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54 November 21, 2023
어렸을 때 부모님을 따라 시장에 가면 낯선 기분과 함께 묘한 설렘이 느껴지곤 했습니다. 거리를 따라 펼쳐지는 온갖 종류의 가게와 사람들을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긴장감은 사라지고 저도 모르게 이것저것 비교하며 눈으로 물건을 주워 담곤 했죠. 반면 요즘은 잠들기 전 필요하거나 갖고 싶은 상품을 주문해 다음 날 아침 바로 받아보는 일이 당연해졌습니다. 몇 번의 클릭으로 편리함과 신속함의 기쁨을 누리다 보니 직접 발품을 팔며 만족스러운 물건을 손에 넣는 경험은 확실히 줄은 것 같아요.
이번 주 SPREAD by B(스프비)가 만난 '무인양품 긴자(MUJI Ginza)'는 4년 만에 리뉴얼을 진행하면서 손님들에게 오프라인 쇼핑의 즐거움을 다시 전하고 싶었다고 해요. 이들은 팬데믹이 앞당긴 변화에 휩쓸리기보다 쇼핑이라는 행위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것 외에 어떤 가치와 재미를 지닐 수 있는지 고민합니다. 새롭게 단장한 공간에서 사람들이 또다른 발견과 지혜를 얻길 바란다는 무인양품의 이야기는 잊고 있었던 즐거움의 감각을 되살리며 우리의 발길을 문밖으로 이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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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BRAND
무인양품, 새로운 변화로 일깨우는 즐거움의 감각
📸 EISUKE KOMATSUBARA, © MUJI

ANOTHER STORY
음식을 테마로 한 세계 곳곳의 공간
📸 Mast Market, Biltoki, Bomarket
HI, BRAND
도쿄를 대표하는 번화가에 자리한 '무인양품 긴자'는 남다른 규모와 차별화된 콘셉트로 탄생부터 주목받은 플래그십 스토어입니다. 일본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 매장은 올가을 "음식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식문화'에 초점을 맞춰 리뉴얼을 진행했어요. 이곳을 이끄는 나루카와 타쿠야 총 점장으로부터 무인양품 긴자가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 이유를 들어봤습니다.
무인양품을 대표하는 플래그십 스토어로 2019년 4월 도쿄 긴자에 문을 열었다. 브랜드가 생각하는 '좋은 생활'이란 무엇인지를 보여주며, 오픈 당시 최초의 숙박 시설인 '무지 호텔 MUJI HOTEL'을 함께 공개해 주목받았다. 긴자를 방문하는 손님은 물론, 이 지역에 살며 생활을 영위하고 경제 활동을 하는 사람을 모두 아우르며 그들의 관점에서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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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카와 타쿠야 Takuya Narukawa
General Manager, MUJI GINZA
1996년에 입사해 점장・에리어 매니저를 거쳐 2006년부터는 생활잡화부의 카테고리 매니저로 상품개발을 담당했다. 실리콘 조리 스푼이나 법랑 보관 용기・칫솔 스탠드 등 무인양품의 인기 상품을 개발했으며, 2012년에는 무인양품 상하이로 자리를 옮겨 상품책임자로 근무했다. 2017년부터 4년 동안 무인양품 코리아의 지사장을 역임하고, 2021년 9월부터는 무인양품 긴자의 총 점장으로 이곳을 이끌고 있다.
무인양품 긴자는 '무지 호텔'이 들어선 최대 규모의 매장으로 주목받아 왔는데요. 브랜드를 상징하는 플래그십 스토어로 자리매김한 이곳을 약 4년 만에 리뉴얼한 배경이 궁금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장 큰 계기였습니다. 저는 2021년까지 한국에 있었기 때문에 당시 강남의 인파가 사라져 버린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는데, 긴자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어요. 사실 무인양품은 일용품을 판매하는 브랜드라 비교적 사람들이 거주하는 주택가 인근의 매장은 상황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긴자처럼 도심에 자리해 방문할 엄두가 나지 않는 매장들이 힘겨운 시기를 겪었죠. 팬데믹이 끝난 후 손님들이 긴자 매장을 방문했을 때 "역시 도심에 자리한 매장은 무언가 다르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습니다. 다시 찾아온 손님을 기쁘게 할 수 있는, 수많은 무인양품 매장 중에서 일부러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는 바람으로 리뉴얼을 진행했습니다.
"음식으로 세계를 바라본다"는 슬로건처럼 이번 리뉴얼은 '식문화'에 초점을 맞춰 이뤄졌어요. 의식주 등 다양한 테마를 다루면서 특히 식문화에 중점을 둔 이유가 궁금합니다. 리뉴얼 이전부터 손님들에게 이런 니즈가 있었나요?
