 상대방의 필요를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충족을 시켜주고, 상대방은 이 가게라는 조직이 필요로 하는 수요를 충족시켜주면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즈니스 통찰력 끌어내기 + 경영 개념 응용하기

사장님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우사보는 크게 두 가지 개념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1. 의사 결정 과정의 오류

      ▸합리적 의사 결정이 어려운 이유
      ▸의사 결정 과정의 오류
      ▸의사 결정 과정의 오류를 발생시키는 조직적 제약
      ▸합리적 의사 결정 과정 6단계

  2. 장인 경영 체계와 시스템 경영 체계

      ▸일본의 장인 경영 체계와 산업 간의 적합성

      ▸시스템 경영

      ▸호밀밭 경영 방식의 변화

의사 결정 과정의 오류

  사장님께서 언급하신 근시안적 사고, 경로 의존성은 의사 결정 과정 속에서 볼 수 있는 오류들인데요. 우사보는 경영학의 한 분야인 '조직행동론'을 통해 다양한 오류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합리적 의사 결정이 어려운 이유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사실 사공이 한 명이더라도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것은 바로 모든 정보를 알지 못한다는 한계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각자의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사공을 모은다면 어떻게 될까요? 배가 산으로 가겠죠. 무수히 많은 사공이 한데 모여 정보를 수집하더라도, 가능한 대안을 모두 검토하여 의사 결정을 내리기에는 여전히 시간과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조직에도 같은 제약이 생깁니다. 정보량은 늘어나지만 시간과 공간의 제약은 여전합니다. 게다가 조직은 복잡한 구조를 띱니다. 상명하복 형태의 조직이라면 의견을 펼치는 것부터 힘들어지죠. 의견을 펼치더라도, 개개인의 이해 관계에 따라 달라지는 의견 대립을 조율해야 합니다. 개인은 결국 조직이 아닌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거나 주관적인 편향에 사로잡히기 때문입니다.


✔️의사 결정 과정의 오류

조직에서 생기는 의사 결정 과정의 오류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1. Overconfidence Bias (과신 편향) : 사람들이 자신의 지식, 능력, 판단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2. Anchoring Bias (기준점 편향) : 사람들이 정보를 평가하거나 결정을 내릴 때 처음 접한 정보(앵커)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anchor는 닻을 의미하는데요. 닻을 내리면 배가 닻 주위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현상에서 비롯된 용어입니다.
  3. Confirmation Bias (확증 편향) : 사람들이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 더 주목하고,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4. Availability Bias (가용성 편향) : 사람들이 기억하기 쉽거나 최근에 접한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5. Escalation of Commitment bias (몰입상승 오류) : 이미 투자한 시간, 노력, 자원 등에 대한 손실을 인정하기 어려워서 실패한 결정이나 프로젝트에 계속해서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6. Randomness Error (무작위 오차) : 사람들이 순수한 우연의 사건들 속에서도 패턴이나 의도를 찾아내려는 경향을 말합니다.
  7. Risk Aversion (위험 회피) : 사람들이 손실이나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해 안전한 선택을 선호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8. Hindsight Bias (사후 과잉 확신 편향) : 사람들이 사건이 일어난 후에 그 사건의 결과가 사전에 예측 가능했다고 믿는 경향을 말합니다.

의사 결정 과정의 오류를 발생시키는 조직적 제약

  의사 결정은 다양한 변수로부터 영향을 받습니다. 개인적인 변수라고 함은 문화적 차이, 성별, 정신적 능력 등을 일컬을 수 있습니다. 우사보는 의사 결정에 영향을 주는 조직적인 변수들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성과 평가 시스템과 보상 시스템 
  위 두 시스템은 양날의 검과 같은 존재입니다.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는 동시에 조직의 성장을 저해할 수도 있기 때문인데요. 성과 평가 시스템의 경우, 뛰어난 성과를 목표로 하기보다 낮은 성과를 피하는 것이 목표가 되는 현상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보상 시스템은 흔히 '인센티브 제도'로 많이 이루어지는데요. 이는 사장님께서 언급하신 근시안적 시각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또한, 과도한 경쟁을 초래하여 조직 내 정보 공유를 어렵게 만들고 인센티브를 받지 못한 조직원들의 사기를 저하하기도 합니다.
공식적인 규정
  복장 규율부터 사소한 업무 처리 방식까지 조직 내 대부분의 사항을 공식적인 규정으로 설정하는 것은 조직원 개인의 의사 결정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 뿐만 아니라, 조직 전체의 유연성과 창의성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시스템으로 인한 시간 제약
  대부분의 업무에는 시간 제약이 존재합니다. 이로 인해, 의사 결정에 필요한 대안들을 충분히 도출하고 검토하는 것이 어려워집니다.
과거의 축적
  규모가 크고 역사가 긴 기업일수록 많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의사 결정을 할 때에 지난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정하는 것은 의사 결정의 방향성을 고착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지요. 올해 예산을 바탕으로 내년 예산을 짜는 것처럼요.
  

