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단 검증 리서치와 현장 기자의 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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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디터 구현모입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기록물을 남긴 전쟁은 무엇일까요?


2차 대전? 베트남 전쟁? 어쩌면 올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그 주인공이 아닐까 싶습니다. 소수의 저널리스트만 기록물을 남길 수 있던 시대에서 스마트폰이 있는 모두가 사관이 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죠.


문자 그대로 정보의 홍수입니다. 하지만 가짜와 진짜가 구분되지 않습니다. 1급수와 오수가 뒤엉켜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 현장에 없는 저널리스트들은 이 시대에 어떻게 기사를 남겨야 할까요? 그리고 우리는 어떤 정보를 취사선택해야 할까요? 오늘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소재로 외신 보도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  오늘의 에디터 : 구현모
뉴스레터도 좋고 미디어도 좋지만 돈이 제일 좋습니다
오늘의 이야기
1. CNN은 이렇게 가짜 뉴스를 검증합니다
2. 백악관은 인플루언서와 손잡습니다
3. 이 둘은 새로운 국제 외신 뉴스를 꿈꿉니다
4. 한국은 양질의 국제 보도가 가능할까요?

CNN은 이렇게 가짜 뉴스를 검증합니다

현재 우크라이나 사태를 가장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언론사들은 CNN, NYT, WSJ 등 미국에 기반한 언론사입니다. 국가가 직간접적으로 얽혀있으며, 위 언론사만큼 세계적인 취재 인프라를 가진 곳이 없기 때문이죠.


이 말인 즉슨, 그만큼 가짜 정보도 많이 들어온다는 뜻입니다. 틱톡,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수많은 곳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면서 사진과 영상을 올립니다. 실제로 제 틱톡 피드에도 우크라이나 상황이라면서 라이브 방송을 하는 틱톡커가 뜰 정도이니, 미국과 유럽에 있는 사용자들에게는 더 많은 정보가 들어가기 마련이죠.


일개 사용자가 가짜와 진짜를 구분하면서 보는 것은 사실상 불가합니다. 그래서 언론사가 출동합니다. 기자들은 이를 검증하고, 보도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CNN은 무려 3중으로 검증합니다. 아래 방법은 CNN10에 나온 취재 방식을 근거로 삼습니다.

1. 이미지 검색하기
(출처 : CNN10)

틱톡과 인스타그램 그리고 트위터 등에 ‘최근 우크라이나 근황’이라고 올라온 사진 중 일부는 우크라이나와 관련 없는 과거 전쟁 사진이라거나 게임 및 영화에 나온 장면을 합성한 가짜 정보입니다. CNN은 이를 검증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구글 등 여러 검색 엔진의 ‘이미지 검색’을 활용합니다.


취재원이 올린 사진을 1차적으로 검증하는 방법이고,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만약, 이미 과거에 올라온 사진이라면 이는 우크라이나 근황이 아닐 확률이 높고 가짜 뉴스일 확률이 높습니다.

2. 구글 어스 및 얀덱스로 위치 파악하여 검증하기
(출처 : CNN10)

만약 가짜 이미지가 아니라면, 그 사진이 언급된 위치를 구글 어스와 러시아의 구글인 얀덱스로 검색해봅니다. 그 사진이 진짜라면, 그 언급된 위치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지형지물이 사진 안에도 나오겠죠. 


제공받은 사진과 영상을 파노라마처럼 쫙 펼쳐보면서 하나씩 맞추는 섬세한 수공예작업이 수반됩니다.

3. 현장 기자 보내기
(출처 : CNN10)

만약 1번과 2번을 통해서 전달 받은 정보들이 가짜가 아니라면, 그때 기자를 파견합니다. 결국 마지막 검증으로 취재의 기본인 현장 취재를 가는 거죠. 


이렇게 보면 간단하게 들리지만, 실제로 들어가는 공수는 어마무시합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내게 주어진 정보가 진짜라고 가정하고 상대방과 대화하기 마련입니다. 사회적으로 학습된 이 전제를 의심하는 것은 그만큼 피곤한 일이며, 실제로 검증하는 절차도 복잡하죠.


