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으면서, 저도 모르게 냉소적이게 변해가나 봅니다. 어릴 적에는 ‘오늘 하루가 참 기대돼’라는 문장을 입에 달고 다녔는데 말이죠. 기대라는 말, 성인이 되고 나서는 좀처럼 터무니없다고 느껴서 참 싫어할 때가 많았는데, 지금은 알지도 못하는 미래가 주는 막연한 낙관이 그저 그립고 먹먹합니다. 그래서 기대가 크면 실망이 있을 걸 알면서도, 번번이 저항하면서도, 그 단어가 가진 희망에 기꺼이 매달려 살고자 마음먹었어요.

외출하기 전에 의식적으로 말하고는 합니다. ‘정말이지 오늘 하루가 기대된다고.’ 그러면 왠지 모르게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자신감이 슬며시 피어오릅니다. 지난주에 친구가 신당동이 요즘 재밌다고 말하며 제 손을 잡았을 때도 신나게 외쳤어요. 처음 가보는 신당동인데 너무 기대된다고요.  아니나 다를까, 기대를 품고 간 신당동은 성수, 연남, 이태원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 새로움 속에서 기꺼이 행복할 수밖에 없었죠. EGOZINE 구독자분들도 오늘 처음, 신당동으로 모십니다.  

레코드숍에 방문하면 우연히 좋은 가수를 찾을 기대, 음반을 고르는 설렘이 있지요. 누군가 추천한 음악보다 직접 찾은 취향이 주는 기쁨은 비할 데가 없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신당동의 한적한 골목에 위치한 ‘모자이크’는 특별합니다. 재즈, 소울, 아프로, 그루브, 펑크, 일레트로닉 등 다채로운 레코드를 경험하고 구매할 수 있는 공간이거든요.

최근에 등장한 따끈따끈한 공간입니다. 새롭게 빛날 음식이란 뜻의 ‘신광동(新光餇)’은 광동식 음식을 더욱 맛있게 재해석하여 제공하는 퓨전 레스토랑인데요. 다양한 로컬 재료를 아낌없이 넣어 만든 이곳의 음식들은 중국 주류와 중국식 하이볼과 함께 어우러져 우리의 미각에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고 하죠. 

신당역 2번 출구로 나와 조금 걸으면 우측에 바로 위치해 있답니다. 선별된 스페셜티 기반의 블랜딩 원두를 사용하고, 현지 감성과 고객의 입맛을 적절히 밸런스 있게 에스프레소를 제조하는 이 공간, ‘올로지’를 소개해 드립니다. 다양한 에스프레소 메뉴들과 일반 커피가 있어서 근방에서는 이미 에스프레소 맛집이라고 정평이 나있는 곳이죠.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경쾌한 노래들로 인기가 참 많았죠. 우리나라 인디 1세대, ‘보드카레인’은 2005년, 20대 후반의 나이로 데뷔하여 초등학교 동창인 주윤하(베이스)와 안승준(보컬)을 주축으로 이해완(기타)과 서상준(드럼)이 합류해 만든 모던록밴드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노래, ‘심야식당’은 전작들에서 느껴졌던 힘과 경쾌함을 누르고 감성의 영역을 최대한 파고든 곡이라서 더욱 특별합니다. 밴드 사운드에서 신선함보다는 제법 숙성된 맛이 느껴지거든요.

“맥주를 마셔라, 부어라가 아니고.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과 식욕이 같이 찾아오는 외로움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심야식당은 뭐랄까요. 혼자 숨죽이고 들을 만한 음악입니다. 음악으로 남겨놓지 않으면 영영 기억 속에서 사라질 것 같은 투명한 외로움을 담고 있거든요. 만약 지금 이 순간 여러분에게 어떠한 위로가 절실하다면, 한 잔의 술보다는 보드카레인과 함께 음악에 흠뻑 취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부디 기대를 품고 들어봐 주시길. 다 듣고 나면 홀로 마시는 맥주 한 잔이 끌릴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