합리적 의사 결정을 위해서는? 합리적 의사 결정 과정 6단계

  인간과 조직이 100%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음을 알아봤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다음은 합리적 의사 결정 과정의 6단계입니다.
  1. 문제를 정의하기
  2. 결정 기준 파악하기
  3. 기준의 우선 순위 정하기
  4. 대안 마련하기
  5. 대안 평가하기
  6. 최고의 대안 선택하기

출처-Stephen P. Robbins•Timothy A. Judge, Organizational Behavior, UPDATED EIGHTEENTH EDITION



* 예를 들어, 지난달 매출이 저조한 상황을 타개하려는 옷 가게 사장님이 되었다고 생각해 봅시다.

<문제를 정의하기>

  지난 달 매출이 왜 저조한지,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해 봅니다. 옆에 다른 옷 가게가 생겼을 수도 있고, 유행이 바뀌었을 수도 있습니다. 우사보는 전자의 상황으로 상정해보겠습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경쟁 가게의 등장”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경쟁 가게는 저희의 가게와 비슷한 품목을 비슷한 가격에 다루는 가게입니다.


<결정 기준 파악하기>

  대안을 선택할 때 필요한 결정 기준을 파악합니다. 저희는 비용, 지속 가능성, 단기 유입 가능성을 기준으로 설정하겠습니다. 실제 상황에서는 더 많은 결정 기준이 필요하겠지만 편의상 3개로 설정했습니다.


<기준의 우선 순위 정하기>

  사실 옆 가게가 들어오기 전에는 장사가 잘 되었기 때문에, 비용은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정말 부러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죠.) 현 시점에서는 즉각적인 고객 유치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단기 유입 가능성을 1순위로 정하겠습니다. 심사숙고 끝에 결정한 우사보 옷 가게의 우선 순위는 '단기 유입 가능성 > 지속 가능성 > 비용' 입니다. 우선 순위에 맞춰 weight를 각각 10, 6, 4로 설정하겠습니다. 여기서 weight은 대안 1의 단기 유입 가능성과 지속 가능성 점수가 10점과 6점이 나왔을 때, 우선 순위대로 결정하는 것을 돕기 위하여 10점을 100점으로, 6점을 36점으로 환산하기 위해 사용됩니다.


<대안 마련하기>

  어떤 방법들이 있을지 직원들과 있을지 고민해봅니다. 직원 2명과 사장님이 하나씩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직원 A. 초특가 프로모션 진행하기

      직원 B. 전단지 나눠주기

      사장님. 인형 탈 쓰고 홍보하기


<대안 평가하기>

 직원들과 함께 평가를 시작합니다.

  • 초특가 프로모션은 비용은 많이 들지만 확실한 고객 유치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비용이 높아 지속적으로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 전단지를 나눠주는 것이 유입을 많이 높일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는 지속 가능한 대안인 것 같습니다. 비용은 그렇게 많이 들지도, 적게 들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 인형 탈을 쓰고 홍보하는 것은 호기심을 자극해 어느 정도 고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인형 탈을 쓰는 기간이 길어지면 호기심을 자극하는 정도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돼 지속 가능성 역시 낮을 것입니다. 비용을 세 대안 중 가장 적게 들 것 같습니다.