구글과 얀덱스에서 이미지를 검색해서 검증하고, 구글 어스 등에서 현장 위치를 찾아보고, 마지막으로 실제로 기자를 보내는 과정은 문자 그대로 CNN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미국 본사에서 일을 수행해내는 사무직 직원이 필요하고, 최종 현장에서 취재하는 현장 기자도 필요하니까요. 결국, 그만큼의 인프라와 돈 그리고 의지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전 세계가 주목하고 그만큼 가짜 뉴스가 많이 나오는 만큼 필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검증하지 않고 무작정 받아쓰는 언론사들과 질적으로 차이를 만드는 과정이며, 동시에 언론사의 신뢰드를 ‘어나더레벨’로 올려주는 일입니다.

백악관은 인플루언서와 손잡습니다

미국 백악관도 손놓고 가만히 있는 건 아닙니다. 지난 3월 10일 백악관은 30명의 틱톡커와 줌미팅을 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된 여러 질의를 나누었다고 해요. 현재 침공 상황은 물론 미국의 전략적 목표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소상히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기자와 뉴미디어를 포함해 언로를 응대하는 업무는 정부의 의무입니다. 국민들과 정부를 연결하는 통로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기존의 언로에서 인플루언서들은 소외되어 있었습니다. 백악관 현장에 참석할 수 있는 기자들은 소수에 불과하며 ‘언론사도 아닌데’ 굳이 인플루언서를 데려올 이유도 없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페이스북, 유튜브, 틱톡이 부흥하며 그 플랫폼 안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은 기존 언론사를 뛰어 넘었습니다. 동시에 가짜 뉴스도 쉴 새 없이 터져 나오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백악관은 가만히 있지 않고 직접 나섰습니다.


틱톡 안에서 인플루언서들이 올바른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 직접 상세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브리핑한 셈입니다. 특히, 미국의 인플루언서들은 전 세계적으로 수백 만 팔로워를 갖고 있기 때문에 미국 현지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올바른 정보를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한국은 어떤가요? 청와대를 비롯해 여러 기관이 가짜 뉴스라는 현상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플랫폼의 책임을 이야기하고 있죠. 하지만, 이미 거대해진 플랫폼의 영향력을 0으로 만들거나, 원하는 대로 규제할 수는 없습니다.


플랫폼 안에서 벌어지는 가짜 뉴스 현상을 비난할 게 아니라, 그 안에서 채널들과 협업하여 올바른 뉴스를 전달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이 둘은 새로운 국제 외신 뉴스를 꿈꿉니다

출처 : VANITY FAIR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저널리즘은 결국 더 나은 외신에 대한 갈망을 낳습니다. 이는 한국뿐만이 아닙니다.


블룸버그 출신 저스틴 스미스와 버즈피드 출신 벤 스미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둘은 새로운 뉴스 스타트업을 만드는데요, 국제 보도가 핵심입니다. 미국 입장에서 해외인 아시아, 유럽, 중동 등을 취재하는 뉴스 스타트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뉴욕 타임즈와 워싱턴 포스트는 해외 취재를 강화하고 있으며, 뉴욕타임즈는 전체 구독자 중 10% 가량이 미국 바깥에서 나온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이런 움직임은 자연스럽습니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유명 OTT는 이미 미국 바깥에서 성장을 확보하기 위해 현지 소비자를 겨냥해 저렴한 요금제를 내놓거나, 현지 프로덕션과 적극적인 협업을 하곤 합니다.


벤과 저스틴의 전략은 명약관화합니다. 미국에서 교육 받은 엘리트들을 현지에 보내는 게 아니라, 현지에서 영어를 할 줄 아는 기자를 섭외해 취재하는 셈이죠. 쉽게 말해, 미국 출신 기자 마이클이 아니라 싱가폴 기자 리쉔을 채용해서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겁니다. 이점은 있습니다. 


우선, 미국 중심주의적 시선이 아닌 좀 더 다양한 시선을 담을 수 있습니다. 미국 중심의 정치경제적 가치관을 학습한 기자가 아니라 현지의 가치관을 학습한 기자를 통해 더 새로운 기사를 만들 수 있습니다. 


둘째로, 인건비가 낮습니다. 이미 현지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을 채용한다면, 월급 이외의 비용은 크게 들어갈 확률이 없습니다. 만약 미국에서 한국으로 기자를 보낸다면, 비행기표는 물론이고 현지 체류 비용이 들어가는데요. 이 비용도 낮출 수 있다는 심산이죠. 


마지막으로, 차별점입니다. 언론은 이미 수백년 간의 역사가 있는 전통산업입니다. 여기서 차별점을 두기 위해선 아예 다른 시장으로 나아가야 하죠. 그 점에서 글로벌 취재는 꽤 매력있는 포인트입니다. 시장이 넓기 때문에 성장률 역시 극적으로 높게 나올 수도 있습니다.

