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카데미 영화 시상식 시청률은 작년보다 오르긴 했지만, 역대 기록으로 보면 꼴찌에서 세 번째 수준이라고 데드라인이 공개했어요. 다만 올해 시상식은 소셜미디어상에서 상당한 관심을 일으킨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을 통틀어 전날 밤 아카데미 시상식과 관련된 활동 건수는 총 2천740만 건으로, 작년보다 무려 500만 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해요. 지난해 시상식 중 배우 윌 스미스의 폭행 사건 탓에 이례적으로 화제성이 높았던 것을 고려하면 놀라운 결과라고 데드라인은 밝혔죠. 

올해 아카데미의 가장 큰 이슈를 꼽으라면, 제대로 상을 휩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와 양자경 배우겠지요. 10편의 작품상 후보 중 수상은 실패했지만 오랜만에 돌아온 속편으로서 월드 와이드 흥행 10억 달러에 돌파한 <아바타: 물의 길>과 <탑건: 매버릭>도 꽤 큰 이슈였어요. 또 이번 남우주연상에 도전하는 배우들은 모두 처음으로 아카데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답니다. 작품상을 받은 <기생충>과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 배우에 이어 올해도 <헤어질 결심>으로 한국 영화가 한몫하나 했더니, 아쉽게도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던 것도 하나의 이슈였지요.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결과 정리와 함께, 이번 아카데미 이슈와 새로운 기록들을 제대로 파헤쳐봐요🏆

ⓒ Deadline

🕺 발리우드, 할리우드까지 정복하다 🕺

영화 <RRR: 라이즈 로어 리볼트>의 주제가, “Naatu Naatu” 가 새로운 역사를 썼다는 소식입니다! 지난 뉴스레터를 통해 소개해 드린 <RRR>은 1920년대 독립 이전의 인도를 배경으로, 두 혁명가인 주인공들과 함께 인도를 침략한 영국인들에 대해 대항하는 내용인데요. 전 세계 총액 1억 127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놀라운 성적을 거뒀어요. 이 작품의 주제가인 “Naatu Naatu”가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레이디 가가, 리한나와 같은 유명 가수들을 제치고 주제가 상을 받았는데요. 이는 역대 인도 작품의 두 번째 오스카상 수상이자, 최초의 주제가상 수상이에요. 더하여 최초로 아카데미 후보에 지명되고, 공연까지 한 첫 인도 음악이기도 해요🤩 지난 1월, “Naatu Naatu”는 골든 글로브 어워즈 최우수 주제가상 수상 등 이미 역사를 만들어왔는데요. 오스카상까지 거머쥐면서 <RRR>의 파급력과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었어요. 이 곡의 작곡가 MM Keeravani는 오스카상을 받으면서 이 노래가 "모든 인도인의 자부심"이라고 말했는데요. 인도인들을 비롯한 전 세계 유색인종들에게 의미 깊은 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 BBC

🤥 애니메이션까지 접수한 기예르모 델 토로 🤥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애니메이션상 수상작은 바로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였는데요. 이번 수상으로 기예르모 델 토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그리고 장편 애니메이션상까지 거머쥔 감독이 되었어요. (기예르모 델 토로는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으로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은 바 있어요😉) 이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을 수상이기도 해요. 앞서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결과를 예측해볼 수 있는 전초전인 골든 글로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에서 애니메이션상 트로피를 받아들었으며, 그 외에도 BAFTA, 애니상, PGA 시상식까지 모두 휩쓸었어요. (그렇기에 사실 이번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의 주인공은 일찌감치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로 간주하였답니다🤧)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는 고전 동화 《피노키오》를 독창적인 방식으로 풀어낸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영화인데요. 한편, 지난 씨네웨이 뉴스레터에서 소개해드렸다시피, 델 토로 감독과 넷플릭스가 《파묻힌 거인》을 각색해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영화로 제작한다고 전해졌어요. 과연 어떤 명작이 또 한 번 탄생할지, 기대가 됩니다!

ⓒ Variety

✌️ <블랙 팬서>가 두 개? 난 아카데미 상이 두 개 ✌️

지난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디자이너 루스 E. 카터는 <블랙 팬서>를 통해 흑인 여성 최초로 아카데미 의상상을 수상했는데요.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올해, 카터는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속편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로 또 한 번 아카데미 의상상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이로써 카터는 흑인 여성 최초로 두 번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는 유일무이한 업적을 남기게 되었어요. (실제로 그녀는 수상소감에서 “Nice to see you again”이라는 말로 수상소감의 운을 뗐는데, 어느 누가 또 이 말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할 수 있을까요🤩) 루스 E. 카터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두 개의 <블랙 팬서> 시리즈를 포함해 1992년 <말콤 X>, 1997년 <아미스타드>로 총 네 번이나 아카데미 의상상 후보로 지명된 베테랑 디자이너에요. 카터는 지난 30년 동안 <셀마>부터 <블랙 팬서> 시리즈까지, 흑인 문화와 인권, 역사와 관련된 할리우드 작품들의 의상을 많이 작업해 왔는데요. <블랙 팬서>와 관련해서, 카터는 최첨단 과학 기술과 비브라늄 등 수많은 자원을 겸비한 강력한 국가 “와칸다”의 문화를 의상으로 표현해내기 위해 아프로 퓨처리즘을 표방하며 마사이족을 비롯한 다양한 아프리카 부족의 의상을 연구했으며, 의상 제작 과정에서는 3D 프린터도 활용되었다고 해요😯 (<블랙 팬서>의 의상 디자인과 관련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이곳에서 읽어보실 수 있어요!) 한편, 카터는 <블랙 팬서> 시리즈에 이어 마허샬라 알리가 출연하는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 <블레이드>의 의상을 맡았다고 알려졌는데요. <블레이드>로 다섯 번째 노미네이트와 세 번의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룰 수 있을지,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 Variety, NYtimes

