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벤타리오 탐방기 2. 이마트-CJ 동맹
 2025.04.09 25-018호   |   웹에서 보기   |   지난호 보기  

  01 29CM의 첫 문구페어, 호불호가 갈린 이유
  02 이마트-CJ 동맹, 쿠팡을 넘어서고 싶다면
  03 뉴스 TOP5 - '디올백 원가 8만 원의 진실'

   

 29CM의 첫 문구페어, 호불호가 갈린 이유

     
design by 슝슝 (w/Midjourney)
  
일단 전 정말 좋았습니다만

“거기 인플루언서랑 일반 관람객들 반응이 완전 달랐다던데, 맞아요?”

29CM와 포인트오브뷰가 처음으로 개최한 문구페어 '인벤타리오'에 다녀왔다고 하자, 동료가 이렇게 물어보더라고요. 실제로 이번 페어는 이런 이야기가 꼭 어울릴 정도로 평가가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VIP 초대로 먼저 방문한 관람객들은 대부분 만족스러웠다고 평가한 반면, 일반 티켓을 사서 입장한 분들은 아쉬움을 담은 후기를 많이 남겼죠.

저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첫날 미디어 투어 초대를 받아 VIP 관람객들과 함께 방문한 인벤타리오는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최근 방문한 여러 박람회나 페어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였죠.

하지만 분명 불안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VIP 오픈임에도 이미 입장 줄은 길었고, 일반 관람 시간이 다가올 무렵 출입구 주변은 매우 혼잡해 보였죠. 실제로 이후 올라온 후기들을 보니, 첫날 일반 관람객들은 오랜 대기 끝에 겨우 입장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불만의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고요.

이렇게 첫날 미디어 투어로 미리 경험해 본 뒤, 다시 주말에 일반 관람객으로 다시 방문해 본 저는, 이번 행사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는데요. 서로 다른 두 번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점이 좋았고, 또 어떤 부분에서 아쉬웠는지 지금부터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탁월했던 큐레이션과 콘텐츠

인벤타리오가 인상 깊었던 가장 큰 이유는 단연 ‘큐레이션’이었습니다. 29CM와 포인트오브뷰가 함께 만든 행사답게, 참가 브랜드 섭외부터 운영 방식까지 기존 박람회들과는 결이 달랐는데요. 이번 문구페어는 공개 신청을 받아 참가자를 모은 게 아니라, 두 주최 측이 먼저 제안하거나, 제안을 받은 브랜드 중 ‘결이 맞는다’고 판단된 곳만 참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고 해요. 특히 지구화학이나 화랑고무 같은 전통 문구 브랜드는 이런 형식의 행사가 처음이라, 마음을 여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실제로 포인트오브뷰의 김재원 대표는 지구화학 본사와 가까운 사무실을 활용해, 오랜 시간 직접 방문하며 설득을 이어갔다는 비하인드도 있었고요.


이런 섬세한 접근이 행사 전체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페어가 이벤트 응모나 증정품 중심이라면, 인벤타리오는 작지만 감성적인 체험으로 공간을 채웠죠. 29CM는 이를 두고 “취향을 더 구체화하고 알아가는 데 초점을 뒀다”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번 행사 만을 위해서 만든 콘텐츠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습니다. 지구화학과 화랑고무가 키티버니포니, 오이뮤 같은 브랜드와 협업해 한정판 제품을 선보였고, 문구인 3인과의 협업 상품은 출시 직후 빠르게 완판 되기도 했죠.

현장에서 들려온 반응도 대체로 긍정적이었습니다. “귀여운 게 너무 많아서 기분이 좋아진다”, “소소한 체험이 오히려 재밌다” 같은 반응들이 첫날과 주말 가릴 것 없이 여기저기서 들려왔습니다.

