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동물국회? 인줄 알았던 사건]
지금은 추억이 된(?) 법안 도장 받기, 법안 의안과 제출. 사실 이 사건 전에는 무려 14년이 지나도록 있는 줄도 몰랐던 '전자입법 발의 시스템'. 이 시스템을 통해 동물국회는 없어질 수도 있겠다 생각했었습니다. 모두가 황당했던 공수처 도입을 위한 '패스트트랙' 그 날의 이야기를 풀어봅니다.
[공수처, 패스트트랙, 그리고 동물국회 그 날의 이야기]
2019년 4월 25일 목요일 저녁. 국회에서는 3개의 전선이 형성됐다.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인 220호, 정치개혁특별위원회장인 445호, 그리고 법안을 접수하는 국회 의안과인 701호.
우선 사태의 이해를 위해서 간단한 설명을 한다면, 그 날의 핵심은 다음과 같았다.
- 국회 의안과에 법안을 접수시켜서 두 개의 특별위원회에 접수된 법안으로 전달한다.
- 각 특별위원회에서는 회의를 개최하고 의안과에서 접수된 법안을 받아 논의 후 투표를 통해 안건으로 상정한다.
국회 의안과 사무실 앞(701호)에서는 접수를 막으려는 자유한국당이 아예 의안과 사무실로 들어가서 문을 닫아버리고 문 앞에서는 인간 스크럼을 짜서 서류를 제출하러 들어오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각 특별위원회 쪽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이 회의장(220호, 445호)에 들어가서 회의를 열어야 하는데 자유한국당이 회의실로 못들어 가도록 막아버렸다. 그러다 보니 뚫으려는 측과 막으려는 측이 몸싸움을 벌인 것이다.
꼭 저렇게 해야 하나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겠지만, 모든 국회 절차(방법, 장소, 정족수 등)는 법에 의해 규정이 되어있어서 임의로 할 수가 없다. 결국 그렇게 새벽까지 밀고 당기고 문을 부수려고 하는 등,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여 부상당해 실려 나가고 하는 동물국회가 된 것이다.
결국에는 민주당이 못 뚫었다. 새벽까지 너무 추한 꼴을 양측이 보여서 그런지 민주당이 일단 철수했고 그 날 자유한국당은 환호성을 질렀다.
그런데 다음 날…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내부 망을 통해 온라인으로 법안을 의안과에 접수시켜 버렸다.
법안을 제출하려면 국회 의안과에 가서 접수를 해야 하는데, 그 방법은 1)직접 서류 제출, 2)팩스로 제출, 그리고 3)국회 내부 망을 통해 온라인으로 제출하는 방법이 있었던 것이다!
직접 서류제출은 자유한국당이 의안과 앞을 몸으로 막아서 불가능하게 된 것이고, 팩스로 제출한 것도 이미 의안과 사무실을 점거한 자유한국당(정확히는 이은재 의원)이 가로채서 버리고 팩스기를 부수어서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마지막으로 국회 내부 망을 통해서 접수하는 방법이 있었지만, 새벽까지 몸싸움을 하면서도 아무도 이용할 생각을 안했다. 시스템만 만들어 두고 국회에서는 그 시스템을 단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익숙치 않았던 것이다.
어이없게(?)도 이번 사태에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법안을 제출함으로써 전날 국회 의안과에서 했던 몸싸움은 왜 한거야? 라는 냉소를 짓게 만들었다.
그렇다, 앞으로는 적어도 국회 의안과에 법안 제출하는 것을 두고 몸싸움을 벌일 일은 없어졌다. 국회를 몸싸움 장으로 만들었던 요인 중의 하나가 기술의 도입으로 인해 사라지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각 특별위원회가 회의장에 들어가서 회의를 여는 이슈에 대해서는? 아쉽게도 아직 국회에는 화상회의를 정식 절차로서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만일 국회의 절차 진행이 온라인으로도 가능하게 된다면, 즉,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유비쿼터스적인 환경과 절차가 국회에 도입이 된다면, 이제 굳이 회의장을 못들어가도록 몸으로 막을 필요도 없어지고 몸싸움이라는 물리적인 충돌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 국회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인터넷 선을 끊어버리는 극단적인 일을 할 수도 있겠다.
과거 국회에서 몸싸움이 일어났던 사례를 살펴보면 정치세력간의 합의가 결렬 되어 한 측이 일방적으로 절차를 진행하고자 할 때 다른 측에서 막으면서 발생한 것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즉,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유발됐던 것이다.
이번 사태의 진행을 통해 언젠가는 기술의 발전과 도입을 통해 동물, 폭력 국회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도 있다는 희망찬(?) 미래를 기대해볼 수 있겠다. 그렇게 된다면, 좀 더 합의의 중요성이 커지게 되어 인내심을 기르고 양보를 하는 국회 그리고 국민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과거 셀럽 팀원의 기고문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