<최고의 대안 선택하기>

  평가한 것을 바탕으로 점수를 매겨 초특가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사실 사장님은 인형 탈을 써보고 싶어서 '인형 탈' 대안이 가장 끌렸고 직원들은 손님이 대거 유입되는 '초특가 프로모션'보다는 '전단지 나눠주기' 대안이 가장 끌렸는데요.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 '초특가 프로모션'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합리적인 의사 결정 과정을 간단하게 소개해 드렸습니다. 실제 상황에서는 앞선 예시와는 달리 기준 정하는 것부터 우선 순위 정하기, 평가하기까지가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한 번쯤은 직관적인 의사 결정에서 벗어나 보다 합리적인 결정 과정을 시도해보고 싶으신 분이라면, 위와 같은 6가지 단계를 통해 결론을 도출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장인 경영 체계와 시스템 경영 체계


✔️일본의 장인 경영 체계와 산업 간의 적합성

  일본의 장인 경영 체제는 전통적인 일본 기업 문화와 가치관을 반영한 경영 철학으로, 고품질 제품 생산과 근면성 등을 중시합니다. 고도의 기술과 노하우를 보유한 장인들의 손길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품질과 고객 만족을 추구하는 경영 철학입니다. 해당 경영 체계는 제품의 품질이 굉장히 높다는 장점이 있으며, 나아가 고객 만족도를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장인들의 전문성은, 기술력과 노하우를 보존하고 소수에게만 전수함으로써 기업의 경쟁력을 높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장인 경영 체계는 장인의 수작업에 의존하므로 생산량이 제한되어 대량 생산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더하여 고품질 제품을 만들기 위해 높은 기술과 노동력이 요구되므로, 인건비가 크게 증가한다는 단점도 존재합니다. 

  일부 산업군에서는 장인 경영 체계가 가지고 있는 강점이 도드라집니다. 의류 산업 브랜드에서 장인 경영 체계의 도입은 제품의 특별성과 희소성을 부각시키는데 기여합니다. 나아가 이러한 희소성은 제품의 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기준점을 높입니다. 이러한 제품은 구매 과정 자체가 특별한 경험으로 여겨지게끔 고객 경험을 디자인하며, 소비자들로 하여금 해당 제품의 소유를 통해 독특하고 특별한 경험을 느끼게 합니다. 
의류 상품의 특성상, 소비자는 오랜 시간 동안 제품을 사용할 수 있으며 상품 자체와 더불어 브랜드 명성까지 제공받는 느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고가 의류에 대한 투자의 가치를 보다 높이 인식하게 됩니다.
  그러나 식품업계, 특히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디저트류의 경우, 장인 경영 체계를 도입하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추가적인 금전적 및 비금전적 비용으로 인한 부담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디저트라는 상품을 비교적 덜 투자되는 소비품으로 인식할 수 있습니다. 디저트는 순간적인 즐거움을 제공하는 소비품으로 여겨지며, 일회성 소비로서의 성격이 강합니다. 이러한 상품군의 특성은 소비자들이 비싼 가격에 대해 좀 더 신중한 선택을 하도록 만듭니다. 산업군의 비교를 통해 우사보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산업군 및 제품의 특성에 따라 장인 경영 체계의 장점이나 단점이 다르게 드러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장인 경영 체계 자체의 옳고 그름보다는 산업군 및 제품과 해당 체계의 적합/부적합 여부를 판단해야 합니다.

✔️스템 경영

  시스템 경영(System Management)은 조직의 운영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최적화하기 위한 접근 방법입니다. 시스템이라는 말에 걸맞게, 해당 경영 체계는 전체적인 조직의 프로세스, 자원, 인력을 효율적으로 조직하여 목표를 달성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시스템 경영의 핵심은 조직 전체를 하나의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인식하고, 이를 통해 지속적인 개선과 고객 만족을 실현하는 것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시스템 경영 체계에 적합한 산업군은 무엇이 있을까요? 다들 예상하셨겠지만, 가장 대표적인 산업군은 제조업입니다. 이해하시기 쉽게 자동차 제조업을 예로 들어 설명드리겠습니다. 자동차 제조업은 대규모 생산이 필요하므로 효율적인 생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따라서 생산 라인을 자동화하고 Lean manufacturing 원칙에 따라 생산성을 최대화하는 동시에 재고를 최소화하고자 합니다. 자동차 제조에 필요한 인력을 작업마다 적절히 할당하고, 그에 맞는 교육 및 훈련을 통해 주어진 작업을 정확하게 수행해 나가도록 합니다. 더하여 시간 및 공간의 효율을 위해 주요한 자재를 제외한 부품 등은 협력 업체와의 공급망을 구축하여 안정적으로 공급받습니다. 이렇듯 시스템 경영 체계의 경우, 비교적 규모가 크고 대량 생산이 필요한 산업군에 적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밀밭 경영 방식의 변화

