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를 취재하면서 낙동강 녹조의 안전 문제를 취재해온 남종영 요원에게 정부 대응의 문제점과 대안을 물었어.
휘클리: 강, 바다, 하늘, 먹는 물, 농작물에서 녹조 독소가 검출됐잖아. 뭐가 가장 걱정돼?
종영 요원: 수돗물이 가장 문제지. 수돗물에 포함된 녹조 독성은 모든 가정에 무차별적으로 들어가잖아. 그래서 수돗물은 독소가 기준치 이하라고 하더라도 세심하게 살펴보고 평가를 해야해.
휘클리: 국내엔 마이크로시스틴에 관한 먹는 물 안전 기준이 없다며?
종영 요원: 응. 그건 맞아. 그래도 감시 체계에는 들어가 있어. 마이크로시스틴도 수백종 있는데, 그중 가장 잘 검출되고 독성이 높은 마이크로시스틴-LR을 정수장에서 ‘먹는 물 수질 감시 항목’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거든. 그게 뭐냐면. ‘수돗물을 먹어도 될까?’ 하고 정수장에서 몇 가지 항목을 정해서 항상 감시하는 거야. WHO 권고 기준에 맞춰서 한다고 해.
휘클리: 어렵네. 수돗물 음용수 기준치랑 ‘먹는 물 수질 감시 항목’이랑 많이 다른 거야?
종영 요원: 독소는 심각한 거잖아. 그래서 환경부가 사전에 기준을 만들어 놓고 알람벨이 울리도록 먹는 물 수질 감시 항목을 만들어놓은 거야. 그런데 일반적으로 마이크로시스틴은 정수처리 과정에서 없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먹는 물 안전 기준을 따로 만들지 않았다고 봐야 해.
휘클리: 수돗물 관리가 되고 있다면 아주 불안해할 필요는 없을까? 1996년 브라질에서 녹조가 번성한 저수지 물을 정수처리한 수돗물을 마시고 60여명이 사망한 사례가 있었다며.
종영 요원: 몇년 전 아프리카 코끼리들이 녹조 낀 호숫물을 먹고 집단적으로 사망했던 사례도 있긴 해. 하지만 우리는 그런 극단적인 사례까지는 걱정 안 해도 돼. 어쨌든 고도의 정수처리 과정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99.98% 걸러진다고 하니까. 다만 녹조 독소가 장기적으로 인간의 몸에 축적됐을 때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해선 과학적으로 밝혀진 게 없으니 조심은 해야겠지?
휘클리: 최근 다른 나라에선 수돗물 독소 문제가 없었어?
종영 요원: 2014년 미국 오하이오주 톨레도시에서 사흘간 물 공급이 중단된 적이 있어.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 농도가 갑자기 확 늘어나 급수를 중단한 거야. 톨레도시가 물 관리가 안 되는 곳이 아니었으니까,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는 거지. 그 뒤에 미국 오하이오주에선 녹조에 대한 공중보건학적 연구가 활발해졌어.
휘클리: 위기를 겪고 개선된 거구나.
종영 요원: 안전 기준이 어떻게 만들어지냐면. 과학계에서 논문이 나오면 정부가 그걸 종합해 안전 기준을 설정하는 거야. 예를 들어 WHO 기준치는 아직도 옛날 과학적 자료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미국 오하이오주나 프랑스는 최신 자료를 반영해서 기준치를 강화하는 추세고. 사실 기준치는 절대적이지 않아. 과학 발전에 따라 변하는 거지.
휘클리: 수돗물도 걱정이지만, 녹조 독소가 에어로졸 형태로 날아다닌다는 사실은 생각만해도 무서워.
종영 요원: 사실 공기 에어로졸 문제가 가장 위험하긴 해. 건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건 수상활동이거든. 녹조 낀 강에서 제트스키를 타거나, 수영을 하면 독소에 직접 노출될 수가 있어. 독소가 에어로졸과 함께 우리 코로 들어오면 감기에 걸리듯이, 코 점막을 통해 바로 혈관으로 들어가서 위험하거든. 우리가 녹조 낀 강에서 수상활동을 많이 하진 않지만, 어쨌든 공기를 통해 1.17㎞까지 날아간 거니까 심각한 거긴 하지. 전면적 조사를 해야할 하나의 신호는 맞아.
휘클리: 에어로졸 전파가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선 해외 연구 사례가 있어?
종영 요원: 이 역시 미국 중심으로 연구가 증가하고는 있어. 멀리 날아간 에어로졸이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안전 기준은 없지만, 그래도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로 기준을 설정해 직접적인 수상활동을 금지하고는 있어. 우리도 수상활동을 하지 말라는 기준이 있긴 해. 조류경보제라는 건데. 남세균 세포 수 등을 기준으로 주의보, 경보, 대발생을 발령하는 거야. 그런데 이건 좀 옛날 방법이고, 마이크로시스틴 농도가 위해성을 더 잘 보여주지.
휘클리: 우리는 WHO나 다른 나라 기준치를 활용하잖아. 그런데 다 달라서 뭘 믿어야 할지 모르겠어.
종영 요원: 어떤 기준치 이하라고 해서 100% 안심할 수는 없어. 독소니까 당연히 우리 몸에 좋을 수는 없지. 기준치라는 건 ‘이 정도면 건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해서 과학자들이 만든 값이잖아. 그런데 과학에는 언제나 불확실성이 있어. 특히 녹조에 의한 건강 영향은 아직 연구가 많이 이뤄지지 않아서 불확실성이 커. 이런 경우엔 ‘사전주의 원칙’이라고 해서 최대한 보수적으로, 사전적으로 대응 하는 게 맞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