무인양품 긴자는 오픈 당시부터 "음식을 통해 현지를 배운다"는 생각으로 식문화를 핵심으로 여기고 다양한 도전을 해왔습니다. 무인양품은 의식주를 두루 다루지만, 그중에서도 음식이란 사람과 가장 친밀하면서도 중심이 되는 요소이니까요. 날씨가 추워지면 따뜻한 걸 먹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여행을 가서도 그 나라의 음식을 먹어보는 걸 중요하게 여기는 등 패션이나 리빙 분야에 비해 지역의 문화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죠. 특히 긴자를 명품 브랜드의 동네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에 못지않게 다양한 레스토랑과 음식점이 존재해요. 먹거리 또한 이곳의 큰 매력 중 하나입니다.
리뉴얼을 진행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기존 매장에 무엇을 더하고, 무엇을 뺐는지 궁금합니다.
지난 4년 동안 잘되지 않았던 부분을 개선하고, 새로운 도전을 더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예를 들어 과자를 손님이 원하는 만큼 계량해서 판매하는 코너 대신 이탈리아 식문화에 초점을 맞춘 공간을 새롭게 선보였어요. 과자 코너의 경우 낭비 없이 판매한다는 점에서 취지는 좋았지만, 많은 손님의 지지를 받은 건 아니었기에 리뉴얼을 계기로 변경했죠. 또한 무인양품 긴자가 브랜드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스토어라는 점에서 매장 전반을 재검토하고 세밀하게 조정했습니다. 예를 들어 패션 부문에서 유니섹스에 초점을 맞춰 아이템을 기획하다 보니 스커트나 원피스 같은 상품이 소외되곤 했어요. 이를 개선하고자 상품군을 명확하게 나누어 개발하고 있고요. 리뉴얼 전에는 한 층에 성별 구분 없이 상품을 진열했다면, 현재는 확실하게 층을 나누어 여성복과 남성복 코너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장이 브랜드의 방향성을 표현하는 역할도 한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죠.
앞서 언급된 것처럼 다양한 공간이 이번 리뉴얼을 계기로 새로 탄생했어요. 그중에서도 일본과 이탈리아의 식문화를 융합한 레스토랑 '무지 다이너'가 인상적이었는데요. 이탈리아의 식문화에 주목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세계의 식문화를 다루기 때문에 이탈리아에만 주목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일본에서 파스타와 피자 같은 요리는 상당히 자주 접할 수 있는 메뉴 중 하나이기도 해요. 하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먹어 온 이탈리아 음식은 극히 일부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본에서는 파스타라고 하면 대부분 스파게티처럼 롱 파스타를 연상하지만, 이탈리아에서는 숏 파스타나 토마토소스 외에 생선을 활용한 소스 등 다채로운 식문화를 향유하고 있으니까요. 상품 개발팀도 현지 요소를 제대로 표현하고 싶다는 니즈가 있었고요. 이런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올가을 파스타 시리즈를 출시했고, 무지 다이너 MUJI Diner는 손님들이 다양한 식문화를 경험하고 체감할 수 있는 장으로 기능하고 있죠.
무인양품이 직접 로스팅한 원두를 만날 수 있는 '무지 커피' 또한 흥미로운 코너였습니다. 훌륭한 카페나 로스터리가 충분히 많은 도쿄에서 무인양품 긴자가 커피에 특화한 공간을 선보여 놀랍기도 했는데요.
이번 리뉴얼은 무인양품의 수많은 매장 중 긴자만의 특별함을 전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전문적인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무인양품이라는 하나의 매장 안에 다양한 전문점이 자리하는 듯한 콘셉트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한국처럼 일본도 커피를 굉장히 일상적으로 즐기지만, 의외로 사람들이 자신의 원두 취향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약배전과 강배전, 신맛과 쓴맛 등 다양한 취향이 있을 수 있잖아요. 스페셜티 커피가 대중화된 시대에 매장에서 원두의 향과 맛을 체험하며 자신의 취향을 찾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무지 커피 MUJI Coffee를 선보이게 됐습니다. 무인양품이 엄선한 12종류의 원두를 가장 알맞은 로스팅 강도로 판매하며, 커피 스페셜리스트를 배치해 손님의 니즈에 맞춰 응대하도록 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무인양품 긴자의 추천 코너나 루트가 궁금합니다. 손님들이 어떻게 리뉴얼한 매장을 즐기길 바라나요?
특정 코너나 공간보다는 앞서 말한 것처럼 무인양품 긴자의 전문 지식을 지닌 스태프들을 알맞게 활용하시길 바라요. 커피 스페셜리스트와 와인 소믈리에는 물론 채소 코너에는 채소 소믈리에가 있고, 패션 코너에는 스타일링 어드바이저가 있어 컬러 진단과 코디 상담도 받을 수 있어요. 화장품 코너에서는 피부를 진단하고 알맞은 상품을 제안하는 서비스도 제공하는데 사실 이건 제가 한국에서 보고 도입한 것입니다.(웃음) 리빙 코너에도 수납과 인테리어 전문 어드바이저가 있어 쇼핑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각 분야의 전문적인 스태프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비스를 즐기면 좋겠습니다.