  그렇다면 호밀밭은 어떤 경영 체제를 도입하고 있는 것일까요? 앞선 인터뷰를 통해서 힌트를 얻으셨겠지만, 호밀밭은 창업 당시 장인 경영 체제로 운영되었습니다. 이는 이전 사장님이 전문가로서의 숙련된 기술과 노력을 바탕으로 주메뉴 이외의 제품 역시 직접 생산하고 서비스하는 형태였습니다. 사장님이 팥을 삶는 것부터 사이드 메뉴인 케이크를 만드는 모든 과정을 혼자 담당하면서, 알바생의 역할은 주로 홀서빙에 한정되었습니다. 빙수 기계 역시 작동 방법이 복잡하여 사장님 외의 다른 직원들이 사용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러한 장인 경영 체제는 높은 제품 품질과 고객 만족도의 증진에 기여했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또한, 단일 생산자에 대한 의존으로 인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와도 이를 손에 쥐지 못했습니다. 나아가 장인(전 호밀밭 사장님)에게 주어지는 과도한 업무로 인해 발생한 심리적 및 신체적 부담감은 호밀밭이라는 가게 자체의 존립을 불투명하게 만들 수 있는 요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결국, 호밀밭의 장인 경영 체제는 고품질 제품을 생산하였지만, 사업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에 제약을 가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 사장님은 기존의 장인 경영 체제와 호밀밭 사이의 불일치를 인식하고, 이에 대응하여 시스템 경영 체제를 도입하였습니다. 이 체제 도입은 작동 방법이 복잡한 기계를 보다 사용하기 쉬운 제품으로 대체하고, 빙수 제조 프로세스에 대한 알바생들의 역할을 확장하여 생산 효율성을 높였습니다. 또한, 주 메뉴 이외의 상품은 외부 업체를 통해 아웃소싱함으로써 자체 생산에 필요한 시간과 자원을 절감하고, 주력 상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키오스크와 번호 호출기를 도입하여 주문 및 서비스 프로세스를 자동화함으로써 업무 수행 효율성을 향상시켰습니다. 이를 통해 호밀밭은 분업을 통한 효율적인 업무 수행이 가능하게 되었으며, 시간과 공간 제약을 최소화하였습니다. 시스템 경영 체제의 적용은 고품질 제품 생산과 지속 가능한 경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더불어 사업 확장 가능성을 높여 새로운 분점을 개설할 수 있는 기회를 창출하였습니다.

Chapter 2. 사장님의 여담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가게의 사장님이 되고 싶은가요?

늘 치열하게 스스로에 대해 묻고 생각해봤지만 전 여전히 저에 대해 모르거든요. 제가 무얼 하고 싶은지 생각하는 것도 어려운 질문인 것 같아요.

  그럼 인간 말고 다른 것으로 태어나고 싶은 것은?

그것도 굉장히 철학적인 질문이네요. (고민 중) 이 질문은 답을 못할 것 같은데. 하하.



이 업계의 신입에게 해주고 싶은 한 마디

  이 업계의 신입 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신입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학생일 때는 돈을 들여서 공부를 했잖아요. 그동안은 서비스를 받은 거죠. 그런데 이제 사회로 나가게 되면 스스로가 서비스를 해줘야 합니다. 그리고 그 대가로 돈을 받죠. 서비스를 해준다는 것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해준다는 말이고 그말은 즉슨, 상대방의 욕구를 채워준다는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원하지 않는 것을 해야 하는 상황들이 생기기 마련이에요. 만약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더라도, 그 일도 결국에는 상대방의 욕구를 채우는 일로 귀결됩니다. 예를 들어, 마케팅을 하고 싶어서 취직했는데 마케팅이라는 게 결국 회사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사장님의 욕구를 채우는 일이 되는 것처럼요. 그러니까 중요한 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도 하기 싫은 것들이 생기고, 그러한 하기 싫은 것들도 잘해낼 수 있는 힘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늘 하기 싫은 것도 잘해내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수빙수를 아시나요?

회 뜨는 분 아닌가요? 호밀밭 옛 사장인 제 친구와 자주 낚시를 가거든요. 그러면 회도 떠먹고 하니까 그 분이 누군지 알죠.