🏆 A24가 뭔데? 대단한 영화사지~ 🏆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7관왕에 빛나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이 작품 뒤에는 영화를 제작한 스튜디오, A24가 있는데요. A24는 수준 높은 영화 제작과 날카롭고 젊은 취향으로 이미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제작사이기도 해요. 올해 <에브리씽 에브리워어 올 앳 원스>가 작품상을 수상하면서 <문라이트> (번복 시상 참사로 모두를 당황케 했던 시상식이었죠😅) 이후 6년 만에 작품상을 받은 영화의 제작사가 되었어요. A24 스튜디오의 다른 작품인 <더 웨일>도 남우주연상, 분장상을 수상하며 A24는 이번 아카데미에서만 총 9개의 오스카상을 수상한 제작사가 되었는데요. 더 주목할 만한 점은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까지 모두 휩쓴 최초의 제작사로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에요. 무려 넷플릭스, 서치라이트 픽처스, 워너 브라더스 등 대형 회사들을 제치고 말이죠! 

A24는 2012년 다니엘 카츠, 데이비드 펜켈, 존 호지스에 의해 설립된 스튜디오인데요. 영화 <레이디 버드>, <미나리>, <페어웰> 등 비평가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들을 대거 제작 및 배급했을 뿐만 아니라 공포 영화인 <미드소마>, <유전> 등을 만든 곳이기도 해요. A24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11개 부문, <더 웨일> 3개 부문 등을 포함해 총 18개 부문 후보에 올랐는데요. 이는 스튜디오 자체 기록이자, 단독 배급사 중에서도 가장 많은 부문에 이름을 올린 것이라고 해요. A24의 영화들은 미국감독조합상 등 여러 크고 작은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지만, 아카데미 시상식이라는 메이저 시상식에서도 대거 수상했다는 점을 통해 인디 영화 스튜디오의 강자로 굳어졌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평가받고 있는데요. 이제는 확실하게 “믿고 보는 A24!”라고 외칠 수 있는 만큼, 더 다양하고 신선한 영화를 가져오길 기대해 봅니다!

ⓒ A24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7관왕의 영광을 누리는 반면에, 아쉽게도 빈손으로 집에 돌아간 영화도 있었습니다. 골든 글로브나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등 여태 꽤 많은 상을 받았고, 아카데미에서도 무려 9개 부문이나 후보에 올랐던 마틴 맥도나 감독의 <이니셰린의 밴시>가 대표적인데요. 국내에서 15일에 개봉하는 이 영화는 아일랜드의 외딴섬 ‘이니셰린’에 사는 ‘파우릭’과 그와 절친 사이였지만 이유 없이 절교를 선언하게 되는 ‘콜름’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파우릭’을 연기한 콜린 파렐과 ‘콜름’ 역을 맡은 브렌단 글리슨부터 영화에 조연으로 출연한 배리 키오건, 케리 콘돈까지 모두 배우상 후보에 올랐지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와 똑같이, 주조연상에 오른 배우가 한 영화에서 무려 4명이나 나왔네요!)  더하여 감독상, 작품상, 각본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었어요. 죄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가져갔지만요😉

매년 그렇듯, 이번에도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 후보들이 정말 쟁쟁했는데요. <TAR 타르>로 모두를 사로잡은 지휘자 ‘리디아 타르’를 연기한 케이트 블란쳇도, <엘비스>로 ‘엘비스 프레슬리’를 환생시킨 오스틴 버틀러도 주연상을 받지 못했어요. 두 영화 모두 주연상 외에도, 작품상, 촬영상, 편집상 후보에도 올랐었답니다. <엘비스>는 ‘엘비스’의 화려한 무대 의상과 무대, ‘엘비스 프레슬리’와 똑 닮은 분장으로 의상상, 미술상, 분장상 후보에도 올랐지만, 아쉽게도 아무것도 타지 못했어요. 

에디터 미아💃가 제일 응원했던, 데미언 셔젤 감독의 <바빌론>도 0관왕을 기록했어요. 셔젤 감독은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라라랜드>로 무려 14부문 후보에 오르며, 6관왕을 하는 영광스러운 수상을 했지요. 이번 아카데미에서 <바빌론>은 미술상과 음악상 후보에 올라갔지만, 두 부문 모두 <서부 전선 이상 없다>가 휩쓸었습니다. 셔젤 외에도 0관왕으로 아쉬운 감독이 한 명 더 있는데요. 자전적 이야기를 담아낸 <파벨만스>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이번 아카데미로 벌써 3번째 감독상에 도전했습니다. ‘살아있는 거장’이라고 불리는 스필버그는 이미 <쉰들러 리스트>, <라이언 일병 구하기>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거머쥔 적이 있었어요. <파벨만스>는 감독상 외에도 작품상, 음악상 등 부문에서 후보에 올랐지만, 아쉽게도 0관왕을 하고  말았습니다. 님은 어떤 영화의 0관왕이 아쉬운가요?💦

ⓒ Paramount Pictur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