운영에는 실수가 많았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잘 차려진 밥상을 제대로 즐기기 어려웠다는 점입니다. 가장 많이 나온 불만은 ‘티켓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이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현장 판매가 없었던 점 자체가 문제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최근 커머스 기업들이 주최하는 페스타 대부분이 사전 예매제로 운영되기 때문입니다. 입장 인원을 조절해 관람 만족도를 높이려는 방식이죠. 다만 문구라는 카테고리 특성상 이런 운영 방식이 낯설었기에 혼란이 있었고, 소통 면에서 아쉬움이 남은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실수라고 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진짜 문제는, 티켓을 통제했음에도 현장이 지나치게 붐볐다는 점입니다. 말 그대로 트래픽 관리에 실패한 셈이죠. 인벤타리오는 5일간 약 2만 5천 명이 방문했다고 하는데요. 작년 큰 인기를 끌었던 프리즈 서울 아트페어의 경우 4일간 7만 명이 방문했지만, 넓은 전시장 덕분에 1㎡당 관람객이 약 1명이었습니다.

반면, 인벤타리오는 훨씬 좁은 공간에서 열렸는 데도 불구하고, 1㎡당 관람객 수가 2.25명에 달할 정도로 밀집도가 높았습니다. 단순 계산으로도 두 배 이상 붐빈 셈이죠. 결국 ‘표를 너무 많이 풀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티켓을 못 구해 아쉬웠던 사람들과, 입장 후 혼잡에 지친 사람들 모두 불만족스러운 결과가 된 셈입니다.


여기에 더해 티켓이 요일이나 시간대 구분 없이 통합 판매된 점도 아쉬운 대목입니다. 한정 상품을 노린 관람객들이 첫날 대거 몰리면서 가장 중요한 1일 차에 부정적인 후기가 집중됐고요. 제가 다녀온 토요일엔 증정 굿즈였던 가방이 조기 소진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사전에 소진 가능성을 고지하긴 했지만, 티켓 수요에 비해 준비 수량이 부족했던 건 분명해 보입니다. 현장에서 아쉬움을 드러내는 관람객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주최 측의 대응이 빠르고 적극적이었다는 것입니다. 이후 현장 인력을 보강하고 입장 절차를 개선하면서 실제 입장 지연은 예상보다 크지 않았고, 후기로도 이 부분은 긍정적으로 평가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인벤타리오는, 기획은 훌륭했지만 운영 면에서 다소 아쉬움이 남았던 행사로 정리할 수 있을 듯합니다. 부정적인 후기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오히려 전체적으로 보면 ‘성공에 가까운 행사’였다고 보는 편이 더 맞을 것 같고요.

그 근거 중 하나는 관람객들의 ‘체류 시간’이었습니다. 혼잡하고 불편한 상황 속에서도 많은 이들이 쉽사리 자리를 뜨지 않았고, 두세 시간 이상 머문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물론 재입장이 불가능한 운영 구조도 영향을 줬겠지만, 콘텐츠 자체가 충분히 매력 있었던 것도 분명합니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점은, 가장 많은 불만이 ‘표를 못 구했다’는 데 집중됐다는 사실입니다. 다시 말하면, 그만큼 이번 행사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높았다는 뜻이기도 하죠. 공간은 이미 한계까지 채워졌는데도, 여전히 ‘못 가서 아쉽다’는 목소리가 이어졌으니까요.

내년에도 인벤타리오를 이어갈 계획이 있는지 29CM 측에 문의해 본 결과, 내부적으로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해 보입니다. 29CM는 이번을 끝으로 문구 카테고리 투자를 멈추지는 않을 거라는 점입니다.

문구는 29CM가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리빙 카테고리와도 깊은 연결이 있습니다. 방을 꾸미는 취향은 책상 위로 드러나고, 그 감도의 출발점이 바로 문구, 더 나아가 ‘다꾸(다이어리 꾸미기)’에서 시작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문구는 29CM가 지향하는 ‘취향 중심 커머스’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데 꼭 필요한 디딤돌이기도 합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얻은 인사이트들이 다음 기획에 잘 녹아들어, 더 멋진 두 번째 인벤타리오로 이어지길 기대해 보겠습니다.

   

이마트-CJ 동맹, 쿠팡을 넘어서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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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영과 스타벅스가 만난다면

지난 4월 8일, CJ와 신세계가 멤버십 통합 운영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두 그룹은 이미 작년 6월에 전방위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였는데요. 이때부터 멤버십 분야에서의 협업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었죠.

