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사적인 영화관의 에디터 챙구입니다. 다들 잘 지내고 계셨나요? 야속하게도 더운 날씨가 지칠 줄 모르는 7월 중순이네요. 오늘 날짜인 7월 16일은,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 일가가 사망한 날인데요. 러시아 혁명 이후 실각한 황제 일가족이 한날한시에 사망했다는 이 비극적인 소재는 사람들의 입을 타고 여러 소문을 낳았어요. 그리고 이런 루머로부터 파생된 콘텐츠도 매우 다양하게 생산되었답니다.

오늘은 그래서 이런 콘텐츠 중의 하나인 <아나스타샤>(1997)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 감독 : 돈 블루스, 게리 골드먼
• 목소리 출연 : 멕 라이언, 존 쿠삭 등
• 장르 : 애니메이션, 드라마
• 러닝 타임 : 1시간 34분
• 스트리밍 : 디즈니 플러스
• 네이버 평점 ⭐9.11

<아나스타샤>는 러시아의 로마노프 왕조 통치 300주년을 기념하는 연회에서 괴승 라스푸틴이 저주를 내려, 황실이 몰락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가족들과 헤어지게 된 아나스타샤 공주가 다시 가족을 만나는 과정을 그린 영화입니다. 20세기 폭스의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어린 시절 디즈니 프린세스 애니메이션 보기를 좋아하셨던 분들이라면 한 번쯤 보셨을 수도 있는 작품이에요. 

아름다운 그림과 좋은 OST로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았던 작품이지만, 역사적으로는 글쎄요… 고증 오류가 꽤 많아요😅. 그렇지만 러시아 혁명 시기의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다룰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 같아서, 이번 레터를 통해서 영화와 실제 역사의 차이를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1. 로마노프 황실의 몰락
2. 안나 앤더슨의 사기극
3. 감상 포인트 - 흥미로운 스토리

흐음…🤔이 부분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가 되는데요. 왜냐하면 영화에서 왕족들은 라스푸틴의 계략으로 억울하게 가족을 잃은 피해자로 묘사가 되기 때문이에요. 사실 러시아 혁명은 러시아 황실의 무리한 국정 운영에 원인이 있습니다. 당시 로마노프 왕조는 국가의 경제 상황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는 전쟁을 운영했고, 민중의 개혁 요구를 무시하거나 이에 대해서 무장진압을 하는 등 전제 정치를 했습니다.

러시아 혁명은 이런 배경을 두고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단순히 악마와 계약을 한 흑마법사 라스푸틴이 황실을 증오해서, 악마의 힘을 빌려 혁명을 일으켰다고 묘사를 해버렸죠.

안나 앤더슨의 사기극

영화 <아나스타샤>는 “러시아 마지막 황실의 공주가 살아있다.”라는 비극적이면서도 흥미로운 줄거리로 전개되는데요. 이는 니콜라이 2세 황제 일가가 처형될 때, 아나스타샤 공주만 살아남아 도망쳤다는 등의 여러 소문을 기반으로 한 것입니다. 실제로 1989년 니콜라이 2세 일가의 유해가 발견될 때 아나스타샤 공주의 것이 명확하게 발견되지 않아 생존설에 무게가 실리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당시에는 아나스타샤 공주의 사망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는데요. 몇몇 사람들은 자신이 바로 그 아나스타샤 공주라고 주장해서 세간의 관심을 끌기도 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안나 앤더슨입니다. 안나 앤더슨 역시 자신을 아나스타샤라고 주장한 여성이었는데요. 안나는 왕족이거나 황실에 가까운 인물이 아니라면 알기 힘든 황족에 대한 정보와, 황실 예법을 잘 알고 있었고 외모도 아나스타샤 공주와 많이 닮았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그녀가 진짜 아나스타샤 공주가 아닐까하고 의구심을 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안나는 아나스타샤 공주가 아니었어요!

2000년대에 들어와 아나스타샤 공주의 유해가 발견되고, 안나 앤더슨과 니콜라이 2세 일가의 DNA 검사도 이뤄지며 그녀가 로마노프 왕조와 아무런 혈연관계가 없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안나는 죽을 때까지도 스스로 아나스타샤라고 주장했으며, 묘비에 자신의 이름도 ‘아나스타샤 로마노프’라고 새겼습니다.

감상 포인트 - 흥미로운 스토리

영화에는 이런 루머를 차용한 것이 잘 보입니다. 안나 앤더슨을 비롯한 여러 사칭자는 실제 아나스타샤 공주가 아니고, 영화의 주인공은 진짜 아나스타샤 공주였지만 말이에요. 영화에는 또 다른 실존 인물이 등장합니다. 앞서 언급한 괴승 라스푸틴입니다.

라스푸틴은 러시아의 수도승으로, 니콜라이 2세 치하의 러시아 국정 운영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다 러시아 황실의 몰락을 야기한 인물입니다.

사실 그는 원래 별 볼일 없던 자였으나 니콜라이 2세의 유일한 아들(아나스타샤 공주의 동생)인 알렉세이 황태자의 병을 호전시켜 황제 부부의 신임을 얻은 이후로 비선실세가 되어 국정을 농단했습니다. 그는 종교 외에도 정치, 외교, 군사 등 여러 부분에 영향을 미쳐 나라가 망하는 데에 일조했습니다. 영화에서는 이 라스푸틴이 황실에서 내쳐진 것을 계기로 앙심을 품고 황실을 몰락하게 만드는데요. 영화에서나 실제에서나 황실을 망하게 했다는 것은 변하지 않네요.

라스푸틴과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가 워낙 많다 보니, 그 역시 다양한 콘텐츠에서 등장하였는데요. 작년에 개봉한 킹스맨 시리즈의 프리퀄인 <킹스맨 : 퍼스트 에이전트>는 1차 대전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요. 이 작품에도 그리고리 라스푸틴이 빌런으로 등장했습니다.

<킹스맨 : 퍼스트 에이전트> 캐릭터 소개 영상 - 그리고리 라스푸틴

트레일러에 삽입된 음악은 Boney M.의 ‘Rasputin’인데요, 이 역시 라스푸틴을 주제로 부른 노래입니다. 해당 음악은 여러 예능에 삽입되거나, ‘저스트 댄스’라는 댄스 형 리듬 게임에도 사용되면서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곡이에요.

이외에도 라스푸틴이나, 러시아 황실의 몰락 이야기를 다룬 콘텐츠는 많은데요. 그만큼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이 이야기가 흥미롭게 다가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 역사와는 차이가 있지만, 이 스토리에 흥미가 있다면 몸풀기 느낌으로 <아나스타샤>를 감상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