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하는 제가 사랑하는 수다 상대입니다. 전화하면 한두 시간 뚝딱입니다. 이미 너덜너덜해진 옛날이야기와 우리가 아니라면 함부로 꺼낼 수 없는 아픈 이야기를 나누는데도 매번 깔깔 웃곤 합니다. 인생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참 소중한 벗이지요. 산하에게는 거대하고 감사한 빚이 잔뜩 쌓여있습니다. 난감하거나 화가 나는 순간 산하를 찾게 되거든요. 그럼 늘 알맞은 위로로 어지럽혀진 마음을 제자리로 돌려놔주곤 합니다. 산하는 요즘 뜬구름을 잡고 있습니다. 영화 평론의 척척석사가 되는 중이거든요. 어느날 산하가 곽영빈 평론가의 글을 보여주었습니다. 구름의 유물론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그때 이 구절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로 말하면 두 팔이 부러졌다. 구름을 껴 안느라고.’
그제야 명확하게 내뱉을 수 있었습니다. 팔이 부러질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당신을 매우 존경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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