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newsletter no.85 I 2022.11.10
안녕. 정리몬👾이야. 벗은 미술관 자주 가? 난 가끔 가는데, 전시장에 가면 그게 좋아. 외부와 단절된 하얗고 넓은 공간에 그림들이 넉넉한 간격으로 배치되어 있잖아. 말이 필요없는 시간, 그 속에서 천천히 걸으며 찬찬히 작품을 보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차분해지거든. 내면의 고요함🧘 속에 잠기는 시간이 찾아오더라고. 그래서 미술관을 종종 찾게 되나 봐.

그런데 최근 유럽에선 이런 미술관의 고요가 깨지고 있어. 반 고흐의 명작🖼️ ‘해바라기’에 토마토 수프를 붓고, 모네의 ‘건초 더미’엔 으깬 감자를 끼얹고…. 미술 작품을 ‘노린’ 시위가 올 하반기에 벌써 10건 이상 벌어졌어. 기후 위기 활동가들이 화석 연료 생산·사용 감축을 요구하고, 기후 위기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기획한 시위라고.✊

뉴스를 보면서 나처럼 벗들도 여러 생각이 들었을 것 같더라고. ‘귀중한 그림인데 저러다 훼손되면 어쩌나’ 싶다가 또 ‘기후 위기가 심각하긴 하지’ 싶기도 하고. 유럽이나 미국에선 벌써 이런 시위를 두고 찬반 논쟁이 일고 있어.🤼

이번 휘클리에선 미술관 시위를 두고 일어난 논쟁을 다루면서, 정치와 예술의 관계, 그리고 기후 위기 문제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해. 이벤트로 휘클러들이 좋아할만한 새로운 선물도 준비했으니, 함께 가보자고~
📂 h_weekly, quickly 

  1. 한 번 물어봤다: 미술관을 습격한 기후위기운동 + 이벤트 안내
  2. 안 읽으면 손해다: 기상캐스터는 왜 여성일까? 外
  3. 톡톡 휘클러: 춤바람 휘날리며~~~~~🎵
지난 7월4일 런던 내셔널갤러리에서 시위를 벌이는 저스트 스톱 오일 활동가들. AP 연합뉴스
📂‘미술관 시위’ 찬반 논쟁

✔️유럽에 퍼지는 미술관 시위

  • 무엇이 더 소중한가. 예술인가, 생명인가? 당신은 그림을 보호하는 것과 우리 행성과 사람을 지키는 것 중 무엇을 더 걱정하는가!”
  • 지난달 14일(현지시각) 오전 11시 영국 런던 내셔널 갤러리 43번 전시관. 두 젊은 여성이 하인즈 토마토 수프🍅 두 통을 빈센트 반 고흐의 명작 ‘해바라기’(1888~1889, 평가액 1210억원)에 끼얹었어. 저스트 스톱 오일(JUST STOP OIL) 소속 활동가 안나 홀랜드(20)와 피비 플러머(21)는 발언을 못 한 채로 끌려나가지 않도록 순간접착제로 자신들의 손을 벽에 붙이고 외쳤어.
  • 이처럼 예술작품에 음식물을 뿌리거나 접착제를 바른 손을 붙이는 등의 방식으로 기후 위기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미술관 시위가 올해 들어 10차례 넘게 유럽과 호주에서 일어나고 있어.


✔️모나리자에 던진 케이크가 불러온 나비효과

  • 시작은 지난 5월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이었어. 한 남성이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 그림에 케이크를 집어 던졌지. 이 사람은 “누군가 지구를 파괴하려 한다. 지구를 생각하라”고 외쳤어.
  • 이 행동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관심을 끌자, 영감을 받은 저스트 스톱 오일(JUST STOP OIL)이란 영국 기반 환경 단체가 비슷한 방식의 시위를 하기 시작했어. 지난 7월 이들은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 전시된 존 컨스터블의 ‘건초 마차’ 위에 하늘에 비행기가 날아다니는 모습을 그려놓은 동일한 그림을 붙이고, 접착제로 액자에 손을 붙였지(위 사진).
  • 시위에 다른 단체들도 참여하기 시작했고, 강도도 세졌어. 지난달 23일엔 독일의 ‘마지막 세대’란 기후단체가 독일 바르베리니 박물관에서 모네의 ‘건초더미’(1596억원 상당)에 으깬 감자🥔를 뿌렸어. 4일 뒤인 27일엔 네덜란드 헤이그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에 전시된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명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앞에서 저스트 스톱 오일 활동가가 자신의 머리와 그림에 토마토 스프를 끼얹었다가, 약식재판서 징역 2개월 형을 받았어.

