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과생인 당신이 취업 안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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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리버리 레터는?

연세대학교 젠더연구소와 함께 발행합니다. 여성과 일, 그리고 더 나은 노동시장을 위한 고민을 담은 논문들을 달마다 키워드로 묶어 전해드립니다.

💌 11월의 폴리버리 레터:

11월의 키워드인 이공계 여성 그리고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한 연구를 소개합니다.
젠더연구소 12월 콜로키움에서 강연을 하실 권현지 교수님(서울대 사회학과)의 청년 예술인 연구도 담았어요.

📝목차

#이공계여성

학점이 좋을수록 취업이 안 되는 이유
불평등의 지속에 공학 문화가 미치는 영향

#직장내성희롱

직장 내 성희롱은 어떤 영향을 끼칠까?
누구에게, 왜 발생할까?

#청년예술인

누가 안정적인 예술 활동을 전망할까?

학점이 좋을수록 취업이 안 되는 이유

언젠가부터 '여학생들이 남학생들보다 공부를 더 잘한다'는 이야기를 흔히 듣게 된 것 같아요. 실제로 많은 연구들이 이를 뒷받침하기도 하는데요. 다른 한편, 노동시장에서 여성들은 여전히 취업을 할 때부터 차별에 노출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차별 중 일부는 여성이 남성보다 일에 덜 헌신적이라거나 능력이 부족하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발생하기도 하죠.

그런데 적어도 학교에서 여학생들의 성취도가 남학생들보다 높은 경향이 있다면, 이러한 우위가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여성들이 노동시장에서 겪는 차별을 줄여주지는 않을까요?

아래에서는 흥미로운 실험을 통해 이 질문에 답하고자 한 연구를 소개합니다. 근데, 키워드 #이공계여성이랑은 무슨 상관이냐고요? 아래에서 '수학을 전공한 여성'에 대한 연구 결과에 주목해주세요.

'적당히 잘하기만 해'

저자는 미국의 대표적인 구인구직 사이트를 이용해, 가상으로 만든 총 2,106개의 지원서를 1,053개의 구인 공고에 보냈어요. 각 구인자에게는 성별과 전공을 달리한 지원서를 2개씩 보냈고, 학점(GPA)은 2.5~3.95 사이의 숫자를 무작위로 생성하여 배정했어요. 전공은 대표적인 여초 전공인 영문학, 남초 전공인 수학, 그리고 여초도 남초도 아닌 경영학, 이렇게 세 가지 중에 하나로 배정했습니다. 연구자는 이 지원서들에 대해 인터뷰를 위한 연락이 오는 비율을 체크하여 성별, 학점, 그리고 전공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습니다.

분석 결과, 먼저 전반적으로 남성들은 학점에 따라 연락이 오는 비율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반면에 여성 지원자 중에서 학점이 '적당히' 좋은(B-와 B+ 사이인) 여성들은 학점이 더 낮은 여성에 비해 인터뷰 제안을 받을 가능성이 높았지만, 학점이 아주 좋은(A- 이상) 여성들에게는 오히려 인터뷰 제안 비율이 확 떨어졌어요. 즉, 여성들의 학점과 노동시장에서의 성과 사이에는 '뒤집어진 U자' 모양의 관계가 보였다고 합니다.

전공별로 살펴보면, 영문학과 경영학 전공자 사이에는 성별에 따라 연락이 오는 빈도가 유의미하게 다르지 않았어요. 그러나 수학 전공자 중에서 학점이 가장 높은(A- 이상) 집단의 남성들은 독보적으로 많은 연락을 받은 반면, 여성들은 오히려 B~B+ 정도의 학점일 때만 연락을 조금 더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학점이 가장 높은 집단의 여성들은 동일한 학점의 남성들의 1/3 수준의 비율로 인터뷰 제안을 받았습니다. (*아래 그림 참조: 진한 색 막대는 남성에게, 연한 색 막대는 여성에게 온 인터뷰 연락 비율)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걸까요? 저자는 채용 담당자 200여 명을 대상으로 주관식 문항을 포함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원인을 유추해봤어요. 결과를 살펴보니, 채용 담당자들은 여성과 남성 지원자를 각각 다른 잣대로 평가한다는 점이 나타났습니다. 즉, 남성 지원자들 중에서는 '능력있고' '헌신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지원자가 선호된 반면, 여성 지원자들 중에서는 '사교적'일 것 같고 '호감 가는' 지원자가 선호되고 있었습니다. 이때, 남성들의 능력과 다르게 여성들의 능력은 성격과 반비례 관계일 거라는 고정관념이 작동한 겁니다. 앞선 실험에서 이런 고정관념은, 통상 여성들이 잘할 거라고 기대되지 않는 분야(수학)에서 여성들이 높은 성취를 보였을 때 유독 강하게 작동한 것이죠.

