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파서울과 온더홀은 2022년 무엇을 했을까

안녕하세요, 따바프레스의 김영지 입니다.
오늘은, 지극히 제 개인적인 생각들로 정리를 하는 글이라 제 이름으로 보내는 편지처럼 적어봅니다. 다들 한 해 마무리 잘 하고 계신가요?

사실 저는 결과로 보기 전까지는 불안감이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래서인지 올 한 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옅은 불안함으로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또 부지런한 일년을 보냈어요.
그리고 그 노력을 보상받고 싶은 것 처럼, 일년 동안 이루어낸 성과를 정리하기 위해 <연말 정산>이라는 타이틀로 글을 적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이 때 무엇을 해냈어, 이것도 했지" 이렇게요.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연말정산이라는 이름 하에 성과를 기록하다 보니, 성과가 아닌 그 과정을 조금 더 들여다 보게 되었습니다. 이룬 것은 당연히 대견하고, 이루지 못한 것은 그 기반을 다졌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았습니다. 2022년의 모든 체크리스트를 채우지는 못했지만, 2023년의 체크리스트 일부는 이미 거의 다 했구나 라는 안도와 함께요. 

그래서 오늘 이 메일은, 제가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들을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이 글을 읽는 분도, 결과가 아닌 2022년의 과정으로 한 해를 정리해보시길 바랄게요. 
그리고 아직 채울 빈칸이 많아 더욱 더 기대되는 2023년에 모두 만나요! 


👩‍💻
Q. 2022년 우리를 가장 뿌듯하게 한 것은? 

무엇이 우리를 "뿌듯"하게 했냐 하면은 22년 1월부터, 11월까지 로파 서울 쇼룸에서 매달 진행된 (미친) 팝업들과 워크샵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1_리버럴오피스 팝업 22.4 / 2_크래프트프랙티스 팝업 22.5 / 3_ 캄웨이브 팝업 22. 7 / 4_ 디어스룸 팝업 22. 9 / 5_인스턴트와이즈 팝업 22.10
총 5개의 외부 브랜드와 협업한 팝업과, 5가지의 워크샵 세션, 그리고 3건의 자체 팝업들이 정말 격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사실 이 팝업과 워크샵들은 저희의 환경 등 여러 면에서 매우 무리한 일정이었어요.  엘레베이터가 없는 5층 건물에 전시 디피를 하기 위해 사다리차를 한 해 동안 20번 가까이 불렀구요, 
전기 공사가 안되어 있는 4층 빈 공간에서 스탠드를 켜놓고 오손도손 모여 워크샵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또, 매 브랜드들과 팝업을 구성할 때는, 단순히 브랜드를 진열해놓고 싶지 않았어요.
<로파 서울>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획을 항상 얘기하며 정말 매번 '격한' 회의들을 통해 해당 브랜드들이 저희 공간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도록 도왔습니다. 쪼았습니다. 
그런데 1년 동안 이렇게 여러 활동들을 진행하니,  저희에게는 어느덧 <별난 기획을 하는 팀> 이라는 별명이 붙었어요. 정확히 무엇을 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하는 팀 - 이라는 이야기도 많이 듣게 되었습니다. 

"늘 별나게, 즐겁게." 
로파 서울과 따바프레스를 관통하는 하나의 메세지가 보다 뚜렷하게 정립된 첫 해였던 것 같아요. 

  
Q. 2022년, 가장 큰 성과를 뽑자면?

숫자적으로는 기프트세트의 출시이고, 의미적으로는 2월에 진행되었던 피스피스 팝업입니다. 

기프트세트는, 지난 6월에 출시되어 반 년동안 10000여개가 판매되었어요.  사실 공예와 아트라는 카테고리에서 이 만큼의 수량을 판매했다는 기록은 저희 내부적으로 뿐만 아니라, 외부적으로도 꽤나 인정받은 성과였습니다. 

