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6월 6일 현충일 휴일에 여러분을 찾아뵙습니다. 오이레터는 1년 52주 발행되므로 휴일에도 쉬지 않고 전달됩니다. 오늘은 이의철의 ‘직업환경의학과 일터건강관리(OEM and Healthcare in Workplace)’ 2편을 전해드립니다. 그리고 지난호 기사에 대한 피드백도 소개드립니다.

오이레터 12호
생활습관의학은 직업환경의학과 상충할까?
 이의철의 직업환경의학과 일터건강관리 2편


“생활습관의학은 산업의학의 반대야!”


2017년 ‘특수건강진단 검사항목 현행화 및 실무지침 개정’ 연구에 참여하면서 한 선배 교수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입니다.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들이 특수건강진단을 통해 일하는 사람들의 건강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생활습관의학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저의 의견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이었습니다.

저는 생활습관의학을 산업의학, 혹은 직업환경의학의 반대라고 규정하는 것에 적잖이 놀랐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꽤 흥미롭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직업환경의학과 저보다 한참 선배인 그 교수님이 생각하는 직업환경의학이 꽤 다를 수 있고, 그로 인해 특수건강진단 및 직업건강시스템을 바라보는 관점도 상당히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상지질혈증 검진주기 논란


당시 특수건강진단을 둘러싼 논의가 촉발된 배경 중 하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이하 건보 건강검진)에서 이상지질혈증 검사횟수의 축소가 있었습니다. 비사무직 근로자의 경우 건보 건강검진을 통해서 매년 이상지질혈증 검사를 해왔습니다. 그 덕분에 특수건강진단에서 이상지질혈증 검사를 하지 않더라도 건보 건강검진의 이상지질혈증 검사까지 참고하여 건강상담을 할 수 있었는데, 이제 그 검사를 4년마다 하게 된 것입니다. 뇌심혈관질환 발병위험도 평가도 1~3년전 이상지질혈증 검사 결과를 참고해야 해서 졸지에 난감한 상황이 되어버린 겁니다.

뿐만 아니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요단백 검사나 혈청 크레아티닌 검사도 건강검진 항목에서 제외하려는 논의도 진행했었습니다. 이상지질혈증이나 요단백 검사를 매년 해 봤자 큰 이득이 없으니 차라리 검사 횟수를 줄여, 절약한 비용으로 개인별 맞춤형 검사를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이상지질혈증의 경우 매년 검사를 해도 수치가 개선되지 않으니 4년마다 검사를 해도 된다는 논리인 겁니다.


[의협신문] 이상지질혈증 검진주기 2년→4년 연장, 개원가 불만 고조. 2018.9

[의사신문] 이상지질혈증 국가검진 주기 2년으로 되돌려야...관련 수가 신설도 시급. 2021.11

[메디컬옵저버] 고혈압∙당뇨 알지만 이상지질혈증 '글쎄'...질환 인지도 낮아. 2022.9

검사를 반복해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개선되지 않은 이유


검사를 반복해도 수검자들 혹은 근로자들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검사를 너무 자주 했기 때문이 아니라,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출 수 있는 제대로 된 건강진단 사후관리가 뒤따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상지질혈증은 고혈압과 더불어 한국에서 2번째로 가장 많은 사망자를 유발하는 심뇌혈관질환의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콜레스테롤 검사를 4년마다 하도록 한 결정은 본말이 전도된 결정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일반인은 이상지질혈증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특별히 증상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러니 당연히 관리가 소홀해지고, 이상지질혈증이 있다고 알려도 개선되기는 커녕 몇 년에 걸쳐 서서히 상태가 악화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면 보건당국과 의사들은 유소견자들에게 이상지질혈증의 중요성, 이상지질혈증이 발생한 원인, 이상지질혈증을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는 생활습관의학적 관리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애써야 했습니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관리를 위해 한 걸음 더 내딛기보다는 아예 포기하는 선택을 했습니다.



특수건강진단도 개선하고 있다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해


상황이 이렇다 보니, 특수건강진단도 그 존재 이유를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건보 건강검진에서 사라지는 항목들을 특수건강진단에서 흡수해 매년 검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했는데, 특수건강진단을 받는 근로자들의 경우에도 이상지질혈증 검사를 통해 콜레스테롤 수치가 더 개선된다는 결과를 제시하기 어려웠습니다. 특수건강진단의 경우 건보 건강검진보다 유소견자를 좀 더 꼼꼼하게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어 있기는 하지만, 눈에 띌 정도의 분명한 성과를 내고 있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관리할 수 있는 구조는 있지만,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들이 이를 활용해 성과를 낼 수 있는 실효성 있는 구조도 아닐 뿐더러, 이상지질혈증을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는 생활습관의학적 관리방법이 아직 국내에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앞서 살펴본 것처럼 직업환경의학의 역할에 대해서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들 사이의 견해도 다양했습니다. 


