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뉴 이어.

우리 또 새로운 페이지에서 만났네.

 

나한테 달력의 첫 페이지를 넘기는 건, 새로운 다이어리에 글자를 써 내려가는 건, 설레면서도 용기가 필요한 행동인 것 같아. 시작을 잘 해내고 싶은 마음에서일까?

 

지난번에 너에게 편지를 보내고 나서 2022년도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찍어둔 사진들을 보면서 떠올려 봤어. 사진이 많아서 보는 데 한참 걸렸는데 돌아보니까 그래도 즐거운 일이 많더라고. 굵직한 일들은 기억이 많이 났지만 어떤 일들은 완전히 잊고 있다가 사진을 보고 그제야 떠올랐어. 꼭 한 해를 퍼즐로 맞추는 것 같아서 재미있더라.

 

잠시 책방을 닫고 떠났을 때의 사진도 있었어. 너도 기억나?

혼자서 여행도 가보고, 다른 책방들도 다녀왔다고 했잖아. 사진을 보니 그때 했던 생각들이 떠오르더라. 사실은 그때 우리 책방은 잘 있으려나 같은 생각을 종종 했거든. 맨날 오가던 산책길은 그대로인지, 미야랑 자주 가던 계곡이 마르지는 않았는지. 마을에 있었을 때는 매일 보는 일상이었으니까 크게 신경 쓰지 않았었는데, 멀리 나오니까 괜스레 걱정이 되지 뭐야. 웃기지. 평소에 찍어두던 곳들도 아닌데 말이야.

그렇게 발견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는 것 같아.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힘이 많이 드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소소하고 평범한 것들의 소중함을 알아채고 바라보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아. 자주 가던 산책길과 계곡처럼 아직 내가 보지 못하고 있는 것들이, 혹은 끝까지 보지 못하는 것들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어. 다 잃어버리기 전에 알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래서 내 올해 목표는 잠시 멈추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야. 발걸음을 잠시 멈추면 내가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곤 하잖아. 파란 하늘, 나를 둘러싼 시원한 공기, 가족과의 평범한 식사, 친구와의 시시콜콜한 대화. 오늘도 하루를 무사히 끝낸 나의 안녕 같은 것도 말이야.

 

일주일 전의 나와 달라진 건 해가 바뀌었다는 점밖에 없지만, 그래도 새로운 기분으로 너에게 나를 공표해 봤어. 무언가 계획하고 다짐하는 일을 잘하진 못하지만 혹시 알아? 내년에 사진을 다시 볼 때는 내가 말한 사람이 되어있을지.

 

목표가 크고 작은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그냥 우리가 행복하고 평안한, 평범해서 지루할 정도로 안온한 일상을 보내면 되는 거지. 그래도 새로운 해를 맞아 너도 뭔가 다짐한게 있다면 나한테 알려주라. 괜찮다싶으면 나도 따라 할거야! 난 따라쟁이니까.

 

하나 분명한 건, 난 올해도 너를 소중하게 바라보고 있을 거라는 것?

이만 줄이고 나는 내 시선을 기다리는 이들을 위해 산책을 떠나봐야겠어. 

 

올해도 잘 부탁해.

추신.

내가 새해를 맞이하면서 들었던 노래야. 너도 한 번 들어봐!


리에이크
ryric@rya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