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티의 빅테크 읽기] 9화. 억만장자가 인터넷 공론장을 소유한다면
오늘 [키티의 빅테크 읽기]는 트위터를 둘러싼 일론 머스크의 의도와 그 의미를 분석했어요. 일론 머스크가 인수를 위한 자금 확보가 가능해졌다는 소식도 오늘 전해졌는데요. 끝내 인수를 할 수 있을지, 만약 한다면 과연 누구를 위해 좋은 일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는 상황입니다. 현재로서는 그가 말하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도 '주주'들에게도 좋아 보이는 거래는 아니에요.
[키티의 빅테크 읽기] 9화.
일론 머스크는 왜 그럴까?
억만장자가 인터넷 공론장을 소유한다면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제안은 트위터 이사회, 직원, 투자자들을 죄다 혼란에 빠뜨렸다. 트위터 이사회는 인수 제안을 거절하고 적대적 인수로부터 방어하기 위한 포이즌 필(Poison Pill, 이번주 화요일 뉴스레터 참고)을 가동했다. 그러나 아직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머스크가 다른 펀드 등과 연합해 인수 전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향후 이 과정에서 잭 도시 전 트위터 CEO 가 머스크 편을 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도시는 트위터 주식 2%를 보유하고 있으며 오는 5월까지는 트위터 이사회 멤버이다. 무엇보다 현 트위터 임직원들에게 문화적 영향력이 크다.) 

 

기업을 통째로 사겠다는 인수 오퍼가 기업에서는 반가울 수도 있을 텐데 왜 포이즌 필을 가동했을까? 우선 머스크가 제시한 금액(434억 달러(약 54조 원))이 트위터 잠재 가치에 비해 낮다는 게 표면적 이유다. 주식부자이긴 하지만 대부분 재산이 주식 형태라 정작 현금유동성은 그다지 많지 않은 머스크라 그가 동원할 수 있는 금액은 한계가 있다. 그런데 4월 21일 머스크는 미국 금융증권위원회에 465억 달러(약 57조 원) 자금을 확보했다고 신고했다. 모건스탠리로부터 255억 달러를 빌리고, 테슬라 주식 등을 처분하는 방식으로 210억 달러를 조달한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정말 트위터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생각으로 인수에 나선 것일까? TED의 수장인 크리스 앤더슨이 TED 행사에서 머스크를 인터뷰했다. 머스크는 같은 인터뷰에서 서로 상충하는 이야기를 펼쳐 듣는 사람들의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들었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한 후에도 되도록 많은 주주가 남아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것만 보자면 주주이익 강화와 부합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머스크는 이어 "나는 그 회사의 숫자(economics)엔 관심이 없다"라고도 말한다. 숫자란 매출, 영업이익 등의 지표일 텐데 다른 주주들의 이익에는 관심이 없다는 이야기로 비추어질 수 있다.


머스크는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회사 인수에 나섰다고도 말한다. 사용자들의 표현 자체를 아예 규제하지 않겠다고도 밝혔다. 그는 "트위터는 콘텐츠 표출 알고리듬을 공개"해야 하고, "깃허브(GitHub)를 이용하는 게 좋겠다"라고도 했다. 그런데 트위터를 인수한다면 표현의 자유를 위해 '사람의 판단'을 활용하겠다고도 한다. 서로 상충한다.

트위터를 사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지금까지는 자신이 운영하는 기업의 가치를 성공적으로 올려온 CEO인 것만큼은 맞다.
곤란하고 곤혹스러운 트위터
우선 '이윤을 내야 하는 기업'인 트위터 입장에서 보면 회사에는 당장 리스크가 생겼다. 우선 타이밍이 별로다. 회사 입장에선 새 CEO를 맞이해 매출 드라이브에 본격 집중하려는 때 회사의 방향성이 불투명해진 셈이다. 트위터의 현 CEO로 2월에 갓난아기 아빠가 된 파라그 아그라왈(Parag Agrawal)은 새로운 조직을 안정화시켜 성장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데 직원들의 동요를 잠재워야 할 추가 부담까지 떠안았다. 실제로 아그라왈은 임직원 올핸즈 미팅(all hands meeting,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는 미팅)에서 회사의 앞날에 대해 날 선 질문을 하는 직원들을 상대해야 했다.

