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카토카댄스 #틱톡 #animedance #오타쿠 |
|
|
#토카토카댄스
안녕, 나는 네로황제야. 외교안보 전문 뉴스레터 ‘델타 월딩’과 지식 커뮤니티 ‘시에라 소사이어티’를 운영해 . 어느새 3년이 흘렀는데 딱딱하고 어렵게만 여기지는 영역을 다루던 내가 왜 갑자기 월미레터를 만들게 됐는진 차차 풀어내도록 하고~
토카토카댄스라고 들어봤어? 바로 아래 영상이야. |
|
|
난 유튜브 숏츠가 아니라 인스타 릴스로 처음 봤는데 조회수가 어마어마하더라고. 도대체 이게 뭔가 싶어 잠시 넋을 잃었는데 이런 의문이 들더라고.
ANA라는 일본 항공사 로고가 큼지막하게 나오잖아. 항공사와 공항은 테러 등의 위협 때문에 보안 규정이 상당히 엄격하단 말이야. 그런데 자사 직원들이 영상을 촬영해 SNS에 업로드하게 그냥 내어둔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
즉, ANA가 자사 홍보를 위해 직접 프로모션했다는 얘긴데. 아니나 다를까. 영상을 만들고 업로드한 계정은 인스타 44.2만 명, 유튜브 230만 명, 틱톡 22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상당히 유명한 동영상 크리에이터더라고.
Koyama Ginjiro라는 일본인이었는데 재미난 영상들이 참 많았어. 상황극이랄까? 회의나 수업 중에 음악이 나오자 플래시몹처럼 다같이 춤을 추기 시작하는 거야. ANA처럼 프로모션도 있고 이벤트도 있고… 성격은 여러가지야.
난 틱톡이나 릴스, 숏츠를 거의 보지 않아. 심지어 유튜브도 안 봐. 이유는 바빠서…겠지만 뒤늦게 호기심이 일더라.
- 1) TocaToca Dance 는 어디서, 어떻게 시작된 걸까?
- 2) 대표명사로서 틱톡 크리에이터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렇게 리서치를 시작한 결과 1)에 대해 다음을 알게 됐어. |
|
|
#TocaTocaDance 관련 네 가지
- Kotaro Ide, 일본 animedance 틱톡커
- 일주일만에 300만 뷰를 찍으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현재 800만 뷰 돌파
②원곡은 루마니아의 음악 그룹 Fly Project가 2013년에 발표
- 특유의 신나는 리듬 덕분에 전 세계 줌바 피트니스 강좌 등에서 꾸준히 활용되어 왔음.
- 토카토카댄스로 뮤직 비디오 역주행 열풍이 일며 현재 유튜브 1.5억 뷰 돌파
- 2023년 3월 27일, 원곡자가 직접 출연한 릴스 업로드 및 콘서트 등에서도 자주 선보임.
③일본 유명 틱톡커 간의 합방 공연
- ‘애니메이션’이라는 특성 상 일본의 유명 틱톡커들이 앞다퉈 밈을 만들어 올림.
- 2023년 4월 26일, 토카토카댄스 원작자인 Kotaro Ide와 3명의 틱톡커 Koyama Gingiro, Kaketaku, Mayo가 도쿄역 마루노우치 광장에 모여 합방 영상 촬영 및 업로드
④루마니아 → 일본 → 인도로 넘어간 유행
- Mayo라는 틱톡커는 인도의 발리우드 영화를 따라하는 영상으로 일본・인도 양국에서 인기가 상당히 높음.
- Mayo를 통해 다른 틱톡커들도 큰 인기를 얻게 됐고 합방 당시 발리우드 밈을 다함께 촬영하거나, 인도 버전의 토카토카댄스 영상을 만드는 것은 물론 인도의 독립기념일(8/15)엔 축하 영상도 올림.
|
|
|
유튜버들의 합방 얘기는 들어봤지만 틱톡커들도 합방을 한다는 게 꽤나 신기했고 무엇보다!
하나의 밈이 만들어지고 유통되는데 동유럽(루마니아)과 동아시아(일본), 서남아시아(인도) 등 세 개 지역을 넘나든다는 점도 꽤 흥미롭게 다가왔어.
실은 델타 월딩에서 ‘틱톡’이나 ‘디스코드’에 대해 여러 차례 다루긴 했었어. SNS가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 즉,
- 알고리즘을 타고 취향이나 관심사가 확증편향되고 정치사회적 양극화도 심화되며
- 일관성 있고 합리적인 외교안보 정책을 수립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거지.
하지만 모든 사회현상이 흑백논리로 딱딱 구분되는 건 아니잖아. 다종의 문화가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뒤섞이며 2차, 3차 창작물을 만들어낸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하고 멋진 일이야. |
|
|
#animedance
이번에 처음 알게 된 건데 #animedance 라는 장르가 있더라. 재패니메이션이라 불릴 정도로 일본이 애니메이션 강국이잖아. 애니메이션 여러 편을 신나는 음악의 리듬에 맞춰 짧게 편집한 후 춤추는 건데 장르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Kotaro Ide는 이렇게도 말하더라.
“아니메(Anime)와 오타게(Wotagei)* - 이 모든 것은 일본에서 탄생했으며, 토카토카댄스로 전 세계에 일본을 대표할 수 있게 되어 감격스럽다.”
*오타게: 좋아하는 아이돌에게 팬들이 바치는 응원 퍼포먼스
그런데 네로황제! 오타게는 오타쿠 문화 아니야?