2017년 ‘특수건강진단 검사항목 현행화 및 실무지침 개정’ 연구는 충분한 논의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단 몇 개월 만에 보고서를 제출하며 마무리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해당 보고서를 보고 싶으시면 링크는 아래를 클릭하세요


2017년 ‘특수건강진단 검사항목 현행화 및 실무지침 개정’ 보고서 요약

2017년 ‘특수건강진단 검사항목 현행화 및 실무지침 개정’ 보고서 다운로드



업무적 요인과 개인적 요인의 대립


이제 다시 “생활습관의학은 산업의학의 반대야!”라는 말에 대해 살펴볼까 합니다. 그 교수님은 직업환경의학은 외부 환경적 요인의 영향에 의한 건강영향을 판단하고, 그 외부적 요인을 관리하는 분야인데, 생활습관은 외부적 요인이 아니라 근로자 개인의 내재적 요인이기 때문에 정반대일 수 있다는 논리였습니다. 가령 어떤 근로자가 유기용제를 취급하다 간수치가 증가했을 경우, 직업환경의학의 관점은 유기용제의 영향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반면 생활습관의학의 관점은 그 근로자가 음주를 하는지, 신체활동은 어떤지, 지방간을 유발할 수 있는 음식들을 많이 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의 다양한 생활습관 요인에 더 집중하기 때문에 직업환경의학의 반대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들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나 근로복지공단 자문을 통해 끊임없이 업무적 요인과 개인적 요인에 대한 경중을 따지며 업무관련성 평가를 합니다. 이때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들은 사회적 약자인 근로자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치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해 다시 생산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업무적 요인에 대해 좀 더 고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면에서 그 교수님의 견해에 저도 일정 부분 공감합니다.



특수건강진단의 목표는 노동자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


그러나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업무관련성 평가만은 아닙니다. 업무적으로 노출되는 유해인자로 인한 문제보다, 좋지 않은 생활습관들이 근로자들의 건강을 악화시키거나 업무적 유해인자의 건강영향을 더욱 증폭시키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뇌심혈관질환입니다. 뇌심혈관질환은 업무관련성 유무와 상관없이 근로자 개인에게 매우 큰 피해를 남기고, 사업장에도 매우 큰 부담을 초래하고, 작업현장에서의 생산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설사 교대근무나, 과로, 직무스트레스, 다양한 화학물질과 관련하여 업무관련성을 인정받아 치료비를 지원받는다 하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입니다. 사망하게 된 경우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모든 수단을 동원에서 뇌심혈관질환을 예방하고, 설사 발병하더라도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는 다른 어떤 의사들보다 근로자들에 대한 애정이 크고, 사업장의 상황을 잘 압니다. 그리고 진료실이 아닌 일터에서 당장 약물치료가 필요한 상태는 아니지만 관리가 필요한 근로자들을 만날 기회가 많습니다. 어떤 의사보다 생활습관의학을 적용하기 좋은 조건에 있습니다.


두 가지 걸림돌


하지만 크게 두 가지 걸림돌이 있습니다. 하나는 직업환경의학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이고, 다른 하나는 생활습관의학에 대한 이해 정도입니다. 생활습관의학을 직업환경의학의 반대, 즉 건강 문제의 원인을 근로자 개인에게 돌리는 의학으로 바라본다면, 생활습관개선에 우호적인 태도를 갖기 어렵습니다. 특히 열악한 근로환경과 근무조건(늦은 급여, 장시간 노동 등)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을 만나면 생활습관의학적 상담을 하는 것이 사치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현행 제도에서는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가 근로자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와 상담 시간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 개인의 건강에 근로환경뿐만 아니라 생활습관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부인할 의사는 없습니다. 진정한 문제는 생활습관의학을 적용하기 어려운 조건입니다. 재해성 건강문제를 예방하는 것을 넘어 일하는 사람의 건강상태를 실질적으로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보다 진취적인 그림을 그려 나간다면 생활습관의학은 직업환경의학의 든든한 지원군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생활습관의학에 대한 이해 부족도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가 생활습관의학을 받아들이는 데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생활습관의학을 단지 건강한 생활습관이 무엇인지 근로자에게 설명하는 정도로 이해한다면, '이미 생활습관의학을 적용해왔는데 큰 효과는 없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기부여와 행동변화를 목표로 삼는 생활습관의학


지난 10여 년간 건강한 생활습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최대한 상세한 상담을 해왔지만, 실제 생활습관을 바꿔 만족할 만한 개선을 경험한 근로자들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투여한 노력에 비해 매우 비효율적인 성과입니다.

