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모닝을 하는 일잘러들의 참고서
2026.4.22 | 1011호 | 구독하기 | 지난호
저는 지금 어도비 서밋 2026이 열리고 있는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에서 노트북을 열었습니다.

이번 주에는 이곳에서 구글 클라우드 서밋까지 이어지는 일정이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꽉 채워 지내다 돌아갈 예정입니다.

CES 때문에 라스베이거스에 여러 차례 왔었는데 이번에도 또 행사 때문에 왔네요. 슬롯머신은커녕 하루 종일 행사장만 돌아다니다 돌아갈 듯합니다. 라스베이거스에 이렇게 자주 오는데 제 지갑이 멀쩡한 건, 어쩌면 행사 일정 덕분인지도 모르겠습니다(재미없는 개그입니다😅).

지갑은 멀쩡했지만 머리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잭팟’이 터지는 곳은 카지노뿐인 줄 알았는데, 오늘은 IT 뉴스에서도 연달아 터졌거든요.

그것도 하루에 세 번이나요. 첫 번째는 제가 취재하러 온 어도비 서밋 기조 강연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어도비 발표 중에 날아온 ‘팀 쿡 퇴진’ 속보였고, 세 번째는 한국 시간 22일 오전 4시에 공개될 오픈AI의 새 이미지 기능 브리핑이었습니다.

기조강연 듣다가 속보 보고, 브리핑 자료 읽다가 다시 기조강연을 보는 하루. 기자에겐 축복인 동시에 저주인 날입니다.

오늘 미라클레터는 그래서 평소보다 좀 긴 편입니다. 같은 날 터진 이 세 개의 IT 폭탄을 시간 순서대로 풀어드릴게요.

공교롭게도 세 회사 모두 같은 질문에 각자 다른 답을 내놨거든요. 라스베이거스에서의 미라클레터,  빠르게 시작합니다.
  
오늘의 세줄 요약
1.어도비 서밋이 시작하는 날, 오픈AI는 이미지 기능을 대폭 강화한 버전을 내놨습니다. 
2.어도비 서밋 기조강연이 진행 중일때, 애플은 팀 쿡 CEO가 물러난다고 밝혔습니다. 
3.어도비는 AI 기업들과 경쟁이 아닌, 공존을 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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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딧과 X 등에는 챗GPT 이미지2.0으로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여러 그림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실적인 사진이 너무 많아서 놀랄 정도에요. 특히 오픈AI는 (제미나이의 나노바나나를 겨냥한 듯) 인포그래픽 부분에서 큰 발전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사진=챗GPT]
제2의 지브리 열풍을
오픈AI 새 이미지 모델 공개

오전에 이 글을 읽으실 구독자분들, 오픈AI의 새 기능 출시를 가장 먼저 확인하시는 겁니다😊. 오픈AI는 한국 시간 22일 오전 4시, 새 이미지 생성 모델인 챗GPT 이미지 2.0을 공개합니다. 관련 브리핑을 전날 했는데요. 지난해 4월 GPT-4o 이미지 기능을 선보인 뒤(지브리 열풍을 일으켰던) 약 1년 만에 내놓은 풀 업그레이드 버전입니다.

관련 브리핑을 하루 전날 했는데요. 오픈AI 제품을 총괄하는 아델 리드는 “이번 모델은 이미지 생성의 격을 바꾼 제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표현이 다소 과해 보이지만 발표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가 강조하려는 지점은 명확합니다. 이번 업데이트는 ‘재미있는 이미지 생성기’에서 ‘전문가용 창작 도구’로의 포지셔닝 전환했다는 점이에요.

그동안 챗GPT 이미지 기능은 ‘지브리풍 사진 변환’이나 ‘내 모습을 캐리커처로’ 같은 바이럴 콘텐츠로 유명했습니다. 오픈AI에 따르면 이 기능은 현재 주간 10억 장 이상의 이미지를 생성하는, 챗GPT에서 가장 인기 있는 기능 중 하나로 자리 잡았는데요. 매주 수억 명의 사용자가 이미지 기능을 쓰고 있다는 것이 오픈AI의 설명입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재미있게 쓰는 건 좋은데 정작 업무용으로는 쓰기가 애매했다는 거죠. 글자는 깨지고, 차트는 엉성하고, 로고는 뭉개졌습니다. 디자이너들이 “AI로 시안 뽑아보자”라고 했다가 결국 포토샵 켜는 장면이 반복된 이유예요. 챗GPT 이미지 기능 써보신 분들 아시겠지만 한글 글자는 정말 많이 깨집니다. 궭봙삵곯궤.

