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반디님,
곰보금자리프로젝트의 김민재입니다. 다들 잘 지내고 계시나요? 저는 제법 잘 지내고 있습니다. 3월 중순까지만 해도 쌀쌀한 날씨에 옷을 여러겹 입곤 했는데 4월에 들어서니 날씨가 풀려 낮에는 덥다는 투정마저 나옵니다. 때맞춰 찾아오는 봄은 늘 신기합니다.
화천의 곰들은 이제 열네 마리가 되었고 긴듯 짧았던 겨울이 지나자 겨울잠에 들었던 곰들은 잠에서 깨어나 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겨울동안 조용했던 방사장 문이 열리고, 곰들은 익숙한 듯 문 밖으로 나가 나무에 몸을 비비고 땅냄새를 맡습니다. 또또와 찔레가 오며 생긴 변화 때문에 사람도 곰도 조금은 어수선한 시기이지만 그래도 열네 마리 모두 잘 지내고 있습니다.
'곰들은 잘 지내고 있다'는 말에 여러분들은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곰의 어떤 모습을 상상하시나요? 저는 플라스틱 어구를 흔들며 먹이를 빼먹는 곰들의 모습을 보며, 실리콘 장난감을 물고 다니거나 생수통을 흔들어대는 곰들의 모습을 보며 '곰이 곰답게 살길' 바라는 제 소망은 실패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철망으로 둘러진 울타리 안을 걷고, 시멘트를 바른 수영장에서 물장구를 치는 모습은 곰다운 것으로 보이진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곰들은 잘 지냅니다. 매일 아침마다 아픈 곳은 없나 들여다보는 사람들이 있고, 아픈 곳이 있으면 최선의 처방과 치료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배고파하는 듯하면 더 먹이고 안먹는 먹이가 있으면 어떻게 먹여야하나, 어떤걸 먹여야하나 궁리하는 사람들이 곰들의 곁에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잘 지내길 바라며 곰들을 돌보기 위해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온전히 곰다워지기엔 사육곰들에겐 제약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주어진 제약 안에서나마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그것이 잘 지내는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들어 부쩍 사육곰 농장에 남아있는 곰들의 생각을 자주 합니다. 남아있는 곰들이 어디로 가서 어떤 삶을 살게 될지 모르는 막연함이 생각을 부추기는 것도 같습니다. 여러 가능성들 속에서 곰들이 가야할 곳이 어딘지 누구도 확답을 내릴 수는 없겠지만 그저 곰들이 잘 지내게 되길, 그런 보금자리가 주어지길 바라고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