생활습관의학의 핵심은 동기부여와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정확한 사실 전달만으로는 행동이 변하지 않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사람들이 경각심을 느끼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변화를 실천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변화를 지속할 수 있는지가 생활습관의학의 주된 고민거리입니다.

의사들에게는 낯선 과제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의사들은 검사를 하고, 그 결과를 해석하고, 필요에 따라 약을 처방하거나 시술하는 것에 익숙합니다. 의료의 행위 주체는 의사이지 환자가 아닙니다. 하지만 생활습관을 바꿀 수 있는 것은 환자 자신이지 의사가 아닙니다. 때문에 기존의 의학 패러다임에서는 생활습관을 바꾸는 과정에서 의사 역할은 찾기 어렵습니다.



생활습관의학 적용의 좌충우돌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강한 생활습관에 대한 의사들의 지식이나 정보도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생활습관의학회에서는 식단, 신체활동, 수면, 스트레스 관리, 물질 의존(음주, 흡연), 사회적 관계로 구성된 6개의 생활습관을 건강하게 개선함으로써 질병의 예방 및 치료를 추구합니다. 약을 처방하듯이 환자들에게 건강한 생활습관을 적절히 처방해야 할 텐데, 어떻게 처방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지도 막연합니다.

필자의 경우 초기에 ‘최대 용량’의 생활습관 개선을 처방하다. 오히려 반감을 산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사업장 출입이 금지당하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환자의 준비 정도에 맞춰 생활습관 처방을 해야 했는데, 모든 지식을 쏟아붓는 방식의 처방을 했던 것입니다.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들이 생활습관의학의 달인이 된다면


만약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들이 생활습관의학의 달인이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건보 건강검진만 받는 사람들과 특수건강진단을 받는 사람들의 건강상태 개선 정도가 달라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얼마든지 근로자들의 건강관리에 필요한 검사도 할 수 있고, 더 많은 시간을 투여할 수 있는 다양한 직업건강 사업이나 제도의 도입도 주장할 수 있을 겁니다.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활동 영역이 더욱 넓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일하는 사람들을 건강하게 만드는 일, 일터를 건강하게 만드는 일은 결국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의 몫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을 감안하면, 피할 수 없는 과제이지 않을까요?



작가소개

이의철 선생님은 LG 에너지솔루션의 기술연구원 부속의원 원장으로 근무하고 계시는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입니다. 국제 생활습관의학 전문의(DipIBLM/KCLM)를 취득하셨고, 대한생활습관의학회 총무이사로 활동하고 있고, 차의과대학 통합의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생활습관의학’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저서로 <조금씩 천천히, 자연식물식>, <기후미식>이 있습니다.



독자 피드백과 편집인의 답변
오타에 대한 사과 말씀

지난 오이레터에서 편집인의 실수로 '오리레터'라는 중대한 오타가 발생한 점에 대해 사과 말씀을 드립니다. 본문에서 간혹 발견되는 오타가 있으나, 뉴스레터의 특성 상 발송된 이메일을 수정할 수 없었습니다. 최대한 완벽을 기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의철 작가님의 지난 원고에 대한 피드백

이의철 작가님의 <직업환경의학과 일터건강관리 1편 - 직업환경의학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생활습관의학>에 대한 구독자 피드백으로 다음과 같은 피드백이 전달되었습니다.
"생활습관의학관련 건강관리에 대하여 좋은 정보를 기대합니다."
"미국에서 생활습관의학회에 가입하는 법이나 경험 등을 다뤄주세요"

이의철 작가님은 1편과 2편을 통해서 생활습관의학을 소개하고, 생활습관의학을 둘러싼 오해에 대한 설명하였으며, 직업환경의학과 생활습관의학이 상호 보완적 관계라는 점에 대해 말씀해주셨습니다. 3편 부터는 본격적으로 생활습관의학을 다루어 주실 계획입니다.


송한수 작가님의 지난 원고에 대한 피드백

송한수 작가님의 <급성중독사건에서 산업보건전문가의 윤리>는 구체적인 사례로부터 전문가 윤리를 다루어 주었습니다. 이 기사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피드백이 전달되었습니다.
"민감한 문제를 잘 풀어낸 기사로, 매우 필요했던 레터입니다. 기자의 탁월한 레토릭과 논리 전개, 정리까지 훌륭합니다."
"정말 생각해볼만한 좋은 주제였습니다. 교수님 최고"
"이번 사례는 좋게 해결된 사례이지만, 잘못 풀어나갔던 사례를 타산지석의 관점에서 다루어주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많은 주제를 다양하게 다루어 주세요."
"산업보건 윤리적 딜레마에 대한 추가적인 케이스도 다루어 주세요"

칭찬과 긍정적 피드백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추후 기회가 되는 대로 산업보건 분야의 윤리적인 쟁점을 분석해보고, 대안을 모색해보는 기사를 꾸준하게 전달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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