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기계를 주시하며 점검하고 판단한다. 불량품을 체크하고 뭔가가 걸려서 생산 라인이 멈추지 않도록 한다. 불량은 대단한 게 아니다. 완제품에 레이저가 애매하게 인쇄될 때가 있다. 토핑 요거트는 통이 두 개니까 곡면이 많은데, 그러다 보면 유통기한 인쇄가 삐끗해지는 것이다. 맛 품질에 문제가 없어도 이런 건 불량이다. 나는 그것도 신기한 기념품이겠다 싶었다. 불량이니까 내가 가져가서 먹어도 큰 문제가 안 될 거고. 그래서 포장 요정 팀장님께 이 요거트를 좀 얻어 왔다.

다시 좁은 계단을 올라가는 길에 예민 팀장님이 그 요거트를 보았다. "그거 왜요?" "기념품으로 가져가서 먹어보려구요." "안돼요, 멀쩡한 걸로 드릴게요." "이것도 멀쩡하잖아요. 인쇄만 잘못된 거고." "그래도 안 돼요. 그런 물건은 나가면 안 돼. 그러는 거 아니야." 예민 팀장님은 요거트의 강물 사이에서 요거트를 몇 개 꺼내 나에게 건네주었다. 공짜로 요거트를 먹으려던 사람이 된 듯해 조금 무안했으나 예민 팀장님의 직업윤리를 보여주고 싶어서 털어놓는다.

"늘 긴장하고 있어요. 신경 쓸 게 많아요." 생산설비를 지나자 예민 팀장님은 조금 부드러워졌다. 옆에서 잠깐만 봐도 팀장님의 예민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클럽이 문을 열면 음악이 멈추지 말아야 하듯, 공장도 강물 같은 생산 라인의 흐름이 끊기지 말아야 한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특유의 예민함과 자기 일을 말할 때의 자부심과 멋이 있다. 이야기를 해 주다 조금 신나셨는지 예민 팀장님은 처음에는 예정되어 있지 않았던 초대형 시설물을 보여주었다. 요거트 냉장고였다.

요거트 냉장고는 약 20층 높이 아파트만큼 크다고 했다. 여기서 로봇 팔이 움직이며 요거트를 계속 이동시켰다. 말이 팔이지 공장 굴뚝 수준의 거대 기계다. 박스 단위 포장까지 끝나서 팔레트 위에 담긴 요거트들이 벌집 속의 벌꿀처럼 각각 칸에 들어가 있었다. 생산된 요거트는 모두 유통기한이 저장되고, 먼저 들어온 게 먼저 나가는 원칙에 따라 차례로 출고된다. 예민 팀장님은 이런 이야기를 해 주며 잠시 고민하다 문을 열었다. "이건 예정되어 있지 않았는데...들어와요. 사진 찍어야 하지?" 역시 팀장님 다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