📌그럼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비록 학교 성적, 대학 진학, 노동시장 진출 등 여러 방면에서 여성들이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여성들이 차별받지 않는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저자는 수학을 전공한 여성들이 특히 노동시장에서 불이익을 받는 현상이 '여학생은 수학을 못(해야)한다'는 관념을 위반한 대가일 수 있다고 말해요. 이 연구의 결과는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단계에서부터 높은 학업성취를 보이는 여성들에 대한 차별이 발생함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이공계 분야에 점점 더 많은 여성들이 진입하게 되면 '이공계에서의 성취'와 '성별' 사이의 연결고리가 약해지고, 이공계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이는 여성들에 대한 차별도 줄어들 것이라고 저자는 예상합니다. 성평등을 향해 나아가는 이 시점에서도, 노동시장에서 성차별이 지속되는 기제에 관해서는 계속해서 활발한 연구가 필요할 것입니다.

💎참고 논문: Quadlin, N. (2018). The mark of a woman’s record: Gender and academic performance in hiring. American Sociological Review, 83(2), 331-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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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의 지속에 공학 문화가 미치는 영향

위의 연구에서는 수학(혹은 이공계 전공)에서 높은 성취를 보이는 여성들이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차별받을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한편 이공계에 진입하는 여성의 비율은 여전히 낮고, 진입 이후 성공하는 비율은 더욱 낮은데요. 그렇다면 실제로 대학에서 이공계 전공에 진입한 여성들은 어떤 경험을 하게 될까요? 아래의 연구 역시 흥미로운 방법을 사용해, 남성중심적인 문화 속에서 이공계 전공 남학생들과 여학생들이 대학 생활을 거치며 어떻게 서로 다른 결과에 도달하는지 보여줍니다.

연구자들은 총 네 개의 대학교의 공과대학 신입생 41명을 모집해 4년간 매달 두 번씩 '일기'를 쓸 것을 요청했어요. 일기에는 대학 생활 동안 일어난 주요한 사건이나 인간관계 등에 대한 생각을 그때그때 자유롭게 적도록 했어요. 4년 동안 쌓인 일기의 개수는 총 3,383개였다고 합니다. (참고로 각 학생에게는 4년간 참여의 대가로 매월 100달러를 지급하느라, 예산을 고려해 더 많은 신입생을 모집하지는 못했다고..!) 또한 보조자료로서 네 개 대학에서 25명씩 모집해 총 100명과 실시한 심층 인터뷰 자료도 분석에 활용했어요.

'성차별은 공학 문화의 일부분'

학생들이 제공한 일기와 인터뷰 자료를 분석한 결과, 크게 세 단계를 거쳐 공학 전공 학생들이 성별에 따라 다르게 사회화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1)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2) 팀 프로젝트 경험, 그리고 (3) 인턴십을 거치며 이들 사이에는 격차가 어떻게 벌어졌을까요?

(1) 대학에 입학한 지 얼마 안 된 신입생들은 모두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학 지식을 활용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때 남학생들은 '현실의 문제'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면, 여학생들은 종종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거나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학을 전공한다고 일기에 적기도 했어요.

(2) 팀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이들의 경험은 점점 확연하게 달라집니다. 대부분의 남학생들에게 팀 프로젝트는 '이론을 실제로 적용해보는' 신나는 경험이었다면, 여학생들은 팀워크 속에서 보조적인 역할을 맡을 것을 기대받으며 배제를 겪었다고 해요.