Chapter 3. 사장님의 내면

                         에필로그) 남들도 복잡한 내면을 가지고 있다

인생 영화, 드라마, 책, 음악은 무엇인가요? (택1)

  인생작이라는 게 하나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이라는 건 항상 변하기 마련이니까요. 인간이 가장 순수할 때는 태어났을 때입니다. 순수함이라 함은 똥 싸고 울고 배고프다고 울고 시도때도 없이 우는 것처럼 자기 욕구에 충실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순수한 인간이 사회를 경험하면서 계속 변해갑니다. 그래서 인생작도 이러한 변화와 함께 순차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인생 음악🎶)
  어렸을 때는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6번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가장 좋아했습니다. 그 다음에는 프로그레시브 록을 좋아해서 핑크 플로이드, 킹크림슨을 좋아했습니다. 그 후부터 지금까지는 메탈을 많이 듣습니다. 전에는 블랙메탈을 많이 듣다가 현재는 멜로딕 데스메탈을 좋아해서 아치에너미, 다크 트랭퀼리티 등의 노래를 듣고 있습니다.

인생 책📚)
  아주 어렸을 때는 에밀 슈트라우스의 단편집을 좋아했고, 그 다음에는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좋아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인생이 힘들어지면서 소설은 잘 안 읽히더라고요. 그래서 성경책을 많이 읽었고, 발터 벤야민의 아우라 이론이 나오는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이라는 논문을 좋아했습니다. 그 다음에는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의 '계몽의 변증법', 아도르노의 '부정의 변증법'이 인생책이 되었습니다. 그 다음 시기에는 니체의 '안티크리스트'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인생책으로 꼽고 싶습니다. 이런 철학책들을 많이 읽었던 것 같습니다.

인생 영화🎥)
  어렸을 때 알렌 파커의 '미드나잇 익스프레스'를  되게 감명 깊게 봤습니다. 당시 억압되어 있는 상황이었어서 그런지 몰라도 마약 소지로 터키 감옥에 갇혔다가 우여곡절 끝에 탈출하게 되는 스토리가 되게 좋았습니다. 시간이 좀 흘러서는 폴 해기스의 '크래쉬'라는 영화가 인생 영화가 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각종 인간 군상들을 보여줍니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바로 대답을 내릴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돈을 벌어서 뭐하지?'라는 생각을 하다 보면 돈을 많이 벌 필요가 없다는 답으로 좁혀지는 것 같습니다. 삶은 결국 유한하니까요. 
  제 인생관을 바꾼 건 쇼펜하우어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비싼 음식을 좋아하거나 소비를 즐기는 편도 아니라 돈을 많이 버는 게 어떤 가치를 가져다 주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거창한 가치들을 말하는 건 저랑 안 맞고요. 그럼 이 지점에서 드는 생각은 적어도 생명은 소중하다는 겁니다.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의 초반부에 나오는 이야기가 모든 생명체가 맹목적인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어떤 이유가 있어서 살아가기 보다 그저 맹목적인 거라는 거죠. 이것이 '내가 왜 사는가?'에 대한 답을 하기가 어려운 이유입니다. 그렇다고 죽기는 싫고. 결국 이런 의지들이 충돌하면서 살아간다고 생각합니다. 어렸을 때는 삶의 의미를 계속 고민하면서 형이상학적인 것, 실존주의적인 것에 매달렸는데, 나이가 들면서 느껴지는 건 결국 맹목적인 의지들이 충돌해서 살아가는 방식에 문제가 생긴다는 겁니다. 그렇다 보니 이러한 충돌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제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저와 딸의 관계에는 의지의 충돌이 생기죠. 사실 딸의 의지를 존중해야 하는데 저의 의지를 내세우다 보면 그게 강요가 되고 억압이 됩니다. 그래서 항상 이 균형을 맞추는 것을 중요시 생각합니다.


위의 가치를 위해 해본 일 혹은 할 수 있을 일은 무엇인가요?

  지금까지 돈 벌고 먹여 살리고 했던 것들이 균형을 맞추기 위한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욕심을 가지고 자아실현을 하고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직장 생활을 했다기 보다, 지금 하고 있는 걸 계속하자는 생각으로 임했습니다. 빈손으로 왔으니 최대한 빈손으로 가자는 생각인 거죠.
인생작 손민수하기

기우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6번 ‘비창’

‘40분이 넘는 길이’라는 진입장벽을 넘긴 사람들만이 가히 맛볼 수 있는 충격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음악이었습니다. 노트북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웅장하면서도 고요하고, 밝으면서도 절망적인 선율이 자아내는 정체 모를 분위기에 압도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 3악장 끝부분이 레전드라고 생각합니다.)


