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추얼이란 개념은 메이슨 커리의 「리추얼」이라는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어요. ‘세상의 방해로부터 나를 지키는 혼자만의 의식’이라는 부제에 끌려 책을 샀더랬죠. 매일 밤 20페이지의 원고를 쓰는 일, 차 한 잔을 마시는 일, 늘 같은 시간에 하는 1시간의 산책. 그땐 ‘위대한 사람들도 참 사소한 것들을 반복하며 사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잊고 살았어요.

어느 날, 슬프고 무기력한 마음에 지배당하며 찌질한 삶을 살던 내게, 친구가 한 가지 부탁을 했어요. “야, 아무리 죽겠다 싶어도 일어나면 이불 정리 매일 하고, 양치질을 3분 동안 길게 해봐..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해봐.”

'그래, 쉬운 거니까 일단 해보자'는 심정으로 하다 보니, 신기하게도 어제보다 나아진 기분을 발견했어요. 그 작은 행동이 무기력한 몸과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내 삶을 잡아주는 것 같더라구요. 그렇게 리추얼이 시작되었어요.

혹시 님에겐 ‘나를 잡아주는 리추얼’이 있나요?
매일 그려 보는 일상을 통해 만나는 나
밑미 리추얼 메이커 , 설동주 님의 이야기

Q. 동주님을 소개해 주세요!
A. 일러스트레이터 설동주 입니다. 펜 드로잉으로 도시의 모습과 하루의 일상들을 기록하고 있어요.

Q. 동주님이 매일 하는 리추얼, 어떤 게 있나요?
A. 사소한 일상들을 사진으로 찍곤 하잖아요. 저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저녁에 그날 찍었던 사진들을 돌아보곤 해요. 수많은 사진들이 추억으로 남는 날이 있기도 하고, 한두 장의 사진만 남는 날이 있기도 해요. 그중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고른 후 그림으로 기록해요. 오늘 내 책상 위에 놓인 머그잔이나 점심에 먹은 우동 한 그릇이 기록의 대상이 될 수도 있죠.
Q. 언제부터 그렇게 매일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나요?
A. 5년 전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갔어요. 1년 동안 ‘그림으로 먹고살기’라는 목표를 가지고 떠났죠. 매일매일 호주에서의 일상을 사진으로 담았어요. 자기 전 사진들을 보며 그림으로 그렸는데, 그렇게 하루를 복기하다 보니 그날의 시간이 더 가치있게 느껴졌고, 그 이후로도 쭉 밀도 높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어요. 그게 지금까지 이어져 온 거예요. 어떻게 보면 오랫동안 써 온 그림일기 같은 거죠.
Q. 어릴 적엔 그림일기를 매일 그리곤 했었는데, 어른이 되면서 그림 그리는 게 망설여지는 것 같아요.
A. 의외로 그림 그리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분들이 많아요. 자라면서 학교나 사회에서 내 그림에 대한 평가를 받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어릴 땐 정말 거침없이, 즐겁게,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그림을 그리곤 했잖아요. 사람들이 그리는 행위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을 다시 되찾으면 좋을 것 같아요. 거창하게 작품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내가 오늘 보냈던 좋은 순간들을 끄적여본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하면 좀 더 수월하지 않을까요?
Q. 리추얼을 통해 변화한 설동주의 모습은?
A. 이 리추얼은 나의 시선을 찾아가는 작업이기도 해요. 사진을 무심결에 찍었다고 하더라도, 사실 그 사진을 찍은 이유가 있거든요. 나중에 내가 옮겨 그린 그림들을 모아 보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어요. ‘요즘 나의 관심사가 이거구나’ ‘내 시선은 이렇구나' 그림을 통해 진짜 나를 알아차릴 수 있는 거죠.

밑미레터를 다 읽고 나면 맨 아래에 유튜브 밑미TV 링크가 있어요. 동주님의 리추얼 이야기! 더 만나보세요.
향기가 배듯, 몸에 배는 리추얼
리추얼과 연결되는 ‘훈습(熏習, working-through)'이라는 개념을 오늘 이야기해볼까 해요. 프로이트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훈습이란 개념은 산스크리트어인 ‘바사나(vāsanā)’에서 온 말인데, 어떤 냄새가 밴다는 뜻이에요. ‘꽃을 만진 손에는 꽃향기가, 마늘을 만진 손에는 마늘 냄새가 배는 것'처럼 훈습은 나에 대한 깨달음이 내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배어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내 안에 깨달음이 스며들려면, 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요. 그 이해를 바탕으로 행동이나 태도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중요해요. 어떻게 노력할 수 있을까요?

