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0일, 핀란드 헬싱키의 LOKAL 갤러리에서 열린 《Correspondences》 전시가 막을 내렸습니다. 작년 말 서울에서 시작된 이 전시는 국경과 언어를 넘어, 손의 감각과 재료를 대하는 태도, 그리고 삶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서로 조응하며 또 다른 계절에 대륙 건너 다른 공간 안에 담아내기를 꿈꿨습니다.

헬싱키에서의 전시가 끝난 지금, 그 풍경은 비워진 공간 너머에서 조용한 마음의 여운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헬싱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의 작업을 다시 돌아보고, 전시와 함께 현지에서 진행된 교류 프로그램과 활동들을 함께 소개합니다. 창작자들의 마을 피스카스(Fiskars)에서의 작가 스튜디오 방문, 도자기 미술관 KWUM에서의 아티스트 토크, 그리고 LOKAL의 여름 전시가 열린 빌네스(Billnäs) 방문을 통해 우리는 더 깊이 이해하고 감각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Correspondences》라는 2025년 여름의 한시적 전시가 만들어낸 긴 파장과 그 끝에서 다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이번 뉴스레터를 통해 나눕니다.
🪡  조응의 마지막 인상을 담으며
《Correspondences》는 10명의 작가가 물성과 감각, 언어와 손의 흔적을 매개로 서로 다른 조응의 방식들을 제안한 전시였습니다. 낯선 장소, 로칼 갤러리 안에서 각자의 작업을 다시 감각하고 배치한 이들은, 익숙한 조형 언어를 새로운 맥락 속에 풀어내며 공간에 섬세한 긴장을 더했습니다. 그 안에서 피어난 장면들은 각기 다른 감각의 결을 따라 구성되었고, 관객은 작품 사이를 거닐며 겹침과 어긋남의 순간들을 천천히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전시가 끝난 지금, 조응의 시간은 물리적 설치를 넘어, 서로의 감각과 태도가 만난 방식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이 뉴스레터에서는 그 마지막 인상을 담아,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의 작업을 다시 소개합니다.
  2025, 《Correspondences》 전시 전경 @사진 김다인 

Antrei Hartikainen


섬세한 감각과 뛰어난 목공예 기술을 바탕으로 작업하는 피스카스 출신의 디자이너이자 마스터 캐비닛메이커입니다. 기능적이면서도 조형적인 작업은 공예와 순수 예술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나무라는 재료의 물성과 감각에서 출발한 유기적인 형태로 표현됩니다. 우아하고 감각적인 작업으로 여러 상을 수상했으며, 장인정신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작품 세계를 펼치고 있습니다.

백경원 Kyungwon Baek

백경원은 손으로 점토를 쌓아올리는 핸드빌딩 기법을 바탕으로 도자 조형을 선보입니다. 그녀의 작업은 손의 리듬과 단정한 형태, 그리고 유약 아래 남은 미세한 흔적이 공존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구체적인 이미지를 기하학적 조형 언어로 환원하면서도, 도자 특유의 따뜻한 물성을 놓치지 않습니다.  

Ananya Tanttu

렌즈 기반 매체를 통해 자전적인 이야기와 감각적인 현실을 표현하는 핀란드 출신의 사진 및 영상 작가입니다. 작품은 형이상학적이면서도 물질적인 층위 위에서 서사를 전개하며, 주관적인 상징을 찾아내 작가만의 개인적인 신화를 만들어냅니다. 진지하면서도 유쾌한 태도로 작업에 임하며, 다양한 협업 프로젝트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현재 헬싱키 미술 아카데미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으며, 2012년 로칼 설립 초기부터 팀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민정화 Jeong Hwa Min

민정화는 자연에서 발견한 색과 형태를 기하학적 드로잉과 회화, 프린트 작업으로 옮겨냅니다. 직선과 곡선, 추상과 유기적 이미지가 공존하는 그녀의 작업은 시골에서의 삶에서 비롯된 조용한 관찰에서 출발합니다. 리소 프린트, 세라믹, 아티스트 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손으로 만든 세계’의 감도를 확장해 나갑니다.

Outi Martikainen


관찰을 중심에 두고 기억과 감각을 직조해내는 섬유 예술가입니다. 작고 세밀한 요소들을 구성한 작품부터 대형 설치작업까지 폭넓은 작업을 이어오고 있으며, 개인적인 기억과 섬세한 인상을 전통적인 재료를 통해 풀어냅니다. 민감한 감수성과 실험적인 재료 활용을 바탕으로 구성된 작업은 관람자에게 새로운 시선으로 현실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정수경 Sukyung Chung

정수경은 건축과 자연의 구조에서 영감을 받은 유리 조각을 제작합니다. 다양한 크기의 색유리 블록을 성형틀에 배열하고 가마 속에서 천천히 열을 가해 형태를 만듭니다. 이 유기적인 과정 속에서 유리는 고체와 액체 사이의 상태로 변화하며, 형태의 질서와 우연을 동시에 품게 됩니다. 반복과 균열, 굴절과 투명도를 통해 그녀는 자연의 복잡성과 그 안의 아름다움을 시각화합니다. 

