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앤팁> 33호

안녕하세요. 이장훈입니다.

가을을 맞이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고 그만큼 가을에 대한 기억도 여러가지일 겁니다. 저는 가을하면 학술대회를 갈 때의 풍경이 우선 떠오르곤 합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헛헛한(?) 웃음이 나올 정도로 참 쓸데없이 별난 것 같지만 그만큼 10월에 학술대회에 간 횟수가 많아서 그런 듯합니다. 또 석사과정일 때 학회 간사로 일하면서 굵직한 학술대회를 10월에 많이 준비해서 그런 것도 같습니다.

학회 교수님들과 함께 전날 부산에 내려가 횟집에서 술자리를 갖고 다음 날 해장으로 복어국을 먹은 후에 참가했던 전국역사학대회, 김포공항에서 얼굴도 몰랐던 대만 고궁국립박물원의 학예사를 만나 차에 태운 후 함께 익산으로 내려가 개최했던 국제 심포지엄 등 추억에 남아있는 학술대회는 모두 10월이었습니다.

요즘은 그동안 연구이력이 쌓이면서 ‘내 전공’이라는 게 어느 정도 명료해져서 딱 관심있는 주제의 발표가 있는 게 아니면 학술대회를 잘 가지 않습니다. 그래도 개인적인 인연 때문에 발표자를 응원할 겸해서 어쩌다 학술대회에 가보면 반가운 분들도 만나고 남의 발표를 들으며 공부의욕을 충전할 수 있어 언제나 좋긴 합니다.

10월이 되었다는 것을 강조라도 하듯이 제 메일함에 각종 학회에서 학술대회가 열린다는 안내 메일이 가득해졌습니다. 이 중에서 특히 중요한 학술대회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전공자가 아니라서 학술대회 자체가 낯설고 어색하시겠지만 사실 학회 입장에서는 비전공자 분들도 많이 참여하길 원합니다. 그러니 관심있으시면 당당하게 가서 공부 많이 하고 오시는 이번 주말이 되면 좋겠습니다.

여담으로, 언젠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어느 학술대회장에 있었는데 조용하던 복도가 갑자기 왁자지껄해지면서 저 멀리서 일군의 사람들이 몰려오는 것을 봤습니다. 대부분 중년 이상으로 우르르 몰려와 학술대회에 참석하셔서 꽤 놀랐죠. 알고 보니 유홍준 선생님의 발표를 들으러 오신 분들이더군요. 평소 관심있던 한국미술사를 공부하러, 좋아하는 학자의 발표를 들으러 온 모습이 참 여유있고 좋아보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장훈 드림

1.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 / 메리 앤 스타니스제프스키, 박이소 역(현실문화, 2022)

상대를 대할 때 그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그를 가장 존중할 때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대를 깎아내리는 것 못지않게 그의 역량 이상으로 과하게 칭찬을 하는 것 역시 그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죠. 미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를 신격화하거나, 작품을 마치 성스러운 물건인양 대하는 것은 되레 이들을 무시하는 일일 겁니다.

메리 앤 스타니스제프스키가 쓴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는 미술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책입니다. 작품을 볼 때 가지면 좋을 균형있는 관점과 합리적인 생각을 갖게 하는 데 공부가 됩니다. 그리고 서양미술사의 고대 유물부터 현대미술까지 고루 다뤘기 때문에 서양미술사의 큰 줄기를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제목을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역설적으로 미술은 무엇인지 강조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 내용이 좋아서 지난 2014년에 사서 이 책으로 강독 수업도 했고, 지금도 가끔씩 꺼내 읽을 정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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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도널드 저드 재단, 한국 국제갤러리에 17만달러 소송 제기

미니멀리즘을 대표하는 도널드 저드의 재단이 작품을 위탁했던 국제갤러리와 티나킴갤러리를 상대로 17만 달러(한화 약 2억 4천만원)의 배상소송을 냈다고 합니다. 국제갤러리는 2018년에 반납을 했는데 재단이 살펴보니 지문 얼룩 자국이 있었고 보수가 어려울 정도로 변질되어 판매가 어려울 정도의 피해를 입었다는 게 재단측의 주장입니다.

재단이 국제갤러리와 티나킴갤러리에 위탁 대여할 때 책정한 작품가격이 85만 달러였는데 이중 68만 달러는 보험사로부터 보상을 받았고 남은 17만 달러를 보상해달라는 게 이 소송의 요지입니다. 부서진 것도 아니고 지문 묻은 정도 가지고 과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 만도 하지만 사실 지문은 작품 훼손의 시작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심각한 사안입니다. 이 건이 앞으로 어떻게 결론이 날지 궁금해지네요. 갤러리에서는 최선을 다해 매뉴얼대로 작품을 컨트롤했겠지만 노출 전시다 보니 변수가 많았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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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학술대회] 조선 근대기 백자 공예의 교류와 인식

오늘(10/14) 한국미술사학회와 서울공예박물관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조선 근대기 백자 공예의 교류와 인식》 학술대회가 열립니다. 백자는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공예품이면서 근대 이후 달항아리를 중심으로 새로운 미적 취향과 해석이 더해지며 현재까지 향유되고 있는 장르입니다. 생각해보면 고미술품 중에 이렇게 현재까지 새로운 해석이 계속 해서 나오고 소비되는 작품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백자의 생명력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한국미술사학계에서 도자사를 오래 연구하신 교수님 등 학자들이 많이 참여하셔서 공부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에 납치된 장인들 이야기부터 근대에 백자가 소비된 양상까지 백자를 폭넓게 알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유튜브로도 동시 생중계를 한다고 하니 관심있는 분들은 시간 맞춰서 참여하시길 바랍니다. 한국미술사학회 홈페이지에서는 오늘 저녁 7시까지 학술대회 자료집을 다운받을 수 있도록 링크를 걸어놨으니 미리 쟁여두시구요 :)

• 일시 : 2022년 10월 14일(금) 10:00-17:30
• 장소 : 서울공예박물관 교육동 강당
• 학술대회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