(3) 결정적으로 남학생들은 인턴십을 거치며 더욱 '성장하는' 경험을 하고, 스스로의 전문성에 확신을 가지게 됩니다. 반면 여학생들은 인턴십을 통해 성차별이 단지 (가끔 발생하는) 짜증나는 사건이 아니라, 매일같이 일터에서 겪어야 하는 경험이자 공학 문화(engineering culture)의 일부분일 수 있겠다는 걸 깨닫습니다. 사수가 대뜸 '노출이 있는 옷은 금지야. 남자들 방해할 수 있으니까'와 같은 말을 하는 등 사소해 보이지만 사소하지 않은 경험들이 쌓여가면서, 여학생들은 '내가 공학 분야에 정말 맞는가'를 스스로 의심하게 되었죠. 더욱이 (남학생들과 달리) 이들이 공학을 통해 해결하고 싶었던 문제들은 실제 일터에서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겠다는 걸 느끼게 되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전문직 사회화(professional socialization)'란 특정 분야에서 통용되는 관습이나 가치 등의 문화에 구성원들을 익숙하게 만드는 과정을 말해요. 이 연구는 공학 분야에서의 사회화가 여성들에게 분야에 대한 애착보다는 소외를 야기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저자들에 의하면 이전부터 공학 분야에서 많은 정책적 노력은 대부분 학교 커리큘럼을 바꾸는 데 들어갔습니다. 실제 작업 현장과 유사하게 팀 프로젝트 위주의 커리큘럼을 구성했던 것이죠. 하지만 학교에서든 현장에서든, 그러한 팀 기반 활동 속에서 여학생들은 남학생들과 달리 배제적인 문화를 경험해야 했습니다.

따라서 저자들은 학교 커리큘럼만 바꿀 것이 아니라, 실제 일터에서 리더 역할을 하는 이들에 대해 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안합니다. 또한 여성들의 자신감을 개인 수준의 심리적인 문제로 이해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구조적/문화적 맥락 속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참고 논문: Seron, C., Silbey, S. S., Cech, E., & Rubineau, B. (2016). Persistence is cultural: Professional socialization and the reproduction of sex segregation. Work and Occupations, 43(2), 178-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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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성희롱이 뭐지?

최근 한 대기업에서 직장 내 성희롱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사실 이번 대기업 성희롱 문제 이전에도 여러 기업에서 성희롱 문제가 이슈가 됐었는데요. 직장 내 성희롱은 고용평등상담실의 가장 많은 상담을 차지하는 문제일 만큼 빈번하게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직업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나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다는 생각 때문에 신고를 망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많은 노동자들을 괴롭게 하는 직장 내 성희롱, 과연 무엇인지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직장 내 성희롱이란 “직장 내에서 발생하는 성희롱으로 상대방이 느꼈을 때 불쾌하거나, 업무와 관련 없고, 상대방의 안정을 위협하는, 원치 않는 성적인 행동”을 말합니다. 최근에는 성별의 구분 없이 “개인의 성별을 기준으로 상대를 폄하하거나, 비하하는 등의 모욕적인 행동”과 같이 보다 넓은 개념으로 이해됩니다.
한 학자는 성희롱을 권력과 권위를 표현하는 방식이라고 보았습니다. 성희롱을 '성별을 통해 얻은 사회적 지위를 강화하거나 유지하는 행동'으로 본 것입니다. 다시 말해, 성희롱이라는 행위는 젠더 위계를 강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성희롱은 세 가지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성적 강제성
성적 강제성은 명시적으로나 암시적으로 성적인 협조에 따라 고용 조건을 만들려는 시도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서 성적인 행위를 조건으로 취직을 시켜주겠다고 하거나, 직장에서 강등이나 해고를 하겠다고 협박하는 행위가 여기에 포함됩니다.
원치 않는 성적 관심
원치 않는 성적 관심은 불쾌하며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때로는 상대방에게 두려움을 주기도 하는 성적인 관심 표현을 의미합니다. 예시로는 원치 않는 성관계, 합의되지 않은 신체적 접촉, 강제적인 입맞춤, 지속적인 데이트나 성관계에 대한 압박 그리고 성폭력이 있습니다. 성희롱과 성폭력이 별개의 현상으로 간주되지만 성폭력은 원치 않는 성적 관심에 포함되는 행위 중 하나입니다.
젠더 성희롱
젠더 성희롱은 성적인 협조를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대신 젠더나 성별을 기준으로 상대방을 폄하, 비하하거나 상대방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서 “여자는 과학에 포함되지 않는다”, “남자 간호사는 형편없다”와 같이 성별의 전형적인 이미지로 상대방을 폄하하는 행동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나아가, 상대방에게 외설적인 몸짓을 하거나, 남성과 여성을 저속한 단어로 부르며 비하하는 행위 또한 젠더 성희롱에 포함됩니다. 젠더 성희롱은 성적인 행위나 성관계를 포함하지 않지만 개인의 성별을 기준으로 행해지기 때문에 성희롱으로 간주됩니다.