이들이 이렇게 손을 잡은 이유는 결국 쿠팡을 견제하기 위함입니다. 특히 신세계그룹 내에서는 쿠팡과 직접 경쟁 중인 이마트 계열이 강하게 필요성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고요. CJ 입장에서도 CJ제일제당 제품의 판매 채널을 다변화할 수 있고, 물류 부문에서 CJ대한통운이 쿠팡과 경쟁 중인 상황이기에 협력 제안이 충분히 매력적이었을 겁니다.

무엇보다 이들이 선보일 '통합' 멤버십이 기대되는 건, 양측이 각자 ‘킬러 콘텐츠’를 갖고 있다는 점 때문이죠. 스타벅스와 올리브영은 각각 전국에 천여 개가 넘는 매장을 보유하고 있기에, 일상 속 고객 접점이 강력한데요. 만약 올리브영에서 스타벅스 포인트를 쓰거나, 반대로 스타벅스에서 CJ포인트를 적립하는 식의 멤버십 연동이 이루어진다면, 고객의 체감 혜택은 분명 클 겁니다.

하지만 정말 쿠팡을 넘어서고 싶다면,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상대는 압도적인 가입자 수와 혜택을 앞세운 ‘쿠팡 와우’ 멤버십이니까요.

쿠팡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는?

그렇다면 쿠팡 입장에서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는 무엇일까요? 바로 기존 신세계 유니버스에 CJ ONE이 결합되고, 여기에 쿠팡처럼 ‘완전 무료 배송’ 혜택까지 더해지는 그림일 겁니다.

이마트는 쿠팡만큼의 물량은 아니지만, 자체 상품을 직접 유통하고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유통사입니다. 게다가 주요 물류는 이미 CJ대한통운이 맡고 있죠. 마음만 먹으면 빠른 배송과 새벽 배송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렇게 되면 로켓와우를 유지할 이유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오프라인 혜택까지 얹힌다면, 쿠팡보다 더 매력적인 조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마트 상품을 무료로 받아보고, 티빙을 함께 즐기며, 올리브영과 스타벅스에서 포인트 혜택이나 할인을 받을 수 있다면, 소비자 입장에선 선택이 쉬워지니까요.


이미 지난 1월, 이마트24에서 CJ ONE 포인트 적립·사용이 가능한 제휴가 시작된 바 있습니다. 본격적인 통합 이전의 테스트처럼 보이기도 하죠. 이런 형태의 협업은 시기만 정해지면 언제든 확대될 수 있어 보입니다.

게다가 배송 통합도 현실성이 결코 낮지 만은 않습니다. 실제로 지난 3월, SSG닷컴은 CJ대한통운의 풀필먼트 브랜드 ‘오네’를 기반으로 한 ‘스타배송’ 서비스를 도입했습니다. 배송망이 이미 연결된 만큼, 양사 간에 비용 분담만 잘 조율된다면 실현은 시간문제일 수도 있는 거죠.

빠른 양보가 정말 절실합니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속도입니다. 쿠팡과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지금, CJ와 신세계는 더 늦기 전에 결과를 보여줘야 합니다. 의미 있는 성과를 내려면 단순한 포인트 적립 수준을 넘어, 더 진전된 협력 모델이 필요하고요.

이를 위해선 양측의 빠른 결단과 양보가 반드시 따라야 합니다. 쿠팡 와우처럼 강력한 혜택을 담으려면, 누군가는 당장의 이익을 포기해야 하거든요. 서로 일정 부분의 수익을 내려놓고 협의점을 찾아야 하는데, 이는 같은 그룹 안에서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물며 완전히 다른 두 조직이라면 더더욱 어렵겠죠.

그럼에도 불씨는 남아 있습니다. 두 그룹 모두 오너 기업이고, 오너 간에 사촌 관계라는 사적인 친분이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죠.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과감하게 나선다면, 예상 밖의 통 큰 양보와 빠른 실행도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겁니다.

결국 이번 멤버십 통합이 어떤 형태로 나오느냐에 따라 이 동맹의 향방도 갈릴 텐데요. 기존 멤버십의 연장선에 그칠지, 아니면 쿠팡을 위협할 새로운 대항마로 떠오를지. 시장은 그 선택의 순간을 주목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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