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영화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을 보던 유령이. 거대한 음식들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환상적인 장면을 보고 떠오른 그림 한 편이 있다는데?
👻: 오늘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품들로 세상 곳곳에 영감을 불어넣은 화가, 르네 마그리트를 소개할게령!

▲ Apple의 초창기 로고와 비틀즈의 애플 레코드의 로고, 
출처: Wikipedia
현대 대중문화 영감의 원천 🍏
유령이 플로터는 ‘사과’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아마 스티브 잡스가 만든 세계적인 IT기업 ‘Apple’을 떠올리는 플로터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Apple 이전에 사과를 브랜드의 로고와 이름으로 삼은 회사가 또 있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바로 1960년대에 최고 인기를 끌었던 록 밴드 비틀즈 의 음반회사 애플 레코드! 비틀즈를 인생의 롤 모델로 삼았던 잡스는 로고를 디자인할 당시 애플 레코드사의 사과 이미지를 참고했고, 그 결과 오늘날의 한 입 베어먹은 사과 로고가 탄생했다고. 그런데 애플 레코드의 녹색 사과 또한 어떤 화가로부터 영감을 받은 거였는데요, 오늘은 두 ‘애플’의 모티브*가 된 사과 그림의 주인공 르네 마그리트의 미술 세계를 소개할게요.

*모티브: 예술에서 표현의 동기가 되는 주제 및 중심사상

▲ (좌)<청강실>(1958), (우)<피레네의 성>(1959),
 출처: Fondation Magritte
마그리트의 그림들은 일반적인 상식과는 거리가 멀어요. 방 한 칸을 꽉 채우는 거대한 사과와,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은 채 공중에 붕 떠 있는 바위 그림을 보면 알 수 있죠. 이처럼 마그리트는 현실의 한계를 뛰어넘는 그림들을 주로 그렸어요, 재미난 상상력 덕분에 그의 그림들은 오늘날 다양한 대중문화의 기반이 되기도 했죠. 그 예시로, 지브리 의 유명한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천공의 라퓨타> 속 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성들은 마그리트의 <피레네의 성>의 영향을 받아 구현된 것이라고.

👻: 과연 20세기 현대미술의 거장 중 하나라고 불릴 만한, 엄청난 영향력이네령! 마그리트는 어떤 인물이었나령?

▲ 르네 마그리트, 출처: Fondation Magritte
내 그림은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는다 🎩
벨기에 출신의 화가 마그리트는 1898년, 양복 재단사 아버지와 모자 상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어요. (👻: 그래서 그의 그림에는 양복을 입고 모자를 쓴 사람이 자주 등장한다고 해령!) 12살에 처음으로 접한 미술에 소질을 보인 그는 곧 브뤼셀 왕립 미술아카데미에 진학하는데요, 그곳에서 당시 유행하던 미래주의*입체주의*의 영향을 받았죠. 그래서 초기에는 선과 도형 등을 중점적으로 활용한 그림을 주로 그렸다고.

*미래주의: 20세기 초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예술운동으로, 관습적인 전통을 부정하고 기계문명으로 속도가 붙은 도시의 모습을 역동적으로 표현함.

*입체주의: 20세기 초에 생겨난 미술사조로, 사물의 구조를 여러 방향에서 본 모습으로 입체적으로 표현함. 큐비즘이라고도 불리며 입체주의의 대표주자로 피카소를 꼽음.

▲ <연인들2>(1928), 출처: Fondation Magritte
큰 굴곡 없이 평탄한 삶을 살았던 마그리트의 인생에도 비극적인 순간이 있었어요. 바로 13살 때 어머니가 자살했던 사건이었죠. 우울증을 앓고 있던 마그리트의 어머니는 집 근처 강에 투신하고 마는데요, 시신을 건져 올릴 당시 흰 잠옷이 위로 젖혀져 그녀의 얼굴을 덮고 있었다고. 어린 마그리트는 그 충격적인 과정을 오롯이 지켜보고만 있어야 했죠.

훗날 마그리트의 작품들에는 하얀 베일을 쓰고 있는 사람들이 반복적으로 나타나요. 사람들은 마그리트의 어렸을 적 경험이 무의식 중에 반영된 것이라 해석했죠. 하지만 설명되지 않는 낯선 느낌의 신비함초현실주의를 중시하였던 마그리트 본인은 이러한 해석을 거부했어요. 그는 "내 그림은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는다" 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오히려 관객이 자신의 그림을 논리적으로 해석하는 데에 실패할 때 흡족해 했다고.

👻: 안타까운 사연이지만, 그림에 대한 마그리트의 소신이 돋보이기도 하는 일화네령. 그런데 마그리트는 초현실주의와 어떤 연관이 있는 건가령?

▲ 조르조 데 키리코와 그의 작품 <사랑의 노래>(1914),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초현실주의로의 입문 🎨
졸업 후 생계를 위해 프리랜서로 포스터와 광고 디자인 일을 주로 하던 마그리트, 그는 우연한 계기로 본인의 작품 세계에 대단한 영향을 미치게 될 작품을 만나요. 그건 바로 조르조 데 키리코의 초현실주의 그림 <사랑의 노래>였는데요, 이 작품에는 동상의 머리, 고무장갑, 녹색 공 등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사물들이 한 화폭에 담겨 있어요. 수수께끼 같이 낯설고 이질적인 느낌을 주는 이 그림을 보고 마그리트는 큰 충격을 받았다고. 사물의 배치만으로 그림이 신비로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초현실주의 화가의 길을 걷게 돼요. 이전까지는 ‘어떻게 그리냐’에만 집중했다면, 이제는 ‘무엇을 그릴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 거죠.