직장 내 성희롱은 어떤 영향을 끼칠까?

직장 내 성희롱이 중요한 문제인 이유는 피해자들에게 많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성희롱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선행연구들은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직장 내 만족도 감소📉
전 세계적으로 직장 내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는 여성들은 직장에 대한 만족도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구체적으로 성희롱 피해자들은 성희롱 피해 경험 이후 결근, 지각 또는 일에 집중을 하지 못하는 경향을 보이거나 일을 그만두기도 합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는 여성의 경우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이직을 할 가능성이 6.5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신적, 신체적 피해🤕
직장 내 성희롱은 정신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심한 경우에는 외상 후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선행연구들은 직장 내 성희롱 피해 경험이 전반적인 삶에 대한 만족도를 감소시키고, 우울증, 불안감, 불면증 그리고 섭식 장애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러한 직장 내 성희롱 피해의 부정적인 영향은 단지 여성들에게만 발견되는 것은 아닙니다. 남성도 직장 내 성희롱을 경험할 때, 여성과 비슷한 수준의 스트레스를 비롯한 부정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즉, 직장 내 성희롱은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죠.

💎참고 논문: Cortina, L. M., & Areguin, M. A. (2021). Putting people down and pushing them out: sexual harassment in the workplace. Annual Review of Organizational Psychology and Organizational Behavior, 8, 285-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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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 살펴보았는데요, 이번에는 직장 내 성희롱이 어떤 방식으로 발생하는지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직장 내에서 발생하는 성희롱은 회사에서의 직위, 개인의 젠더 정체성 그리고 회사의 구성원들의 성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직장 내 성희롱 - 누구에게, 왜 발생하나?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된 선행 이론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존재합니다.

첫 번째, 취약한 노동자 가설
'여성, 소수 인종 그리고 직급이 낮은 노동자일수록 성희롱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

두 번째, 권력 위협 모델
'조직에서 권력을 가진 남성에게 위협이 되는 여성이 성희롱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어떤 설명이 더 적합한지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조직에서 권력을 가진 남성에게 위협이 되는 여성이 성희롱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권력 위협 모델과 반대로, 조직에서 권력을 가진 여성이 성희롱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있다는 것입니다. 즉, 조직 내에서 직위가 높고, 권위를 가진 여성일수록 성희롱과 차별의 대상이 될 위험이 크다는 것입니다.
연구 결과를 통해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권위 있는 여성들, 성희롱에 더 노출된다

직장에서 다른 사람들을 관리 또는 지휘하는 권위를 가진 여성들은 자신들의 직장 내 지위 때문에 성희롱 피해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몇몇 여성 연구 참여자들은 남성들로부터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관리자로서의 능력을 의심 받았습니다. 주변 남성 동료들로부터 “이건 여자가 하는 일이 아니다”와 같은 말을 쉽게 들었다고 합니다. 선행연구들은 남성들이 성희롱을 하는 이유가 성적인 매력 또는 흥분보다는 여성들을 원래의 위치에 있게 하고 자신들의 영역 표시를 하는 것과 더 관련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앞서 소개한 연구에서 언급한 것처럼 성희롱을 통해 젠더 위계를 강화하려고 하는 것이죠.

인터뷰와 설문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성희롱은 남성 상사와 여성 부하 직원 사이에서 발생하는 전형적인 성희롱 시나리오와 많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히려 관리직에 있는 여성들이 그렇지 않은 여성들에 비해 더 많은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다고 합니다. 한편, 남성 관리자의 경우 다른 직급의 남성들보다 성희롱 피해를 더 적게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여성스러운 남성, 남성스러운 여성

전형적인 성별 고정관념에 부적합한 행동을 하는 사람일수록 성희롱 대상이 될 위험이 증가한다고 합니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면, 남성의 경우 소위 말하는 여성스러운 행동을 할수록, 여성의 경우 소위 말하는 남성스러운 행동을 할수록 성희롱을 경험할 위험이 증가한다는 말입니다. 특히 “남자들이 그렇지 뭐”와 같은 남성성과 여성성을 구분짓는 분위기가 있는 공간에서 성희롱은 더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합니다.

남성 연구 참여자들은 자신들이 비교적 여성스럽게 행동했기 때문에 성희롱의 대상이 되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단순히 여성들과 더 어울린다는 이유로 다른 남성 동료들로부터 소외되기도 했습니다. 즉, 남성적이고 여성혐오적인 노동 환경은 성희롱을 발생시키는 핵심적인 원인 중 하나인 것입니다.