 

잭 도시가 트위터에서 물러난 이유는 트위터 운영이 너무 방만하다며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트위터와 스퀘어 (현 블록) 두 회사의 CEO을 겸직하고 있던 도시를 압박했기 때문이다. 트위터는 상당히 영향력 있는 소셜미디어지만 이익률이 5%에 불과하다. 페이스북에 비하면 매출이나 이익 창출에서 많이 뒤처진다.


머스크가 무려 8200만명(독일 인구 수준이다)이 넘는 트위터 팔로워를 거느린 '1인 소셜미디어'라는 것도 트위터에는 부담이다. 머스크는 PR뿐 아니라 마케팅도 모조리 트윗으로 한다. 이런 인물이 어느 정도의 지분을 갖는 거야 회사 입장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지만, 아예 소유하려고 드는 건 완전히 다른 이슈다. 


미국에서 지금 '표현의 자유'는 이런 의미 

머스크가 말한 '표현의 자유'가 미국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더 자세히 알아보자. 

 

미국에서 '표현의 자유'를 이야기하는 이들은 주로 보수 성향이다. 머스크가 TED에서 ‘표현의 자유’를 위해 트위터를 인수하고 싶다는 비전을 내비치자 가장 환호한 이들은 극우 언론인인 폭스뉴스의 터커 칼슨(칼슨은 방송에서 “머스크가 우리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말했다)이나 보수 논객 유튜버 벤 샤피로 등이었다. ‘표현의 자유’는 원래 진보의 구호였다. 그런데 정치적 양극화와 대립이 심각해지고 트럼프 시대를 거치며 보수의 구호가 됐다. 

 

미국 의회 습격 사건과 이에 책임을 물어 트럼프의 계정을 페이스북과 유튜브에서 삭제(deplatform) 하면서 미국 보수진영은 '표현의 자유’ 가치를 수호하는 데 더욱 민감해졌다. 소셜미디어 테크 기업들이 오바마 행정부의 관대한 육성 정책에 힘입어 글로벌하게 성장한 데다 정치적으로 진보적인 캘리포니아주에 주로 위치해 있어 이들 기업이 '정파적으로 치우쳐 있다'라는 편견이 보수진영 사이에서 더욱 강화됐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의는 소셜미디어, 정치적 극우 세력 부상과 맞물려 전 세계 법조계의 연구 과제다. 숙명여대 법대 홍성수 교수는 이런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전통적 입장이 바뀐 것 자체는 문제가 될 게 없다고 한다. 단, 정파적 이익에 유리하게 운영되는 게 문제라고 봤다. 즉 표현의 자유 자체는 어떤 특정 정파의 구호라기보다는 오히려 중립적 가치를 가지는데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보수의 구호가 된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계정 삭제는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트럼프와 별로 친하지 않았던 글로벌 리더조차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우려를 나타냈을 정도다. 

 

사실 트럼프의 계정 삭제는 플랫폼 역할을 자처하는 소셜미디어 기업에게는 정치적 결정이기도 했지만, 경제적 결정이기도 했다. 큐아넌 등으로 대표되는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봇(bot)들의 활동이 사용자들에게 불만을 불러일으키면서 소비자들과 광고주들의 저항이 있었다. 사업적 명분은 있었지만, 트럼프 계정 삭제는 이들 기업들에게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머스크가 표현의 자유를 이야기한 것이다.

머스크가 말하는 '표현의 자유'가 어디까지인지는 아직 모른다.
근데 머스크는 어떤 정치 성향?

머스크의 발언은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양 진영 간의 시각차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 머스크가 그동안 뚜렷한 정치 성향을 드러내지 않아서 더 그랬다. 머스크는 ‘Independent(무소속)’으로 등록되어 있다. 공개 석상에서 ‘사회적으로는 진보 성향이고 재정적으로는 보수적’이라고 밝혔다. 공화당과 민주당 정치인들에게 거의 같은 금액을 후원한다. 후원금이 고작 인당 몇백만 원 수준이고, 민주당과 공화당을 모두 합쳐도 10만 달러 수준이라는 점은 흥미롭다.

 

한때 머스크와 페이팔에서 함께 일했던 피터 틸이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에게 각각 1000만 달러씩 후원한 것과 비교하면 껌값이다. 지난 미 대선 때 머스크가 지지한다고 (구두로라도) 밝힌 후보는 민주당 경선 주자 중 공화당 성향 지지자 비율이 가장 높았던 앤드루 양이었다. (2022년 양은 민주당을 탈당하고 자신의 당인 '포워드(Forward)당'을 만든다) 

 

머스크의 정치 성향은 굳이 따지자면 자유주의(libertarian)다. 앤드루 양의 핵심 공약인 기본소득은 소득을 지급하여 국민 개인의 자율권을 높이는 대신 국가에서 실시하는 각종 복지 정책 등을 간소화해 국가의 관료주의를 줄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자유주의자들이 열광하는 정책이기도 하다. (진보 진영에서 기본소득을 비판하는 것도 이 지점이다) 자유주의자들은 '작은 국가'를 원한다. 

