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94 April 15, 2025
"리더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동기 부여를 디자인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하라'고 구체적인 지시를 주는 것보다 직원들의 동기를 끌어 올림으로써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결과를 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1976년 아버지와 함께 일본의 셀렉트 숍 브랜드 빔스 BEAMS를 창립한 시타라 요 Yo Shitara는 올해 만으로 일흔세 살이지만, 여전히 현역으로 활약하며 브랜드를 이끌고 있습니다. 내년이면 창립 50주년을 맞이하는 빔스의 역사는 곧 그의 역사라고도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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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EAD by B(스프비)가 올해 4월 빔스의 첫 번째 한국 팝업을 기념해 서울을 방문한 시타라 요를 만났어요. 그는 기본에 충실하면서 시대의 흐름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하는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패션부터 야구 선수, 음악까지 그에게 영향을 준 브랜드는 마치 세계 어느 매장에 가더라도 우리의 취향을 사로잡는 아이템을 만날 수 있는 빔스의 면모를 떠올리게 해요. 기존의 빔스는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좋은 것을 가장 먼저 소개하고 선보이는 장이었지만, 브랜드와 정보가 넘쳐나는 오늘날 빔스는 사람들에게 무엇이 중요하고, 좋은 것인지 전하며 브랜드의 존재 가치를 견고하게 구축하고 있죠. 반세기 가까이 생존하며 유연하게 진화한 빔스의 바탕에는 조직을 이끄는 리더의 명확한 비전과 브랜드에 대한 건강한 가치관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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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BRANDS INFLUENCED YOU THE MO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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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에 태어난 저희 세대는 유년 시절 미국의 문화를 동경했습니다. 그 문화의 상징적인 아이템은 데님이었고, 데님을 대표하는 브랜드 리바이스 Levi’s에 대해서도 많은 매력을 느꼈죠. 당시에는 쉽게 구입할 수 없어 한참을 찾아다니다 겨우 손에 넣었던 기억도 있는데요. 리바이스와 빔스는 통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리바이스의 시그너처 라인인 '501'의 경우 밀리미터 단위로 변화를 추구하지만, 그 근본은 변하지 않습니다. 바탕이 되는 디자인이 있고, 이 기본을 시대에 맞춰 조금씩 변주를 주는 거죠. 빔스가 지향하는 '베이식 & 익사이팅 Basic & Exciting'이라는 가치 역시 이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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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스니커즈를 좋아해서 200켤레 정도 갖고 있는데요. 컨버스 Converse는 그중에서도 30켤레 정도 되는 것 같아요. 특히 컨버스의 미덕은 전통적인 스타일이나 록 스타일, 힙합 등 어떤 패션이 유행하든지 시대마다 등장하는 다양한 패션과 모두 어울릴 수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트렌드에 따라 바지 스타일도 통이 좁거나 넓기도 하고, 스트리트 스타일이 인기를 끌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컨버스는 어떤 스타일과도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죠. 제품 속에 창립 이래 꾸준히 지켜온 기본을 중시하는 태도가 녹아져 있는 거예요. 시대를 초월하는 훌륭하고 기본적인 감성이 바로 컨버스의 핵심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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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반된 면모로 감각을 자극했던 '1960~1970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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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를 보냈던 1960~1970년대는 저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두 시대는 이어져 있지만 살짝 다른 양상을 보이는데요. 1960년대는 사이키델릭 음악이나 언더그라운드 문화가 발달해 패션이나 음악, 서브 컬처에 눈을 뜨게 됐죠. 사이키델릭 아트나 팝 아트 등이 등장하던 시기였고 이런 예술은 오늘날 아트 신 scene의 기원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반면에 1970년대에 들어서서는 60년대의 문화가 사그라들고 베이식한 미학과 기본적인 가치가 두드러지게 됩니다. 이런 흐름은 저와 빔스에게 많은 영향을 줬지만, 당시의 문화는 빔스뿐만 아니라 오늘의 패션과도 이어져 있다고 생각해요. 현대의 모던 아트와 연결되어 있으며, 그 원점이 된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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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력한 존재감과 영향력을 지닌 야구 선수 '나가시마 시게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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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선수 나가시마 시게오 Shigeo Nagashima는 저에게 영향을 준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제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던 당시 나가시마 선수는 프로 야구에 입단했어요. 그때 <초등학교 O년생>이라는 잡지가 있었는데 그 표지를 나가시마 씨가 장식한 적이 있었죠. 우연히 어머니가 그 잡지의 독자 엽서에 응모했는데 당첨이 된 거예요. 1등 경품이 쌍안경이었고, 어린 마음에 저는 그 경품이 나가시마 씨가 저에게 준 것이라고 생각했어요.(웃음) 그때부터 나가시마 선수는 저에게 행복과 행운을 주는 존재로 자리 잡았죠. 지금도 저의 럭키 넘버는 그의 등번호였던 숫자 3으로, 3과 관련한 모든 아이템을 모으기도 해요. 특히 그는 존재만으로, 말 한마디만으로 매우 강한 모습을 보여줬어요. 무한히 빛나는 태양처럼 세상을 밝히듯이 주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선수였죠. 저와 빔스도 그처럼 사람들에게 행복과 행운을 주는 존재가 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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빔스는 기본적인 패션을 추구하되 이를 변주하는 것이 강력한 특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아이덴티티에 영향을 준 음악이 있다면 바로 소울 soul 장르라고 할 수 있어요. 재즈나 소울은 이후에 등장한 록과 힙합 등 여러 장르의 원점이자 뿌리가 되는 음악입니다. 오늘날 유행하는 음악도 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에는 소울과 재즈, 가스펠 gospel 같은 궁극적인 음악에 도달하죠. 단단한 뿌리에서 시작해 시대의 변화에 맞춰 다채로운 장르가 발생했듯이 패션의 역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변화가 빠른 패션 산업에서도 빔스가 50년 가까이 생존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옷의 근본에 대해 고민하며 다양한 도전을 이어왔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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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historyofrockandrol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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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은 시대가 변하면서 SNS나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빠르게 얻을 수 있습니다. 어느 나라든지, 어떤 패션이든지 필요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죠. 하지만 저는 실제로 보고 경험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취하면서 그와 관련된 전혀 다른 세계를 경험하는 것 말이죠. 해외든 국내든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여러 장소에 실제로 가보길 바라요. 디지털 시대에도 아날로그의 문화와 가치를 소중히 여기면서 살아간다면 전혀 다른 감성과 문화, 새로운 예술이 생겨날 테니까요. 이렇게 다른 세상을 만나고 그 정보를 흡수하는 것이 앞으로의 시대에서는 관건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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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타라 요와의 인터뷰는 아래 영상에서 전체 내용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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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gsan-Gu, Seoul, Korea, 04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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