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판결 그리고 '함께 있다는 것을 전해줄 말들'
8월의 코트워치
2026. 8. 14.

비영리 미디어 코트워치의 한 달을 보내드립니다.
'보통의 언론사'와는 조금 다른 활동 이야기들을 담았습니다.

2차 가해 첫 실형 선고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뉴스레터로 인사드립니다.


정말 더웠던 지난주, 별들의 집에 다녀왔습니다.


잠깐 걷기만 해도 힘든 날씨였습니다. 별들의 집에서 만난 분은 이런 폭염의 한복판에 청와대 앞에서 '피켓팅'을 하고 오는 길이라고 했습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별들의 집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공간입니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재판이 특별조사위원회 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중단되면서, '이태원 법정'에 가지 않은 지도 벌써 1년이 되었는데요.


계속 열리고 있는 관련 재판들이 있습니다. 2차 가해자들의 재판입니다.



첫 번째 분향소부터 시작된 혐오


2022년 12월, 서울 녹사평역 인근에 마련된 분향소에 갔었습니다.


분향소로 가는 길에 쭉 걸린 혐오·비방 현수막들, 분향소 앞에 몰려든 유튜버들을 봤습니다. 왜 저런 말을 하고, 왜 저렇게 생중계하듯 분향소를 찍는지… 저도 스마트폰으로 그들을 찍었습니다.


'인류애'라고 부를 수 있는 감정이 있다면, 그게 바닥으로 떨어지는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 6월, 법원도서관에서 '2차 가해' 사건들을 검색해 열람할 때도 그랬습니다. 많지 않은 판결문에 온갖 혐오 표현들이 적나라하게 들어 있었습니다.


대부분 벌금형으로 끝났고, 무죄도 2건 있었습니다.



2차 가해에 대한 대응


지난주 별들의 집에서 만난 유가족분은 2차 가해자의 구속 필요성 등을 심사하는 영장실질심사에 직접 출석했습니다. 피해자 입장에서 의견을 밝히기 위해서였습니다.


(해당 2차 가해자는 바로 구속됐고, 곧 1심 판결이 나올 예정입니다.)


진상 규명을 위한 활동에 더해, 2차 가해 대응까지 해야 하는 현실에 대해 유가족분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물론 힘들죠. 힘들지만, 가슴에 맺힌 한이 많다 보니까 뭐라도 해야 되겠다. 저희 유가족들이 정말 잠을 못 자요. 한 시간 자고 일어나면 두 시간 깨어 있다가, 또 피곤하면 쓰러졌다가, 일상이 계속 이런 식이에요. 그런데 그냥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기에 뭐라도 해야 하고, (특조위 조사 등 진상 규명이) 더디고 느려요. 마음은 앞서 있는데 그 더딘 시간을 그냥 버티고 있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이거라도 해야 되고, 저거라도 해야 되고…"


2차 가해자가 있는 법정에 가서 어떤 마음으로 발언했는지, 이슈만 생기면 돈벌이를 위해 나타나는 2차 가해를 줄이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그리고 참사 당시 대학생이었던 딸이 어떤 삶을 꿈꾸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유가족분은 "가장 중요한 건 시민들의 힘인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시민들이' 물을 때, 참사에 대한 의혹이나 의구심이 더 빨리 풀릴 수 있을 거라고요.


* * *


2차 가해의 피해자들은 그동안 개별적으로 법적 대응을 이어오며 여러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지난해 7월 이후부터는 상황이 조금 나아졌습니다. 참사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를 전담해 수사하는 경찰 조직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지난 6월에는 참사에 대한 허위사실을 반복적으로 유포한 사람에게 실형이 선고됐습니다. 아직 1심 판결이기는 하지만, 전담 수사 조직 그리고 그 이전부터 쌓아 온 피해자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습니다. 이 판결에 대한 이야기를 2026년 세 번째 '이달의 판결'에 담았습니다.

피해자들과 함께해 온,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조인영 변호사는 "향후 유사 사건들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고 판결의 의미를 짚었습니다. 판결은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는 가해자의 주장에 대응하고, 이들이 퍼뜨린 내용이 명백한 허위라는 것을 신속하게 입증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함께 있다는 것을 전해줄 말들》

지난 3월,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의 인터뷰를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이후 코트워치 팀은 오랜 시간 현장에 연대해 온 작가들을 만났습니다.


"노동자, 철거민, 참사 유가족, 난민 등 생존을 위해 싸워야 하는 이들의 현장이 늘 긴장으로 가득한 것은 아닙니다. 망루에 오르고 단식을 시작하는 스펙터클한 순간은 잠깐입니다. 대부분의 날은 그 하루를 위해 버텨야 하는 지난한 일상입니다. 이 전시에 모인 작품들은, 그들의 매일이 무너지지 않도록 조용히 안부를 묻고 곁에 머물던 시간입니다." (여는 글 중에서)


전시는 다음 주 화요일(18일), 서울 김근태기념도서관에서 열립니다. 전시와 인터뷰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 주 레터를 통해 전해드릴 예정입니다.

(이 레터는 코트워치 후원회원 워처 89분의 지원을 받아 최윤정 기자가 작성했습니다.)
courtwatch@c-watch.org
(코트레터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여기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