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변화하여 가을입니다.
정원의 식물들은 여름의 고단함, 비루함을 벗고 새로운 황금기를 맞아 생명력을 전하고 있습니다.
정원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계시나요?
'생태적인 정원'에 대한 탐구가 어느덧 마무리 단계에 접어 들었습니다.
이 탐구가 시작된 이유는 '정원'이야말로 기후 위기 시대에 자연과의 공존을 일깨워줄 최적의 장소라고 확신하는데, '정원을 생태적으로 가꾼다는 것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하는 저 자신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저 스스로도 그동안 생태정원에 대한 방법을 찾으며 한국에서 대중적으로 제시되는 정원 방법론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까웠고 자연농,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는 농부들과 교류하며 그들의 방법을 차용하는 방식을 사용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농사의 방법을 차용하는 것은 과연 맞을까라는 의문은 계속 있었습니다.
그러다 '식물 적용학'이라는 학문이 독일 중심으로 발전했고 '서식처 정원'이라는 개념을 발전시켜
오늘날 서양의 정원 문화에서 식물을 심는 표준으로 정착한 방법론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Right Plant, Right Place' 정원가들에게 많이 알려진 Beth Chatto 여사의 말로 서식처 정원의 실천 원리를 간결하게 설명하는 문장입니다.
우리는 서식처 정원의 개념을 이해하고 사례 정원을 탐구한 후 각자의 정원으로 돌아가 서식처 유형에 맞게 식물이 식재되었나를 탐구해 보는 '서식처 정원 식재 탐구단'의 시범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참여하신 분들이 '서식처 정원'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으나 다시 정원에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해서는 여전한 어려움을 느낀다거나, 시장에 유통되는 외래종 식물이 아닌 자생식물을 활용한 정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들이 있었습니다.
여기부터는 정원가 여러분의 몫이라고 생각됩니다. 10여년 전부터 국내 '정원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한 사업들이 정책적으로 도입되고 정원에 대한 수요가 생겨나면서 정원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식물들이 유통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생태를 고려하는 정원' 에 대한 요구가 없었기에 그와 관련한 다양한 정보들이 생산되고 축적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요구하는 소비자가 있어야 생산자도 조건에 맞는 생산물을 만드는 것처럼 자생 식물에 대한 수요가 있고 정원식물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요청해야 생산자도 반응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시장에서의 요구뿐 아니라 우리 스스로도 정원 식물의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고 체계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독일의 '서식처 유형' 개념은 1960년대에 정립되고 테스트 정원을 설치하여 식물에 대한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관찰, 기록하고 축적하여 발전해 왔다고 합니다. 우리가 개념을 알아도 실제 적용에서 난감한 이유는 결국 식물에 대한 관찰 기록의 경험, 데이터가 부족해서입니다. 지금부터 지속적인 정원 일지를 써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게다가 다른 정원가들과 이 기록을 공유한다면 경험이 더욱 풍부해지고 시간은 훨씬 단축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식재 탐구단의 기록 활동을 토대로 보완할 부분을 마련하여 향후 양식을 배포하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이제 그동안의 탐구활동을 정리하여 안내서를 제작 중에 있습니다. 개념에 대한 간단한 안내와 함께 식물 데이터를 정리하기 위한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처음이라 서툴고 부족한 부분도 많습니다. 처음 활동보고를 시작할 때 함께 만들어가는 정원 방법론을 주장했듯 여러분의 참여로 다음 단계를 마련하고 싶습니다. 고민하고 있는 활동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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