식문화에 중점을 두면서 2층부터는 패션, 리빙, 여행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상품을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6층에는 '무지 북스'부터 '커피 앤 살롱', 그리고 '무지 호텔' 등이 자리해 긴자 매장 내에서 모든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궁극적으로 무인양품 긴자가 그리는 미래는 무엇인가요?
팬데믹 이후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는 행위가 상당히 보편적이 일이 됐습니다. 단순히 물건을 많이 진열해 놓고 파는 것은 한계가 뚜렷하죠. 즉 오프라인 매장은 이곳을 방문하는 의미가 있어야만 합니다. 무인양품 긴자가 더 나은 삶을 위한 발견과 힌트를 제공하고, 다른 사람과의 만남이나 새로운 배움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에요. 리뉴얼을 통해 각 카테고리의 전문화를 목표로 한 것도 마찬가지이고요. 지하철역에 입점한 매장은 빠르게 물건을 사서 바로 귀가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면, 무인양품 긴자와 같은 특별한 매장은 물건을 구입하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어야만 합니다. 올 때마다 새로운 문화를 접할 수 있고, 긴자에 들를 때마다 들여다보고 싶은 매장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할 수 있겠네요.
2017년부터 무지 코리아 지사장을 역임하는 등 한국과 인연이 깊습니다.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한국 시장과 소비자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한국은 확실히 새로운 것에 굉장히 민감한 시장입니다. 유익한 정보를 잘 캐치하죠. 단순히 유행에 휩쓸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잘 도입한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이 적고, 동시에 전통적인 건물이나 소재를 활용해서 현대의 요소와 융화시키는 데도 능숙합니다. 그렇다고 새롭기만 해서는 안 돼요. 상품의 장점이나 이점이 확실히 납득돼야 원활하게 아이템을 받아들입니다. 새로운 상품이 나오면 반드시 사용해 보는 손님이 일정 비율 존재하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한국에서는 손님에게 상품의 이점을 확실히 전달하는 걸 중시했습니다.
최근 주목하고 있는 도쿄와 일본의 트렌드나 문화가 있다면요?
전 세계적으로 이상 기후를 감지하다 보니 일본에서도 일회용보다는 재활용 상품이나 지속가능성을 실천할 수 있는 아이템을 원하는 손님들이 많아졌습니다. 긍정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죠. 반면 팬데믹 이후 온라인 쇼핑의 비율이 늘어난 점은 다소 우려되는 부분도 있어요. 직접 시간을 들여 발품을 팔며 쇼핑하는 것을 귀찮아하고 인터넷에서 사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더욱 쇼핑은 본래 즐거운 행위라는 걸 제대로 전하고 싶습니다. 무인양품 긴자에 빈티지 가구 코너를 도입한 것도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어요. 하나밖에 없는 상품이기 때문에 발견했을 때 구입하지 않으면 다음에는 없을지도 모른다는, 마치 보물찾기 같은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꼭 구매하지 않더라도 쇼핑이란 동네를 걸으면서 상품을 둘러보고 재미와 설렘을 느낄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손님들이 다시금 느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ANOTHER STORY
무인양품 긴자처럼 음식과 식문화를 다루는 미국과 프랑스, 한국의 공간을 모아봤습니다.
뉴욕을 대표하는 100% 유기농 마켓으로 현지의 제철 농산물과 직접 로스팅한 커피, 바로 구운 사워도우, 수제 간식 등은 물론 다양한 리빙 제품을 함께 만나볼 수 있습니다. 간결한 패키지의 핸드메이드 초콜릿으로 유명하며 메트로폴리탄 뮤지엄과 협업한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어요.
프랑스의 시장 부활을 주도하는 마켓으로 파리, 앙제, 보르도 등 다양한 도시에 시장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파리 빌토키는 19세기에 지어진 건물을 현대적으로 레노베이션해 탄생한 공간으로 약 1000㎡의 규모를 자랑하며, 신선한 식재료를 구하려는 유명 셰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해요.
서울에 자리한 보마켓은 동네의 가치를 바꾸는 생활 밀착형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을 지향하며 남산, 경리단길, 서울숲 등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식재료를 소량씩 포장해 구입할 수 있으며 전 세계 감도 높은 리빙 브랜드를 만나볼 수 있는 공간으로 올해 9월에는 광흥창에 새롭게 매장을 오픈하기도 했어요.
NOTICE
📢 서울 남창동에 자리한 '피크닉'에서
기업과 일, 자아에 관한 전시 <회사 만들기>가
내년 2월 18일까지 열립니다.

3층 전시 공간에서는 매거진 <B>가 소개한
넷플릭스, 무인양품, 발뮤다, 츠타야 등
브랜드 리더의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 다음 주 스프비는
<B>가 다뤘던 브랜드의 최신 소식을 담은
DISCOVER 테마로 찾아올게요.
© 2023 B MEDIA COMPANY

Magazine B
35 Daesagwan-Ro
Yongsan-Gu, Seoul, Korea, 04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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