Heli Tuori-Luutonen


1980년대부터 활동해온 핀란드의 대표적인 섬유 예술가입니다. 예술 작품뿐만 아니라 교회 직물, 일상 생활을 위한 섬유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작업을 이어오고 있으며, 정제된 형태와 손작업의 미감을 바탕으로 건축적이면서도 기념비적인 인상을 주는 작품을 선보입니다. 핀란드 국립미술관, 국립극장, 위후리 재단 등 여러 기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습니다.


차승언 Seungean Cha

차승언의 작업은 회화처럼 보이지만, 실은 손으로 직조한 텍스타일입니다. 그는 섬유를 조형의 매체로 삼아, 현대 회화와 공예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듭니다. 실과 색, 반복되는 직조 행위를 통해 완성된 작업은 눈으로만 보는 회화가 아닌, 만져보고 느끼고 사유하게 하는 회화입니다.

  

Tuulia Penttilä


1999년부터 피스카스에서 디자이너이자 목공예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유럽, 일본, 한국 등지의 주요 미술관과 전시, 비엔날레에서 작품을 선보여왔습니다. 건축 사무소 및 공공기관, 기업과의 협업을 포함한 다양한 프로젝트도 진행해왔습니다.작업은 간결한 형태, 세심한 디테일, 자연 소재의 감촉이 어우러진 절제된 미학이 특징이며, 생태적 사고와 재료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나무라는 재료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습니다.

이상혁 Sanghyeok Lee

이상혁은 사물과 공간, 인간의 행위 사이의 관계를 조형적으로 탐구합니다. 건축적 구조와 도시의 장면들을 비유 삼아, 안과 밖의 경계를 뒤섞고 전복시키는 설치 작업을 선보입니다. 그는 물성과 공간이 만들어내는 긴장과 감각을 통해, 우리가 무심히 지나쳐온 일상의 의미를 다시 보게 만듭니다.  
작품 구매 문의 → factory2.seoul@gmail.com
🛠️  Correspondences in Fiskars and Helsinki — 작가 교류 프로그램
《Correspondences》 전시에 참여한 민정화, 백경원 작가와 함께 핀란드 피스카스(Fiskars)와 헬싱키(Helsinki) 일대의 작가 스튜디오를 방문했습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재료와 감각을 다뤄온 예술가들의 작업실을 직접 찾으며, 공간에 스며든 시간과 태도를 가까이에서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작가들은 자신의 작업을 소개하고, 서로의 방식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작업을 이어가는 예술가들과의 만남은 단순한 교류를 넘어, 감각과 시선을 넓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 Antrei Hartikainen’s Studio, Fiskars

뉴욕 타임즈에 소개되기도 했던 작가 Antrei Hartikainen의 작업 공간은 규모부터 남달랐습니다. 대형 목재가 정리된 넓은 스튜디오에서 장인들과 함께 작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현재 《Correspondences》 전시에 참여한 그의 작품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스케치부터 실제 제작 과정까지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또, 나무에 이어 유리 작업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작업을 계획하고 있는지 그의 작업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 Kim Simonsson’s Studio, Fiskars

2008년 Arabia 135의 정식 회원으로 초청된 이후 국제적으로도 활동 중이며 뉴욕, 파리, 베를린 등지에서 개인전 및 다수의 공공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작가 Kim Simonsson의 작업실을 방문했습니다. 작가는 주로 이끼에 뒤덮인 듯 보이는 소녀를 세라믹으로 만듭니다. 딸을 키우며 이전보다 조각의 표정과 몸짓이 훨씬 생생해졌고, 작업의 디테일이 변했다는 작가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어요. 몰드를 이용해 신체를 조형하는 방식과 흙으로 규모감 있는 인물 조각을 빚는 과정 등 작가의 작업 방식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 Rutsuko Sakata's artwork at the Onoma Museum, Fiskars

