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V. LETTER
Meet Social Value, 사회적 가치를 만나는 MSV 뉴스레터에서는 '디자인의 사회적 가치''포용적인 디자인' 그리고 '접근성'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I don’t have a disability; society imposes a disability upon me.

나는 장애를 가지고 있지 않다. 사회가 내게 장애를 부과하는 것일 뿐. 


박윤주 MSV 에디터 

짧은 단발에 멋진 반스 운동화를 신은 여성이 무대 위로 올라갑니다. 20분간 이어진 인클루시브 디자인에 대한 강연은 수어로 진행되었습니다. *청인들이 강연 내용을 알 수 있도록 수어 통역사가 함께했고요. 강연자의 이름은 마리 반 드리셰 Marie van Driessche. 그는 네덜란드의 공영방송 VPRO에서 일하고 있는 인터랙션 디자이너입니다. 수화를 제1 언어로 사용하고 있는 농인이기도 하고요. 


마리는 “나는 장애를 가지고 있지 않다. 사회가 내게 장애를 부여한 것일 뿐”이라고 말하며 자신이 ‘농인'이라는 것은 장애가 아닌 문화적, 언어적 특성이라고 말합니다. 


장애에 대한 정의와 인식은 계속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장애가 ‘개인의 신체적, 정신적 상태’로 받아들여졌다면, 최근에는 장애를 ‘신체적, 정신적 특징과 환경 간의 부조화’로 이해하는 시각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개인적 특성’이 아닌 ‘환경적 조건’이 그가 타인과 동등한 위치에서 완전하고 효과적인 사회 참여를 하는 데 제약이 된다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생긴 것이지요. 

*음성언어를 위주로 의사소통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


  2019년 2월 AWWWARDS conference에서 강연하고 있는 마리
awwwards.


'd'eaf 와 'D'eaf의 차이 

수어에 담긴 문화



인클루시브 디자인을 위해선 우선 농인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마리는 소문자 d를 사용한 ‘deaf’와 대문자 D를 사용한 ‘Deaf’의 차이를 말해줍니다. deaf란 병리학적 관점에서 청력 손실에 영향을 받은 상태나 사람을 말합니다. 반면 Deaf란 ‘수어'라는 언어를 공유하는 문화적 집단에 속한 사람들을 이르는 단어입니다.


수어는 국가에 따라 다르고, 지역에 따라 사투리가 있기도 합니다. 표정과 몸짓이 다양하게 쓰이기 때문에 손의 모양만으로 수어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그만의 문법 체계와 표현이 있기 때문에 수어가 다른 언어를 단순히 재구성한 표현법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습니다. 하나의 독자적 언어 체계로 이해하는 게 맞겠죠. 


농인들 사이에도 다양성이 존재합니다. 농인 중 높은 비율의 인구가 다른 학습 혹은 인지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수어를 완벽하게 구사하지만 읽고 쓰는 언어는 제2외국어 수준으로 사용하는 있는 사람이 있고, 낮은 비율로 수어와 읽고 쓰는 언어 모두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이중언어 사용자도 있습니다.


청각장애를 고려한 인클루시브 디자인

Inclusive Design for deaf people



네덜란드 정부는 농인이 업무 시간 중 수어 통역사를 대동할 수 있도록 비용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IT 용어를 자주 사용하는 마리가 통역사와 합을 맞추는 데 몇 년이 걸리기는 했지만, 정부 차원에서 이와 같은 지원이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관리부서에 마리가 연락을 남겼을 때 “문의 사항이 있을 시 전화를 남겨주세요"와 같은 이메일이 날아왔다고 합니다. 매일 농인을 상대로 일하는 부처에서도 이와 같은 표현을 쓰는 것에서 우리는 사용자 다양성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부재한지를 볼 수 있습니다.