프로그레시브 록 핑크 플로이드 - shine on you crazy diamond와 Times

들으면서 제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하나의 생각은 ‘록이 감미로울 수 있는 장르였구나.’였습니다. ‘Times’에서 전주가 끝나고 보컬이 나올 땐 소름이 돋을만큼 좋아서 입을 벌리고 들었습니다. 록 장르는 시끄럽고 어지러운 음악뿐일 것이라고 판단했던 저의 무지하고 편협했던 생각을 반성할 수 있었습니다.


블랙 메탈 메이헴 - Freezing Moon

이 곡은 블랙 메탈 장르가 아직 제가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의 음악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해준 곡이었습니다. 절규하는 듯한 보컬이 시작되면서부터 더욱 기괴하고 충격적인 감정이 이리저리 휘몰아쳤어요. 음악으로 인간의 고통이나 심연을 가감없이 표현한 장르가 블랙 메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의 준비가 되었을 때 다시 한 번 들어보겠다 다짐하고 다음 장르로 빠르게 도망가버렸습니다. (죄송합니다.)


멜로딕 데스 메탈 아치 에너미 - Silverwing(안젤라 고소우 ver.)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보이스와 가사/메시지로 제 눈과 귀를 의심하게 만들었습니다. 거칠고 강도 높은 멜로디와 보컬로 ‘One for all, all for one. We are strong. We are one.’이라는 가사를 불러주니 뭔가 든든한 뒷배가 생긴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왜 메탈 음악을 듣으며 스트레스를 푸는 분들이 많은지 약간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 2편도 채 완성되지 않았지만 우사보의 ‘인생작 손민수하기’라는 파트를 통해 새롭게 경험하고 배우는 것이 참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인생작 손민수하기’가 아니었다면 제가 언제 클래식 음악과 록, 블랙 메탈 장르를 아울러 들어볼 수 있었을까요.

여러분도 꼭 도전해보시길 바랍니다.

마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

2악장 중간 부분 오케스트라와 함께 절정에 치닫는 순간을 느끼는 건 행운 같은 느낌입니다.

3악장이 끝날 때는 왠지 커피를 마시고 심장이 쿵쾅거리는 기분입니다.


프로그레시브 록 킹크림슨 - Epitaph

쓸쓸한 밤 트렌치 코트를 입은 자의 뒷모습이 그려지는 느낌, 그 사람은 나고, 방금 평생의 복수를 하고 왔는데 막상 성공하고 나니 괜히 쓸쓸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내 인생이 왜 이렇게 힘들지? 싶을 때, 어떤 영화 속 '쓸쓸한 주인공'이 된 것만 같은 기분으로 나를 위로하고 싶을 때, 비극만 담아놨지만 영화라는 이름으로 포장되는 위로가 받고 싶을 때 들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블랙 메탈 satyricon - K.I.N.G

악마가 저한테 소리치는 기분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컨디션이 좋은 제게 당장 노약자석에 앉아서 자리를 차지해버리라고 주장하는 느낌입니다.


멜로딕 데스 메탈 다크 트랭퀼리티

악마가 저한테 속삭이는 기분입니다.

지하철에서 같이 서있는 옆 사람과의 자리 전쟁에서 이기고 기쁨을 맛보며 즐기는 느낌입니다. 티낼 수 없는 절제된 기쁨이랄까요.