⚠️ 남성 노동자의 비율이 높을수록 증가하는 성희롱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직종에 따라 성희롱이 발생할 가능성이 다릅니다. 남성의 경우 서비스업에 종사할 경우 성희롱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증가하고, 여성의 경우 기술직에 종사할수록 성희롱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특히 여성 관리자가 남초 직종에 근무할 경우 성희롱을 당할 확률은 58%로 여초 직종에 근무할 때(42%)보다 더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성희롱의 피해자들이 모두 힘 없고 직급이 낮을 것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직장 내 높은 직급은 개인을 성희롱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역할을 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성들은 직장 내 직급이 높은 관리자가 되면 성희롱 피해를 입을 확률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즉, 여성을 향한 성희롱은 단순히 성적인 욕망 때문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성희롱은 여성이 권력을 가지는 것에 대한 하나의 반발(backlash)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나아갈 방향

저자는 성희롱에 대한 고정관념(예를 들어서 남성 상사가 여성 부하 직원에게 하는 성희롱)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합니다. 이러한 고정관념으로부터 벗어날 때 직장 내에서 발생하는 보다 많은 성희롱 사례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고정관념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보다 다양한 상황에 대한 성희롱 예방 교육을 가능케 할 수 있습니다.

직장 내 성희롱 상담 및 지원

직장내성희롱근절종합지원센터 02-735-7544

여성긴급전화 국번없이 1366

💎참고 논문: McLaughlin, H., Uggen, C., & Blackstone, A. (2012). Sexual harassment, workplace authority, and the paradox of power. American sociological review, 77(4), 625-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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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젠더연구소 12월 콜로키움 연사 미리보기:

권현지 교수님(서울대 사회학과)의 청년예술인 연구

어떤 대중음악가들이 예술활동을 계속할까?

한국의 대중음악 시장이 커지면서 대중음악가를 꿈꾸는 청년도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중음악 예술인 중 약 50%가 겸업 예술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94%가 낮은 소득 때문에 예술활동에 전념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대중음악가를 꿈꾸는 청년들 중 누가 안정적 예술활동을 전망할까요?

자본 = 돈💰?

우리는 '자본'이라고 하면 흔히 물질적인 자원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부(富)를 생산하는 자본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자본도 포함이 됩니다. 인적자본과 사회자본이 그 예시 중 하나인데요.

인적자본📚 : '교육이나 직업훈련 등으로 그 경제가치나 생산력을 높일 수 있는 자본'을 뜻합니다. 인적자본을 늘릴 수 있는 투자의 예시로는 정규교육, 현장훈련, 건강, 노동시장 정보 등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교육입니다.

사회적자본👥 :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사회적자본을 '개인이나 집단이 제도화되어 지속되는 네트워크에 소속됨으로써 실제로 또는 잠재적으로 얻을 수 있는 자본의 합'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사회적자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사회 구성원들 간의 신뢰로 형성된 네트워크입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학연, 지연이 바로 사회적자본의 예시 중 하나입니다.

이 논문은 작곡, 보컬, 악기 연주 그리고 프로듀싱 영역에서 활동하는 예술인을 대상으로 하여, 바로 이 '인적자본과 사회적자본이 대중음악가들이 예술 활동을 전망하는 데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탐색합니다.

창의성? 제작사? 무엇이 중요할까?

우선 인적자본의 영향에 대해 먼저 살펴보자면, 예술가의 창의성보다는 후천적인 기술 습득과 관련된 예술적 테크닉 잠재성이 예술 활동 전망에 더 유의미한 요인이라고 합니다. 즉, 인적자본에 투자한다고 할 때, 창의성과 같은 초기조건도 중요하지만, 후천적인 기술 숙련이나 교육이 더 중요한 요인으로 간주된다는 것이죠.

한편, 사회적자본과 관련해서는 음반 제작사 소속 예술인에 비해 독립(인디) 제작사와 프로젝트팀에 속한 예술인들의 안정적 예술 활동에 대한 전망 수준이 더 높았다고 합니다. 프로젝트팀에 속한 예술인이나 프리랜서 예술인의 경우 다양한 작업에 참여하는 기회를 얻기 위해 자신들의 사회적자본, 즉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합니다. 취약한 노동조건이 네트워크 형성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죠. 특히 영향력 있는 인물을 많이 알수록 예술 활동 전망이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럼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