 

머스크의 이런 성향이 극대화된 때가 바로 팬데믹 발생 이후였다. 그는 팬데믹으로 인해 캘리포니아 주가 대형 공장과 사업장에는 셧다운을, 주민들에게는 재택 명령을 내렸을 때 "파시스트냐"며 반발해 공장을 열었다. 머스크 자체가 코로나, 정부 주도 방역, 백신 접종에 대한 회의론자다. 대통령이 코로나의 위력을 깎아내려 많은 국민이 죽었고 코로나를 계기로 정치적 골이 더욱 깊어진 미국에서 820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가진 머스크가 이런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한 거다. 

 

전형적인 '가진 자' 트윗을 날리기도 한다. 머스크를 포함해 연방 세금을 내지 않는 상위 부자들에게서 세금을 걷어야 한다는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에게 조롱성 트윗을 날린 게 그 사례다.  

 

하지만 머스크가 공화당 편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하다. 그는 공화당, 민주당에 두루 빅엿을 날렸다. 트럼프 당선 전에는 트럼프를 "미국의 지도자로 적합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공개 트윗을 했지만, 당선 후 대통령 자문위원회에 합류했다. 트럼프의 이슬람 이민자 반대 정책과 파리기후협약 탈퇴 정책에는 분명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머스크의 줄타기에 정치인들이 숟가락을 얹었다가 민망해지기도 했다. 

 

미국 보수의 숙원이던 낙태의 실질적 금지 정책을 텍사스주에서 시행한 후 그렉 애보트 텍사스 주지사가 "(텍사스에 대규모 기가팩토리 공장을 연) 머스크는 (너무 진보적인 캘리포니아 대신) 여기의 사회적 정책이 마음에 든다고 내게 항상 말했다"라고 밝혔다가 머스크에게 점잖게 까였다. 머스크의 답변은 "정부가 자신의 의지를 국민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 어떤 정책을 펼칠 때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위해 해야 한다. 이렇게 말하긴 했지만, 정치 이슈에서는 떨어져 있겠다."


확실한 것 하나, "난 정부가 싫어" 

머스크에게 일관성이 있다면 바로 이 지점이다. '정부가 뭔가 조처를 하는 것' 자체에 거의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거다. 예외가 있다면 기후위기 관련 정책 정도다. 머스크는 시장이 작동할 유인이 없는 분야에서만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머스크가 만약 어떤 형식으로든 트위터 정책에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면 본인 신념대로 "아무리 어리석은 트윗이라도 웬만하면 지우지 말고 그냥 놔두라"가 핵심 정책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트위터가 머스크의 손에 넘어가면 트위터의 콘텐츠 조정(contents moderation) 정책은 대수술 될 가능성이 크다. 아예 그 팀 자체가 해체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트럼프도 다시 트위터로 원대 복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콘텐츠 조정 기능이 약화한다는 건 공화당의 극우 성향 의원들이 "보수 의견은 취소 문화(cancel culture)의 피해자"라며 줄기차게 주장하는 것과도 맥락이 닿아 있다. '취소 문화'는 (주로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행동이나 말 때문에) 소셜미디어상에서 매장당하는 걸 말한다. 그리고 그들의 눈에 취소 문화의 최대 피해자는 도널드 트럼프다. 

 

문제는 현재 미국 정치 지형 자체가 양당 갈등의 골이 매우 깊은데다 정치공학적 술수가 난무하기 때문에 트위터처럼 이용자 수에 비해 여론 형성에서 과대평가 되어 있는 (미국 언론들은 유명인들의 트위터를 인용해 매일같이 기사를 쓴다) 플랫폼의 역할이 상당히 크다는 데 있다. 아주 적은 표 차이로도 총선이나 대선 결과가 갈릴 수 있다. 2016년 트럼프가 대통령이 됐을 때는 힐러리 클린턴이 전체 표 수는 더 얻었지만, 선거인단 수에서 트럼프가 이겼다. 즉 막판에 여론을 세게 형성해 표몰이를 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알고리듬이 어떤가에 따라 선거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콘텐츠 조정이 축소되면?

