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공하는 독재자를 위한 모범 매뉴얼이라니.

말이 이상합니다. 독재가 성공하길 빌어야 하는 건가요? 그것도 모범 매뉴얼을 참조하면서 말이죠. 믿기지 않는 현실이지만 독재체제는 역사적으로 가장 보편적인 정부 형태입니다. 게다가 대한민국처럼 선거제와 입헌민주주의를 온전히 누리고 사는 인구는 전 세계인구의 30% 남짓에 불과합니다.

  즉, 자유민주주의를 권위주의・독재와 대립항으로 놓거나 이분법적 시각으로 단죄하듯 세계를 대하면 놓치는 게 많습니다. 물론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살아가는 우리는 현재의 정치체제가 원활히 작동될 수 있도록 고민해야겠지만 우리와는 다른 세계의 ‘다름 이해하는 태도도 늘 견지해야 합니다.

  그러니 오늘 비밀작전은 다른 때보다 더더욱, 옳고 그름이나 선악의 판단을 내려 놓고 시작하겠습니다.
#성공한_독재자는_군대부터_버린다?

니제르 쿠데타를 다룬 지난 비밀작전에서 우리는 어떤 독재체제가 가장 오래 살아남을까?”라는 서베이 진행했습니다. 권력 획득과 행사 방식에 대해 2X2 조합을 만들어 네 가지 항목 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것이었죠.

  • 권력 획득 → 혁명 시민정당 vs. 군부 쿠데타
  • 권력 행사 → 1인 중심 vs. 집단 통치 

  인스타스토리슬라이도를 통해 취합한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델타 월딩 비밀요원들의 가장 많은 수가 지목한 오래 살아남는 독재체제는 네 가지 유형 중 아래였습니다.

  • 쿠테타로 집권한 군부 + 1인 중심 독재체제

  한국이 군부독재를 경험했고 최근에 영화 <서울의 봄>이 개봉하며 천 만 명 이상이 관람키도 했죠. 한국인만큼 군부독재의 한계를 잘 아는 이들도 별로 없지 않을까 싶은데요.

  정답은 없지만 그럼에도 통계적으로 가장 오래 살아남는 독재체제는 따로 있습니다. 다름 아닌

  • 혁명으로 권력을 획득한 시민정당+집합체제입니다.

  대표 사례가 중국과 조선(북한), 구소련입니다.

  반면에 쿠데타를 통한 군부독재는 ‘오래 살아남는다 점에서 가장 불안정한 체제입니다. 쿠데타가 또 다른 쿠데타를 낳으며 단명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과거 한국과 중남미, 미얀마, 태국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좀 이상합니다. 총칼을 손에 든 군부가 가장 단명하는 독재체제라는 게 말이죠. 

  단순하게 생각하면 됩니다. 어떤 독재도 개인의 야욕만을 위해 시작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이렇게는 살겠다. 바꿔보자라는 저마다의 명분이 있기에 혁명이든 쿠데타를 시도합니다.

  왜 선거를 하지 않냐구요? 선거로 권력을 교체할 만큼 성숙되지 못한 정치환경 때문이겠죠.

  다만 갈림길입니다. 권력을 획득한 후 선거제를 도입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두고 입헌민주주의로의 전환과 독재의 길로 나뉘는데요. 애당초 정치환경이 무르익지 못한 상태에서 시작된 혁명 혹은 쿠데타인 만큼 선거제를 도입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적지 않은 국가들이 어영부영하다 독재가 고착됩니다.

  그런데 왜 군부 쿠데타가 정당 독재보다 단명하냐면 쿠데타는 누구든 손 쉽게 시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총칼도 손에 쥐고 있는 만큼 뜻 맞는 몇몇만 모여도 해볼 수 있는 게 쿠데타입니다. 니제르 쿠데타도 방송국에 들어가 선언을 한 게 전부였죠.

  이와 달리 혁명정당은 시대를 주도하는 전 사회적 이데올로기 전환 작업이 필수입니다. 이를 테면 중국이나 조선(북한)공산주의’ 혹은 ‘사회주의’ 앞세우며 새롭게 국가를 건설했죠.

  이란도 혁명을 통해 팔라비 왕조를 교체하고 이슬람 신정국가를 세웠습니다. 이란은 제도적으로 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선출하기에 독재체제로 규정하진 않지만 요지는, 대규모 군중을 모아 혁명을 추진한다는 게 그리 녹록치 않습니다. 
또 하나 주목할 건 군인이 전문직업인이라는 점입니다.

  군인은 지도자가 누구든, 정치체제가 어떠하든 생계가 보장됩니다. 왜냐구요? 어떤 국가든 국가안보는 필수입니다. 정치체제의 특징이나 정권의 성향과 관계 없이 전문직업인으로서의 군인에 대한 수요는 항시 존재합니다.

  때문에 OO이 교체되더라도 군인은 타격감이 크지 않습니다. 원론적인 얘기입니다만 군인이 충성하는 건 국가지 개인이나 특정 조직은 아니니까요.

