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03 vol. 63

안녕하세요 반디님,


곰보금자리프로젝트의 김민재입니다. 다들 잘 지내고 계시나요? 저는 제법 잘 지내고 있습니다. 3월 중순까지만 해도 쌀쌀한 날씨에 옷을 여러겹 입곤 했는데 4월에 들어서니 날씨가 풀려 낮에는 덥다는 투정마저 나옵니다. 때맞춰 찾아오는 봄은 늘 신기합니다.
화천의 곰들은 이제 열네 마리가 되었고 긴듯 짧았던 겨울이 지나자 겨울잠에 들었던 곰들은 잠에서 깨어나 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겨울동안 조용했던 방사장 문이 열리고, 곰들은 익숙한 듯 문 밖으로 나가 나무에 몸을 비비고 땅냄새를 맡습니다. 또또와 찔레가 오며 생긴 변화 때문에 사람도 곰도 조금은 어수선한 시기이지만 그래도 열네 마리 모두 잘 지내고 있습니다.

'곰들은 잘 지내고 있다'는 말에 여러분들은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곰의 어떤 모습을 상상하시나요? 저는 플라스틱 어구를 흔들며 먹이를 빼먹는 곰들의 모습을 보며, 실리콘 장난감을 물고 다니거나 생수통을 흔들어대는 곰들의 모습을 보며 '곰이 곰답게 살길' 바라는 제 소망은 실패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철망으로 둘러진 울타리 안을 걷고, 시멘트를 바른 수영장에서 물장구를 치는 모습은 곰다운 것으로 보이진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곰들은 잘 지냅니다. 매일 아침마다 아픈 곳은 없나 들여다보는 사람들이 있고, 아픈 곳이 있으면 최선의 처방과 치료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배고파하는 듯하면 더 먹이고 안먹는 먹이가 있으면 어떻게 먹여야하나, 어떤걸 먹여야하나 궁리하는 사람들이 곰들의 곁에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잘 지내길 바라며 곰들을 돌보기 위해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온전히 곰다워지기엔 사육곰들에겐 제약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주어진 제약 안에서나마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그것이 잘 지내는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들어 부쩍 사육곰 농장에 남아있는 곰들의 생각을 자주 합니다. 남아있는 곰들이 어디로 가서 어떤 삶을 살게 될지 모르는 막연함이 생각을 부추기는 것도 같습니다. 여러 가능성들 속에서 곰들이 가야할 곳이 어딘지 누구도 확답을 내릴 수는 없겠지만 그저 곰들이 잘 지내게 되길, 그런 보금자리가 주어지길 바라고 바랄 뿐입니다. 

* p.s
   반디란? 곰보금자리프로젝트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위한 애칭으로 반달가슴곰 + 버디(Buddy)를 합친 단어
🐻 곰보금자리 소식들

🚛 찔레와 또또가 우리 품으로 오기까지
3월 8일, 또또와 찔레가 화천으로 왔습니다.

화천 보호시설은 7일 오전부터 분주한 아침을 맞았습니다. 곰을 싣을 케이지를 옮기고, 마취와 검진에 필요한 준비물들을 챙기고, 긴장한 마음을 달래는 중요한 일들을 차근차근 해결하느라요. 오전 일과를 서둘러 마치고 4시간 가량을 달려 도착한 군위에서 다시 만난 또또와 찔레는 한 달 전의 훈련을 잊지 않았습니다. 또또는 채혈대를 보자마자 덥석 덥석 앞발을 내밀며 훈련에도 적극적이었습니다. 첫 만남에는 얼굴을 마주하는 것조차 시간이 걸리던 찔레도 조심스럽지만 가까이 다가와 잼과 땅콩버터를 받아 먹었구요. 훈련부터 이송까지, 모든 과정이 잘 마무리 될 수 있을까 무척 떨리면서도 훈련을 대하는 또또와 찔레의 반응을 보고 있으면 성공적인 이송을 기대해볼 법하다며 설레발을 치게 되는 날이었습니다. 