트위터에서 콘텐츠 조정 기능이 축소되면 트위터에서는 양 진영 간의 싸움이 더욱 심각해질 게 불 보듯 뻔하다. 그리고 이게 트위터의 수익에 좋은 영향을 끼칠지는 미지수다. 사실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은 콘텐츠 조정 기능을 좋아한다. 정치 음모이론이 계속 자신의 피드에 뜨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급성장하는 플랫폼인 틱톡이 콘텐츠 조정 기능을 대폭 강화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사용자들이 선호하니 매출이나 수익에도 당연히 긍정적이다. 

 

머스크도 아마 콘텐츠 모니터링 기능을 완전히 없애지는 않을 것이다. 사기, 스팸 봇 계정들을 없애는 걸 우선순위로 둔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위터는 일론 머스크를 사칭한 각종 크립토 봇 사기 계정들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머스크가 수익에 관심이 있었기에 트위터를 인수하려 드는 게 아니라는 건 확실해 보인다. 사실 돈을 벌자면 그 돈으로 투자할 다른 회사가 얼마든지 있기도 하다.

당연히 재미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는 이들 (혹은 자기자신을) 위한 '재미'도 만들어내고 있다. (이미지 캡쳐: 뉴욕타임스 카라 스위셔 칼럼)

응원하거나 경계하거나 

머스크가 실제로 트위터를 인수할까? 미국 언론의 반응을 종합해 보면 전반적으로 실제 완주할 가능성은 절반 정도로 보는 것 같다. 머스크에 비판적인 뉴욕대 스캇 갤로웨이 교수는 "한곳에 오래 집중 못하는 성향이 있으니 저렇게 자기 트윗에서 지지자들과 갖고 놀다가 그만둘 것”이라며 시니컬한 평가를 내린다. 머스크에 비교적 우호적 성향의 저널리스트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카라 스위셔는 자기 아들 표현을 빌려서 "저 사람 심심한가 봐"라고 평가한 후 "그래도 인수에 어느 정도 진지한 건 사실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실 이 투자를 통해 돈을 꼭 벌어야 한다는 목표를 갖지 않는 한 머스크는 자신의 거대한 놀이터인 트위터를 "누구든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피력하는 공론장"이라는 본인의 자유주의적 이상을 실현하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가질 법도 하다.  왜 아니겠는가. 제프 베이조스는 <워싱턴포스트> 사주이며, 로렌 파월 잡스(스티브 잡스의 아내)는 <디 애틀란틱>을 인수했고, 세일즈포스의 마크 베니오프는 <타임>지를 사들이지 않았는가. 게다가 머스크의 팬이라면 "화성 여행을 실현하겠다는 사람이니 그런 이상이 아주 황당하지만은 않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실제로 트위터에 군침 흘렸던 다른 기업들도 있다. 세일즈포스도 그중 하나였다. 어쩌면 지금의 타이밍은 머스크에게 신의 한 수일 수도 있다. 특히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빅테크들의 인수합병 사례를 눈에 불을 켜고 보는 이때, 동종업계 빅테크들이 트위터를 사들이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세계 1위의 부자가 세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공론장을 사들인다는 데도 규제당국 입장에서 볼 땐 경쟁사도 동종업계도 아니니 머스크의 인수에 반대할 만한 마땅한 이유가 없다. 

 

한편으로는 엘리엇 매니지먼트를 비롯해 트위터에 '돈 벌려고 들어온'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회사 매각가를 다른 기업들과 막후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트위터 주가가 계속 죽을 쑤면) "생각보다 회사 팔기가 만만치 않은데"라는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 4월 22일 현재까지의 소식을 종합하면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플랜 B(주식 공개매수(Tender Offer))를 가동해서 트위터의 소액 주주들에게서 주식을 사 모으는 방식으로 지배주주가 되는 방향을 잡은 것 같다.

