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17. 노가리 클럽 춘분 에디션 : 춘분엔 반반 

춘분 春分
24절기의 네 번째 절기로 각종 개화가 시작되는 시기.
태양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향하여 적도를 통과하는 시기로 
낮과 밤의 길이가 같고, 추위와 더위를 비슷하게 느끼는 절기입니다.  

절기레터를 쓰면서 그야말로 절기에 대한 설명을 절절히 느낍니다.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쌀쌀한데도 불구하고 볕이 닿는 곳곳에서 들꽃이 빼꼼히 얼굴을 드러내고, 열린 창 사이로는 매화 향기가 새어 들어 옵니다. 봄인 듯 봄 아닌 봄 같은 요즘, 노가리클럽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춘분처럼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는 콘텐츠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슬은 진실과 거짓의 경계에서 우리의 마음을 묻는 영화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을, 호는 사랑과 돈이라는 선택지 사이에 선 청춘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예능 <러브캐처>를, 윻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선택하는 미드 <굿닥터>를 영업합니다. 

속을 준비 됐나요?

영화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 by. 슬


먼 옛날, 일요일 아침마다 챙겨보던 <서프라이즈>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십여 분 정도의 짧은 드라마를 보여주고, 이 이야기가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아맞히는 코너가 공전의 히트를 쳤었는데요. 재연 배우들의 실감 나는 연기와 그럴듯한 개연성에 진실이라고 확신한 이야기가 거짓으로 판명 나는 순간의 배신감이란…!


반대로, 추리물은 잘 속이는 게 미덕입니다. 사람이든 사건이든 보자마자 사이즈가 나오면 망한 거죠. 생각지도 못했던 반전이 나와야 제대로 추리해낸 사람들의 어깨가 올라가지 않겠어요? 영화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은 다섯 명의 친구가 커다란 나무 상자를 배달받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걸쇠도 이음새도 없는 상자의 트릭을 알아내 차례차례 퍼즐을 풀어나가면 초대장이 등장해요. 빅테크 기업 ‘알파’의 수장이자 천재이자 괴짜인 ‘마일스 브론’이 사랑하는 친구들을 자신의 섬 ‘글래스 어니언’으로 불러들인 겁니다. 살인 미스터리를 풀어야 하니 각오를 단단히 하란 당부와 함께요.


사람들이 모인 외딴섬,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살인극. 그리고 선착장에 갑자기 나타난 유능한 탐정. 여기까진 매우 익숙한 아가사 크리스티의 문법이죠? <글래스 어니언>은 전통적인 추리물로 시작해 절묘한 순간마다 사건을 경쾌하게 비틀어냅니다. 중간중간 노선을 확 꺾어 내달린 이야기는 어느새 ‘범인이 누구인지’ 보다 중요한, 진실과 거짓의 기로에 서게 돼요. 진실이 거짓이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게 만든 이해관계 역시 낱낱이 드러나죠.


여기서 이 영화의 제목 ‘글래스 어니언’의 의미에 대해 곱씹게 되는데요. 양파는 까도 까도 껍질이 계속 나오는 복잡한 내부를 지녔지만, 그것이 유리로 만들어졌다면 어떨까요. 투명한 중심부 안에 다른 무언가가 있는 걸까요? 아니면 우리가 그렇게 믿고 싶은 걸까요? 반전을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우리 안의 ‘속을 준비가 된 마음’입니다. 


낮과 밤의 저울이 팽팽하게 싸우는 춘분. 탁월한 이야기꾼의 입으로 듣는 ‘진실 혹은 거짓’에 푹 빠져보시는 건 어떨까요.


*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은 넷플릭스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돈vs사랑,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예능 <러브캐처 인 발리> by. 호


연애 프로그램이라면 각종 OTT를 넘나들며 다 찾아보는 인간이 바로 접니다. 한때 연프가 우수수 쏟아질 때는 요일별로 봐야 하는 연프 리스트가 있을 정도였죠. 과몰입하며 본 연프 중에서 춘분과도 같은 프로그램을 하나 가져왔어요. 돈과 사랑,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진짜 사랑을 찾아내는 연애+추리 게임, <러브캐처 인 발리>입니다.