마리는 인클루시브 디자인의 목표가 ‘각자의 삶을 온전하게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읽고 쓰는 언어를 제2외국어로 배우는 만큼 농인 중에는 수어가 아닌 언어에 대한 독해력이 낮은 사람이 많습니다. 이것을 고려하여 웹 디자인을 진행할 때 더 많은 사람이 인터넷에 공유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얻고, 한 사회가 제공하는 인프라에 깊게  참여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농인의 특성을 고려한 웹디자인은 농인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인터넷 사용에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용자가 인터넷에서 글을 읽을 때 20~28% 내용만을 인식한다고 합니다. 종이에 적힌 글을 읽을 때와 온라인에서 글을 읽을 때 사람들은 다른 행동 패턴을 보입니다. 온라인에 콘텐츠를 올릴 때는 읽기 쉽게 글을 구성하고, 적절한 보조자료를 활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래는 마리가 이를 위해 사용하는 구체적 방법들입니다. 읽어보시면 청력이 손실된 사람들 뿐 아니라 모든 사람을 위해 필요한 내용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읽기 쉬운 글 구성하기 

  • 제목/부제목 달기
  • 한 단락당 하나의 요점만 담기
  • 한 문장은 7~10 단어로 짧게 구성하기
  • 내용을 리스트로 정리하기
  • 쉽고 접근성 높은 단어 사용하기
  • 신문 기사를 작성하듯 요점을 먼저 말하고, 설명을 덧붙여 주기
  • 능동체 사용하기
  • 전문용어나 속어 사용 지양하기
  • 다이어그램이나 미디어를 사용해 시각적 번역 자료 제공하기
  • 콘텐츠를 내용에 따라 덩어리로 나누어주기
  • 전문용어에 대해서는 설명글 달아주기

 

보조 자료 준비하기 

  • 자막: 긴 대본을 전부 읽는 것이나 농담, 언어유희, 동의어 등을 이해하기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음을 인지하고, 콘텐츠 내용에 따라 가장 효과적인 자막 입력 방식 선정하기
  • 연락처 제공: 전화/이메일/챗 등 다양한 연락 방법 제공하기
  • 멀티미디어: 본문 전체나 특정 부분을 수어로 볼 수 있는 옵션 제공하기
 영국 수화British Sign Language 로 연락방법을 설명해둔 North Lanarkshire Council 홈페이지
ⒸNorth Lanarkshire Council


우리가 없는 곳에서 우리에 관한 것을 만들 수 없다.

Nothing About Us, Without Us - James Charlton



수어를 음성언어로 번역해주는 장갑에 대한 뉴스는 매해 새롭게 올라옵니다. 뉴스를 볼 때마다 마리는 수어와 농인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청인이 농인을 ‘위해' 만든 발명품의 한계를 목격합니다.


수어에도 종류가 다양하고, 미국 수어 사용자는 한국 수어 사용자와 다른 언어를 쓰고 있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기에 발명가는 “이 장갑만 있으면 세상 모두와 소통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수어는 손의 언어가 아니라 표정과 몸짓이 모두 사용된 언어입니다. 장갑으로 손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것만으로는 정확한 의미 전달을 할 수 없죠. 마지막으로 농인의 언어를 청인의 언어로 번역하는 것에서 소통이 완성되었다고 표현하는 것은 대화가 쌍방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간과한 말입니다. 수어가 음성언어로 번역된다 한들 농인 또한 청인의 음성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수단이 있어야겠죠.


당사자가 포함되지 않는 디자인은 배제를 초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 세계 인구수는 80억 명에 다다르고 있고, 그 안에 담긴 다양성을 한 명의 디자이너가 모두 이해할 수는 없으니까요. 디자이너가 장애인 사용자와 ‘함께' 제품을 만들 때만 포용성 있는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죠.


강연의 말미에 마리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클루시브 디자인에 대한 정의를 공유합니다. 그들은 인클루시브 디자인이 “인류의 다양성 범위 전체를 활용하는 것이고, 거기서 배움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 것"이라 말합니다. ‘프리사이즈' 티셔츠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두를 같은 사이즈의 옷에 욱여넣는 대신 개개인의 몸에 맞춘 옷을 만들어야 합니다. 한 사람의 특성을 깊이 이해하고, 그를 바탕으로 디자인하다 보면 어느새 다른 사람들까지도 사용할 수 있는 인사이트풀한 제품이 탄생하는 것이 인클루시브 디자인의 마법이죠.

수어는 손만이 아니라 몸 전체와 표정을 사용한 4차원적 언어이다.
ⒸMarie Van Driessche

출처 

Marie Van Driessche: Designing for deaf people, for everyone actually

https://www.youtube.com/watch?v=KgN38LYNJOA

Inclusive Design: Designing for Deaf People Helps Everyone | Marie van Driess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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