✔️석굴암이나 이중섭 그림에도?
  • 멜 캐링턴 저스트 스톱 오일 대변인은 “우리는 도로를 점거하기도, 오일 터미널을 막기도 했지만, 언론의 관심은 제로였다. 하지만 유리로 가려진 명화 몇 점에 토마토 수프를 좀 뿌렸더니 그간 받아보지 못한 주목을 받았다”고 말했어. 저스트 스톱 오일에선 작품 훼손을 막기 위해 예술복원 전문가와 상의하고, 보호유리가 설치된 작품에만 시위를 진행했다고 해.
  • 국외에서 시작된 시위 방식이 얼마 지나지 않아 국내에 ‘수입’된 사례들이 적지 않아서, 국내서도 이런 방식의 시위가 행해질 가능성도 있어. 우리나라에서도 불국사 석굴암이나 이중섭 그림에 음식을 뿌리고 석탄발전소를 멈추자고 외치는 시위가 벌어질 수 있을까?
리처드슨이 훼손한 흔적이 남은 ‘로커비 비너스’. 출처 DW

✔️재조명된 ‘반달리즘’의 역사 

  • 이 사건들로 인해서, 정치적인 동기로 예술작품을 훼손하거나 훔쳤던 과거 ‘반달리즘’ 사례들이 다시 조명되고 있어. 환경 단체의 미술관 시위는 아직 작품을 훼손하진 않았으니까 반달리즘이라고 할 순 없지만, 작품을 훼손하는 행위를 연상시키기 때문이야.
  • 유명한 사건 중 하나가 ‘로커비 비너스’ 사건으로, 지난달 ‘해바라기’ 사건의 안나 홀랜드가 이 사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어. 1914년 메리 리처드슨이란 ‘서프러제트’(여성참정권 운동가)가 영국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 전시된 스페인 화가 벨라스케스의 그림 ‘로커비 비너스’를 칼로 일곱 차례 그어버린 사건이야.
  • 리처드슨은 여성참정권 운동 지도자 에멀라인 팽크허스트가 체포된 것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고 밝혔고, 6개월간 수감됐어. 리처드슨은 “현대 사회에 생존하는 가장 아름다운 인물인 팽크허스트씨를 파괴하려는 정부에 반대하는 뜻에서 신화 속 가장 아름다운 여성을 그린 그림을 파괴하려 했다”고 말했지.
  • 이외에도 1911년에 이탈리아인인 다 빈치의 ‘모나리자’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된 것에 불만을 가진 이탈리아인 빈첸초 페루자가 ‘모나리자’를 훔쳤던 사건, 2001년 탈레반이 6세기에 만들어진 아프가니스탄 바미안 대형 석불 2개를 파괴한 사건 등도 대표적인 ‘반달리즘’으로 꼽히는 사건들이야.
지난달 23일 ‘마지막 세대’ 활동가들이 모네의 ‘건초더미’에 으깬 감자를 뿌렸다. AP 연합뉴스