 

러브캐처의 룰은 간단해요. 출연자들은 숙소에 입소하기 전, 돈과 사랑 중 하나를 선택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날까지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최종 커플 선택을 하게 되죠. 이때 러브캐처끼리 커플이 되면, ‘진정한 러브를 캐치!’함과 동시에 커플링을 얻게 되고, 러브캐처와 머니캐처가 커플이 되면 머니캐처만 상금 5천만 원 획득, 머니캐처와 머니캐처가 커플이 되면 서로를 향해 머쓱한 웃음을 지으며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돌아가야 합니다.

 

여기서 재밌는 건, 중간에 자신의 정체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거예요. 상대방과 감정이 깊어진 머니캐처가 러브캐처로 정체를 변경할 수도 있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죠. 출연자들은 상대방의 속내를 알아내기 위해 행동 하나하나를 나노 단위로 분석하다가도, 또 어떤 건 흐린눈을 하기도 하며 혼란스러워집니다. 그러다 결국 이런 의문에 빠지죠. 과연 나의 감정은 진짜일까?’

 

사랑과 돈 앞에서 얼마나 순수하고, 뻔뻔(?)해질 수 있는지를 잘 담아낸 <러브캐처 인 발리>.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그리고 여러분이라면 돈vs사랑 중 무엇을 선택할 건가요? 진짜 솔직한 여러분의 답변을 내려보세요. 정답은 없습니다.


* '러브캐처 인 발리'는 티빙에서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B와 D 사이의 C에서 필요한 것 

미드 <굿닥터> by. 윻


해와 달, 낮과 밤, 추위와 더위처럼 양극단이지만 늘 반반 세트처럼 붙어 다니는 키워드들은 둘 중 하나를 떼어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는 점에서 늘 흥미롭습니다. 그 중 저를 포함 모든 인류에게 가장 핫한 키워드는 삶과 죽음 아닐까 싶습니다. 

의학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재미있는 이유도 삶과 죽음의 치열한 사투와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인류 보편의 갈등을 가장 잘 보여주기 때문이겠죠. 오늘 소개할 미드 <굿 닥터>는 캘리포니아 산 호세에 위치한 성 보나벤처 병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인데요. 2013년 우리나라에서 방영된 주원, 문채원 주연의 <굿 닥터>를 리메이크한 작품입니다. 

주인공인 숀 머피(프레디 하이모어 분)는 자폐와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는데요. 감정적 의사소통이 어려운 자폐의 특성 때문에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동료를 비롯해 환자와 보호자들과 골고루 갈등을 겪습니다.   

하지만 오로지 증상과 상황, 수치라는 객관적 지표만으로 병인과 치료법을 찾아내는 숀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깨달음을 주기도 하죠. 그렇다고 해서 다른 의사들의 능력이 떨어진다거나 잘못됐다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이들 역시 숀과는 다른 시각으로 새로운 치료법을 찾아내고, 또 숀의 세상을 넓혀주기도 하죠. 숀을 포함한 산 호세 병원의 의사들은 방법은 달라도 한 가지 목적지를 향해 있습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환자를 위한 최선'이라는 지표를 공유하면서 말이죠.

사람들은 나침반과 지도가 없던 시절 사막이나 바다를 건널 때 낮에는 태양을 보고, 밤에는 별을 보며 길을 찾았다고 합니다. 50:50이라는 앞이 보이지 않는 확률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한 당신을 성 보나벤처 병원으로 초대합니다.

* '굿 닥터'는 왓챠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절기 레터] 올해의 여섯 번째 마디

낮과 밤 중 무엇을 더 좋아하시나요? 저는 굳이 고르자면 밤을 좋아합니다. 시간이 깊어질수록 사위가 고요해지는 것도 좋고, 모두가 잠든 시간에 깨어있다는 느낌도 좋더라고요. 
그런데 저와 비슷한 점이 굉장히 많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정확히 이런 이유로 밤이 싫다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낮과 밤이 딱 절반인 춘분이 굉장히 공평한 절기 같단 생각을 했습니다. 낮을 좋아하는 친구에게도, 밤을 좋아하는 저에게도 정확히 반반씩을 주니까요.
지는 노을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부디 이 공평한 낮과 밤의 시간을 모두가 안녕히 보내길.
From. 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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