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법칙을 알려주는 세 가지 문장들

코로나 시대의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고?
달력을 볼 때 시간은 2월 말에 멈춰있는 기분입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계절은 흘렀고 어느덧 4월이 되어있었죠. 코로나가 끝난 뒤의 세상이 상상이 가질 않아서, 흐르지 않는 시간속에 갇힌 느낌이 들었어요. 멈췄다고 느껴진 시간을 다시 돌려줄 책 한권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오늘 편지는 시간을 주제로 한 책을 기반으로 써 보았습니다.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의 저서,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를 읽고 진행한 토론에서 문장을 발췌해봤습니다. 이 책은 수식 하나 없이 양자역학을 쉽게 풀어놓은 물리학 서적같으면서도, 서정적이고 로맨틱한 문장들이 있어서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첫 번째 문장
‘현재’라는 개념은 효력이 없다. 광활한 우주에 우리가 합리적으로 ‘현재’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시간의 간격(기간)을 결정하는 토대는 세상을 이루는 다른 실체들과 다른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다. 그것은 역동적인 장의 한 양상이다.
책의 첫장이 관통하는 주제는 시간의 유일함, 방향, 독립성, 현재, 연속성이 모두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시간과 공간을 쪼개고 절대적인 약속의 기준으로 삼아왔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시간을 계량화할 수 있다는 관념이 등장한 것은 의외로 얼마 되지 않은 일이라고 해요.
그런데 우리가 사는 세상에 적용될 수 없는 미시적/거시적 공간으로 가면 시간의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합니다. 책에서는 현재라는 개념은 모호한 것이며, 시간은 계량화가 가능한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 사건과 주관에 의해 해석되는 것임을 설명합니다.
두 번째 문장
세상은 돌로 이루어진게 아니라 입맞춤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우리가 과거의 시간을 여러 사건으로 기억한다면, 시간은 사건의 필름이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I님의 코멘트
"사람을 평가할 때 변화와 행동을 중심으로 판단해야겠다 생각한 적이 있는데, 이 문장이 제 생각과 유사하네요."-E님의 코멘트

두 번째 문장은 토론 참가자들이 선택한 "마음에 와닿는 문장"이기도 해서, 직접적으로 참가자들의 코멘트도 남겨두었습니다.
책에서 이 문장한 이유는 사건의 네트워크가 갖는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문장에 나오는 비유인 돌과 입맞춤은 각각 사물과 사건을 비유하는 것입니다. 세상은 사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 길게 보면 사물도 어떤 형태로서 긴 시간동안 존재하는 "사건"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는 시간을 설명할때도 해당됩니다. 참고로, 두 번째 문장에 등장하는 비유인 "입맞춤"은 실제로 양자역학을 설명할때도 사용되는 비유라고 합니다. 
세 번째 문장
우리가 그 선택의 결과물이다. 과거의 사건과 미래의 사건 사이에 존재하는 선택이 우리 정신 구조의 핵심이다. 이 선택이 우리에게는 시간의 흐름인 것이다.(....)
우리는 이야기다. 우리의 눈 뒤에 있는 복잡하기 짝이 없는 20센티미터 영역에 담긴 이야기다. 또한 우리는 선이다. 이 혼란스럽고 거대한 우주의 조금 특별한 모퉁이에서 세상의 일들이 뒤섞이면서 남긴 흔적들(....)그 흔적들이 만들어낸 선이다.
세 번째 문장은 사실 몇 장에 걸쳐서 나오는 문장들을 골라내 만든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 시간이란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 이를 해석하는 나의 주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나를 구성하는 여러 변화와 사건을 맞이하고, 이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관점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요.
물론 위에 나오는 문장이 모든 것을 설명해주진 않죠. 이 문장을 적으면서 제 머릿속에서는 "우리의 정신구조"라는 것은 어떻게 구성되고 생겨나는지, 존재라는 것을 어떻게 규정하는지, 변화와 사건이 과연 무엇인지 등 여러 생각이 연달아 들긴 합니다. 이 부분은 좀더 시간을 두고 생각하고 싶네요.
 독자님은 시간을 어떻게 움직이고 싶으신가요?
이 책의 처음을 읽었을 때 저는 물리학을 배운지 오래된 상태였기 때문에, 소화하는게 쉽지 않았어요. 양자역학은 커녕, 기본인 물리학조차 어려웠던 거죠. 더군다나 시간은 계량화할 수 없을수도 있다는 첫 장을 보았을땐 억울해지기도 했어요. 보통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라는 기조가 있잖아요. 그 기조마저 무너지는가 싶어서 말이죠.
하지만 계속 읽을수록 이 책이 좋더라구요. 철학책같기도 로맨틱하기도 한 이야기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멈춰진 시간을 흐르게 하려면, 결국 스스로 여러 사건들의 네트워크를 생각해보고, 내가 변화한 바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할 듯 합니다.
오늘은 조금 이례적으로, 책 한권에서 문장을 전부 가져왔어요. 제가 책을 읽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느낀 뿌듯한 감정을 그대로 전달해드리고 싶어서요. 혹시 여러분도 좋은 책이나 영화를 보셨는데 누군가와 나누고 싶으시다면, 문장줍기를 한 번쯤은 생각해주세요. 항상 말해왔듯이, 저는 문장을 주울때 기쁜 사람이니까요:)
오늘의 문장줍기는 어떠셨나요?
앞으로도 계속 좋은 문장을 소개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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