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았던 장소에는 언제나 향도 같이 기억나는 것 같아.",

"(네 생각에 오래 남는 가게가 있다면?)

이솝 매장, 들어가는 순간부터 향이 함께 하잖아.",

"호텔 라운지에 가도 그곳만의 향기가 있고,

때론 그걸 같이 판매하기도 하니까

무언가.. 이곳의 향을 만들면 좋겠네.", 

"교보문고에도 향이 있잖아.", 

"향을 만드는데, 시간은 얼마나 걸리고 금액은 얼마나 들까?" 

서점을 열기 전, 먼저 창업 후 본인의 일을 하는 언니와 이야기하다가 <향>에 대해 떠올렸다. 서점의 자리는 주인집과 가게의 정화조가 있어서, 1년에 한 번은 그걸 열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고, 생각보다 냄새가 좀 났다. 그래서 향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팬데믹 시기, 모든 것이 비대면과 온라인 시대가 되어가는 때에 문을 여는 곳이라서, 오직 오프라인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당시 나는 ZOOM을 활용한 독서 모임, 글쓰기 지도 등을 하고 있었는데, 불현듯

줌을 통해 사람과 눈을 보며 교감하고, 대화하고, 강의를 통해서 지식과 정보의 교류, 감성 나눔 등을 많은 것을 할 수 있지만 '향기'는 온라인에서 전해질 수 없다는 깨달음이 있었다. 

그렇게 일상의 작은 깨달음과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시도 등에 집중하며 향 브랜드를 찾다가, 언니의 소개로 DSTL과 만나게 되었다. 홈페이지를 둘러보고, 대표 메일로 나와 새로이 꾸리는 공간에 대해 소개하고, 답메일을 통해 미팅 날짜를 잡았다. 해방촌에 위치한 디스틸의 매장. 정말 다양한 병에 여러 가지 향들이 있었는데 그때 대표님은 "시간이 많지 않고, 또 조향하는 것은 금액적으로도 부담이 있으니, 저희 대표 제품 중에 마음에 드시는 게 있으면 좋겠어요." 라고 말씀하셨다. 총 4가지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각각의 향을 맡다가 첫 향에 반해버린 향기가, 지금의 서점 향이 되었다. DSTL 의 GREEN LEAVES.

이름도 마음에 들고, '비가 그친 뒤 마주한 숲'이라는 설명이 무척 좋았다. 서점의 타일 색, 그리고 서점이 '책의 숲'이라고 생각했을 때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순 없단 생각이 들었다. (결정이 빠른 편이고, 이미 결정한 것 외에 다른 옵션을 크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즉각적으로 분위기를 바꿔주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향'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 역시 어딘가 여행 갈 때 서점의 향 룸 스프레이와 책을 꼭 챙겨간다. 콜링 북스를 옮겨가는 느낌이랄까! 지난 주말에도, "저 봉투는 안 주셔도 되는데 향을 좀 듬뿍 뿌려주세요. 병원에 계신 엄마에게 책을 드릴 건데 여기 향 좋아하시거든요." 라는 손님을 만났다.  작고 작은 이곳을 떠올릴 때 '향'이 함께 기억된다는 것이 좋다. 책을 읽는 행위, 시각의 너머 후각까지 함께 생각해본 서점. "이 향도 팔아요?!, "저 이것도 같이 살게요!"하는 손님도 마주한다. 콜링 북스의 향. 책의 숲속 향기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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