  그래서 민주정으로의 전환이 가장 손 쉬운 것도 군부독재입니다. 한국과 중남미, 미얀마, 태국 등이 현재는 입헌민주제 국가라는 점이 이를 방증합니다.

  물론 모든 국가가 민주주의가 원활하게 작동하는 건 아닙니다. 이를 테면 태국은 군부독재가 헌법과 정당에 너무 깊게 뿌리 박혀 버려 제1 정당의 당수가 총리가 되지 못하는 기이한 일이 발발키도 합니다. LINK

  핵심은, 군인은 권력 교체에의 시도도 쉽지만 누군가에 의해 권력이 교체되더라도 저항이 크지 않습니다. 국가로부터 생계만 보장받을 수 있다면요.

  생계를 보장 받을 수 없다면? 다시 쿠데타를 일으키면 됩니다. 어떤 국가들에서 쿠데타가 짧은 주기로 자주 반복되는 이유도 이때문입니다.
그래서 성공한 독재자가 되고 싶다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군대를 재정비하는 작업입니다.

  소수의 이너서클을 만들어 군대를 계층화하는데요. 독재자에게 군대 가장 든든한 우군이지만 동시에 나를 가장 먼저 배신할 1순위 그룹이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하냐구요? 군대도 사람 사는 곳인만큼 다양한 파벌이 생기기 마련인데요. 그들 간에 경쟁을 시켜 조금이라도 체제에 반발의 기미가 보이는 그룹은 자연스레 도태되도록 유도합니다.

  소수의 이너서클은 가성비 측면에서도 중요합니다. 다수의 대중으로부터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보다 충성도 높은 지배엘리트만 잘 관리해도 권력 유지엔 별다른 어려움이 없습니다.
두 번째 작업은 정당을 만드는 겁니다.

  종종 독재국가가 선거를 치른다는 사실에 의아함을 느낀 비밀요원들이 많으실 텐데요. 독재자(및 소수의 지배엘리트)가 전 국가적 사안을 모두 관리하고 집행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민주주의 국가에 도지사나 시장이 있듯 독재체제도 행정을 분담하는 중간관리자가 필수인데요. 그들의 업무 역량이나 성과를 측정하고 판단하기에 선거는 꽤 효과적인 수단입니다.

  왜 때문에 중간관리자의 업무 역량과 성과를 평가하는 거죠? 소수의 엘리트만 잘 관리하면 된다면서요.

  독재체제라고 대중들의 여론을 아니 의식한다고 판단해선 안 됩니다. 민주주의와 독재는 권력을 획득하고 행사하는 방식만 다를 뿐 살겠다, 바꿔보자라는 대의명분은 양자 모두 중요합니다.

  비록 형식에 그칠 지라도 선거를 치른다는 행위는 대중들에게 정치 효능감을 주기에도 꽤 유용합니다. 정책 결정 과정에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기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선거를 통해 나의 의사가 전달된다는 착시 효과를 불러일으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가장 오래 살아남는 독재체제는 군부가 아니라 혁명을 통해 집권한 시민정당
  • 군부독재가 단명하는 이유는 군인은 쿠데타를 일으키기도 쉽지만, 타자에 의해 권력이 교체되더라도 국가안보를 위한 수요는 늘 존재하기에 개인 및 소수로 구성된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낮기 때문

  따라서 성공하는 독재자가 되기 위해선 군대 계층화 작업을 가장 먼저 시도합니다. 통치 가성비를 높이기위해 정당을 만들거나 혹은 정당 중심의 체제로 전환해 선거를 치릅니다.
조선(북한)은 이러한 독재체제의 가장 모범 사례입니다.

  유념해야할 건 조선(북한)은 군부가 아니라 혁명을 통한 시민정당으로 분류됩니다. 또한 집단 통치제입니다. 조선(북한)의 특징 중 하나로 조선로동당에 의한 선당주의 혹은 선당후사를 꼽는 것도 이때문입니다.

  많은 분들이 조선(북한)을 군부와 1인이 결합된 독재체제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지만 상식적으로, 독재 역시 국가를 통치하는 행위입니다. 그런데 이 많은 일을 시스템화하지 않고 한 사람의 인치에 의존하면 지속가능성이 뒤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말했듯 가장 오래 살아남는 독재체제는 혁명정당+집단 통치체제인데요. 조선(북한)의 특이성 혹은 우수성(?)은 세습 구조까지 안정적으로 수립했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됩니다. 입헌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는 민주주의의 본질에 맞닿은 핵심 이벤트지만 비용 측면에선 상당히 비효율적입니다. 총선, 대선, 지방선거 등 거의 해마다 한 번씩 선거를 치른다는 점 때문만이 아니라 정권이 교체되면 정책의 지속가능성이 떨어집니다. 즉, 불확실성이 큽니다.

  이를 테면 두 달 전 델타 월딩은 폴란드 총선 결과를 전하며 한국이 폴란드와 2022년 한 해에만 22조 원에 달하는 방산 계약을 맺은 만큼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진단했었죠. LINK
  
  이처럼 선거는 즐겁지만 꽤나 성가신 이벤트인데요. 조선(북한)은 김씨가문 세습이라는 구조를 확립함으로써 정치적 불확실성을 거의 제로에 가깝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이런 걸 전문용어로 집단+1인 하이브리드 통치체제라 칭합니다.