머릿속에만 머무르는 깨달음은 일시적이라 금방 지나가 버려요. 그래서 ‘체험'이 중요해요. 매일 나를 반복적으로 체험하는 행위를 해보는 것이 리추얼이에요. 나를 체험하다 보면, 나의 변화를 방해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무기력하게 주저앉는 지점이 어디인지 알게 돼요. 그렇게 시간이 쌓이면,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나를 새롭게 만나게 됩니다. 처음에는 힘들어요. 하지만 조금씩 나를 충전하고 안팎으로 단련하면서 ‘진짜 나’를 마주하다 보면 내면의 힘이 자라고, 나에 대한 깨달음이 삶 속에 깊숙이 자리 잡게 됩니다. 마치 좋은 향기가 몸에 배는 것처럼요.

단단한 삶은 균형 있는 하루를 가꾸는 습관에서 비롯됩니다. 내 마음과 일상을 돌아보세요. 그리고 기억하세요. 일상 속의 작은 리추얼을 통해 규칙적인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삶의 균형을 잃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힘들지? 고민을 말해봐~~ 🗣 
팔다리 님의 고민
전 쓸데없이 책임감이 강한 것 같아요. 친구의 사소한 고민부터 다양한 사회문제까지.. 세상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해요. 모두 주제넘는 일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행동과 마음은 이미 그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생각하고 있어요. 생각이 너무 많아서인 것 같아서 명상도 해보고, 아무 생각 없이 게임을 해보기도 하지만, 그래도 머릿속 생각들은 떠나질 않아요. 꼭 필요한 순간에만 생각할 수 있도록 컨트롤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밑미 심리 카운슬러 박현순 님의 답변
제가 팔다리님께 먼저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우리 마음 안에 떠오르는 생각은 어느 것 하나 쓸데없는 것이 없다는 거예요. 생각을 쓸데없는 것과 중요한 것으로 나누기에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죠. 지금부터 떠오르는 생각들을 평가와 판단의 기준을 내려두고, 호기심으로 바라보세요. ‘아,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네. 어제 일을 생각하고 있구나. 세상 돌아가는 일에도 관심이 많네...’하며, 팔다리님 안의 생각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거예요.
‘변화의 역설적 이론’이란 게 있어요. 변하게 하고 싶으면 있는 그대로 두라는 뜻이에요. 강아지 생각을 절대 하지 말라고 하면, 강아지가 더 떠오르죠? 사람 심리가 참 재밌어요. 하지 말라고 하면, 끝내 참아내지만 더 하고 싶어지듯이, 생각을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폭발적으로 생각들이 튀어 오를 거예요. 그 생각들과 살아가는 현명한 선택은 바라보고, 수용하고, 놓아주는 겁니다.

생각에 판단을 붙여 아프게 하지 말고, 그냥 흘러가게 놓아주세요. 친구의 사소한 고민을 해결해 주고 싶은 그 마음이 주제넘는 것은 아닐까 염려가 된다면, ‘잠깐 멈추고’ 알아차려 보세요. 상대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지만, 그걸 상대가 진짜 원하는지, 아니면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찬찬히 살펴보는 거죠. 알아차리면, 어느 선이 적당할지 선택할 수 있답니다. 그러면 내 마음도 알아주고, 상대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거예요.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밑미타임 #MeetMeTime

이번 주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이불을 정돈해 보세요. 고작 1분도 걸리지 않는 이 사소한 행동을 통해 우리의 뇌는 ‘나 오늘 벌써 무언가를 해냈어!’라는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낀다고 해요. 이불을 정돈한 후, 따뜻한 물도 한 잔 마셔보세요. 아침에 마시는 따뜻한 물은 우리 몸을 천천히 깨워줄 거예요. 리추얼은 거창한 게 아니에요. 이렇게 작은 행동을 하루하루 쌓아가 보세요.

*실천하는 모습을 모두가 볼 수 있도록 SNS에 해시태그(#밑미타임 #MeetMeTime)와 함께 올려주세요.

일상을 더 가치있게, 리추얼 함께 해요!

이미 단단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리추얼메이커들과 함께 나만의 리추얼을 만들어 보세요.
밑미 리추얼메이커 설동주 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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