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기억'하는 일

Season 4 🌊🏄‍♀️ Vol 16. 2024.07.19. ~ 2024.07.25.

'36주 임신중지', 그동안 너네는 뭐했어?
'레커 연합'이 지나간 자리
사물은 어떤 꿈을 꾸는가

'36주 임신중지', 그동안 너네는 뭐했어?

유튜브발 크고 작은 사건들이 매주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 이번엔 '36주 임신중지' 영상입니다. 우선 사건 발생 후 현재 상황까지 정리해볼까요. ✅

지난달 27일 유튜브에 '총 수술비용 900만원, 지옥 같던 120시간'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자신을 24살 여성이라고 소개한 익명의 유튜버가 "다낭성 난소 증후군 때문에 임신 사실을 몰랐다"며 임신 36주차에 임신중지 수술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영상이었어요. 📹🤰 이 영상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36주 태아 낙태 브이로그'라는 제목으로 퍼져나갔고, 화제가 되자 지난 12일 보건복지부가 살인죄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이에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15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일반적인 낙태 사건과 다르게, 무게 있게 수사할 생각"이라고 밝혔고, 해당 사건을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에 배당했습니다. 🚨🚔 같은날 서울시의사회는 성명을 내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어요. 👨‍⚕️👩‍⚕️ 의혹이 사실인 경우 의료진을, 사실이 아닌 경우 유튜버를 강력 처벌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복지부나 경찰은 영상 속 주인공이나 의사의 신원을 특정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상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만삭이라기엔 유튜버의 배가 모형처럼 깨끗하다는 점, 본인이 주장한 수술 날짜가 첫 영상 게재 3일 전이라 회복하고 영상을 편집하기엔 시간이 부족했을 거라는 점, 구독자 수가 100명도 안 될 정도로 작은 채널의 영상이 동시다발적으로 수많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진 점 등을 들어 일각에선 조작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요. 🤔 수사가 시작되자 이 유튜버는 17일 영상을 모두 삭제하고, 계정도 없앴습니다.

이 논란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건 영상의 사실 여부가 아닙니다. 산모와 의사에 대한 처벌이 가능한가도 아닙니다. 형법상 '낙태죄'가 폐지된지 5년이 넘도록 여성의 안전과 임신중지권을 보장하는 논의가 조금도 이뤄지지 않은 현실을 우선 들여다봐야 합니다. 👩‍⚖️ 헌법재판소는 2019년 모자보건법이 정한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한 모든 낙태를 금지한 형법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어요. 현재 성폭행 등으로 임신한 경우에 한해 24주 이내 임신중지를 허용하는데, 이를 어겨도 처벌할 방법은 없습니다. 🙅‍♀️

이는 국회나 정부에서 후속 입법엔 사실상 손을 놓아버렸기 때문입니다. 헌재는 2020년 말까지 보완입법을 해야 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지난 21대 국회에서 임신중지 허용 시기 등을 정한 법안이 발의됐다가 결국 제대로 된 논의도 없이 폐기됐습니다. 🤐 건강보험의 보장을 받도록 하고, 유산유도제를 도입하는 것조차 큰 반발에 부딪치고 있죠. 🙄🏥💉 이렇게 법제도의 공백이 커진 사이 실제로 안전하고 건강한 의료 지원을 받아야 할 여성들의 권리는 자연히 지워졌고요.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쉐어(SHARE)'는 성적 권리와 재생산 권리에 대한 포괄적 성교육, 성 건강 전문 상담과 의료지원 등을 하는 단체입니다. 🏃‍♀️ 이 단체의 나영 대표는 이렇게 말합니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5년이 되도록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복지부가 어느 때보다 발 빠르게 임신중지 여성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운운한다. 최소한의 의료체계조차 마련하지 않은 책임을 통감하진 못하고, 법적 타당성에 대한 고려도 없이 '살인죄'라며 수사를 의뢰한 복지부를 강력히 규탄한다."

이들은 말합니다. 수사와 처벌은 의료환경을 위험하게 만들뿐,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고요. 지금도 어느 곳에선 어떤 이유로든 원치 않는 임신으로 고통받는 여성이 있습니다. 절실히 도움을 필요로 하지만,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몰라서 결국 '어둠의 경로'를 찾게 되는 이들이요. 😰 우리 사회가 '36주 임신중지' 유튜버를 살인자라며 비난하기 전에 임신 당사자의 상황이나 임신 기간, 사회경제적 여건에 따른 명확한 보건의료 지침과 실질적인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래픽 김덕기 기자

이미지컷 unsplash

🚧 지난주 레터에서 유튜버 쯔양의 교제폭력 사건을 빌미로 협박을 공모한 유튜버들에 대해 썼죠. 💻🎙️ 타인의 고통을 통해 수익을 얻는 이들 계정의 수익화가 정지됐습니다. 유튜브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카라큘라 미디어', '전국진', '구제역' 채널은 수익을 창출할 수 없습니다. 🙅‍♀️❌ 유튜브 커뮤니티에 해가 되는 행동으로 크리에이터의 책임에 관한 정책을 위반했다고 봤기 때문이죠.