마그리트는 1927년에 파리로 이사한 뒤 그곳의 초현실주의 작가들과 교류하기 시작해요. (👻: 초현실주의의 대표주자 달리 가 궁금하다면 여기를 클릭하세령!) 초현실주의는 현실을 초월해 무의식과 우연, 환상, 꿈, 욕망 등을 중요시하는 경향인데요, 인류가 세계 대전을 겪으며 느꼈던 문명에 대한 회의감으로 등장한 사조예요. 이성적인 규칙과 도덕에 반항하고 그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어난 거죠. 그래서 당시 파리 초현실주의의 주류를 이끌었던 시인 앙드레 브르통은 이성의 정 반대편에 있는 무의식을 표현하고자, 자동기술법*을 고안해내기도 했다고.

*자동기술법: 무의식의 세계에서 생긴 이미지를 그대로 기록하는 것. 의식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빠르게 받아적거나 앞에 사람이 그리던 그림을 보고 이어 그리는 방법 등이 있음.

👻: 환상적인 느낌의 그림이 등장하게 된 데에는 전쟁이라는 가슴 아픈 배경이 있었군령… 그럼 마그리트도 무의식에 기반한 우연적인 그림들을 그린 건가령?

▲ (좌) <고정된 시간>(1939), (우)<빛의 제국>(1954),
출처: Fondation Magritte
낯설게 하기, 데페이즈망 기법 🙃
마그리트는 앞서 언급한 자동기술법과는 조금 다른 결의 초현실주의를 독립적으로 추구하며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나가요. 그는 모자, 당근, 물병, 방문, 우산 등 지극히 현실적이고 익숙한 이미지를 세밀하게 재현했는데요, 기존의 초현실주의가 꿈의 세계를 추구하며 의식으로부터 최대한 멀어지려고 했던 것과 달리 전적으로 의식인 그림을 그린 거죠. 

예를 들어 벽난로에서 기차가 툭 튀어나오도록 표현하는가 하면, 낮과 밤이라는 공존할 수 없는 두 시간대를 한 곳에 모아 그림을 그렸어요. 이러한 방식을 데페이즈망 기법이라고 하는데요, '추방하는 것'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데페이즈망은 일상적인 관계에 있는 사물을 있어서는 안 될 곳에 추방하여 이상한 관계에 둔다는 의미예요.

▲ (좌) <골콩드>(1953), 출처: Fondation Magritte 
(우) 영화 <매트릭스2> 포스터, 출처: 네이버 영화
마그리트의 대표작 중 하나인 <골콩드>에서는 중절모와 레인 코트 차림의 사내들이 공중에 둥둥 떠다니고 있어요. 현실의 법칙을 거스르기라도 하듯 사람을 하늘에 내리는 비처럼 위치 시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기이함을 느끼도록 만들죠. 이처럼, 똑같은 사람들이 떼를 지은 듯한 모습은 액션 영화 <매트릭스2>에서 스미스 요원이 스스로를 복제하여 여러 명으로 동시에 등장하는 장면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고. 

👻: 친숙한 사물들을 이용했는데도 굉장히 독특한 발상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네령. 마그리트가 이러한 그림들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령?

▲ <이미지의 배반>(1929), 출처: Fondation Magritte
그림을 생각의 도구로 🔍
파이프 그림 아래에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글귀가 놓인 작품,  유령이  플로터도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거예요. 마그리트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이미지의 배반>이라는 그림이죠. 이 그림을 처음 본 사람들은 당황하곤 해요. 그리고는 작품 앞에 가만히 서서 글귀의 의미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석을 하나 둘씩 내놓기 시작하죠. 마그리트는 파이프를 그려 놓고 왜 그게 파이프가 아니라고 한 걸까요?

먼저, 파이프를 아무리 사실적으로 묘사해도 그것은 파이프를 재현한 종이 위 그림일 뿐 파이프 그 자체가 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어요. 또는 정말로 파이프가 아닐 가능성을 이야기하기도 하죠. 예를 들면 파이프를 닮은 모양의 초콜릿이라든가, 겉의 형태만 파이프고 주전자의 용도로 쓰이는 물건이라든가 말이에요. 다시 말해 겉으로 드러나는 이미지가 우리의 생각을 배반한다는 거죠.

이처럼 마그리트의 그림은 작품을 분석하는 단계를 넘어서, 우리가 평소 갖고 있던 고정관념을 돌이켜보고 관습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게 만들어요. 그는 그림이 단순히 사물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는 도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죠. 마그리트는 이미지와 언어 사이의 인식론*적인 관계를 탐구한 작품들을 많이 남겨, 아이디어의 중요성이 커진 현대 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되었다고!

*인식론 : 사람이 무언가를 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어떻게 알 수 있는 것인지 등 앎과 지식의 본성을 탐구하는 철학의 한 분야.

👻: 정말로 그림 하나만으로도 심오한 철학을 이야기하는 것 같은 기분이네령! 이런 재미난 초현실주의 작품들의 원화를 한 데 모아 놓은 곳이 있다구령?
플롯 TMI 💎
<초현실주의 거장들 : 로테르담 보이만스 판 뵈닝언 박물관 걸작>전

20세기 초, 파리에 등장한 초현실주의. 마그리트와 달리 이외에 호안 미로, 만 레이 등 여러 초현실주의 예술가들은 무의식의 세계를 파헤치며 놀라운 창작 활동을 전개했어요. 그들은 각자만의 방식으로 욕망의 영역을 표현했죠.
👻: 포스터 속 그림은 마그리트의 <금지된 재현(1937)>이라는 작품이에령! 신비로운 초현실주의 미술의 세계로 떠나보는 건 어때령?

👻: 플롯은 여러분의 피드백을 기다려령!
👻연극과 예술! 생각보다 우리와 더 가까워요.
그런데 플롯은 왜 연극과 예술에 대해 말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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