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중국🇨🇳 테크/전기차 주 매수해도 괜찮나요?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미국 주식 상담소

2021. 9. 5. 해가 지고 해가 뜬 이후

어서오세요, 여기는 [미국 주식 상담소]입니다.

첫 번째 상담을 마치고 낮을 보내고 다시 밤을 보내며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드는 일이네', '이게 여러분께 도움이 될까?' 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치만 무엇하나도 확신할 수 없었어요.

장고 이후 내린 한가지 결론은 이거예요.

"나에게, 나의 성장에는 분명 도움이 된다."

이렇게 여러분들께 메일을 보내면서 스스로의 나태(idleness)가 나음(betterness)으로 가고 있음을 느껴요. 일단은 이것을 기쁨으로 여기려고요.

그럼 향상심을 품은 두 번째 상담, 지금 시작하겠습니다.

Q. 안녕하세요. 올해 초부터 미국 주식을 시작한 주린이입니다. 중국 정부 때문에 알리바바 같은 중국 테크 주식 가격이 많이 떨어졌던데.. 지금 매수해도 괜찮을까요?

아시다시피 미국에는 중국 회사들이 꽤 많이 상장되어 있어요. 그리고 중국 특유의(?) 방만한 회계관리 때문에 이전부터 계속 말이 많았죠. (작년 6월 분식회계로 상장폐지 당한 루이싱 커피 사태를 떠올리면 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회사들의 미국 상장 러쉬는 끊이지 않았는데요, 먼저 미국 시장에 상장하면 막대한 양의 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에요. 쿠팡(Coupang, CPNG) 또한 비슷한 경우로, 나스닥에 상장해서 한때 기업가치가 무려 100조에 이르렀죠. 코스피나 코스닥에 상장했으면 꿈도 못 꿀만한 시총이라고 평가돼요.

중국 회사들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최대의 자본력을 확보하기 위해 쿠팡처럼 미국에 상장하는데, 흥행을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성장성이 중요해요. 회사의 성장성이 뛰어날수록 그 회사 주식에 대한 수요가 몰리고 이는 주가의 상승으로 이어지니까요. 그런데 중국 테크 회사들은 성장성이 어느 정도 보장되어 있었어요. 왜냐하면 중국 공산당(일당제인 중국은 정부가 곧 중국 공산당이에요)의 비호 아래 중국이라는 초거대 시장을 대상으로 편하게 성장할 수 있었거든요. (게다가 규제 샌드박스 안에서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할 수 있었죠)

일례로 중국에서는 페이스북이나 유튜브가 불법이에요. (접속하려면 VPN 우회를 해야해요. 다 그렇게 사용하긴 하지만요.) 페이스북과 그의 자회사인 인스타그램이 없었기에 틱톡이 더 빠르게 성장했고(우리나라의 싸이월드는 페이스북의 공습으로 망했죠), 유튜브와 아마존의 트위치가 없었기에 빌리빌리(Bilibili, BILI)가 별다른 견제 없이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죠.

그런데 시진핑이 지난 8월 중순 공동부유(Common Prosperity)를 선언하면서 이 대전제가 무너지게 되었어요. 공동부유를 위한 기부금을 내지("바친다"라는 표현이 더 맞겠지만요) 않으면 더이상 당의 비호, 아니 비호는 커녕 기업의 생존조차 불투명해지게 된 것이에요.

조금 더 상세하게 설명하자면, 중국은 덩사오핑(등소평)이 1985년 경 선부론(먼저 부자가 되자는 경제성장 우선정책. 원래는 잘 살게 된 사람이 남을 돕자는 말이 뒤에 있었는데 어디론가 사라졌어요)을 주장한 이래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어왔어요. 그리고 경제성장은 당연하게도 빈부격차를 낳았어요. 지난 5월 리커창 총리는 중국의 1인당 GDP가 65,000 위안(약 1,167만 원)을 넘었지만 14억 인구 중 6억 명은 10,000 위안(약 180만 원)에 불과하다고 밝혔어요. (당의 발표이니 실제로는 더 많은 사람이 더 빈곤하겠죠) 중국 전체 인구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빈곤층 문제를 해결하여 자신의 장기집권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해 나온 것이 공동부유 선언인 거예요.