한국은 양질의 국제 보도가 가능할까요?

한국에도 양질의 기사는 많습니다. 독자의 정파에 따라 평가는 갈릴 수 있지만, 좋은 기사들은 곳곳에 숨겨져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언론사가 쓰는 해외 기사에 대한 평가는 전반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대개 해외 언론을 받아쓰거나, 해외 현지 특파원의 리포트 몇 개가 전부입니다. 전자의 경우, 검증이 부족하고 새로운 뉴스성이 없다는 점에서 아쉽고 후자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취재 인프라로 인해 뉴스의 품질 자체가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세계 경제를 비롯해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 대해 양질의 보도를 보기 어려울까요? 


우선 언론사의 이해관계가 있습니다. 한국 언론사가 해외 보도에 투자할 이유가 없습니다. 해외를 취재하기 위해선 결국 해외에 기자를 보내야만 합니다. 비용은 2배로 드는데, 그렇다고 해서 매출이 2배가 되진 않습니다.


뉴욕타임즈와 블룸버그는 해외 보도 확대로 유료 구독자라도 확보했는데, 한국은 기본적으로 1) 국내 보도의 정량적 지표 혹은 정치적 영향력으로 2) 기업의 광고를 받는 B2B 비즈니스모델이기 때문에 글로벌 구독자 확보가 그리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결국, 공영방송인 KBS, MBC, EBS 그리고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를 제외하면 굳이 열심히 할 이유 자체가 없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외신 인용 기사가 대부분이죠.


또 하나는 인력입니다. 기자 개개인의 역량 문제로 인해 해외 현상을 취재하고 기사로 쓰는 일이 어렵습니다. 일반적으로 방송사에서 보내는 해외 특파원은 소위 ‘짬’이 있는 분들이 대부분인데요, 이분들이 영어로 기사를 읽고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일을 쉽게 소화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더불어, 국내 현지에서도 해외 기사 및 보고서를 읽어내고 새롭게 기사를 쓰는 일도 쉽지 않죠. 한국에는 글로벌 역량을 갖춘 인재들이 많지만, 그 인재들이 한국 언론사에 가느냐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이런저런 어른의 사정으로 인해 국내에서는 괜찮은 국제부문 뉴스가 나오기 어려운 모양입니다. 


오늘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소재로 CNN이 팩트체킹하는 방식과 백악관의 틱톡 인플루언서 브리핑, 그리고 새로운 외신 뉴스를 꿈꾸는 뉴스 스타트업과 한국 언론사의 사정을 담았습니다. 이를 통해 읽어낼 수 있는 시사점은 명확합니다.


뉴스의 권력 관계는 분명히 바뀌었고, 이에 적응했는지가 중요합니다. 백악관은 언론사 뿐만 아니라 플랫폼 내 크리에이터들도 자신과 대화할 수 있는 주체이자 영향력 있는 매체로서 인정했습니다. 단순히 가짜 뉴스라거나 유튜버로 비하하지 않고 기꺼이 그들을 활용하겠다고 마음먹은 거죠.


또 하나는 가짜 뉴스라고 비판할 거냐, 이를 적극적으로 검증할 거냐의 차이입니다. SNS, 커뮤니티발 뉴스를 받아쓰는 게 아니라 검증하는 CNN의 자세에서 배울 만한 부분이 많습니다. 가짜 뉴스가 문제라는 기사는 수 년 전부터 나왔습니다. 하지만 언론사와 정부 모두 이를 단순히 규제한다고 대응하거나 무시하는 자세로 일관했습니다. 이 자세는 얼마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었을까요? 


앞으로는 어떤 자세로 임해야 더 건설적으로 해결 가능할지 고민하는 게 더욱 생산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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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그동안 와썹맨을 사랑해주신 꼬맹쓰 여러분 감사합니다ㅣ와썹맨 진짜 최종ㅣ박준형

에디터 <구현모>의 코멘트
와썹맨이 잠시 쉬어가나 봅니다. 제 최애 예능이자, 유튜브 예능에서 새로운 서막과 가능성을 보여준 와썹맨이라 그런지 더욱 아쉽네요. 코로나 거리두기도 해제됐기에 모두들 마스크를 벗은 언젠가 다시 돌아오면 좋겠습니다 BAAAAAA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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