이미지 2.0은 이 지점을 겨냥합니다. 아델 리드가 직접 꼽은 개선 포인트는 세 가지였는데요. 첫째, 텍스트 렌더링이에요. 이미지 모델의 오랜 숙제였던 글자 깨짐 문제를 대폭 개선했다고 합니다. 단순 포스터나 메뉴판 수준을 넘어 차트, 구조화된 레이아웃, 심지어 과학 다이어그램까지 생성할 수 있다고 해요(제미나이의 나노바나나2를 겨냥한 듯합니다). 연구를 주도한 보얀은 이 부분이 가장 공들인 부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둘째, 다국어 지원이에요. 기존 모델이 영어에는 강했지만 아시아권 언어에는 약했던 약점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고 합니다. 아델 리드는 “한 번의 프롬프트로 영어 광고를 만든 뒤 30개 언어 버전으로 바로 뽑을 수 있다”라고 했는데요. 이 기능이 소상공인·마케터들에게 가장 큰 파급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국어 텍스트 품질이 어느 정도인지는 직접 테스트해봐야 알 수 있을 듯합니다.

셋째, 화면비의 자유화입니다. 기존에는 세 가지 표준 비율만 지원했지만 이제 프롬프트에서 원하는 비율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API를 쓰는 전문가 사용자에는 2K·4K 해상도 출력도 열립니다. 오픈AI는 “사실상 프로덕션 수준의 결과물을 바로 뽑을 수 있게 됐다”라고 설명합니다.

이번 발표의 진짜 무게중심은 ‘추론형 이미지 모델 이미젠 2.0 씽킹’이었어요. ‘o 시리즈’로 대표되는 오픈AI의 추론 역량을 이미지 생성에 접목한 모델입니다. 단순히 프롬프트대로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모델이 웹 검색을 하고 도구를 사용하고 스스로 생각한 뒤 결과물을 만들어냅니다. 대신 느립니다. 아델 리드도 발표에서 “더 복잡하고 정확한 이미지를 만드는 대가로 대기 시간이 길어진다”라고 솔직히 인정했고요.

뷁괅돍겘... 다시 안 볼수 있을까

이날 보여준 여러 시연이 모두 인상적이었는데요. 특히 블로그 글 링크 하나를 주자 차트가 포함된 풀 인포그래픽을 뽑아낸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GPT-5.4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줘”라는 단 한 줄의 지시로 모델이 직접 관련 정보를 리서치해 시각화까지 마친 겁니다. 또 흥미로운 건 멀티페이지 일관성 기능이었는데요. 캐릭터와 에셋을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여러 장의 이미지를 동시에 생성하더라고요. 스토리북, 동화책, 발표 자료 등을 한 번에 뽑을 수 있다는 겁니다.

아델 리드는 “벤처캐피털리스트로 일했던 전 직장에서 늘 덱을 만들어야 했는데 이제는 ‘이 회사에 대해 10페이지 덱을 만들어줘’ 한 줄이면 끝난다”라며 “손댈 필요가 없다”라고 했습니다. 파워포인트 장인들에게는 다소 서늘한 이야기인 것 같고요. 이미지 입력 한도도 풀렸습니다. 기존 모델은 사실상 5장 정도가 한계였는데 이제는 원하는 만큼 올릴 수 있습니다.

실제 시연에서는 파워포인트 파일을 업로드한 뒤 “핵심을 담은 포스터 하나 만들어줘”라고 하자 모델이 파일 안의 코덱스 로고까지 알아서 추출해 결과물에 반영하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일단 이 기능은 무료 사용자도 쓸 수 있습니다. 무료 사용자는 기본 모델을, 플러스와 프로 사용자는 2.0 씽킹 모델까지, 최상위 사용자는 이미젠 프로 모델을 쓸 수 있어요.

Q&A 시간에는 정치적 악용 가능성에 관한 질문이 나왔습니다. 최근 뉴욕타임스가 다룬 ‘AI로 만든 가짜 인플루언서’ 이슈가 계기였는데요. 아델 리드는 “다른 플랫폼과 회사들은 그런 안전장치가 없을 수 있지만 챗GPT는 다르다”라고 답했습니다. 오픈AI는 산업 표준에 맞춘 워터마킹, 다층 모델 안전장치,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이미지 생성 시장에 후발주자들이 느슨한 기준으로 진입하는 상황에서 자사의 안전성 투자를 차별점으로 내세우겠다는 전략으로 읽힙니다.