그렇다면 공동부유와 테크 기업들의 주가 하락은 무슨 상관일까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위에서 말했듯이 기부금이에요. 많이 벌었으니 그만큼 사회에 환원하라는 건데 이게 조금 과해요. 중국의 카카오라고 불리는 텐센트(Tencent, 홍콩에 상장. OTC 마켓 티커는 TCEHY)는 9조 원, 소셜커머스 회사 핀둬둬(Pinduoduo, PDD)는 무려 1조 8천억 원을 기부한다고 발표했죠. 중국의 금융 정책이 뒤떨어졌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한 창업자 마윈의 발언으로 당에게 밉보인 알리바바(Alibaba Group, BABA)의 경우에는 더 심해서, 한해 벌어들인 순이익 중 절반(18조 원)을 기부하게 생겼어요. 이런 초대형 기부를 하는 게 나쁘지 않을 수 있어요. 만약 정말로 빈곤층이 잘 살게 되면 사회 전체의 구매력이 올라가면서 테크 기업들(특히 이커머스 기반이 있는 알리바바나 핀둬둬)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거든요. 그러나 빈부격차 해소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지도 확실치 않고(저는 큰 효과가 있을 거로 보지 않아요) 무엇보다도 이게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문제예요. 공동부유 선언이 나오기 전인 2020년에도 보호비라는 명목으로 6개의 빅테크 기업에게 총 30조 원을 착취해갔어요. 그런데 이제는 더 당당하게 뜯어갈 수 있게 된 거죠.

당연하게도 과도한 기부금은 기업의 성장을 저해해요. 당장 돈 내느라 바쁜데 성장을 위한 연구개발에 투자하거나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할 수 있겠어요? 불가능에 가까울 거예요. 그리고 성장하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되기 마련이에요. 이런 상황이니 자연스레 주가가 빠졌던 거예요. 지금 당장은 과도하게 빠진 주가가 너무 싸보여서 일시적으로 반등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전의 주가 수준까지 올라가기는 쉽지 않아 보여요.

그리고 또다른 주가 하락의 이유는 테크 기업들이 그동안 당에 너무 많이 밉보였다는 거예요. 이게 참 이성적이지 않고 딱히 기준이 있지도 않은 게, 알리바바는 마윈의 소신발언 이후 반독점의 철퇴를 맞고 나가떨어졌어요. 그리고 텐센트는 당에서 게임을 아편이라 규정, 청소년의 게임 시간을 제한하면서 넉다운 됐죠. 중국의 차량 호출시장을 장악하며 중국판 우버(Uber, UBER)라고 불리는 디디추싱(Didi Global, DIDI)은 데이터를 국외로 유출했다는 혐의로 계속해서 당의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에요. 당의 입장에서는 '오냐오냐 키워줬더니 나쁜 짓만 한다'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중국은 미국, 아니 일반적인 시장논리로 돌아가는 그 어떤 국가보다도 정부의 권한이 강력한 국가예요. 그러니까 주가가 떨어졌다고 대박 할인이라고 생각하며 매수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비싸보이더라도 정부가 밀어주는 산업에 투자하기를 추천드려요. 그리고 지난 수년 간 테크 기업들이 당의 지원 아래 성장을 거듭했지만, 이제는 아니에요.

Q2. 중국 주식이 많이 밀렸던데, 중국 전기차 회사들에 투자하는 건 어떤가요?

Q1과는 매우 다른 질문이에요. 그저 종목이 다른 것 뿐이 아니라 중국 정부의 태도가 완전히 다른 산업군이거든요. 위에서 말했듯이 지금 시진핑은 장기집권을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에요. "많은" 인민들이 불평할 법한 상황은 전부 갈아엎고 있어요. 여기에는 비대해진 테크 기업뿐만 아니라 인민의 주거 안정과 연결된 부동산 기업들, 그리고 가계에 부담을 주는 사교육 기업들도 포함되어 모두 규제라는 강력한 펀치를 얻어맞은 상태죠. 반면에 전기차 회사들은 당에서 매우 좋아하는 산업군이에요. 탄소중립을 위한 전기차. 명분부터 좋잖아요?

언급했다시피 당에서 좋아하는 산업군이라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니오(NIO, NIO)는 탄탄대로를 닦아놓은 셈이에요. 실제로 중국은 전기차 구매에 보조금이 가장 높은 비율로 나오는 국가로 꼽혀요. 지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아요. 중국에서는 자동차만 산다고 되는 게 아니고 번호판을 발급받아야 해요. 그런데 이게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대도시는 추첨을 통해 받아야 돼요. 그리고 더 놀라운 사실은 당첨 확률이 1%도 안 된다고 하는데, 전기차는 여기에서 제외돼요. (물론 이 역시 발급 갯수에 제한이 있지만 추첨을 하지 않는 것만 해도 어디예요) 전기차 생태계를 위한 충전소 등 각종 인프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당연하고요.

