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를 고려한 디자인이 중요한 이유 세 가지 다시 보기 

인지를 고려한 디자인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크게 세 가지로 다시 요약하자면, 첫째는 전 세계 인구의 약 20%는 보편적이지 않은 신경 발달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통계를 봐도 실제 ADHD, 치매 환자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었다.


둘째로, 대부분의 제품 개발은 전체 인구의 대다수에 해당하는 80%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디지털 제품과 서비스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보니 앞서 언급한 20%의 사람들은 정신적 스트레스와 부담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 "기업 이윤 차원에서 소수에 집중하는 것이 불필요하지 않는가?" 하는 반문이 있을 수 있다. 물론 *파레토 법칙처럼 20%의 대다수 충성고객이 80%에 해당하는 나머지 고객보다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기업의 성장에 기여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20%의 충성 고객 역시 인지의 어려움에 맞닥뜨릴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모든 사람이 언제나 익숙한 환경에서 살 수 없고, 익숙한 제품과 서비스'만' 사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파레토 법칙Pareto principle은 80:20의 법칙으로, 80%의 결과가 20%의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는 원칙이다. 이탈리아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가 1896년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서 이름을 따왔다.

셋째, 개인의 취향과 관심사가 중요해지는 초개인화 시대에서, 인지 다양성은 앞으로 모든 산업 영역의 근본적인 기반이 될 것이다. 자동차 운전, 화장품 사용, 식품 구매 등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인지력 차이에 따라 선호하는 방식과 우선순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자동차 대시보드의 복잡한 정보를 빠르게 이해할 수 있지만, 어떤 이들은 단순화되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가 훨씬 편할 수 있다. 화장품도 마찬가지다. 일부 사용자는 제품의 성분에 관심이 많을 수 있으나, 누군가는 사용 방법이나 효과를 간단명료하게 설명해주는 것을 선호할 수 있다. 초개인화 시대에는 이처럼 다양한 인지 능력과 선호를 가진 개인을 포용하고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의 설계가 중요해진다. 

인지를 고려한 디자인의 세 가지 핵심 프로세스 

그렇다면 인지를 고려한 디자인은 어떤 원칙을 가지고 접근해야할까? 마이크로소프트는 세 가지의 새로운 기본 원칙을 제시한다. 아래에서 자세하게 알아보자. 

  1. 동기로부터 출발하기 Start with motivation
  2. 인지적 요구 파악하기 Identify cognitive demands
  3. 공동으로 프로젝트 수행하기 Co-create with cognitive diversity in mind
  

첫째. 동기로부터 출발하기

Start with motivation

단순한 사진 촬영이라 하더라도, 누군가는 삶의 기록을 빠르게 저장하기 위한 용도로, 누군가는 SNS 계정에 올리기 위한 편집용으로 수평을 정확히 맞춰서 촬영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동기'에서 장애 유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동기에 기반하여 수행하고자하는 '목표'와 '과업' 단계에서는 분명 다름이 생긴다. © 미션잇 

어떤 기능이나 기술을 추가해야 더 멋진 제품이 될 것이라는 생각 이전에, 사용자의 기본적인 동기를 이해하는데서 출발한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제시한 인지를 고려한 디자인 프로세스의 첫번째 시작점은 ‘동기로부터 출발하기’다. 


왜 사용자의 동기가 중요할까? 동기는 ‘Why?’에 대한 대답이다. 첫 출발점이다. 개인이 어떤 행동을 시작하고, 지속하며,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방향성을 유지하는 원동력이다. 사업을 하는 동기가 있고, 여행을 떠나는 동기가 있는 것처럼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는 데도 동기가 있다.


동기를 파악하고자 하는 핵심은 사용자에 대한 깊은 이해에 있다. 동기에 따라 사람들이 추구하는 목표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행해야 할 과업은 다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코딩 학습을 통해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자 하는 창작 동기가 있는 경우, 단순히 기술적인 측면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코딩을 통해 만들고자 하는 새로운 세계에 초점을 맞춰 학습 과정을 설계해야 한다. 이는 학습자의 창작 동기를 강화하며, 학습 과정을 더 의미 있고 즐거운 활동으로 만들 수 있다.


언어 학습에 있어서도 단순히 문법 규칙이나 어휘를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가 추구하는 해외 여행, 친구 만들기, 영화 보기 등의 관심사, 그리고 목표와 연결되어 진행하는 학습이 더 의미 있고 즐거운 활동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인지를 고려한 포용적 디자인에서는 사용자의 동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목표와 과업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인지적 요구 파악하기

Identify cognitive demands

어떤 사용자는 글을 읽는 데 주의를 더 기울여야 하기 때문에 한 문장씩 밑줄을 치면서 읽는 것이 편할 수 있다. 누군가는 줄을 치지 않아도 속독으로 읽을 수 있다. © 미션잇 

이어서 개인의 동기, 목표, 과제를 수행하는 데 있어 발생하는 인지적 요구를 분석해야 한다. 주의를 집중하거나, 기억을 떠올리거나, 문제를 해결할 때 필요한 능력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언어 학습을 예로 들면, "안녕"과 같은 인사말을 배우는 것은 새로운 단어를 기억하고 발음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반면, "불고기 피자 라지 사이즈 주문이요."와 같은 음식 주문하기는 단어뿐만 아니라 문장 구성을 이해하고 적절한 문맥에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한다.