✔️반대1: 기후위기와 명화가 무슨 상관이냐

  • 커스틴 토마스 독일 슈투트가르트 대학 교수(독일 미술사협회장)는 “활동가들의 목적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시위 방법을 지지하지는 못하겠다. 미술작품들은 자신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싸움에서 인질로 잡혔다”고 비판했어.
  • 토마스 교수는 조각상과 그림에 대한 공격은 다르다고 설명해. 동상이나 조각상은 권력을 상징하는 것으로, 이를 훼손하는 것은 그것이 상징하는 식민주의 등에 반대한다는 뜻을 나타낼 수 있단 거지. 2020년 영국에서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시위대가 노예무역상 에드워드 콜스턴의 동상을 무단으로 철거했지만, 무죄 판결을 받았던 것처럼 말이야. 하지만 반 고흐의 ‘해바라기’나 모네의 ‘건초더미’ 같은 작품들은 석유회사의 권력을 상징하지 않는다는 거지.
  • 덧붙여 토마스 교수는 액자도 작품의 일부이며, 보호 유리는 작품을 온전히 보호할 수 없고, 이런 일이 반복되면 결국 이런 방식의 시위가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도 이유로 들었어.

✔️반대2: 기후위기 운동에 반감만 생긴다
  • 스티븐 던콤 예술행동주의센터 공동설립자(뉴욕대 교수)는 시위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어. 그는 시위에 대한 기사나 반응이 대부분 화석 연료가 아니라 투척한 음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만약 사람들이 이해한 메시지가 ‘활동가들이 미친 짓을 한다’는 것이면, 이런 시위가 도움되는가?”라고 반문했지.
  • 명화를 ‘볼모’로 하는 시위 방식은 오히려 환경운동에 대한 대중들의 반감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있어. <도이치벨레>(DW)가 지난달 24일 트위터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선 491명 응답자 중 56%가 모네의 그림에 으깬 감자를 던진 시위가 기후위기 운동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답했어.
  • 한발 더 나아가 나치나 탈레반 등 전체주의자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예술을 이용하고 탄압’했던 것을 들어 미술관 시위를 비난하는 이들도 있어. 나치가 ‘비독일적인’ 책을 모아 불사르고, 피카소의 그림 등을 ‘퇴폐예술’이라고 조롱한 것과 뭐가 다르냐는 거지.


✔️찬성1: 기후가 붕괴하면 예술도 없다!

  • 이번 시위를 기획한 ‘저스트 스톱 오일’은 명화와 기후 위기가 관계가 있다고 해. 기후가 붕괴하면 지금처럼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사회 시스템도 붕괴할 것이기 때문에, 이 명화들을 지키기 위해선 사람들도 위기감을 느끼고 행동해야 한다는 거지.
  • 저스트 스톱 오일의 캐링턴 대변인은 “미술관 시위는 사람들로 하여금 이 명화들을 잃는 상황을 감정적으로나마 경험해보도록 했다”며 “기후 붕괴로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게 사라져버리는 것이 우리 모두가 직면할 현실”이라고 말했어.
  • 덧붙여 헤더 알베로 영국 노팅엄 트렌트 대학 조교수는 “기존의 시위 방식들이 실패했을 때 이처럼 시선을 끌려는 방식은 불가피하다”면서 “고가의 예술품을 타깃으로 삼는 것은 이것들이 화석 연료로 이룩한 부와 경제 시스템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 타당하다”고 말했어.

✔️찬성2: 논쟁 자체가 효과성 입증한다
  • 시위라는 것 자체가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기에, 반발이 크다는 것만으론 시위 방법이 문제라고 평가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어. 미국의 에이즈 활동가 그룹 ‘ACT UP’의 전 조직가 브라이언 자빅은 <뉴욕 타임스>에 “대립각을 세우는 시위는 언제나 비판을 불러일으키기에, 비판은 성공 여부를 따지는 좋은 기준은 아니다. ACT UP도 지금이야 인정받지만, 30년 전엔 혹독한 비난을 받았다”라고 말했어.
  • 나치를 연상케 한다는 비난에 앨리스터 월시 <도이치벨레> 기자는 “나치는 권력을 장악한 상태에서 반대 목소리를 찍어누르고 대량학살과 유럽 정복을 시도했지만, 기후 활동가들은 다수에게 고통을 가하는 권력을 저지하기 위해 싸우는 것이다. 둘을 비교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반박했어.
  • 많은 언론에서 미술관 시위를 다루는 것 자체가 시위의 효과성을 보여준다는 의견도 있어. 벤저민 소바쿨 보스턴대 교수(지구와 환경)는 “시위의 성공을 판가름할 수 있는 한 기준은 대중들을 자기편으로 만들었는가 아니면 멀어지도록 했는가다”라고 말했어. 그는 미술관 시위에 대한 반응은 양극단으로 갈려 있지만 “적어도 우리가 그것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어.