  또다른 혁명정당+집단 통치인 중국이 점차 시진핑 중심체제로 전환되는 이유도 리스크 관리 측면 즉, 10년 주기로 국가주석이 바뀔 때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성을 낮추기 위함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결론. 한반도엔
  • 남쪽으로는 (여러 논란이 뒤따르긴 하지만 그럼에도) 자유민주주의가 상당히 성숙된 국가가,
  • 북쪽으로는 독재체제의 내구성으로선 이보다 더 나은 모범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국가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21세기의 또다른 기묘하고도 웃픈 풍경입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오늘 우리는 니제르 쿠데타에 이어 오래 살아남는 독재체제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혹시라도 뎉타 월딩이 독재와 조선(북한)을 찬양하는 것으로 오독하시면 절대 안 되구요. 세계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시간으로 이해하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다음에 다시 새로운 비밀작전으로 찾아뵙겠습니다. 델타 월딩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이곳에 남겨 주세요. 감사합니다.

[12월 4주] 아프리카의 프랑스 쿠데타 벨트
  • ②“쉿! 천기누설”, 성공하는 독재자를 위한 모범 매뉴얼 LINK
  • ①니제르 쿠데타와 용병 바그너 LINK

[12월 3주] 2023년 회고&2024년 전망
  • 다극성 무질서, 남쪽국가, ‘작은 머리국가의 비전 LINK
  • ②대량분열무기, 현실화되는 AI 그리고 미국 LINK
  • ①미중관계 10년 부침사 종합정리 LINK
😎델타 월딩 접선 일정
또다른 나를 찾아 떠나는 우리만의 지적 여행
🗺세계지도 다시 그리기

처음 만나는 아프리카 LINK

  • 4주에 한 번 일요일, 저녁 6~9시
  • 1/7, 2/4, 3/10, 4/7
  • 그리고 2・6호선 합정역 정치발전소 동시 진행
  • 김동석 국립외교원 전략지역연구부 교수

남쪽국가가 중요해집니다. 특히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집니다. 아프리카의 성장으로 인해

  • 미국・중국・일본・프랑스・러시아・튀르키예・브라질 등은 아프리카 진출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한국도 2024년 한-아프리카 특별정상회담 개최를 계기로 대아프리카 외교 강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아프리카의 정체성, 쿠데타와 독재, 강대국의 아프리카 진출, 해외 원조를 공부하며 아프리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시간을 갖습니다.


    신청은 이곳에서~

👉🏾혼자서도 복습 가능한 줌 녹화링크와 후기노트 제공
🐫중동, 카라반

중동 4개국 집중 탐험! LINK

  • 4주에 한 번 토요일, 저녁 6~9시
  • 1/13, 2/17, 3/16, 4/13
  • 그리고 2・6호선 합정역 정치발전소 동시 진행
  •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

중동의 중요성은 모두가 잘 압니다. 그러나 종교와 민족으로 뒤엉킨 복잡한 정세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좋을지 몰라 헤맬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 어느 것도 외우지 않습니다. 과학적이고 비교·분석적으로 접근합니다.
  • 두루뭉술한 감정과 당위에 치우친 피곤한 구호가 아니라 코즈모폴리탄의 시선으로 다가갑니다.
  
  가장 최신의 이야기들을 나눕니다. 변혁으로 꿈틀거리는 젊은 지역 중동을 ‘이웃나라’처럼 친근하게 만들어 새로운 기회를 찾아보도록 해요~


    신청은 이곳에서~

👉🏾혼자서도 복습 가능한 줌 녹화링크와 후기노트 제공
🏔 시에라 소사이어티, 무엇을 하나요?
  • 4주에 한 번,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만나
  • 전문가와 함께 글을 읽고 대화를 나눕니다.  

💬 어떤 내용들을 다루나요?
  • 테마 1. 세계지도 다시 그리기, 세계 루트파인딩, 아날로그 책읽기, 술술지정학, 하드코어 독서모임 등 외교안보 집중 코스
  • 테마 2. 정책공작소, 미디어 모자이크, 빅테크 느와르, 중산층 모더니티, 지속가능성(교육・노동・환경) 등 한국사회 딥다이브 코스
  • 테마 3. 갈등디자인, The First Zero 글쓰기, 델타 월딩 마법학교, 처음 만나는 영화 등 일 하는 사람으로서의 ‘ 재충전하는 코스

🌈 무엇을 가져갈 수 있나요?
  • 다양한 사람들 속에서 나를 성찰하며 새로운 나를 만들어갑니다.
  • 세상을 더 넓고 깊게 들여다 보며 공동체의 가치를 회복합니다.
크리에이티브 그룹 '건강한 에너지(GUN・E)'
🔍갤갤・🧠별샛별
delta.worlding@gmail.com
우리은행 126-549892-02-001 (후원)

네 번째 세계를 향해! 델타 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