여기서 사용자마다 차이가 발생한다. 전문 용어로 인지적 부하가 발생한다. 인지적 부하란, 쉽게 말해 개인이 경험하는 정신적 부담이나 어려움을 의미한다. 어떤 이는 전혀 다른 국가의 언어를 공부해 본 적이 없는 반면, 다른 이는 기본적으로 여러 국어를 구사하여 언어 습득 능력이 높을 수 있다. 또한, 듣고 바로 말로 따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말로 따라 하는 것이 어려워 단계별로 설명이 필요한 사람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정신적 부담이나 어려움에 기반하여 생기는 요구사항을 분석하는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한다면 시각 자료를 제공하거나, 학습 단계를 세분화하거나, 사용자가 스스로 반복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방법으로 학습자의 인지적 부담을 줄이면서 언어를 효과적으로 습득할 수 있도록 설계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학습자가 자신의 속도와 방식에 맞춰 학습을 진행할 수 있다. 또한 낙심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동기를 유지하며 목표 달성을 위한 과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셋째. 공동으로 프로젝트 수행하기

Co-create with cognitive diversity in mind

런던 호니먼 뮤지엄 앤 가든에서 기획전시를 장애 당사자 및 가족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 msv 3호 <놀이>

마지막으로 당사자와 함께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여기서는 특정 의학적 조건을 가진 사람들만 모집하지는 않는다. ‘집중'이 프로젝트 주제일 때 ADHD를 가진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모집하여 프로젝트를 수행하지 않는 것이다. 대신 ‘집중'이라는 동기에 주목하여 ‘집중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넓게 모집한다. 가령 수면 부족으로 집중이 어렵거나 스트레스나 불안으로 인해 집중력이 저하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함께 모집하면, 더 넓게 집중력 부족 스펙트럼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참고로 MSV <이동>에서도 이동에 제약을 경험하는 다양한 범위의 사람들, 지체장애, 시각장애, 영유아 동반자, 70대 어르신까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동'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특정 의학적 조건을 가진 사람뿐 아니라 휠체어 이용 장애인, 시각장애인, 영유아 동반자, 어르신 등 다양한 사용자를 만나는 게 좋다. 이들이 맞닥뜨리는 제약과 요구 사항이 모두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 msv 1호 <이동>

마치며 : 사용자를 만나는 것이 시작이자 본질이다 

인지를 고려한 인클루시브 디자인 프로세스를 수행하는 핵심은 결국 사용자에게 있다. 앞서 동기와 인지적 요구를 파악하는 과정은 데스크 리서치로 진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사용자를 만나서 의견을 듣는 시간이 선행되어야 한다. 


사용자의 '동기'보다 더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면, 내 스스로 행동하고 일을 수행하고자 하는 '독립적인 의지'를 만나게 된다. 지난 4년간 수백 명의 장애인, 고연령층 사용자를 만나면서 깨닫게 된 한 가지는 '자유' 또는 '주도적 선택' 에 대한 강렬한 의지였다. 그런 면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기획하는 분들이라면 반드시 제약을 경험하고 있는 사용자를 최소 열명 쯤은 만나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충분할 수록 지금까지 설명한 디자인 프로세스가 '아하!' 하고 이해될 것이다. 그리고 내가 말한 '자유'에 대한 의지가 무슨 의미인지 반드시 깨닫는 순간이 온다. 이런 과정이 겉만 번지르르한 디자인이 아니라 진짜 사람을 이해하는, 본질에 가까운 결과물로 이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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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 미션잇 대표 
변화를 만드는 디자이너이자 콘텐츠 크리에이터. 디자인의 가치는 심미적인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사고의 툴이라고 믿는다. 2021년부터 장애인 관찰 조사와 전문가 인터뷰에 기반한 MSV 소셜임팩트 시리즈를 발간하고 있다. 장애인 이동, 발달장애 아동의 놀이, 개발도상국 안전, 시니어의 디지털 접근성 등과 같은 현대 사회 이슈를 디자인 관점에서 조망한다.
주식회사 미션잇은 장애인, 고연령층 등 지금까지 주목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사용자 경험을 연구하는 디자인·콘텐츠 기업으로, 포용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위한 깊이 있는 전략을 만듭니다. MSV는 Meet Social Value의 약자로 콘텐츠의 선한 영향력을 지향하는 미션잇의 브랜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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