라스베이거스 어도비 서밋 첫째 날, 이 발표가 나온 것이 우연일지 아닐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20년 전 제가 포토샵 책을 사서 익혔던 그 기능들이, 앞으로는 한 줄 프롬프트로 대체되는 속도는 훨씬 빨라질 것 같습니다. 

AI 풀스택 가능성의 확장
엘리스그룹, AI 풀스택 전략 공개 

지난 15일, 엘리스그룹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AI 인프라부터 AI 교육까지 전 영역을 아우르는 'AI 풀스택 전략'을 공개했습니다. 엘리스그룹은 국산 기술로 완성한 ‘K-PMDC(Portable Modular Data Center)를 중심으로 차세대 AI 클라우드 인프라 시장을 공략할 계획인데요.
엘리스그룹은 PMDC 방식으로 AI 전용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AI 클라우드 가상화 솔루션 ECI(Elice Cloud Infrastructure)를 자체 개발, 대규모 GPU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활용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했다고 합니다. 단순히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 뿐만 아니라 이를 실제 서비스에 활용하는 기술까지 확보한 것입니다. 

AI 인프라 국산화 및 차세대 AI PMDC 구축

엘리스그룹은 AI 인프라 국산화를 핵심 전략으로 삼고, 차세대 AI PMDC를 구축함으로써 고성능 컴퓨팅 환경에 최적화된 인프라를 구현하고, 급증하는 AI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현재 엘리스그룹이 제공하는 AI 모듈형 데이터센터는 기존 약 2년 이상 소요되던 데이터센터를 약 3개월 내 구축할 수 있어, 빠른 구축과 유연한 확장이 가능하다는 것이 강점입니다. 

또한 보안 분야에서는 안랩과 협력해 차세대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보안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으며, 에너지 분야에서는 스탠다드에너지와 함께 전력 안정성과 에너지 효율 협력을 논의, 레신저스와는 고성능 데이터센터를 위한 광통신 솔루션 영역에서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국내 CSP 최초 GPU Spot 요금제 출시

엘리스그룹은 AI 인프라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국내 CSP 최초로 ‘GPU 스팟(Spot) 요금제’를 도입했습니다. 해당 요금제는 유휴 GPU 자원을 활용함으로써 온디맨드 대비 최대 50% 수준의 비용으로 제공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장기약정형, 온디맨드, 그리고 스팟까지 총 3종 과금 모델을 모두 갖춘 국내 유일의 CSP입니다. 

AI 인프라부터 솔루션, 교육까지, AX 전 영역으로 사업 확대 가속화

AI 클라우드 인프라뿐 아니라 AI 솔루션과 교육 영역에서도 AX를 가속화하고 있는데요. 이외에도 엔터프라이즈 리더 및 실무자 대상 AX 교육도 고도화, 전사 교육, AX 컨설팅, PoC 구축, 대규모 프로젝트 수행까지 기업의 AI 전환을 위한 전 과정을 풀스택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엘리스의 AI 풀스택 모델이 궁금하시다면? 하단의 버튼을 통해서 더 상세하게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어도비 서밋 기조강연을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아래)입니다. 너무 자주보는 것 같아서 신기하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일대일로 말해본 경험은 없지만요😥 [사진=어도비(위), 원호섭]

우리는 포토샵만
하는 게 아니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어도비 서밋 2026을 현장에서 지켜봤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어도비는 이번 서밋에서 ‘맞서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놓은 것 같아요(제 개인적 의견입니다).

포토샵·일러스트레이터가 있는 크리에이티브 영역은 이미 생성형 AI가 치고 들어온 지 오래됐습니다. 오픈AI가 최근 공개한 이미지 2.0을 보면 시안, 포스터, 슬라이드덱까지 침범당하는 게 시간 문제죠. 어도비가 20년 넘게 쌓아온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성채가 흔들리는 중입니다.

그런데 어도비에는 성채가 하나 더 있습니다. ‘고객 경험 관리(CXM)’ 분야입니다. 포춘 100대 기업 중 99곳이 쓰고 슈퍼볼 같은 대형 마케팅 순간마다 최우선으로 선택되는 B2B 플랫폼이에요. 일반 소비자에겐 낯설지만 마케팅 업계에서는 어도비가 이 시장을 ‘개척’한 회사로 통합니다.