Chapter 4. 인터뷰와 인생작으로 보석 훔치기


기대하지 않는 것: 인간에 대해, 그리고 삶에 대해

 Stockdale Paradox. 미국 경영 전문가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한 회사들의 공통된 특징을 찾아내 이러한 이름을 붙였습니다. 역경에 처하게 되었을 때 그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정면 대응한 회사는 살아남은 반면, 조만간 일이 잘 풀릴 거라고 낙관한 회사들은 무너지고 말았다는 것으로, 이른바 '희망의 역설’이라는 뜻입니다. 
   ‘Stockdale Paradox’라는 단어에서 ‘Stockdale’은 베트남 전쟁 때 해군 폭격기 조종사로 하노이 힐턴 포로수용소에 갇혔던 미군 중 최고위 장교 James Stockdale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예상보다 많은 미군들이 포로수용소에서 죽어 나갔고, 이 이유에 대해 물어보는 질문에 7년 반을 견뎌 포로수용소를 빠져 나온 James Stockdale은 이렇게 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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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은 불필요하게 상황을 낙관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전에는 나갈 수 있을 거라고 믿다가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부활절이 되기 전에는 석방될 거라고 믿음을 이어 나가고 부활절이 지나면 추수감사절 이전에는 나가게 될 거라고 또 믿지만 그렇게 다시 크리스마스를 맞고 반복되는 상실감에 결국 죽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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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밀밭 사장님을 인터뷰하며, 전략경영 수업에서 배웠던 Stockdale Paradox 개념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간에 대해, 그리고 삶에 대해 기대하지 않는 사장님의 모습은 표면적으로 보면 굉장히 차갑고 거칠고 딱딱해 보입니다. 혹자는 ‘너무 비관적인 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우리는 아주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긍정과 낙관의 힘을 학습하고,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부정과 비관을 무조건 악한 것으로 치부해 왔습니다. 그러나 균형을 잃은 긍정은 오히려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왜곡시킬 수 있습니다. 막연한 긍정과 낙관은 우리로 하여금 부정적인 측면을 직시하는 것을 회피하고 간과하도록 만듭니다. 긍정과 낙관이라는 달콤한 꿀에 빠져 결국은 질식하게 되는 것이죠. 현명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선 종종 부정적인 사고의 힘을 빌려야 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무조건적인 기대, 지나친 낙관, 마냥 모든 것을 좋게 바라보는 긍정을 경계해야 합니다. 더하여 비관과 부정에 갇혀 재도약의 기회마저 놓쳐서도 안 되겠죠. 적절한 수준의 희망을 가진 채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냉철함으로 낙관의 꿀통에서 빠져 나올 수 있는 힘이 필요합니다. 현재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직시하는 능력과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 및 회복탄력성을 기른다면, 인간과 삶에 있어 긍정과 부정의 균형을 잡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남들도 복잡한 내면을 가지고 있다.

다들 기억하시련지 모르겠는데요, 우사보 구성 소개 게시물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2023년 큰 인기를 끌었던 '도둑맞은 집중력'이라는 책에 나온 ‘남들도 복잡한 내면을 가지고     있다.’라는 구절이 바로 ‘사장님의 내면’의 시발점이었습니다. (이 뉴스레터의 이름이 ‘우리동네

   사장님의 보석함’이 아닌 ‘남복내가’가 될 뻔한 사건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이걸 읽는 독자

   님은 모두 각자 당신만의 복잡한 내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계실 것입니다. 그리고 마찬

   가지로 내 주변의 모든 사람도, 같은 지하철에 탄 맞은편 사람도 독자님과 같이 복잡한 내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직도 이 단순한 사실이 왜 그리 인상 깊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무의식적으

   로 지녀오고 있던 자기중심적 시각을 이 문장이 꿰뚫어 보는 것 같아서일까요?”


  호밀밭 사장님을 인터뷰 하면서 '남들도 복잡한 내면을 가지고 있다.'라는 구절을 다시 곱씹게 되었습니다. 종종 들르던 빙수집 사장님이 사실 멜로딕 데스 메탈을 주로 듣고, 쇼펜하우어를 좋아하며, 25년간 직장 생활을 했던 사람이라는 것을 전에는 도통 알 수가 없었으니까요. 우리에게 타인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지만, 그 역시 복잡한 내면을 가진 자신만의 세계 속 주인공이라는 것이 당연하면서도 복잡미묘한 개념인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위로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루 일과를 끝내고 지친 몸으로 밤 늦게 집에 들어가는 길이었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횡단보도에 서 있는데 제가 내린 버스 안 사람들의 표정이 하나하나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어떤 웃음도 절망도 없는 표정이었고, 저런 표정을 어떻게 설명할까 생각해보면 그저 제 표정과 같았다고 말할 수 있겠더군요. 저 버스 안에 있는 다섯 명 남짓의 사람들이 각자의 세상 속에서 서로를 모른 채 비슷한 절망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나라는 육체를 벗어날 수 없는 지옥 같기도 하고 불가능을 관망함에서 오는 쾌락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의 고통을 내가 다 짊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다른 사람들도 못지않은 고통과 시련 속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이, 자신의 세계 속에서 모두 각자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위안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타인에 대한 조금의 연민, '너도 나처럼 복잡한 생각들을 하고 살구나, 가여운 것.'이라는 생각이 세상을 살아가는 또 하나의 사랑이 되는 것 같습니다.
사장님들의 보석을 훔쳐서 
매달 1, 3번째 일요일 전달드립니다.
우리동네 사장님의 보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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