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의 첫 독자님, 안녕하세요. 오늘 보내드리는 이 레터가 점선면 공식 '1호'입니다. 첫걸음부터 함께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저는 이번 주의 큐레이터 허남설 기자입니다. 딱 잘라 말하기 애매한 지점을 건드린 기사를 좋아해요.

독자님은 언제 내과 병원을 찾으시나요? 열이 높아도 찾고, 배가 아파도 찾고, 혈압 때문에 찾고... 심장, 소화기, 신장 등 다양한 신체기관이 내과 진료와 관련있죠. 그래서 사실 이런저런 이유로 자주 찾는 곳이 내과일 거예요. 하지만 이런 답을 사치처럼 느끼는 지역도 있습니다. 경상남도 산청군입니다.

지리산 끝자락에 자리한 이 지역을 아예 모르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산청군 주민들은 지역 의료원에 내과가 없어서 진료를 받으려면 거창군이나 진주시까지 가야 한다고 해요. 대중교통을 이용해 산청군에서 거창군까지 가려면 이래저래 2시간은 걸립니다.

산청군의 이런 현실은 이미 특별할 게 없어요. 강원도 ○○군, 전라남도 △△군, 경상북도 □□군, 이런 식으로 치환해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을 거예요. 그래서 지역 의료원들은 경쟁적으로 '의사 몸값'을 높이고 있습니다. 산청군은 3억6000만원을 제시했는데, 효과가 있을까요? 기사는 약 2분 분량입니다.

☑️ 경상남도 산청군이 연봉 3억6000만원을 내걸고 산청군 보건의료원에서 일할 내과 전문의를 찾고 있다.

☑️ 전국 보건의료원 평균 연봉보다 높지만, 지원자가 없어 채용 계획이 두 차례 무산됐다가 10개월 만에 지원자가 나타났다.

☑️ 채용이 또 무산되면 산청군 주민들은 지금처럼 진주나 거창에 가서 내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비슷한 내용을 담은 기사들의 댓글창을 열어봤어요. "의사들은 대체 얼마를 벌길래?" "외국인 의사 쓰면 안 되나?" 의사들을 비난하는 내용이 많이 보였습니다.

서울의 한 대형종합병원에서 의사로 재직 중인 지인에게 한번 물어봤습니다. 이 기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요.

지인은 기사를 찬찬히 읽어보더니, "내과 의사치고는 연봉이 센 편이네요. 서울에서는 이런 돈 절대 못 받아요"라고 하면서도 "메리트는 별로 없네요"라고 잘라 말하더군요. 이유를 물으니 답이 이랬습니다. "일단 지방이고, 주말에도 계속 당직 설 것 같고, 혼자 응급실 진료까지 다 커버(담당)해야 할 것 같은데요? '워라밸'이 좀..."

그러면서 어느 벽지에서는 청년 공중보건의(군 복무 대신 농어촌 보건소나 공공병원에 근무하는 의사자격 보유자) 2명이 응급실을 번갈아 지켜야 했는데, 매일 밤낮이 바뀌는 게 싫어 그냥 2주씩 하루 24시간을 일하기로 했다는 전설(?)을 들려줬습니다.

이 일화를 그대로 믿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공중보건의가 만성적으로 부족한 현실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18개월로 복무 기간이 짧아진 군을 택하는 사람이 늘었고, 의학전문대학원 출신 의사들이 대개 군 복무를 마친 상태인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하네요.

지역 의료격차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 인재를 발탁해 지역 의사로 일하게 하는 공공의대를 새로 만들거나, 의대 정원을 늘려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공공의대를 만든다고 해도 의사를 배출하기까지는 시간이 상당히 걸릴 거예요.

그 동안 산청군 주민들은 내과 의사를 찾아 3~4시간을 길에 쏟아야 합니다. 공공의료에 헌신하는 의사가 없는 현실에 분노하는 댓글도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당장의 해법은 역시 3억6000만원보다 더 '센' 연봉뿐일까요?

🔗 진료소장 혼자 492명을 돌본다···‘의료사막’을 아시나요

• 이런 숫자도 있습니다. 전라북도의 한 지역에서는 보건소장 한 명이 5개 마을에 사는 주민 492명을 돌봅니다. 뇌출혈로 쓰러졌다가 수술 가능한 병원을 찾아 80㎞를 넘게 달려야 했던 사연에 기가 막힙니다. '수도권 쏠림' 현상을 다뤘던 경향신문 기획 [절반의 한국]에서 '의료사막'을 찾아 쓴 기사입니다. 

독자님, 점선면에 첫 회부터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환영과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작은 이벤트를 마련했어요. 독자님 열 분께 점선면팀이 직접 고른 추천 도서와 선물을 담은 기프트박스를 보내드리고자 합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오는 일요일(2월 12일)까지 응모해주시면 됩니다. 다음 주 화요일(2월 14일) 당첨자를 발표하고, 당첨자분들께는 남겨주신 연락처로 메시지를 드릴게요. 이때 꼭 응답해 주셔야 주소를 확인해 선물을 보내드릴 수 있습니다.

📝 소중한 의견 남겨주신 기사는 8000자가 넘는 꽤 긴 기사였어요. 읽는 데만 10분 넘게 걸릴 기사였는데, 재해 현장 노동자들의 고통에 관심을 갖고 읽어주신 독자님들께 정말 깊은 감동을 느꼈어요. 길지만 꼭 해야 할 이야기를 담은 기사가 읽히기가 쉽지 않은 시대예요. 그래도 이렇게 완독해 주시는 독자님들께 점선면팀은 보다 나은 큐레이션으로 보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