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속에서 사는 식물들에게 겨울은 여행이다
🍹 여름은 어떤 시간이었나요?

오랜만에 돌아온 스페셜 레터예요. 그간 무탈한 시간 보내고 계셨을까요? 저는 지난 3개월간 해외봉사 파견을 준비했었어요. 신체검사를 마치고 최종 결과를 기다리면서 수분 에센스와 선크림을 세일 때마다 몇 가지 사두고, 가족들과도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한 달 뒤쯤 결과를 받게 되었고 메일에는 후보자 등록 절차가 안내되어 있었어요. 후보자 제도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 내용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검색을 한참 하다가 상담센터로 전화를 했어요. '선발 과정에서 최종 인원의 3배수 지원자에게 신체검사를 안내하는데, 모든 전형을 통과한 인원 중 합격자를 제외하고는 후보자 풀에 등록된다'는 답변을 들었어요.

후보자에게는 6개월간 지원한 분야에 수요가 있을 때마다 모집 공지가 발표되기 전 파견 여부를 묻게 됩니다. 다른 분야로 재지원을 하면 앞으로 6개월간 신체검사가 면제되고요.

최종 결과가 발표된 이후 주차별로 다양한 감정 변화를 겪었어요. 발표 직후 주말에는 당황스러움과 낙관이 오갔고, 일주일이 지난 뒤에는 부정, 2주 차부터 절망, 3주 차는 수용에 가까운 감정을 느꼈습니다. 후보자 제도가 유지되는 기간 동안 다시 일을 시작하며 생각을 조금 더 정리해 보려고 해요.

지난 6월, 6주간 함께했던 독서모임이 끝나던 날 "함께 책을 읽으며 보낸 시간 덕분에 봄에서 여름으로, 즐겁게 도착할 수 있었어요"라는 말씀을 드렸어요. 올 듯 말 듯 하던 가을이 이제는 완연해졌어요. 각자의 자리에서 보낸 여름은 어떤 시간이었나요?

저처럼 올해 여름을 갈팡질팡하는 마음으로 보낸 분이 있으시다면, 또는 한동안 감정적인 상태로 지낸 분이 있으시다면, 여전히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는 와중이시라면 아래 버튼을 통해 근황을 나누어주세요!
🪨 내가 쓰는 글을 존중하는 일
지난 7월부터 해외봉사 모집 전형을 준비하는 동안, 모임을 쉬어가고 있었어요. 대신 일을 하던 때와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읽지 못했던 책을 읽고 운동을 하고, 나름의 이유로 오랜 시간 숙제처럼 여겨졌던 한국사 공부를 했어요.

집중하기 어려워 미루어 두었던 벽돌책과 감정적인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소설을 읽었습니다. 앞으로 4주간 매주 금요일, 뉴스레터를 통해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을 소개드릴게요.

이번 주에 소개드릴 책은 <랩걸>이에요. 올봄 소설 수업을 들으며 '작가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모임을 진행하지 않았던 지난 3개월간 일기와 모닝페이지 등을 비롯해 한 편의 글도 쓰지 않았어요. <랩걸>을 읽으며 '글을 쓰는 상태로 지내는 것이 즐거운 일이구나'라는 사실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글을 쓰는 것'의 기술적인 어려움보다 '글을 쓸 수 있는 몸과 멘탈을 지속하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종종 경험했습니다. 그럼에도 글을 쓰는 동안 제 삶을 조금 더 존중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자주 배웠습니다.

여성 과학자의 청년기를 담은 논픽션이라 생각했는데 한평생의 우정을 담은 이야기였어요. 인물들의 기행을 보며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가 짠함인지, 아름다움에 대한 감동인지, 반전에 대한 놀라움 때문인지 명확하지 않은 감정의 동요로 훌쩍거리곤 했습니다. 그렇게 울다 보면 마음이 가라앉고 생각이 가벼워지는 독특한 매력의 책이었어요.

조금 긴 분량이지만, 좋았던 구절을 공유드려요.

"우리 모두 일하며 평생을 보내지만 끝까지 하는 일에 정말로 통달하지도 끝내지도 못한다는 사실은 좀 비극적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 대신 우리의 목표는 세차게 흐르는 강물로 그가 던진 돌을 내가 딛고 서서 몸을 굽혀 바닥에서 또 하나의 돌을 집어서 좀 더 멀리 던지고 그 돌이 징검다리가 되어 신의 섭리에 의해 나와 인연이 있는 누군가가 내디딜 다음 발자국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 11월 일정을 공유드려요
1️⃣ 뉴스레터는 10/20(금)부터 11/10(금)까지 앞으로 4주간 매주 금요일 발송됩니다. 그간 읽었던 인상 깊었던 책을 한 권씩 소개 드려요!

2️⃣ 11월부터 '하루 10분 글쓰기'를 다시 시작합니다. 31기 모임은 11/6(월)부터 시작돼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한 달간 총 16회의 인증을 진행해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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