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1장 중...
내 이름은 안나 지은 리(Anna Ji-eun Lee)다.
한국에서는 성이 먼저 오고 그 다음에 이름이 오지만, 여기 이탈리아에서는 아무도 '지은'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들 마음대로 부른다.
나는 열다섯 살이고, 주로 밤에 글을 쓰며, 엄마가 날 할머니 집에 맡긴 이후로 줄곧 밀라노에서 살고 있다. 한국계 이탈리아인이라는 건, 한국인들에게는 너무 이탈리아인 같고 이탈리아인들에게는 너무 한국인 같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어제 슈퍼마켓에서 한 여성이 나에게 일본인이냐고 물었다. 한국인이라고 대답하자 그 여성은 마치 같은 나라나 다름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내가 완벽한 이탈리아어를 구사하는 것을 듣고는, "그래서 당신은 이탈리아인인 건가요, 아닌 건가요?"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내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것처럼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