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는 도입부부터 몰입도 높은 롱테이크 장면이 등장해. 후반부 난민 수용소에서 17분에 달하는 대장정은 말할 것도 없고, (스포주의!) 줄리안이 죽는 차량 추격 장면은 마치 관객이 차에 함께 타고 있는 듯한 충격을 줘. 앞서 말했던 것처럼 감독은 이 영화가 동떨어진 먼 미래의 일처럼 보이는 게 아니라, 지금 일어나고 있는 어두운 면을 통찰하는 시선을 취하고 싶어 했어. 마치 다큐멘터리 화면처럼 한 사건이 끊기지 않고 오롯이 담길 수 있도록 롱테이크를 사용한 거지. 그뿐만 아니라 현장감을 전달하기 위해 카메라가 흔들리고, 인물과 가까운 거리감을 유지하며 최대한 눈높이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액션이 큰 장면들에선 게임의 1인칭 시점 모드처럼 느껴지기도 했을 거야.

코로나 영향인지 요즘 들어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차용한 컨텐츠들이 꽤 각광받고 있는 추세야. 디스토피아(dystopia)는 유토피아(utopia)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현대사회의 부정적인 측면이 극단적으로 발전되어 인류를 소외시키는 암울한 미래 세계를 그려내. 대표적인 소설로는 조지 오웰의 <1984>,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영화로는 <블레이드 러너>, <브이 포 벤데타>, <매드맥스> 등을 들 수 있지. 1800년대 후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이 아일랜드를 억압하는 영국 정부를 비판하며 처음으로 사용한 개념이야. 이후 인류는 2차례의 세계대전과 나치즘, 파시즘, 제노사이드와 같은 실망스러운 사건을 겪으며 디스토피아의 상상력은 구체적이고 다양하게 발전되어왔어. 어쩌면 디스토피아는 단지 미래에 대한 암울한 상상이 아닌, 이미 현재 사회에 내재된 모습인 것 같기도 해. 이 때문에 디스토피아 작품에서는 통제하고 억압하는 정부, 오남용으로 파괴된 환경, 기술에 지배당하는 인간 등 사회 비판적인 요소가 빠질 수 없지.

혁명단의 저택에서 키와 도망치는 장면부터 테오의 발은 진흙에 더럽혀지고 땅에 있던 돌부리에 찔리며 온갖 수난을 겪어. 심지어 신발도 잃은 그는 되어 남루한 쪼리 하나만으로 인류의 희망을 배달하려 고군분투해. 레고를 밟거나 문턱에 발이 찧이는 고통을 느껴본 주민이라면 테오의 고통을 절감할 수 있을 거야.

테오가 키를 데리고 런던을 넘어 난민 캠프까지 탈출하는 과정은 고난을 통해 구원으로 나아가는 여러 종교적 스토리를 생각나게 하는데, 사실 <칠드런 오브 맨>을 종교적인 은유에와 연결 지어 해석한 비평이 많아. 키와 테오를 조력하는 미리엄은 ‘ 옴마니반메훔'을 끝없이 되뇌며 동양적인 종교를 쫓고, 아기의 아빠가 누구냐는 질문에 아빠는 없다는 농담을 하는 키와 혈연이 아닌 아기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테오는 사실 성경의 마리아와 요셉을 연상시키지. 감독은 <칠드런 오브 맨>에 대해 본인은 현실을 반영했을 뿐, 해석의 몫은 오로지 관객에게 있다고 말했어. 이러한 점들과 함께 영화가 말하는 인류의 구원을 이해하다 보면 각자만의 감상이 더욱 풍부해질 거라 보여지니, 참고하길!

<칠드런 오브 맨>은 불임이라는 전염병이 전 세계의 종말로 이어지는 설정을 택하는데, 아이가 태어나지 않아서 종말이 오는 걸까, 더는 사람이 살 수 없는 조건이기 때문에 자연 선택적으로 불임이 된 걸까. 저출생을 위기의 원인으로 봐야 할지 혹은 위기의 결과로 봐야 할지... 행성 주민들도 영화를 보며 이 질문에 대해 같이 생각해보았으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