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아지는 성장률, 그래도 미국 빅테크가 최선일까?

한국의 서학개미에게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기업들은 미국의 거대 기술 기업들, 바로 ‘빅테크’입니다. 한국 투자자들의 빅테크 투자금을 모두 합치면 수십조원에 달할 정도로 그 인기가 대단하죠.

하지만 아무리 튼튼하고 세계 시총 순위 10위안에 포진해 있는 빅테크라 하더라도 이 기업들에 대한 우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반독점 규제에 대한 리스크도 언제나 존재해왔고, 최근 들어서는 점점 낮아지는 성장성이 또 다른 우려를 낳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적어도 지금의 상황에서는' 그나마 빅테크가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020년 코로나로 인한 증시 대폭락 이후 세계 시장을 빛낸 주인공들은 다름 아닌 미국의 거대 빅테크 기업들입니다. 아니, 정확히는 2010년대 초반부터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왔고, 이들의 시대는 거의 10년이나 이어지는 중이죠. MAGA라는 말부터 FAANG, FAMANG 등의 용어들을 만들어낸 기업들이며, 이들의 시가총액은 웬만한 국가를 뛰어넘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와 함께 최근에는 테슬라와 엔비디아가 차세대 빅테크, Next Generation 대표 주자로서 열심히 달리고 있고, 이들 또한 당당하게 세계 10위권 거대 기업들 사이에 끼어들게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지금 빅테크는 광의의 의미에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메타 플랫폼스, 테슬라, 엔비디아' 등의 기업들을 지칭하고 있습니다.

빅테크라는 말은 미국주식 투자자들에게는 듣기만 해도 가슴이 웅장해지는 단어입니다. 이 기업들에 투자하면서 큰 수익을 낸 사람들도 많고, 한국 사람들이 투자하는 금액의 대다수가 이 기업들에 들어가 있죠.

그런데 하늘 같기만 하던 빅테크에 최근 하나의 우려 포인트가 생기는 중입니다. 바로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죠. 그 중에서도 외형 성장의 주된 지표인 매출 성장률이 작년부터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당장 애플의 경우 한때 50%가 넘어갔던 매출성장률이 21년 1분기를 정점으로 꾸준히 하락 중에 있으며, 현재는 무려 12% 수준으로 내려온 상태입니다. 물론 이는 19년도보다는 높은 수치입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성장률의 하락이 지속되면 애플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더더욱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아마존 같은 경우도 애플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한때 45%에 달했던 매출 성장률이 작년부터 내리막길을 걷더니, 어느덧 최근에는 10% 선까지 깨지며 9.X%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최근 4년의 기록 중에서도 가장 낮은 YoY 성장률로, 그만큼 아마존의 성장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습니다.

구글은 앞선 기업들보다는 나은 편이나, 이 녀석 또한 성장성이 둔화되는 모습이 나오고 있습니다. 60%가 넘어가기도 하였던 성장성이 단기간에 30%대까지 내려온 것입니다. 물론 과거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성장률이기 때문에 아직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이나,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그만큼 우려도 커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가뜩이나 영업비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신규 빅테크 주자들인 테슬라와 엔비디아는 여전히 높은 성장률과 함께 고속 성장을 하는 중입니다. 다만 이 기업들은 앞서 본 기존의 빅테크에 비해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고 있다는 점이 약간의 우려 포인트로 작용하는 중이며, 지금과 같은 성장성이 유지되어야 계속해서 좋은 주가 퍼포먼스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거기에 더해 빅테크 기업들을 계속 괴롭혀오던 미국 정부의 반독점법 규제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최근에는 이와 관련된 뉴스가 조금 잠잠하지만, 아직 끝난 문제가 아니며 시장 상황이 좋아지고 다시 빅테크의 주가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반독점에 대한 이야기도 다시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슈에 따라 각 기업들의 주가와 실적이 크게 출렁일 수도 있고요.

모든 빅테크 기업들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최근 들어 성장률의 둔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 기술주 투자 인기가 시들해졌다는 점, 그리고 반독점에 대한 리스크는 빅테크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킵니다.

‘과연 빅테크가 최선일까?’

‘이제 빅테크의 시대는 끝난 것인가?’

‘이 기업들에 앞으로도 쭉 몇 년간 투자해도 과연 괜찮을까?’

와 같은 생각들이 들기 마련이며 빅테크 투자만이 최선은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 중입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지금으로서는 빅테크 투자가 최선일 수 있다', '그래도 빅테크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요.

물론 이것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 전략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나마 지금의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가 선택하기에 제일 무난한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의미가 좀 더 강합니다. 그렇다면 제가 '그래도 지금은 빅테크다'라고 판단하게 된 이유들을 알아봅시다.

우선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플랫폼'을 지배하는 기업들이 빅테크 기업들이라는 점입니다. 다들 알다시피 지난 수십 년간 세계 시총 TOP 10은 수도 없이 바뀌었습니다. 1등이 GE에서 엑손 모빌로 바뀌고, 그리고 지금은 애플로 바뀐 상황이죠. 그런데 앞선 과거의 1등들과 애플의 다른 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세상을 지배하는 플랫폼'의 소유 유무일 것입니다.