피스카스의 오노마 뮤지엄에서 열린 전시 《Utopia》에서는 작가 루츠코 사카타의 공간 설치 작업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자연광에 은은히 반응하는 펠트를 활용해 전시장 안에 ‘차실’을 구현했습니다.
천 너머로 스며드는 바깥 풍경, 그 안에서 느껴지는 고요함은 공간이 주는 감각의 층위를 섬세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자연과 분리되지 않되, 고요히 분리된 하나의 ‘머무름’의 공간처럼 다가왔습니다.
📍 Ilkka Kärkkäinen’s Studio, Helsinki

so_helsinki를 운영 중인 Ilkka Kärkkäinen은 과거 광고회사를 운영하다가 자신의 스튜디오를 차려 활판 인쇄와 그래픽 작업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무려 5년간 직접 수집한 활판 기계와 장비들을 작업에 활용하는데, 기술들을 하나하나 독학으로 배웠다고 해요. 인쇄물은 활판을 비롯해 CNC 나무판, 자석판 등을 이용해 제작한다고 합니다. 특히 so_helsinki와 다양한 작가들이 협업해 만든 프린트 에디션들을 볼 수 있었는데, 평소 다른 재료를 다루는 작가들이 새로운 기술을 실험하고 협업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인쇄라는 아날로그 기술이 현재 예술가들과 어떻게 새롭게 연결되는지 볼 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 Veera Kulju’s Studio, Helsinki

Arabia Art Department Society에 속한 Veera Kulju 작가의 작업실입니다. 브랜드가 예술가들에게 스튜디오를 제공해 여러 작가가 한 공간을 공유하고 있는데요, 대학교 공방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Veera Kulju는 세라믹, 텍스타일, 영상 등 다양한 재료와 매체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작가입니다. 그녀의 작업에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관심이 짙게 묻어납니다. 특히 바다와 숲 등 자연 생태계에서 발견되는 균형과 파괴, 그 속에서 인간의 위치를 탐구합니다.
작업실에 놓여 있던 한 작업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이 인상 깊었는데요, 작업을 지속할 수 없던 시기의 불안과 멈춤을 솔직하게 드러냈다고 해요. 작가는 완벽한 형태를 추구하기보다는 멈추고 비워진 시간을 인정하고, 굳어버린 표면 위에 새로운 층을 더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이어갔습니다. 굳어진 점토 위에 덧붙여진 층들은 오히려 더 역동적인 질감과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  이어지는 감응, 로칼 빌네스에서

  2025, 《Sommarstilleben》, Photo @ Katja Hagelstam 
이번 여름, 헬싱키에서 서쪽으로 향한 오래된 제철 마을 빌네스(Billnäs)에서 로칼(Lokal)의 여름 장기 전시 《Sommarstilleben》이 펼쳐집니다. 북유럽의 여름처럼 짧고 찬란한 순간들을 담은 이번 전시는, 공예와 예술, 핸드메이드 오브제들이 하나의 정물로 구성되는 장면을 통해 로칼의 핵심 가치를 오롯이 드러냅니다. 과거의 시간을 간직한 공간에 새로운 감각을 더해, 아름다움이 시간의 결을 따라 천천히 배어드는 전시입니다.
  2025, 《Sommarstilleben》, Photo @ Katja Hagelstam 
정물(still life)이라는 형식은 여기서 단지 시각적 구성이 아닌, 여름의 정서와 감각을 고요히 드러내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다양한 매체와 재료, 크기와 주제를 넘나드는 수십여 명의 작가와 장인들이 참여해, 각기 다른 감성을 한 공간에 채워 넣었습니다. 참여 작가로는 Tiia Anttila, 장재아, Antrei Hartikainen, Kim Simonsson 등 핀란드 및 핀란드에 기반을 둔 동시대 작가들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2025, 《Sommarstilleben》, Photo @ Katja Hagelstam 
전시는 로칼 디렉터 Katja Hagelstam이 기획하고, 전시 공간 디자인은 Hanni Koroma가 맡았습니다. 또한, Arkimuoto, Minna Arponen, June Seo 등 로칼 컬렉션에 참여한 장인들과 브랜드 Vaarnii도 함께했습니다. 전시는 빌네스(Billnäs)의 Ruukintie 8번지에서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  다음 전시 미리 보기 | Who With What (WWW)
Who With What(WWW)은 ‘누가, 무엇을, 누구와 함께’를 키워드로 새로운 협업 관계를 확장하는 윌링앤딜링 아트컨설팅의 새로운 시도입니다.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파트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프로그램의 연속성과 확장성을 높이고, 미술품 유통과 작가·협력 파트너와의 상호 이익을 만들어가는 지속 가능한 모델을 지향합니다.

8월 2일부터 8월 17일까지, 윌링앤딜링 소속 작가 손지형, 서재웅, 정현두는 팩토리 에디션이 소개하는 Makishi Nami의 아름다운 가구와 어우러지는 공간 연출을 선보입니다. 미술과 가구디자인이 교차하는 이번 협업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
장소|Factory2 (자하문로10길 15)
일정|2025.08.02 – 08.17
운영 시간|13:00 – 19:00 (월·화 휴관)
주관|윌링앤딜링 아트컨설팅
후원|예술경영지원센터
  
  
  
기획 팩토리2
진행 김다인 정유경 홍보라
에디터 팩토리2
디렉터 홍보라 
팩토리2 드림
팩토리2
factory2.seoul@gmail.com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10길 15 02-733-48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