  그리고 의미적으로 가장 큰 성과를 이룬 것은 2월에 진행되었던 피스피스 팝업이었어요. 
피스피스 팝업은 우크라이나 전쟁 기금 모금을 위해 로파 서울과 함께 하는 작가님들과 함께 한 자선행사였습니다. 작가님들의 B그레이드 피스(Piece)들을 평화(Peace)를 위해 모아놓는 다는 컨셉의 플리마켓이었죠. 3일이라는 짧은 행사 기간 동안 약 1000여 명이 방문을 주셨고, 170여만원이 실제로 대사관에 기부되었습니다. 

기획부터 실행까지 채 2주가 걸리지 않았던 정말 미친 행사였음에도, 너무나 많은 좋은 마음과 마음이 모여 좋은 결과까지 이어졌었어요. 여러 방면에서 가장 의미있는 성과였지 않나 싶습니다. 
👩‍🎤  
Q. 2022년, 가장 도전적이었던 시도는?

단연코 온더홀의 오픈이었습니다.  막연하게 "음식으로 새로운 체험을 주고 싶다/ 작가들의 식기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시작된 기획이었습니다. 

문제는 그 당시 따바프레스에는 저 포함해서 메인 팀원이 세 명 밖에 없었던 것이죠. 심지어 현재 온더홀에서 메인쉐프를 담당하고 계신 영준님 역시 - 그 당시에는 저희와 함께 로파서울의 배송 관리와 고객관리 업무를 병행하고 있었어요.  배송과 CS, 새로운 상품의 큐레이션과 미친 팝업들이 요동치는 때에, 퇴근을 하면 같이 메뉴를 테스팅하고 쉬는 날에는 스터디를 하러 다니는 정말 무리한 일정이 반 년 가까이 이어졌었습니다.  싸우기도 얼마나 많이 싸웠는데요~ 
메뉴의 선택도 <파블로바>라는 한국에서 꽤나 생소한 디저트를 '더' 생소한 재료로 풀어보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무슨 배짱이었는지, '아무도 쉽게 따라할 수 없는 것'을 하자는 마음과, '이건 잘 될 수 밖에 없다'라는 확신으로 그 시간들을 버텼습니다.  거의 일 년에 가까운 준비 끝에 지난 6월 온더홀을 처음 론칭하게 되었고 - 저희의 작은 노력들은 감사히도 많은 고객님들이 알아봐주셨어요. 

온더홀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는 디자인프레스마요네즈매거진에서 정말 잘 정리해주셨답니다. (소곤소곤)
👯‍♂️  
Q. 2022년, 가장 기억에 남는 인연들은? 