맞아. 그리고 미리 말하자면 난 재패니메이션을 잘 몰라. 한국의 여느 80년대생 답게 피아노 학원을 다녔고 김동리와 제인 오스틴, 도스또옙스끼 등을 읽으며 자랐어. 미야자키 하야오와 지브리 스튜디오는 아주 많이 좋아하지만 슬램 덩크는 한 번도 안 봤다?
|
|
|
내가 재패니메이션에 가지는 감정은 양가적이야.
내가 미야자키 하야오를 좋아하듯 누군가는 다른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야. 굿즈를 사거나 코스프레도 건강한 취미 활동이라 여기지만 왜 그런 거-
아주아주 소수겠지만 재패니메이션 캐릭터에 탐닉하다 못해 유사연애와 결혼마저 하겠다는 극단적 오타쿠들 말이야. 이 또한 취향으로 존중 받아야 하는 건지, 사회성이 결여된 사회적 병리로 이해해야 하는 건지 종종 아리송해. 남에게 피해만 안 주면 되는 거 아니냐고도 주장하지만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무너지는 게 과연 건강한 세계인지 잘 모르겠어.
게다가 생성형 AI 시대를 맞아 영화 <그녀(her)>처럼 ‘인간의 대화를 학습한 기계’와 사랑에 빠지는 일도 이미 나타나고 있지.
물론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극단적 오타쿠들이 아주아주 고마운 고객님일 거야. 그러니 이들의 욕망을 잘 연구하고 충실히 반영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게 중요한 미덕이겠지.
하지만 사람이 사람이 아니라 가상존재와 소통하는 일이 빈번해질 때의 사회가 잘 그려지지 않아 무섭달까? 즉, 공공선의 관점에서 극단적 오타쿠들에 대해선 한 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어. |
|
|
오타쿠를 통해 본 일본 사회
“근대에서 포스트모던에 이르는 흐름 속에서 우리의 세계상은 이야기적이고 영화적인 세계시선에 의해 지탱되던 것에서 데이터베이스적이고 인터페이스적인 검색엔진에 의해 읽어내지는 것으로 크게 변화하고 있다. 그 변화 속에서 일본의 오타쿠들은 70년대에는 커다란 이야기를 잃어버렸고, 80년대에는 그 잃어버린 커다란 이야기를 날조하는 단계(이야기 소비)에 이르렀으며, 계속되는 90년대에는 그 날조의 필요성조차 폐기하고 단순히 데이터베이스를 욕망하는 단계(데이터베이스 소비)를 맞이했다.”
- 아즈마 히로키, <동물화하는 포스트 모던>(2007) p.97 |
|
|
일본에선 극단적 오타쿠 문화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궁금해 책을 한 권 읽었어. 요지는 이거야.
- 80년대인 <건담> 시대엔 거대한 세계관이 있었고, 팬들은 이야기를 정밀 조사하는데 커다란 열정이 있었어.
- 그러나 90년대 중반 <에반겔리온> 시대에 들어와서부턴 팬들은 더이상 세계관엔 정열을 쏟아붓지 않아.
- 이들은 2차창작과 모에의 대상으로서만 작품을 대하고 특히 캐릭터의 디자인이나 설정에만 관심을 집중해.
책의 저자이자 비평가인 아즈마 히로키는 이를 ‘데이터베이스화된 욕망’이라 칭해. 이를 테면, 연표나 고증에 집착하는 것도 데이터베이스화된 욕망 중 하나인데 이게 왜 문제가 되냐면
우리는 이 세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을 직접 경험할 수 없잖아. 때문에 작품을 통해 간접체험하며 에너지를 얻는다든지, 사회화 과정의 학습 도구로 활용하는 게 일반적 용법인데.
‘극단적 오타쿠’들은 내가 모에할 수 있는 요소에만 탐닉하고 소비한다는 거야. 즉, 세계 안에 캐릭터가 있는 게 아니라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캐릭터 설정값’만이 세계의 전부인 거지.
극단적 오타쿠들에겐 세계나 사회는 존재하지 않아. 사람과 소통하지 않는 극단적 오타쿠를 식물화된 인간이라 말하지만 그 밑바닥엔 실상 ‘동물화된 쾌락과 욕망’만 이글거리고 있을 뿐이야.
한편 극단적 오타쿠들은 이 세계에 대해 냉소적이면서도 취향에 관해선 과시적 소비욕구가 강한데 이러한 모순적 태도가 스탈린주의나 할복정당론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경고하기까지 해.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책을 꼭 읽어 보도록 해. |
|
|
첫 번째 월미레터를 보내며~
앞으로 이런 얘기들을 할 거야. 일상 속에서 접하는 웹콘텐츠에 관해 정리하고 싶은 게 생기면 그때그때 써서 보낼 거야. 발행주기는 물론 정해진 양식이나 규칙도 없어. 친절하지도 않을 거야.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아래 피드백으로 보내주렴. 주변에 월미레터도 추천하고. 그나저나 두 가지 호기심이 일었다고선 토카토카댄스 유행의 과정에 대해서만 썼네. 틱톡 크리에이터의 의미에 대해선 다음 월미레터에서 풀어낼게.
그럼, 월플라워즈? 월미댁? 월미안? 내가 너를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아무튼 다음에 만날 때까지 모두들 안녕! |
|
|
🌓월미레터(wallme.letter), 웹콘텐츠에 관한 모든 것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