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하우투 시리즈
하루를 나에게서 시작하는 법

요즘 어떤 목표를 갖고 살고 계신가요?

당장의 목표가 더 많은 돈을 버는 것이라면, 돈 생기면 뭐하게? 라고 물어보지 않겠어요. 그러면 어떤 사람은 차 사고, 집 사게. 임대업자 하게. 부모님 호강시켜드리게. 재밌는 사업에 도전해보게. 이런 저런 대답이 돌아올겁니다. 그러면 또 물어보겠지요. 차 사고 집 사면 뭐가 달라지는데? 그렇게 하고 나면 어떨 것 같은데? 편안할 것 같다, 더럽고 치사한 회사 때려치우고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것 같다. 부모님이 편안히 생활하시면 행복할 것 같다. 재밌는 일을 벌일 수 있다면 일단 재밌을 것 같다. 이런 대답들이 돌아올 겁니다.

처음엔 돈이었는데요. 돈 뒤에 이렇게 숨은 목표가 더 있는 거지요. 1차적인 목표 뒤에 숨은 진짜 목표는 대부분 이런 상태를 향합니다. 편안함. 행복. 건강함. 재미. 이 목표들 뒤에는 더이상의 목적이 없어요. 건강의 목적이 있나요? 행복의 목적이 있나요. 재미의 목적이 있나요? 누구나 가장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이런 마음 상태인 것 같아요. 쉽게 말해서 내가 깊이 만족할 수 있는 마음 상태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저는 잘 산 인생은 굉장히 주관적인 것 같아요. 삶을 돌아봤을 때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게 잘 산 인생 아닐까요? 그런데 문제는, 만족의 기준이란 게 어차피 매우 주관적인 것인데도 자꾸 밖에서 그 기준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뭔가 대단한 일을 해내야만 잘 산 인생이라고 볼 수 있냐는 말이에요. 일론 머스크 씨처럼 사람을 화성에 보내는 일을 하면, 한 분야를 혁신하면 그때 삶이 의미있어지나요? 특정한 삶이 나에게 대단히 멋지고 의미있게 여겨진다면, 어떤 지점이 나에게서 ‘의미’를 만들어내는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다른 사람도 다 그렇게 느낄 거라고 생각이 들지만, 사실은 아니거든요. 나에 대해서 더 많은 걸 발견하게 될 뿐입니다.

어쩌면 좀 허무맹랑할 수 있는 ‘어떻게 살면 잘 산 인생일까?’에 대한 답을 생태학, 철학 도서를 읽으면서 헤매다가, 매일 반복하는 일이 떠올랐습니다. 자애 명상입니다. 명상은 종교만큼이나 방법이 다양한데, 그중에서도 자비 명상(metta)이라는 수행법이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 가닿는 연습이라고 안내하곤 합니다. 살아있는 존재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만나는 겁니다. 마치 어떤 수학 이론을 배우듯 내가 몰랐던 것을 새로 배우는 것이 아니고, 내가 항상 가지고 있던 것을 다시금 확인하고 활용하도록 도와주지요.

메타 명상이 코끝을 찡하게 하는 지점은 늘 ‘나’에게서 시작한다는 거예요. 나 자신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모르는데, 다른 사람의 행복을 빌어줄 수 없고, 다른 고통받는 사람들을 도울 수 없으니까요. 스스로를 위해서 이렇게 다섯 가지의 바람을 전합니다. 고요히, 마음 속으로요.

내가 안전하기를.

내가 건강하기를.

내가 행복하기를.

내가 편안하기를.

내가 성장하기를.

주관적 만족감의 출처는 이 다섯 가지의 조합이 아닐까 합니다. 시작은 ‘안전’입니다. 저는 ‘안전하기를’ 안에서 경제적인 안정을 떠올립니다. 일단은 생활을 위한 기초 체력, 돈이 있어야 안전하겠죠.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우리를 많은 것들로부터 지켜주니까요. 건강한 것. 가능하다면 오래도록 건강을 유지하고 싶습니다. 행복한 것. 자주 행복한 것이 좋습니다. 편안한 것. 마음이 편안해야 합니다.

성장하기를, 에서 조금 멈칫하게 됩니다. 여기서 어떤 성장을 바라고 있는 걸까요? 저는 촛불이 떠오르는데요. 손에 쥐고 있는 촛불을 켰습니다. 그 다음으로 취할 본능적인 액션은, 아마도 촛불로 내 주위의 환경을 살피는 일일 겁니다. 그리고 용기를 내서 조금씩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요. 들고 가다보면 재밌는 곳을 새로 발견하게 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을 만나 불을 나눠줄 수도 있을테니까요.

제게는 삶이 나의 존재 가치를 끊임없이 확인하고 확인 받는 것, 당신에게 영향 받고 있고 나도 당신에게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 속에서의 성장은, 나 밖으로 나와 다른 사람들과 주고 받으며 나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는 데에서 옵니다. 나는 어떤 사람들과 관계 맺으며 살아가고 있는지, 나는 일로서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있고,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내가 아끼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내가 가진 것들로 할 수 있는 것이 있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무엇보다 내가 끼치는 영향력이 나다운지, 내가 원하는 방향인지도 중요한 것 같아요.

성장에 대해 고민하다보면 자꾸 누군가의 폭발적인 성장에 매몰되어서 움츠러들거나 혼란스러워지는 때가 많습니다. 양에 자꾸 기준점을 두게 되고, 저 정도에 다다르면 내가 만족할 수 있을 거라는 환상에 빠집니다. 하지만 애초에 나는 바오밥나무 씨앗이 아니었고, 그렇게 클 수는 없을지도 몰라요. 내가 바오밥나무만큼 큰다고 해서 반드시 만족하게 되는 것도 아닙니다. 나는 도둑놈의 지팡이(들풀 이름 입니다)로 자라날 씨앗이었다면, 도둑놈의 지팡이로 오롯이 크는 것이 나의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아무도 내가 도둑놈의 지팡이라고, 너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할 수 없어요. 나는 나로, 나의 잠재력만큼 온전히 성장했으니까요. 비교하는 마음은 내가 나로서 온전히 성장하는데 발목을 붙들 뿐임을 자꾸 느끼게 됩니다.

성장의 상태에서 느껴지는 기쁨은 단순히 ‘기분 좋은 느낌’에서 그치지 않고, 깊은 만족감을 가져오는 것 같아요. 기분 좋은 느낌은 지속되지 않지만, 삶의 만족감은 힘든 상태에서도 지속된다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지금 ‘기분’은 좋지 않지만, 행복할 수 있더라고요.

어떻게 만족스러운 삶을 살지 딱 떨어지는 정답을 말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요. 깊은 만족감에 다가서도록 도와주는 습관은 하나 떠올랐습니다. 아침에 눈을 감고 이렇게 다섯 가지를 마음 속으로 다섯 번 말하고 하루를 시작해보는 거예요.

안전하기를.

건강하기를.

행복하기를.

편안하기를.

성장하기를.

나에게서 시작하기를!

도둑놈의 지팡이예요. 이름보다 훨씬 고급스럽고 기품있게 생기지 않았나요? 저도 특이한 꽃을 좋아하는 선생님이 우연히 소개해줘서 알게 된 식물인데 꽃도, 잎도 생김새가 정말 멋진 것 같아요. / 사진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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