지금은 플랫폼의 세상입니다. 우리의 모든 일상과 삶이 '플랫폼' 안에 묶여 종속되어 있죠. 유튜브 없는 일상을 상상하기 어렵고, 인스타나 페이스북이 아닌 다른 SNS를 사용한다는 것은 쉽게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거기에 더해 윈도우 오피스(엑셀, PPT) 없이는 회사 업무를 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며, 애플의 생태계 속에 빠져 있는 사람에게 다른 스마트폰을 쓰라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21세기를 지배하는 IT 플랫폼의 주된 특징을 설명하자면 바로 '강력한 독점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 개의 플랫폼이 사이좋게 시장을 나눠 먹는 것이 아니라, 빅테크들이 소유하고 있는 소수의 플랫폼이 전세계를 다 독점하고 있죠. 당장 구글의 인터넷 검색 점유율만 보더라도 1당 독재 체재를 보는 것만 같을 정도이니 말입니다.

IT 기술의 발전과 함께 우리 삶이 IT 그 자체가 되며 빅테크 기업들이 소유한 플랫폼의 지배력은 갈수록 늘어만 가는 상황. 그렇기에 빅테크들의 힘은 쉽게 빠지지 않을 것이며 이들의 지위는 여전히 지속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됩니다.

두 번째 이유 또한 1번 이유와 비슷한 결입니다. 강력한 플랫폼을 가지고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이 빅테크라는 점이죠.

아이폰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무려 50%에 육박하고 페이스북의 SNS 시장 점유율은 90%가 넘습니다. 그리고 구글은 인터넷 검색 시장에서 사실상 독재를 하는 중이고요. 아마존이고, 마이크로소프트고 할 것 없이 대부분의 빅테크들이 '반독점'이라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을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고, 후발주자인 테슬라와 엔비디아도 각자의 산업에서 1등을 놓치지 않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은 시간이 갈수록 심화되어갑니다. 그나마 이들의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면 '아 빅테크들의 힘이 드디어 빠지는구나'하겠지만 아직은 그럴 기미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그래.. 아직은 여전히 빅테크구나'라고 생각하게만 만들어 줍니다.

누군가 제게 앞으로의 10년은 어떤 시간이 될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저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기술 혁명의 시대, 4차 산업 혁명이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시간'이라고 답할 것입니다.

지금 세상은 너무나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습니다. 인간을 초월한 AI가 머지않아 탄생할 것으로 보이고 있으며, 점점 메타버스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일상생활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죠. 거기에 더해 인간이 그동안은 꿈꾸지도 못했던 자율주행의 시대가 천천히 우리 곁으로 오고 있으며, 모든 것이 연결되는 초 연결 사회가 서서히 실현되는 중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고도의 기술 개발이 아무 기업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엄청나게 많은 인재와 막대한 자본, 그리고 방대한 양의 데이터와 이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기업만이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나마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는 기업들은 소수의 빅테크 기업들 뿐이며, 실제로도 빅테크 기업 위주로 4차 산업 혁명의 태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만약 이 기업들이 AGI (범용 인공지능) 개발에 성공하거나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하고, 또는 AI 자율주행 기술 완성에 성공했다고 가정해볼까요? 그러면 이들은 '압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새롭게 탄생한 시장을 또 지배하게 될 것입니다.

핵심 기술 진보의 산실이자 세상을 바꿀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기업들이라는 점. 이러한 포인트는 여전히 빅테크를 바라보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요즘 세계 증시가 많이 얼어붙었습니다. 당장 3월부터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되었으며, 올해에만 6번의 추가적인 금리인상과 양적긴축이 예고되는 중이죠.

유동성 파티가 끝나고 본격적인 긴축의 시간으로 진입하는 지금의 미국 증시. 이런 상황에서 시장의 자본은 점점 더 확실한 것, 믿고 갈 수 있는 튼튼한 기업들로 몰리고 있습니다. 그런 입장에서 수십조~수백조에 이르는 현금을 가지고 있고, 실제로도 돈을 잘 버는 빅테크들은 참으로 매력적인 대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과연 저 기업이 망할까?’라는 생각을 할 때 가장 가능성이 낮은 회사들이기 때문입니다. 확실한 걸 원하는 시장. 그 앞에 빅테크가 우뚝 서있죠.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이 빅테크들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꾸준히 나오는 우려 포인트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빅테크들의 특징은 위협적인 경쟁자가 출현하면 이들을 꿀꺽 먹어 삼켜서 내 것으로 만든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막대한 현금을 이용하여 위협이 되는 대상들을 M&A로 다 집어삼켰고, 그 과정에서 경쟁자들을 제거하는 전략을 펼쳐왔습니다. 초반부터 싹을 잘라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여전히 막대한 현금 보유량을 자랑하는 지금. 빅테크 기업들은 앞으로도 나타나게 될 경쟁자들을 먹어 삼키는 전략을 통해 위협적인 존재들을 제거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해서 제가 여전히 빅테크 기업들을 좋게 보는 이유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물론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그래온 것처럼 영원한 1등도 없고 경쟁력이 다해 가는 기업들은 아무리 빅테크라 하더라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겠죠.

테슬라와 엔비디아가 지금 그런 것처럼 새로운 존재들이 하나 둘씩 새로운 세대를 열어갈 것이며, 이 과정에서 새로운 질서로의 재편이 이뤄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앞으로의 몇 년간은 여전히 빅테크들이 초강세를 보일 거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렇기에 당장 올해만큼은 빅테크가 최선의 선택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앞으로의 10년. 과연 세계 TOP 10이 어떻게 바뀔까요? 훗날 세상을 지배할 기업들은 과연 어떤 회사들일까요? 어떤 일이던 일어날 수 있는 게 주식시장이지만 그래도 빅테크는 쉽게 무너지지 않을 거 같습니다. 지금과 같은 테크놀로지의 세상에서는 더더욱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