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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중 몰래 녹음 인정될까


by 문혜정 변호사

안녕하세요. 오늘 뉴스레터에서는 피해아동의 부모가 교사의 수업시간 중 발언을 몰래 녹음한 파일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된 판례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피해아동의 담임교사인 피고인은 초등학교 3학년인 피해아동에게 수업시간 중 교실에서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아.”라고 말하는 등 정서적 학대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졌는데요. 피해아동의 부모는 피고인의 학대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피해아동의 가방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 피고인이 수업시간 중 교실에서 한 발언을 녹음하였습니다.


과연 이 녹음파일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지, 즉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이 있는지가 문제였는데요.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2항에서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 녹음’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죠.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은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제14조 제2항 및 제4조는 “제14조 제1항을 위반한 녹음에 의하여 취득한 대화의 내용은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라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원심은, 피고인이 30명 정도 상당수의 학생들을 상대로 발언하였고, 국민생활에 필요한 기초적인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초등학교 교육은 공공적인 성격을 가지므로 피고인이 수업시간 교실에서 한 발언이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의 ‘공개되지 아니한 대화’에 해당하지 않는 점, 피해아동의 부모와 피해아동은 밀접한 인적 관련이 있는 점, 피해아동의 부모는 피고인의 아동학대 행위 방지를 위하여 녹음에 이르게 되었고, 녹음 외에 별다른 유효적절한 수단이 없었으며, 아동학대 범죄의 사회적 해악을 고려하면 증거수집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점 등을 이유로 녹음파일 등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일부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피해아동의 부모가 몰래 녹음한 피고인의 수업시간 중 발언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하므로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봤습니다(대법원 2024. 1. 11. 선고 2020도1538 판결).


1) 초등학교 교실은 출입이 통제되는 공간이고, 수업시간 중 불특정 다수가 드나들 수 있는 장소가 아니며, 수업시간 중인 초등학교 교실에 학생이 아닌 제3자가 별다른 절차 없이 참석하여 담임교사의 발언 내용을 청취하는 것은 상정하기 어려우므로, 초등학교 담임교사가 교실에서 수업시간 중 한 발언은 통상적으로 교실 내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서 교실 내 학생들에게만 공개된 것일 뿐, 일반 공중이나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것이 아니다.

2) 피고인의 발언은 특정된 30명의 학생들에게만 공개되었을 뿐, 일반 공중이나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지 않았으므로, 대화자 내지 청취자가 다수였다는 사정만으로 ‘공개된 대화’로 평가할 수는 없고, 대화 내용이 공적인 성격을 갖는지 여부나 발언자가 공적 인물인지 여부 등은 ‘공개되지 않은 대화’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3) 피해아동의 부모는 피고인의 수업시간 중 발언의 상대방, 즉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한 당사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한편, 유명 웹툰작가가 특수교사를 아동학대로 고소한 사건에서 법원은 대법원의 판결과는 다르게 부모가 몰래 녹음한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였는데요(🔗관련기사). 앞으로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그럼 이상 뉴스레터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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