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번째 책편지(2024. 9. 12.(목)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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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번 멍 때리기
  🌥며칠 전, 하루 종일 모니터만 보고 일하다가 한숨 돌리려는데 창밖이 불그스름한 게 심상치 않았다. 서둘러 채비를 해 나가 보니 역시! 하늘이 온통 노을에 물들어가고 있었다. 그날따라 구름도 몽실몽실하고, 빛깔도 우유를 탄 것처럼 부드러워, 그야말로 벅차오르는 광경이었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연신 사진을 찍고, 산책로에 들어서며 아껴둔 플레이리스트를 틀었다. 눈과 귀로 따듯한 순간을 만끽하니 일을 붙들고 버둥거렸던 하루를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반환점을 찍고 돌아오는 길, 이번엔 땅에서 예상치 못한 장면을 마주했다. 지하철역에서 퇴근하는 직장인들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몇몇이 발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찍는 것 아닌가. 불꽃축제, 슈퍼문 등 특별한 이벤트가 없는데 사람들이 위를 올려다보는 건 흔치 않은 일이었다. 비록 소수에 불과했지만 삶의 모양도, 고단함도 제각각 다른 우리가 멍하니 숨을 고르는 마음만큼은 닮은 것 같아 뭉클했다. 반면 이렇게나 근사한 하늘에 눈길을 주지 않고 스쳐 가는 이들을 보며 다른 의미로 애틋한 심정이 들었다. 얼마 전 귀갓길에 있었던 일이 생각나서였다.

  📱자전거를 타고 골목에 들어설 때였다. 퇴근 시간이라 차도 사람도 붐볐는데 세상에, 맞은편에 있는 행인 중 고개를 들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러니까 자전거가 돌진하고 있는데도 열이면 열 모두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다. 그 장면이 하도 충격적이라 친구에게 말했더니 돌아온 말. ‘너도 똑같잖아.’ 그랬다. 나라고 다르지 않았다. 걷다가 궁금한 게 생기면 잠깐을 못 참고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으니.

  ☁동네에 새로 생긴 카페에 간 날도 그랬다. 공간을 가득 채운 손님들은 저마다 노트북으로 일하거나, 문제집을 푸는 등 무척 바빠 보였다. 창가에 자리 잡은 나도 먼저 일할 거리부터 꺼냈다. 그리고 몇 분 뒤, 커피를 받아 오는데 그제야 창밖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파란 하늘에 새하얀 구름이 두둥실. 이 눈부신 하늘을 왜 못 봤을까. 책을 덮고 잠시 멍때렸다. 구름 따라 마음도 천천히 흘렀다. 주변을 둘러보니 창밖을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고개만 들면 볼 수 있는데…. 소리라도 치고 싶었으나 나는 외출다운 외출이 오랜만이었으니 호소할 자격이 없었다.

  😥치열하게 살다 보면 하루 한 번 하늘을 올려다보기도 어렵다. 일상에는 일, 살림, 육아 등 해야 할 일투성이니까. 그 사이에 빈틈이 생기더라도 멍하니 손을 쉬게 두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우리 곁에는 광고, 뉴스, 사진, 영상 등 셀 수 없는 정보가 늘 도사리고 있어서 지루함은 멸종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신경과학자 대니얼 J. 레비틴의 저서 『정리하는 뇌』(김성훈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에 따르면 생각을 유유히 흘려보내는 ‘몽상 모드’가 뛰어난 창의성을 발휘하고, 뜻밖의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는 통찰로 이어진다고 한다. 고로 멍 때리기는 굉장히 유익하다는 것. 사실 이런 거창한 이유가 아니더라도 우리 삶에는 쉼표가 필요하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찰나만으로 고된 하루가 기꺼운 하루가 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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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관찰자를 위한 그림책

개빈 프레터피니 지음 | 윌리엄 그릴 그림 | 김성훈 옮김 | 김영사 |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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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멍 때리기에 도움이 될 첫 번째 책. (무려) 구름감상협회를 설립한 회장님이 쓴 구름 관찰 안내서이다. 구름의 이름, 생김새, 역할, 생성 원리 등을 쉽고, 다정하게 설명한다. 거기에 무지개와 지구 너머 이야기까지 담겨 있어 더욱 흥미롭다. 무엇보다 일러스트레이터 윌리엄 그릴의 그림은 멍 때리기 응급처치(?)가 필요할 때 이 책만 펼쳐봐도 충분할 정도로 찬란하다.

  이왕 하늘을 올려다보는 거, 과학 한 스푼을 더해 구름의 순환을 관찰해 보면 어떨까? 멍 때리다 삶의 이치에 닿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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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 있는 음악책

마르쿠스 헨리크 지음 | 강희진 옮김 | 웨일북 |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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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멍 때리기에 도움이 될 두 번째 책. 알아두면 쓸모 있는 음악 사용 설명서로 일, 건강, 관계 등 삶의 전반에서 음악이 발휘하는 힘을 소개한다. 저자는 음악이 뇌를 활성화하고, 스트레스와 통증을 완화하며, 창의력과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개인적 목표 달성, 심지어 연애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당연히 멍때리는 데에도 음악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참고로 이 외에도 이 책에 나와 있는 음악의 효과는 무궁무진하다!) 모든 것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라 음악을 듣지 않고는 못 배기게 된다. 또한 저자는 상황별로 음악을 어떻게 활용하면 되는지 구체적인 루틴을 제안하는데, 순서에 상관없이 필요한 장을 쏙쏙 뽑아 읽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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