🚧 유튜브가 뒤늦게나마 이들의 수익 창출을 막은 것은 반길 일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불법·혐오 콘텐츠를 그저 방관하는 거대 플랫폼에 대한 ⚠️ 규제가 필요합니다. 유튜브는 방송법 적용을 받지 않는데, 이 때문에 '사이버 레커' 같은 채널의 유해 콘텐츠를 제대로 규제할 수 없다는 우려는 계속 나왔습니다.

🚧 이번에도 쯔양 관련 사건이 보도되고, 검찰 수사가 시작된 후에도 사이버 레커 채널들은 다시 이를 콘텐츠로 재생산해서 돈을 벌었어요. 😡 "해명하겠다"는 식의 영상을 올린 뒤 조회수를 올려 광고 수익 등을 얻는 거죠. 겨우 몇몇 채널의 수익을 막는 것만으로 적절한 조치라고 보기 이유입니다.

게티이미지

🗞️ 임신과 육아가 내 경력의 끝은 아니니까

🏋️‍♀️ 2024 파리 올림픽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 날밤 새며 흥미진진하게 경기를 지켜볼 날도 머지 않았는데요. 이번 올림픽은 그 어느 때보다 '성평등' 가치를 강조하고 있어요. 🙌 우선 출전 선수 1만 500명의 성비가 50대 50으로 동일합니다. 🤓 1900년 열린 제2회 파리 올림픽에서 여성 선수의 비율은 2.2%에 그쳤는데, 한세기 가까이 지나 드디어 '남녀 동수 올림픽'이 열리게 되었어요.

🏋️‍♀️ 여기다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선수촌 한편에 보육 시설이 마련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 이 시설은 선수촌 광장의 비거주지역에 마련되며, 기저귀를 착용하는 나이의 자녀를 둔 선수들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직전 도쿄 올림픽 때까진 선수들과 어린 자녀가 함께 시간을 보낼 장소가 제공되지 않았어요. 💁‍♀️ 세계적인 무대에서 실력을 겨루는 한편, 엄마로서의 정체성도 유지하고 싶은데도요. 엠마 테르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장은 "선수들은 이 공간에서 자녀와 중요한 순간을 함께 보내며 경기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했어요.

사물은 어떤 꿈을 꾸는가

💬 지난주 레터 말미에 이번달 플랫 입주자 반상회 공지를 했는데요, 모두들 확인하셨겠죠? 😁 오늘 레터에선 입주자 여러분과 함께 감상할 전시 '사물은 어떤 꿈을 꾸는가'에 대해 좀 더 알아보려고 합니다.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 전시는 말 그대로 '사물'을 다른 시각으로 보고 인간과의 관계를 재탐색하는 시도를 보여줍니다. 사람에게 사물이란 보통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도구 📻🗃️💾🔦📱 정도잖아요. 이 때문에 세상은 버려진 것들로 가득차게 되고, 우리는 사물이 곧 물건이라고 생각하게 되죠. 국내외 작가와 디자이너 15명(팀)이 참여한 이 전시에서는 다른 질문을 던집니다. 사물은 인간과의 관계에서만 의미를 지닐까? 우리는 '인간 너머' 사물과 공생할 수 있을까? 🤨

💬 예컨대 네덜란드 작가 듀오 드리프트는 특정 사물을 구성하는 소재의 종류와 양을 분석하고 이를 블록 형태로 표현해요. AK-47 소총을 자작나무, 철, 페인트, 크롬 등으로, 노키아 휴대전화는 알루미늄과 유리, 에폭시, 구리, 고무 등으로 해체해 재구성하는 것이죠. 🌈 또 우주+림희영은 폐플라스틱에 각종 소리를 기록하고, 이를 축음기 방식의 기계 장치를 통해 들려주기도 합니다.

💬 현대미술이란 보통 난해하고 이상한 것으로만 여겨지기 쉽잖아요. 😣 이 전시의 작품들은 사물을 재료나 물질로 해체하는 등 직관적인 시도가 눈에 띕니다. 거기다 사물이 인간의 쓰임을 받는 대상이 아니라,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라는 관계의 전복을 보여주고요.

💬 더 많은 전시 작품들은 우리 직접 즐겨봐요! 이번달 반상회는 문화의날인 7월 31일 저녁 7시에 열립니다. 플랫과 함께할 분은 누구나 환영이에요. 🙌🙌🙌 참여 신청은 👉이곳을 클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