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이상적인 시위의 모습은 무엇일까? 법적 테두리 안에서 특정 대상에게 폭력 없이 의사를 전달하는 모습이다. 누구도 다치지 않고, 누구도 불쾌하지 않은 시위. 동시에 원하는 바를 잘 조율해 권리를 되찾는 모습. 우리는 이런 모습의 시위를 ‘평화 시위’라고 부른다. 우리나라는 시위권을 최대로 보장하고 위법 시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만들었다. 이상적인 상황에서 시위가 진행되도록 제정된 이 법률을 보자.
<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3조 >
①누구든지 폭행, 협박, 그 밖의 방법으로 평화적인 집회 또는 시위를
방해하거나 질서를 문란하게 해서는 안된다.
②누구든지 폭행, 협박, 그 밖의 방법으로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나 질서유지인의
이 법의 규정에 따른 임무 수행을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위 법률에 근거해, 집단적인 폭행, 협박, 손괴, 방화, 그 밖의 방법 등으로 공공의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치면서 시위를 진행하거나 방해하면 제재할 수 있다. 이를 볼 때, 평화 시위는 폭행, 협박, 손괴, 방화의 위험이 없는 시위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명쾌하지 않다. 우리는 저 네 가지 위험이 없다고 해서 평화 시위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위의 법률 또한 ‘그 밖의 방법’으로 공공의 질서를 문란하게 하면 금지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폭행과 같은 위협이 아니더라도 질서를 문란하게 하면 제한한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질서가 얼마큼 어지럽지 않고, 문란함의 정도가 어느 정도 이하여야 제한받지 않는 걸까?
제12조(교통 소통을 위한 제한)
① 관할경찰관서장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요 도시의 주요 도로에서의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하여 교통 소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이를 금지하거나 교통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제한할 수 있다.
②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가 질서유지인을 두고 도로를 행진하는 경우에는 제1항에 따른 금지를 할 수 없다. 다만, 해당 도로와 주변 도로의 교통 소통에 장애를 발생시켜 심각한 교통 불편을 줄 우려가 있으면 제1항에 따른 금지를 할 수 있다.
제14조(확성기 등 사용의 제한)
①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는 확성기, 북, 징, 꽹과리 등의 기계·기구를 사용하여 타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소음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을 위반하는 소음을 발생시켜서는 아니 된다.
②관할경찰관서장은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가 제1항에 따른 기준을 초과하는 소음을 발생시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에는 그 기준 이하의 소음 유지 또는 확성기 등의 사용 중지를 명하거나 확성기 등의 일시보관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
위의 제 12조(교통 소통을 위한 제한), 제 14조(확성기 등 사용의 제한)로 명시하고 있지만 금지할만한 상황인지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소음 또한 측정하는 기계가 따로 있지 않은 이상 시위를 하며 나오는 소음을 직접 측정해볼 수 없다. 즉, ‘평화 시위’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 나아가 사람마다 정의가 다르기 때문에 ‘평화 시위’라는 틀 안에서 시위를 진행하기란 무척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그저 과격하지 않고, 질서를 혼란스럽게 하지 않는 것을 평화 시위의 기준으로 삼는다. ‘점진적’이고 ‘온건함’을 평화의 잣대라고 여기며 공공의 질서를 혼란스럽게 하는 행위를 일체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위의 이상적인 모습을 규정하는 그 잣대들이 어쩐지 불편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