👉자, 그럼 지금부턴 작품을 훼손하는 시위까지도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왜 사람들은 기후 위기에 관심이 없는 건지, 더 흥미로운 질문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저스트 스톱 오일 활동가들의 고흐의 ‘해바라기’ 시위 장면. 출처 가디언 유튜브
💬 한 번 물어봤다

미술관 시위에 관해서 칼럼을 쓰고 해양환경단체 시셰퍼드에서 활동 중인 환경운동가 김한민 작가에게 물어봤어. 김 작가는 기후운동가들의 미술관 시위를 지지하는 입장이란 걸 미리 말해둘게. 휘클러들이 이번 주제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물어봤어.

휘클리: 최근 연이어 일어난 미술관 시위를 어떻게 보셨나요?

김한민 작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직전에만 해도 기후위기 시위가 힘을 받고 있었어요. 등교 거부 시위를 했던 그레타 툰베리가 세계적 조명을 받은 것도 2019년이었고요.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이 모든 게 멈춰야 했습니다. 대중들의 관심이 사라진 상황에서, 그럼에도 코로나 여파가 남아 대중이 모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술관 시위라는 굉장히 색다른 방식이 등장했고 다시 대중의 시선을 끌기 시작한 거죠. 많은 사람에게 ‘불편하다’ ‘과격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지만, 시기적으로 적절했고 효과도 있는 시위였습니다.


휘클리: 왜 미술관을 선택한 걸까요?

김한민: 유럽에선 우리나라보다 미술관이 더 삶에 밀접한 공간이에요. 또 미술관에서 시위를 하니 자연스럽게 예술작품이란 문화유산과 지구환경이란 자연유산을 비교할 수밖에 없어요. 문화유산은 너무나 소중하게 여기는데, 자연유산은 아무렇지 않게 파괴하는 행동이 극적으로 대조되는 거죠. 제가 일하는 시셰퍼드의 창립자 폴 왓슨은, 심해를 무참히 파괴하는 트롤 어업을 이렇게 비판했어요. “누가 루브르 박물관에 포클레인을 끌고 들어가 작품들을 박살낸다면 당장 감옥에 갈 것이다. 전 세계 바다와 밀림에선 그런 일이 지금도 다반사로 일어나는데 처벌은커녕 정부 지원을 받는다.”


휘클리: 이런 방식의 시위가 많은 사람에게 ‘활동가들이 미친 짓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남긴다면, 기후위기 운동에 도움이 되긴 어렵지 않을까요?

김한민: 기후 위기는 정답이 있어서 그 정답만 찾으면 한 방에 해결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잖아요. 세계 경제 시스템부터 사람들의 생활 방식까지 바꿔야 하는 근본적인 문제라, 사람들도 어느 정도 알면서도 외면하는 문제에요. 그래서 누군가는 과격하게, 누군가는 온건하게, 자기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거죠. 비판은 기후위기를 심화시키는 세력, 그리고 책임을 방기한 채 아무것도 안하는 이들에게 해야 합니다.


휘클리: 시위가 더 과격해질 상황을 걱정하기도 해요. 그림을 정말 훼손하는 일이 벌어지는.

김한민: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났다 칩시다. 그래도 시위자들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해요. 고흐의 ‘해바라기’ 같은 작품은 진품이 훼손됐다고 해서, 실제로 영국에 가서 볼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에겐 아무 영향도 주지 않을 거예요. 이미 3D 기술로 다 기록이 되어 있고, 복제품을 만들어서 전시해도 대다수는 전혀 모를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자연유산이죠. 수많은 동식물이 파괴되고 죽어가는데, 왜 이 일에는 경악하지 않느냐는 거에요.