샨타누 나라옌 어도비 CEO는 20일 기조 강연에서 AI 에이전트 시대의 새로운 카테고리로 ‘고객 경험 오케스트레이션’을 선언했습니다. 콘텐츠 도구 회사에서 브랜드의 모든 고객 접점을 AI가 실시간으로 조율하는 인프라 사업자로 정체성을 재편하겠다는 신호입니다. 

이 중심에는 2019년 출시된 ‘어도비 익스피리언스 플랫폼(AEP)’이 있습니다. 규모가 상당합니다. 하루 700억 건의 고객 데이터를 처리하고 35조 건이 넘는 분석 작업을 수행하며 1년에 1조 건 이상의 고객 경험이 실제로 실행됩니다. 2026년 슈퍼볼 당시에는 80억 건의 서버 호출이 몰렸고, 동시에 2100만 명이 접속했습니다.

이번 서밋의 하이라이트는 ‘CX 엔터프라이즈’입니다. 한 줄로 정리하면 “기업 마케팅 업무를 AI 에이전트들이 자동으로 돌리도록 만든 엔드투엔드 시스템”이에요. 마케팅팀이 “교차 판매 실적 3% 올려줘”라고 목표만 던지면, AI 에이전트가 알아서 고객을 추리고 에셋을 준비하고 캠페인을 집행하고 결과를 모니터링합니다.

흥미로운 지점은 따로 있습니다. 어도비가 이 시스템을 만들면서 경쟁자들을 전부 끌어안았다는 거예요. 파트너 명단이 아마존, 앤스로픽,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오픈AI입니다. 방금 전까지 어도비의 포토샵 영토를 위협하던 그 이름들이 전부 들어가 있어요. 앞으로 어도비의 에이전트 기능을 클로드, 제미나이, 코파일럿, 챗GPT 안에서도 쓸 수 있게 됩니다.

크리에이티브 시장에서는 수세에 몰렸지만, 기업 시장에서는 ‘중립 플랫폼’으로 자리 잡겠다는 전략이죠. 어떤 AI를 쓰든 기업 마케팅 업무의 허브는 어도비를 거쳐 가게 만들겠다는 포지션입니다.

이날 무대에 오른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어도비는 앞으로 마케팅 제조 시스템이 될 것이며, 그 기반은 AI 팩토리와 AI 슈퍼컴퓨터”라고 정리했습니다. 황 CEO는 “컴퓨팅 산업이 사전 녹화, 검색 기반 모델에서 실시간 생성 기반 모델로 이동하고 있다”라고 진단했습니다. 과거에는 미리 만든 콘텐츠를 데이터센터에서 꺼내 보여줬다면, 앞으로는 고객이 콘텐츠를 소비할 때 마다 생성형 AI가 맥락에 맞춰 실시간으로 만들어낸다는 거죠. 모든 소비자가 같은 브랜드를 각자의 언어와 관심사로 다르게 경험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양사는 3D 디자인 자산과 ‘디지털 트윈’을 기반으로 브랜드별 맞춤형 AI 모델을 만드는 ‘파이어플라이 파운드리’를 공동 개발 중입니다. 생성형 AI 전략의 중심에 있는 자체 모델 ‘파이어플라이’는 단일 모델이 아닌 ‘AI 우선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로 재편돼, 구글·오픈AI·블랙 포레스트 랩스 등 30개 이상의 외부 모델을 통합했습니다.

AI 시대 일자리 논쟁에 대해 황 CEO는 방사선 전문의 사례를 들었습니다. 10여 년 전 컴퓨터 비전이 인간 수준을 넘어섰을 때 영상의학과는 가장 먼저 사라질 직업으로 꼽혔지만, 지금 미국의 방사선 전문의 수요는 오히려 늘었다는 거죠. “스캔을 빠르게 분석할 수 있게 되자 의사들이 더 많은 검사를 처방하고 더 많은 환자를 받게 됐다”라는 설명입니다. 그는 기업의 AI 도입 시점에 대해 이렇게 못 박았습니다. “너무 일러서도 안 되지만, 늦어서도 절대 안 된다. 올해가 바로 그 시점이다.”