 

보수 성향, 특히 극우 성향 미디어들은 머스크를 응원하는 중이다. 트럼프 계정을 다시 살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어쩌면 극우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럼블(Rumble)에 피터 틸이 투자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고 있을 수 있다. 한 공화당 의원은 이 소식에 "트위터를 다시 위대하게(Make Twitter Great Again)"란 트윗을 올렸다. (당연히 'Make America Great Again' 슬로건의 오마주다)

 

중도 및 진보 진영 미디어들은 "세계 제일의 부자가 한 국가의 민주주의 시스템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는 공론장을 개인 소유로 돌릴 수 있다"는 전제 자체를 불안해하고 있다. 정치적 성향도 종잡을 수 없고 어떤 폭탄 트윗을 날릴지, 오늘은 또 어떤 중소 코인의 값을 올려놓을지, 어떤 밈 주식의 가격을 끌어올릴지 예측하기 어려우며 변덕이 심한 머스크 같은 인물이 이런 공론장을 지배하게 하는 건 우려스럽다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스의 마이크 아이작 기자의 전망이다.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운영한다면 트위터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다. 머스크는 자기가 하고 싶은 걸 원하는 시기에 하고 싶어 하고 종종 결과가 나쁘다고 하더라도 꼭 해야 하는 성미다.” 테슬라를 개인기업으로 만드는 걸 고려 중이라고 트윗을 날린 후 미국 주식거래위원회에 소송을 당한 게 그 사례다.

오늘 모건스탠리로부터 돈을 빌리기로 한 후 또 트윗을 이어 나갔다. 

하지만 이 인수, 생각보다 별로일 수도

트위터를 인수한다는 건 정제되고 편집한 기사를 생산하는 미디어 인수와는 스케일이 다른 일이다. 소셜미디어 알고리듬이 페이스북 내부고발자 폭로로 화두가 되면서 아무리 중립을 지키려고 노력해도 정치적 불똥을 맞을 가능성이 100%다. 특히 지금처럼 민주당이 '더 강력한 가짜뉴스 규제 정책'을 소셜미디어에 요구하는 상황에서는 해법 찾기가 쉽지 않다. 청문회에 무시로 끌려 나가는 마크 저커버그, 같이 되는 걸 머스크는 끔찍하게 싫어할 것이다.

 

테슬라와 스페이스엑스라는 두 큰 회사를 이끄는 머스크가 트위터 대표까지 맡는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이미 트위터는 두 회사 CEO로 양다리를 걸친 잭 도시를 경험한 바 있다) 아무리 머스크가 트위터 중독자라고 해도 테슬라 같은 하드웨어 기업과 트위터는 회사 성격 자체가 다르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대장정은 앞으로도 몇 주는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트위터로 돈 벌겠다는 생각은 아니라는 머스크에 동조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모건스탠리는 일단 돈을 빌려주기로 한 것 같고 머스크는 다른 주주들에게 주식 공개매수를 해 실제로 성공할 수도 있다. 황당하지만 머스크가 그사이 싫증 나서 "그냥 안 살란다"며 트윗을 날릴 수도 있다. 지리하게 끌다가 트위터 가치가 떨어지면 기존 투자자들이 머스크와 협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어떤 결과로 귀결되든, 이번 소동 또는 대장정은 이런 시나리오를 상상할 계기가 된 것만은 사실이다.

 

정부의 역할과 개입은 작을수록 좋다고 생각하고 증권거래위원회와 같은 기성 금융 권력에서 벗어나려 하며 ‘탈중앙화’를 지향한다는 부자가 선거를 좌지우지하고 여론 형성에 중요한 어떤 플랫폼을 인수해 그에 대한 정책 결정을 '중앙화'한다면?

머스크의 트윗만큼 예측 불가능한 미지의 세계가 될 것이다. 그런 예측 불가능성이 좋을지 싫을지, 또는 이 사회에 바람직할지 아닐지는 앞으로도 쭉 생각해 볼 만한 과제다. 
☕️ 글쓴이를 소개합니다
키티의 한글 이름은 홍윤희이다. 이커머스 기업에서 커뮤니케이션과 소셜임팩트를 담당한 바 있다. 딸의 장애를 계기로 장애를 무의미하게 하자는 취지의 협동조합 무의(Muui)를 운영하며 2021년 초 카카오임팩트 펠로우로 선정됐다. IT, 미국 정치, 장애, 다양성, 커뮤니케이션 등의 주제를 넘나들며 페이스북브런치에 글을 쓴다. 한국일보, KBS 제3라디오, IT뉴스 미디어인 아웃스탠딩 등에 정기 기고와 출연 중이다.

[키티의 빅테크 읽기]는 미국 빅테크와 테크 산업이 끼치는 경제사회 및 정치적인 영향에 대해 다루는 롱폼(Long-form) 아티클이에요. 전체 경제와 정치 영역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의 맥락과 행간을 놓치지 않는 시선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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