‘그린피스’, ‘멸종 반란’ 활동가들이 5일(현지시각) 네덜란드 스키폴공항에서 전세기 운항을 막았다. EPA 연합뉴스

휘클리: 작품을 훼손하는 상황에 이르면, 기후위기 시위를 지지하던 사람들도 일부는 등을 돌릴 수 있을 거 같아요.

김한민: 물론 그런 행동은 전체 기후 운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진 않겠죠. 하지만 저는 그것도 정당한 시위 방식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착한 시위는 너무 많이 해왔습니다. 과거에 민주주의나 성평등, 인종차별 운동도 사람들이 안 듣는다고 판단될 때는 더 극단적이고, 심지어 폭력적인 시위도 벌이면서 한발씩 전진해왔죠. 질서정연하게 합법적인 시위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지만, 그렇게만 되지는 않을 때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 거죠.


휘클리: 기후 위기 활동가들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예술을 이용하거나 훼손하려고 한다며, 나치에 비유하는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김한민: 기후가 붕괴되고 있다는 ‘맥락’을 전혀 보지 않고 행동이 유사하다고 나치라는 비판을 하는 건 잘못된 거죠.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잖아요. 법적, 윤리적으로만 보면 용납이 안 되는 행동입니다. 하지만 안중근 의사는 비난은커녕 칭송을 받잖아요. 일제 식민통치라는 맥락을 보면 이해가 되는 거죠.


휘클리: 좀 더 큰 그림에서 봐야 한다는 거군요.

김한민: 지난해 2월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들이 두산중공업 본사 건물에 있는 ‘두산’ 영문 로고 조형물에 녹색 페인트칠을 했어요. 두산중공업이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석탄발전소를 건설하는 데 항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수성 페인트라 시위 후에 다 지워졌는데도, 법원에선 활동가 2명에게 각각 벌금 300만원, 200만원을 선고했어요. 두산은 ‘기업 이미지가 실추되고, 임직원들이 충격을 받았다’면서 184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추가로 냈고요. 페인트를 뿌리는 것과 기후 붕괴 시대에 석탄발전소를 짓는 것, 어떤 게 더 과격한가요?


휘클리: 왜 기후 위기 시위나, 기후 위기를 다루는 뉴스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걸까요?

김한민: 사실 기후 위기만이 아니라 진지하고, 복잡하고, 해결책도 간단하지 않고, 사람들의 행동도 바뀌어야 하는, 골치 아픈 문제는 다 외면당하죠. 기후 운동은 관심을 받기 어렵다는 걸 기본 조건으로 깔고 시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후 운동은 이렇게 하면 세상이 바뀔 것이라고 계산해서 하는 게 아니라, 옳은 것이고 해야만 하는 일이기 때문에 하는 거에요. 인간으로서 지구에서 살고 싶은 이상, 하지 않을 수 없는 운동이기 때문에 하는 거죠.


휘클리: 지금 하고 계시는 시셰퍼드 활동은 뭔가요?

김한민: 불법어업과 산업어업에 대한 규제를 요구하고, 해양 쓰레기 문제를 제기하고, 해양보호구역 지정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는 등 해양을 보호하는 활동을 합니다. 직접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서 불법어업을 신고하고, 해양경찰과 함께 체포하는 작전을 벌이기도 합니다. 기후 위기 대응에 해양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큽니다. 바다는 멀게 느껴지고 바다 안은 잘 안 보이잖아요. 이 일을 하면서 얼마나 바다가 죽어가고, 수많은 해양생물들이 사라지고 있는지 직접 목격하고 있습니다.


휘클리: 기후 위기, 얼마나 심각한가요?