광고 업계 반응도 뜨겁습니다. 덴츠, 옴니콤, WPP 같은 세계 최대 광고 회사들이 CX 엔터프라이즈를 표준 플랫폼으로 쓰겠다고 선언했거든요. 크리에이티브 성채가 흔들리는 사이, 어도비는 두 번째 성채를 한층 높이 쌓아 올리고 있습니다. AI 시대의 승부처가 ‘누가 모델을 만드느냐’가 아니라 ‘누가 그 모델들을 엮어내느냐’로 옮겨가고 있다면, 어도비의 이번 선택은 꽤 영리해 보입니다.
애플 존 터너스 신임 CEO(왼쪽)와 팀 쿡 현 CEO가 대화를 나누고 있네요. [사진=애플]

애플
CEO 전격 교체


어도비 서밋 기조강연을 듣고 있던 20일(현지시간) 오후 2시께. 옆자리에 앉아 있던 한국경제신문 특파원이 절 툭 칩니다. “선배...” 목소리에 떨림이 느껴졌어요. 그는 스마트폰에 뜬 ‘Breaking News’를 보여줬습니다. ‘애플 팀 쿡 물러난다’라는 내용의 영문자가 보였습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어도비 서밋의 기조강연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어도비 관계자분들 죄송합니다).

애플이 14년 만에 CEO를 교체합니다. 단순한 세대교체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무엇을 만들지’를 고민한 잡스, ‘어떻게 확장할지’에 집중한 쿡. 이제 하드웨어 엔지니어 출신의 존 터너스가 그 바통을 이어받습니다. 애플이 지난 50년 동안 세 번째로 리더십의 무게중심을 옮긴 순간입니다. 방향은 분명합니다. 다시, 제품입니다.

쿡의 14년은 애플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경영 기록 중 하나입니다. 그는 재고 관리 방식을 뒤집고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했으며, 애플워치·에어팟 같은 신제품과 10억 명 이상에게 서비스를 파는 구독 모델로 회사의 체질을 바꿨습니다. 재임 기간 시가총액은 약 3500억 달러에서 4조 달러로 10배 이상 불어났고, 매출은 1080억 달러에서 4160억 달러로 커졌습니다.

다만 그가 끝내 넘지 못한 벽이 있습니다. 아이폰을 이을 ‘킬러 제품’입니다. 10년간 끌어온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는 무산됐고, 2024년 내놓은 비전 프로는 3499달러 가격표 앞에서 외면받았습니다. “쿡은 성장 궤도는 유지했지만 향후 20년의 경쟁 위치를 다시 짜는 혁신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오픈AI, 앤스로픽, 구글이 AI 시장을 재편하는 동안 애플은 사실상 관망했습니다. 자체 모델 대신 외부 모델을 끼워 넣는 길을 택했고, 올해 1월에는 경쟁사인 구글의 제미나이로 차세대 시리를 구동한다고 발표했죠. 아이러니한 건 2011년 시리로 대중에게 AI를 처음 각인시킨 회사가 바로 애플이라는 점입니다. 그런데 정작 시리는 아직 ‘에이전트’ 수준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그사이 챗GPT는 수억 명의 사용자를 확보했고, 세계 시총 1위 자리는 엔비디아가 가져갔습니다.

이 타이밍에 애플이 꺼낸 카드가 25년 경력의 하드웨어 엔지니어라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터너스는 2001년 합류해 23인치 시네마 디스플레이를 시작으로 맥·아이패드·아이폰 개발을 이끌었고, 인텔 칩에서 ‘애플 실리콘’으로의 전환을 주도한 핵심 인물입니다. 아이폰17 시리즈로 14년 만에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 1위를 탈환하는 데도 이바지했습니다.

그는 지난 3월 ABC 인터뷰에서 “특정 AI 제품을 출시하는 것보다 기술을 기존 소프트웨어에 통합해 모든 제품을 점진적으로 더 유용하게 만드는 데 초점을 둔다”고 밝혔습니다. 외부에서 AI를 가져오더라도 승부처는 디바이스라는 시각입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통합 설계가 AI 시대의 진짜 경쟁력이라면, 하드웨어 엔지니어 CEO는 꽤 전략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터너스는 그간 카메라 달린 에어팟, 스마트 글래스, AI 팬던트 등 웨어러블 3종과 안면인식 디스플레이·탁상 로봇·보안 카메라 같은 스마트홈 신제품을 직접 이끌어왔습니다. D.A.데이비드슨의 길 루리아 애널리스트는 “터너스 승진은 폴더블폰, 스마트 안경, VR, AI 핀 등 새로운 하드웨어에 집중하겠다는 신호”라고 분석했습니다. 물론 부담도 큽니다. 메타 AR 안경은 저렴한 가격으로 흥행 중이고, 엔비디아는 PC용 칩으로 애플 실리콘 영역까지 넘보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진행 중인 반독점 소송도 변수입니다.