올 한 해 정말 무수한 인연들을 만났습니다. 그래서 사실 어느 한 인연을 콕 찝어보아라 라고 얘기하면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총 105 개의 브랜드가 로파 서울을 거쳐갔고,  앞서 언급한  리버럴오피스 / 크래프트프랙티스 / 디어스룸 / 캄웨이브 / 인스턴트와이즈의 총 5개의 브랜드들의 팝업이 로파 서울 쇼룸에서 진행되었습니다.   특히 <리버럴오피스>의 경우 이전에 제가 근무했던 회사의 팀원들과 함께 브랜드 준비 단계 부터 론칭까지 함께 하기도 했었구요, <디어스룸>은 제가 우연히 개인계정으로 알게된 디어스룸 팀원을 연초부터 끈질기게(?) 연락한 끝에 9월에 되어서야 비로소 팝업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저 멀리 스페인에서부터, 한국에는 유일하게 로파서울에만 제품을 보내주는 <라피다스 스튜디오>도 있죠. 
그리고 로파서울에서 소개하는 작가님들 외에도 - 롯데백화점 영등포점도 기억에 남는 인연이라고 하면 인연이라고 할 수 있겠죠.! 
저희는 21년 12월부터 22년 7월까지 반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영등포점 1층에서 <소행성> 컨셉으로 매장을 운영했었는데요,  영등포점에서는 용산 쇼룸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다채로운 상품들을 여러 주제로 소개했었습니다.  특히 지점에 계셨던 여러 담당자님들의 배려들 덕에 큰 어려움 없이 잘 지낼 수 있었어요.   그리고 월 - 일 휴무일 없는 운영 탓에 거의 6명 가까이 늘어났었던 쇼룸의 파트타이머분들도 그 때 만난 소중한 인연들입니다. 
🤮 
Q. 2022년,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한 번씩 팀내에 전염병(?)이 돌 때.. 4월 달에 한 번은 6명의 매장 스태프 중 4명이 코로나에 걸리는 바람에 2명이서 월 - 일 10-8시의 오픈 스케줄을 감당한 적이 있었어요.. 그 때 급하게 파트타이머를 뽑기도 했지만 300여개가 되는 로파 서울의 모든 제품을 다 파악하고 쇼룸 업무를 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죠.. 그렇게 남은 두명의 스태프가 정말 힘든 일주일을 보내고 남은 스태프들이 격리가 해제되어 복귀한 후에도, 저희의 업무 스케줄이 정상화되는 데 까지는 꽤나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던 것 같아요. 
또 한 번 위기가 찾아온 것은 얼마 전 11월 말. 팀원 절반이 A형 독감에 걸리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쇼룸을 거의 2주를 풀로 쉬어가기 까지 하죠. 
붙어있는 시간이 길고, 적은 인원으로 타이트하게 돌아가는 팀인 만큼, 예상치 못하게 이런 질병들로 업무가 이렇게까지 홀드될 수 있구나를 뼈저리게 체험한 2022년 이었습니다. 
해서 요즘은 근무스케줄을 최대한 변칙적으로 배치하며 한 명이 갑자기 빠져도 문제가 없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어요. 
😨
Q. 올 한 해, 가장 아쉬웠던 것은? 

우리가 먼저 손 내밀고, 시작하지 못했거나 약간은 미흡했던 여러 시도들이 가장 아쉽고 후회가 되어요. 
1년 동안 정말 감사하게도 협업을 논의한 브랜드들이 정말 많았는데요, 저희가 먼저 손을 내밀기도 했고, 손을 내밀어주시는 것을 냉큼 잡기도 했죠. 그런데 이래저래 저희의 내부 스케줄과 여러 사유들로 협업이 흐려지는 경우가 유독 많은 한 해였습니다. 

11월달에 시도했던 경매 역시, 기획과 진행 과정에서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더라면'이라는 여러 후회들이 많이 남았던 프로젝트였습니다. 저희가 주최가 되는 기획에서는 - 성과가 기대했던 것에 미치지 못하면 저희를 믿고 참여한 모든 브랜드와 작가분들께 죄송한 마음을 항상 느끼는 것 같아요. 

다만, 22년 한 해 동안 쌓인 여러 시도들은 저희 안에 작은 기반으로 자리잡은 것은 확실한 것 같아요. 벌써 내년 1분기 동안 협업 제품을 제작할 브랜드들을 리스트업해두었구요 - 
뉴비드의 2차 경매 세션도 본격적인 기획단계에 돌입했습니다.  22년의 아쉬움을 원기옥으로 모아 더욱 쏟아낼 23년도를 기대해주세요. 
🤮 
Q. 2023년, 우리가 스스로에게 기대하는 것은? 

저희는 22년 4분기에 들어서야, 저희 스스로를 "아트커머스팀"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장르의 아티스트들의 상품을 취급하는 곳이지만, 단순히 샵이라고 하기에는 저희가 할 수 있고 좋아하는 것들이 많다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들었거든요.  플랫폼의 형태로 무한정 풀을 늘리는 것도 아니라, 저희가 팀으로서 더 다양한 기획과 연출등을 통해 아티스트들의 상품을 더 잘 소개하는 팀이 되겠다는 마음도 담겨있죠. 

앞으로 로파 계정 한 구석에는 요 이미지를 박아두려고 합니다. 

로파 서울은 아트커머스팀입니다.
전세계의 아티스트들을 소개하고, 다양한 전시와 팝업, 브랜드들의 기획과 함께 
별나고 이상한 것들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팀입니다. 
 
여전히 1년이 지나도 뭐하는 지 모르겠는 저희를, 내년도에도 지켜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