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변방연극제
2026 Seoul Marginal Theatre Festival
잡말레터 시즌 4 (Feat. 잡담)

안녕하세요. 잡말레터 시즌4 에디터 서령입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는 정말 같은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걸까? 여기서 말하는 시간은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 가까운 것 같기도 합니다. 동시대. 동시대성이란 무엇일까요? 흔히들 같은 연도와 같은 사회를 살아간다고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시간은 모두에게 같은 속도로 흘러가지 않죠. 결국 동시대란 같은 시계를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간들이 함께 존재하고 있는 상태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잡말레터 시즌4는 글 대신 영상으로 찾아갑니다.

같은 시대 안에서 각기 다른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보았는데요. 아마 이미 잘 알고 계신 분들에게는 조금 뻔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 특별한 결론이 있는 이야기도 아닐 거예요. 그냥 틀어두고 밥을 먹거나, 이동하면서 듣다가 “아, 이 사람은 이렇게 살고 있구나.” 하고 지나가셔도 좋겠습니다. 어쩌면 축제를 보러 오는 길에 함께해도 좋겠네요. 그럼 2026 잡말레터 (feat. 잡담) 잘 부탁드립니다.

어루인 | 트랜스/젠더/퀴어연구소 소장, 연구자

루인을 아시나요?

연극을 보러 다니다 보면, 특히 퀴어 연극을 자주 보시는 분들은 분명 루인을 한 번쯤 마주쳤을 것 같기도 한데요. 루인을 떠올리면 배지가 주렁주렁 달린, 화려하고 큰 배낭을 등에 메고, 양어깨에 보조 가방을 하나씩, 때로는 손에도 추가로 가방이 들려 있기도 한 모습이 그려집니다. 멀리서 보면 가방이 걸어오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었는데요.


‘아니, 공연 보러 오면서 뭘 이렇게 많이 들고 오는 거지? 평소에 왜 이렇게 짐을 많이 지고 다니는 거지?’ 하는 생각도 내심 들었답니다. 대체 저 가방 안에 뭐가 들어있는 걸까! 사실 잡담은 핑계고, 그 가방 안이 너무 궁금해서 루인을 만나고 싶었던 것도 과언이 아닙니다.


루인과 이렇게 오래 다양하게 대화를 나눈 건 처음이었는데, 루인은 정말 용감한 사람 같아요. 조용하게 용감한 사람? 못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흥미를 느끼고 있는 것에 끝없이 파고들 수 있고,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여러 사건을 몸에 새기며 꾸준하게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해요.


특히 오랫동안 활동해 온 사람의 입에서 ‘희망’이라는 말을 듣는 게 저는 참 인상적이었어요. 쉽지만은 않았을 그런 시간을 살아왔음에도 루인은 빛나는 표정으로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살다 보면 희망을 잃게 되는 순간이 참 많이 찾아오곤 하잖아요. 그런데도 세대를 넘어선 희망을 이야기하는 루인을 보며 저도 모르게 그 단어를 곱씹게 되더라고요. 루인의 문장 중 하나를 공유해봅니다.


“저는 희망은 매우 중요한 저항의 힘이라고 믿습니다. (중략) 이 희망은 당장 바뀔 거라고 하는 희망은 아닌 것 같아요. 긴 시간 동안 꾸준히 가면서 살아생전 나는 못 볼 수 있는데 그 다음에 누군가는 그걸 보고 누릴 수 있다면 그러면 되는 것 아닌가?”

[에디터 잡담_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더니]

루인과는 이번에 처음 만난 게 아니라고 해야 할지, 처음 만났다고 해야 할지 참 애매한 지점이 있어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저희는 옷깃만 수십번 스친 것 같아요.


축제에서도 여러 번 스쳤고, 공연장에서도 종종 스쳤고, 루인이 강의하는 아카데미에서도 스쳤고, 루인이 제가 하는 연극을 보러 오기도 했었고요. 그런데 마주치면 어색한 웃음과 함께, 인사만 하고 지나가는 사이? 루인이 준 뱃지를 제가 가방에 달고 다니는 그런 사이? 과연 루인이 절 알고 있는지도 헷갈렸는데요.


그래서 이번 잡담으로 사실상 루인과 제가 제대로 처음 만났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이렇게 길게 대화하는 건 처음이었는데 대화 나누는 것 자체가 굉장히 즐겁더라고요. 그동안은 사실 학술적이고 공적인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루인만 보아왔고, 따로 사담을 전혀 나누지 않았었는데, 이번에 만난 루인은 굉장히 이상한 사람이었어요. 아주 웃기고요.

영상이 다소 길지만 꽤나 재미있으니, 시간을 내어주신다면 고맙겠습니다!

축제 소식  
  

축제는 올해 개막파티 대신 일요일마다 “일찍 일어나는 새를 위한 변개모임🕊️”을 열었답니다. 축제 참여자 분들과 단편한글, 정기 후원자 등등 함께 축제를 꾸려가고 있는 분들과 만나서 인사하는 자리였어요.

케이터링은 ‘옥토’에서 준비해주셨는데요. 상월곡역에 있으니 변개모임의 음식이 궁금하시다면 한번 들러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매우 맛있어서 든든한 하루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서울변방연극제
Seoul Marginal Theatre Festival
malginal_theatr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