결국 터너스는 쿡을 줄곧 따라다녔던 그 질문 앞에 다시 섭니다. ‘잡스 없이도 산업의 판을 바꾸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는가.’ 잡스는 제품을 만들었고, 쿡은 그 제품을 제국으로 키웠습니다. 터너스는 이 제국이 다음 시대에도 제국일 수 있도록, 다시 제품으로 돌아가야 하는 숙제를 안고 출발합니다. AI라는 거대한 파도 위에서 말이죠. 9월 1일, 애플의 다음 장이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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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코딩 AI ‘전투반’ 띄웠다…앤스로픽 추격전
앤스로픽이 여럿 힘들게 합니다. 구글이 AI 코딩 능력 격차를 줄이기 위해 연구진과 엔지니어로 구성된 ‘스트라이크 팀’을 꾸렸습니다. 앤스로픽의 모델이 자사 구글 딥마인드보다 앞섰다는 내부 판단이 계기인데요. 구글은 AI가 더 많은 코드를 작성하도록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현재 구글은 약 50% 수준이지만, 앤스로픽은 거의 100%를 AI가 작성한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이를 위해 내부 코드로 학습하는 전략으로 전환하고, 직원들의 AI 도구 사용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궁극적 목표는 AI가 스스로 코드를 개선하는 ‘자가 발전‘ 단계입니다. 구글이 움직이면, 또 달라질까요.

NASA 유인 달 탐사, 우주복이 발목?
미국 NASA의 2028년 달 유인 착륙 계획에 차질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핵심 장비인 우주복 개발이 일정에 맞지 않을 가능성 때문인데요. 미 정부 감사에 따르면 액시엄 스페이스가 개발 중인 달 탐사용 우주복은 통상적 지연이 발생할 경우 2031년에야 준비될 수 있습니다. 과거 사례 기준으로 우주복 개발에는 약 9년이 걸리는 것으로 분석됐거든요. NASA는 2022년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위해 계약을 맺었고 프라다와 협력까지 확대했습니다. 하지만 일정이 밀리면 달 복귀 프로젝트 전체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하네요.
인사말

세 회사의 전략이 이렇게 선명하게 갈린 날도 드물었습니다. 오픈AI는 확장, 어도비는 연결, 애플은 회귀.


오픈AI는 어도비의 20년 영토(슬라이드덱·인포그래픽·캠페인 비주얼)를 한 줄 프롬프트로 가져가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어도비는 그 공세 앞에서 오히려 오픈AI와 구글을 파트너로 끌어안았습니다.


창을 들지 않고, 대신 판을 깔기로 한 거죠. 애플은 가장 낯선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14년 만의 CEO 자리에 AI 전문가도 소프트웨어 베테랑도 아닌 하드웨어 엔지니어를 앉히며, 승부처는 결국 ‘디바이스’라는 답을 내놨습니다.


공교롭게도 세 전략 모두 같은 질문에 답하고 있습니다. “AI 시대에 우리 회사는 무엇으로 먹고살 것인가.” 답은 제각각이지만 절박함의 온도는 비슷합니다. 20년 넘게 쌓아온 성채가 단 몇 년 만에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이 회사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테니까요.


젠슨 황의 말이 계속 귓가에 남습니다. “너무 일러서도 안 되지만, 늦어서도 절대 안 된다. 올해가 바로 그 시점이다.”


이 말은 기업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일하는 방식, 배우는 방식, 심지어 커리어를 설계하는 방식까지. 우리 각자에게도 ‘올해’가 바로 그 시점일 수 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점심은 심심한 평양냉면을 추천합니다. 아시는 분, 아실 거예요. 처음엔 “이게 뭐야” 싶다가 어느 순간 중독되는 맛. AI도 비슷한 것 같아요. 처음엔 낯설었는데 이제 없으면 허전한 수준이 되어버린 존재가 되었으니까요. 


또 다른 의미로 노포집도 추천합니다. 수십 년째 같은 자리에서 같은 국물을 내는 가게들. 성채를 지킨다는 게 뭔지, 이분들이 제일 잘 아실 것 같거든요😅


말이 많았습니다. 온전히 어도비 서밋에 집중하지 못했던 날, 내일은 집중하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 적어가겠습니다
원호섭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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