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후밀 흐라발 <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말 <너무 시끄러운 고독> 이창실 옮김 문학동네
체코의 국민작가라고 하는데 사실 이 책으로 처음 알았어요. 쿤데라가 존경하는 작가라는데 쿤데라는 망명하여 체코를 떠났지만, 흐라발은 체코에 남아서 체코어로 글을 쓴 작가래요. 아무튼 저는 이 책을 출간 당시(2016년)에 샀고요() 지금 읽었어요; 하 인간아... 그냥 초록 표지가 예쁘고 제목이 멋있어서 샀던 책이에요. 뭔가 그 역설적인 표현이 주는 간지가 있잖아요.
아무튼 내용은 굉장히 단순합니다. 체코에서 35년간 지하실에서 폐지를 압축하는 일을 해온 한 남자의 독백이에요. 세상은 나치 정권이니 공산주의니 하면서 어떨 때는 왕정 시대의 책이 버려지고, 또 어떨 때는 시대에 따라 금서가 된 책이 버려져요. 남자는 그 책들을 차마 그냥 버리지 못하고 주워서 읽기도 하고 또 가치가 있다고 느낀 책은 집으로 가져가기도 합니다. 당연히 업무를 관리하는 소장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며 남자를 타박하고, 지하실은 너무 환경이 열악해서 주변에는 쥐가 널려 있어요. 그런 곳에서 사랑하는 책을 폐지로 압축해야 하는 남자는 영혼만큼은 누구보다 풍성하고 하고 싶은 말도 많지만,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어요. 그것에 대한 혼잣말이 줄줄이 이어지는 책이에요.
그래도 나름 꾸준히 일을 하던 남자에게 변화가 찾아오는데 바로 현대식 기계의 등장이에요. 코카콜라를 마시면서 아무런 고민도 없이 책들을 그 새로운 기계에 버리는 젊은이들의 모습에 남자는 큰 충격을 받게 돼요. 이 작품은 이렇게 남자의 고독한 사유와 시대의 변화가 맞물려서 독자에게도 철학적인 삶이 왜 필요한지 생각하게 합니다. 사실 막상 읽고 나서는 아 내용 어렵다, 근데 여자 얘기는 무엇, 아니 그래도 맥주 너무 많이 마심 같은 일차원적인 생각밖에 안 했는데; 그 뒤로도 자꾸 고민하게 한다는 점에서 좋은 작품인 것 같아요. 결말도 어떻게 보면 예상대로긴 했는데 당연한 마무리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여기 남자의 대척점..까진 아닌데 옛 연인인 여자가 나오거든요. 학교 파티에서 열악한 화장실 탓에 드레스 끝자락에 대변이 묻었는데 빙글빙글 돌다가 주변에 흩뿌리는 참사ㅠ0ㅠ를 일으키며 창피한 일을 겪게 돼요. 근데 비슷한 사건이 후에 또 일어남...... 이렇게 여자 입장에서는 책으로 대표되는 교양과는 정반대의 일차원적인 사건을 연달아 겪거든요. 그런데도 여자는 끝까지 현실을 살아가요. 그리고 그 인생의 결과가 마지막에 남자의 인생과 대비되거든요. 진짜 상상만 해도 끔찍한 에피소드인데 '책 한 권 읽지 않으려고 했던' 여자의 결말을 보면 또 인생이란 정말 앞날을 예측할 수 없다는 생각도 들고 그랬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