이송 당일인 8일은 몸이 어디있는지 모를만큼 정신 없는 하루였습니다. 숙소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잠자리가 바뀐 탓인지 구조에 대한 걱정 탓인지 다들 밤잠을 설친 듯 부스스한 얼굴을 한 채 농장으로 향했습니다. 마취를 할 수의사 활동가 두 명과 훈련담당 활동가 두 명, 촬영담당 활동가 한 명만 농장으로 미리 들어가서 조심스레 마취를 진행했습니다. 완전히 잠에 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맘 졸이긴했지만 또또와 찔레 모두 근육 주사로 마취 시키는데에 성공하였습니다마취가 완료되었다는 소식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활동가들이 체중 측정과 건강검진을 진행했습니다. 곰을 케이지로 옮기고 케이지를 다시 트럭으로 옮겼습니다. 그렇게 먼 길을 달려 또또와 찔레는 화천에 새 보금자리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군위에서 화천까지. 또또와 찔레의 이삿날을 영상으로 만나보세요!😉
🏠 또또와 찔레의 새집 적응기
또또와 찔레는 각 U7, U8 사육장에 새로운 보금자리가 생겼습니다. 군위에서 만났던 또또는 훈련에도 적극적이고 식욕도 좋아 화천 시설에서도 금방 적응할 거라 예상했었는데 구조 후 이틀동안은 심한 정형행동 증세를 보여 약을 먹이며 상태를 지켜봤습니다. 오히려 낯선 사람에게 예민하고 조심성이 많아 보이던 찔레가 화천 시설로 온 다음 날부터 풍부화물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며 화천 시설에 금세 적응을 했습니다. 볏짚, 종이포대, 파이프 같은 새로운 물건들을 가지고 노는 찔레의 모습을 보며 한결 마음이 놓였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환경 탓인지, 군위와는 다른 화천의 매서운 추위 탓인지 콧물을 흘리고 기침을 하며 감기 증세가 있어 찔레에게도 며칠 약을 먹였습니다.

다행히도 지금은 또또와 찔레 모두 상태가 많이 좋아져서 약을 끊고 지켜보는 중입니다. 곰들을 알아 갈수록 점점 더 곰이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어떤 과정을 거치며 화천 시설에 적응해나갈지 걱정도 되지만 또또와 찔레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때마다 이 곰들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깨닫고 있어 함께하는 앞으로의 날들이 기대가 됩니다.  
📌또또, 찔레 구조 모금 보고
여러분 덕에 찔레와 또또는 무사히 우리 품으로 데려왔습니다. 먼 곳에 있는 곰이 막연하게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이나 하루 종일 지루함에 몸부림칠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새 식구가 생기는 것도 대단한 부담입니다. 가두어진 동물에게는 하루하루를 우리가 만들어줘야 그들에게 살 만한 삶이 되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들께서 마음을 모아주시니 그 부담을 기꺼이 지기로 했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큰 돈이 모금되었고, 이번에 모은 돈과 쓴 돈, 남은 돈을 공유해드립니다. 약속 드린 대로 남는 돈은 찔레와 또또, 그리고 그들과 함께 지낼 곰들의 돌봄 비용으로 쓰겠습니다. 함께 돌봐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 쿠키 소식
또또와 찔레 이야기만 전한 것 같아 다른 화천 곰들 사진도 몇 장 붙입니다😅
미소와 유일이는 아직 겨울잠 모드에서 완전히 깨어나지 않은 듯 하고 푸실이와 어푸, 미남이는 진즉 잠에서 깨어 방사장 나들이도 두어차례 나갔다 왔습니다. 주영이와 우투리는 격문 틈으로 서로의 앞발을 물고 물리며 장난을 치고 놉니다. 새롭게 만나는 봄에 다들 반갑습니다.

후원계좌 : 기업은행 203-147531-04-013 사단법인 곰보금자리프로젝트 
Paypal Donation : projectmoonbea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