이런 지원들 속에서 중국의 전기차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어요. 전세계에서 팔린 전기차 중 무려 41%가 중국에서 판매되는 결과를 낳았어요. 10대를 만들면 최소 4대는 중국에서 팔리는 거예요. 그리고 테슬라를 제외하고는 어떤 전기차 업체도 중국에서 기를 쓰지 못하고 있어요. 일종의 자국 선호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마냥 그렇게만 볼 수는 없는 게, 무엇보다도 가격 경쟁력이 탁월하고(미국이나 유럽 브랜드 전기차 가격의 1/3에서 1/6 정도 가격이면 구매할 수 있어요) 위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디자인도 꽤 세련됐죠. 기술력에서도 중국 정부가 10년 전부터 투자한 덕분에 크게 밀리지 않는다고, 어떤 면에서는 더 앞선다고도 하고요.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지금 유럽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어요. 특히 환경 규제가 강한 북유럽 국가들에 연착륙하고 있죠. 니오 또한 첫 진출 국가로 노르웨이를 선정하여 지난 5월부터 준비 중에 있는데요, 9월(이제 막 시작했겠네요)부터 영업을 개시한다고 해요. 노르웨이는 배터리 기업을 넘어 전기차 기업으로까지 영역을 넓힌 BYD(BYD, 홍콩 상장. OTC 티커는 BYDDY)가 먼저 진출하여 성과를 내고 있는 시장이라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히는 시장이죠.

이런 가운데 니오가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는 게 있는데요, 바로 배터리 스와핑(Battery Swapping)이라는 기술(개인적으로 기술이라기 보다는 생태계라고 칭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이에요. 비유하자면 예전 스마트폰 배터리를 생각하시면 편해요. 아이폰(일반적인 전기차)은 일체형이었고 갤럭시(니오)는 탈착형이었죠. 배터리라는 게 아무리 빨라도 충전이 되는 데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어요. 테슬라의 경우 슈퍼차저를 사용하면 80%까지 급속 충전할 수 있는데 약 40~50분 정도가 걸린다고 해요. 반면 배터리 스와핑 기술을 활용하면 풀 충전된 새 배터리를 달고 가는 데에 7분이면 충분하죠(위 사진을 누르면 유튜브 영상으로 연결돼요). 이 배터리 스와핑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스테이션을 짓고 있는데 이 비용이 어마어마해요. 다행히 정부의 많은 지원으로 어찌저찌 스테이션을 확대하고 있긴 한데 개인적으로는 약간 무리라는 생각이 들긴 해요. 실제로 2019년에도 이 스테이션 짓는다고 무리하다가 현금부족으로 고생했거든요.

그렇지만 이 배터리 스와핑 생태계가 주류(까지도 아니고 안정적으로 자리만 잡아도)가 되면 니오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대박을 칠 거예요. 왜냐하면 사실상 차량에 배터리가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배터리 값이 전체 차량 값의 20~40%에 이르는 전기차의 특성상 가격을 압도적으로 낮출 수 있거든요. 그리고 배터리 구독모델을 적용함으로써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 수도 있죠. 꽤 리스크가 크지만 리턴은 훨씬 크기에 할 수 있는 무리인 거예요.

전체적인 시장성은 아주 훌륭하고 니오 자체의 성장률도 굉장해요. 2021년 2/4분기 기준 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은 127% 상승했고, 3/4분기도 거의 100%에 달하는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어요. 물론 전기차 시장이 점차 성숙해지고 많은 경쟁자가 등장하면서 이런 성장률을 계속해서 기록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잘 해나가고 있어요. 그리고 해외진출도 어느정도 성과를 낼 수 있을 거라고 보여요. 그간 해외에 진출한 중국 기업들은 중국 당국의 어마어마한 지원 아래에서 압도적인 가격경쟁력을 보여주며 어떻게 해서든 성과를 만들어 냈거든요. 그리고 앞에서 얘기했듯 생태계를 변화시킬 수 있을만한 투자(혹은 도박)를 하고 있으니 이것까지 안정된다면 그야말로 주가가 하늘을 뚫을지도 모르겠네요.

다만 최근 전기차 섹터의 주가 흐름이 마냥 좋지만은 않아요. 그나마 테슬라만 서서히 회복하고 있죠. 고점에 비하면 꽤 할인된 상태지만 당장 뜨거웠던 그때처럼 마구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요. 그러니까 분할하여 조금씩 매수하시기를 추천드려요.

두번째 상담도 이렇게 마쳤어요.

오늘도 찾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새로운 활력이 가득한 한주 되시기를 기도할게요🙏

그럼 저는 다음주 토요일에 다시 찾아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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