김한민: 짧게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비유하자면 코로나19 같은 대재난 10개가 한꺼번에 닥친다고 보면 될 거 같아요. 저는 비거니즘을 실천하고 있지만, 앞으로 사람들이 강제로 비건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어요. 고기를 생산하려면 곡물이 있어야 하는데, 정작 곡물을 생산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거죠. 특히 한국은 식량 자급률이 굉장히 떨어지는 나라인데, 어떻게 남의 일처럼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우리 삶을 극단적으로 바꿀 식량 부족, 난민 증가, 자연 재해 등이 닥치고 있습니다. 이건 나와 나의 가족의 문제죠. 기후 위기 시위 방식이 효과적이냐 아니냐를 따질 때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참여해서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내고 같이 행동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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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캐스터는 왜 여성일까? 남성과 여성 7 대 3. 미국의 기상캐스터 성별 비율이야. 우리나라는 정반대야. 대부분 젊은 여성 기상캐스터지. 우리가 짐작하는 그 이유 때문이야.
💎‘혐오 장사’ 유튜버를 막을 순 없나 가로세로연구소처럼 ‘혐오 장사’로 돈을 버는 유튜브 채널들이 많아.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얼마만큼의 돈을 버는지 따져본 보고서가 나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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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 제공
💎비봉이는 버려진 걸까? 지난달, 17년 간 수조관에 갇혀있던 돌고래 비봉이가 바다로 돌아갔어. 그런데 아직도 행방이 오리무중이야. 지느러미에 달린 발신기 신호가 한 번도 잡힌 적이 없대.
💎공기로 만든 단백질 첫 승인, 이게 가능해? 환경, 동물, 몸을 생각해 대체육에 관심 있는 벗, 많지? 새로운 대체육이 또 등장했어. 이번엔 미생물에 공기를 먹여서 만든 ‘공기단백질’이야.
‘스트릿 맨 파이터’ 방송 갈무리

벗은 춤 경연 방송 본 적 있어? 4호는 Mnet ‘스트릿 맨 파이터’를 즐겨봤어. 본방을 챙겨보진 않았지만 나중에 유튜브에 올라오는 크루별 미션 영상을 찾아보곤 했거든. 근데 그제가 라스트댄스였어. 결승전에서 칼각·칼박이 경이로운 ‘저스트절크’가 우승🏆했어. 이렇게 끝이 났다고 생각하니 좀 아쉬운 거 있지.😑 알아. 방송에 한계가 많다는 거. ‘여자 서바이벌은 질투, 남자는 의리’라는 제작진의 성차별적 인식, 작위적인 편집, 크루 간 지나친 경쟁과 욕설은 보기 불편하더라고.


그래도 딱 춤 영상만 보면 넋을 잃게 돼. 힙합, 코레오크래피, 걸리쉬, 크럼프, 왁킹, 브레이킹, 하우스, 보깅…. 어쩜 그리 다양한 춤을 자유자재로 추는지. ‘젠더리스’를 지향하는 크루 ‘어때’가 여자다움과 남자다움을 구분하는 틀을 깨부술 때, 이래라저래라 하는 파이트 저지(판정단)의 훈수를 크루 ‘위뎀보이즈’가 “우리가 즐거운 춤을 추겠다”고 가볍게 무시할 때. 그저 춤이 멋있었어.  


많은 이가 그랬듯, 4호도 여성들의 춤 싸움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보고 나서야 춤의 매력을 처음 알았어. 펜이 아닌 몸으로 생각과 느낌을 표현한다는 게 얼마나 부러웠는지. 영상을 보면서 아주 잠깐, 생애 처음으로 몸을 흐느적거려봤다니깐.💃


그중 크루 ‘프라우드먼’의 ‘맨 오브 우먼’ 미션 영상은 몇번이나 본 것 같아. 엉엉 울면서.😭 ‘그래 나는 나만의 리듬을 언제나 갈구해.’ 사회에서 고군분투하는 여성들에게 몸으로 전하는 이 응원의 말에 위로받았다는 여성들의 댓글이 많았어. 어쩌면 어떤 춤은 백마디 말·글보다 더 설득력이 있을지도 몰라. 그 힘에 이끌려 Mnet ‘스트릿댄스 걸스 파이터’, JTBC ‘플라이 투 더 댄스’도 틈틈이 챙겨봤고. 이제 당분간은 옛날 영상들 다시 찾아보면서 아쉬움을 달래야 할 것 같아. 혹 멋진 춤 영상 있으면 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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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레터는 팀 휘클리 서보미(4호) I 김지훈(정리몬) 기자가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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